INS - 헌혈은 사랑이죠. 무서워요. 정을 나누는 일, 생명을 구하는 일. 헌혈은 행복이다. 다른 사람도 살리고 내 건강도 체크하고 공짜로 받는 건강 검진...
이웃과 함께 사랑을 나눌 수 있는 방법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물질로써 도움을 주고 어떤 사람은 자신이 가진 재능을 나누기도 합니다. 그리고 어떤 사람은 자신의 피를 나누기도 합니다. 바로 '헌혈'입니다. '피를 나눈다'라고 하니까 조금 무섭기도 하면서도 왠지 더 끈끈한 정이 느껴지기도 하죠? 피를 나눈 형제자매 같은 방송, 오늘도 <청춘 만세> 힘차게 시작합니다. 저는 진행에 권지연이고요. 오늘도 남북 청년들이 함께 하는 인권 모임 <나우>의 지철호, 김윤미 씨와 함께 합니다.
권지연 : 안녕하세요.
지철호, 김윤미 : 안녕하세요.
권지연 : 혈액형이 어떻게 되세요?
지철호 : AB형이요. 저는 B형입니다.
권지연 : 제가 혈액형을 왜 물어봤느냐. 오늘 헌혈을 할 겁니다.
지철호 : 아...
'헌혈'이란 건강한 사람이 수혈이 필요한 환자를 위해 자신의 피를 뽑아 무료로 제공하는 걸 말합니다. 북쪽에서는 피를 사고팔죠. 피를 사고파는 걸 매혈, 피를 무상으로 기증하는 걸 헌혈이라고 하는데요. 매혈의 경우 도덕적인 문제도 있고 피는 사람이 과도하게 빼서 팔거나 감염의 위험도 높기 때문에 대부분 국가에서는 매혈을 금지하고 헌혈로 수혈 등에 필요한 혈액을 확보합니다.
남쪽에서는 1975년 매혈이 금지됐고 적십자 혈액원이 중심이 돼 헌혈을 받고 필요한 병원 등에 피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남쪽 중심가에 나가보면 '헌혈의 집' 내지는 '헌혈 까페'라고 쓰여 있는 곳들을 쉽게 볼 수 있는데요. 이곳에서 헌혈을 받고 있습니다. 분명 위급한 상황에 처한 사람을 돕는 좋은 일이지만 피를 뽑는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죠.
'헌혈'을 하자고 하니까 철호 씨와 윤미 씨는 잔뜩 겁을 먹었네요.
권지연 : 지나가다가 헌혈차 같은 거 본 적 있어요?
김윤미 : 네, 많이 봤어요. 그리고 많이 외면했죠.
지철호 : 대학교에서 헌혈을 합니다. 헌혈을 하면 영화표를 주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워낙 어릴 때 영양이 부족해서 헌혈하기는 싫어서 안했었어요.
김윤미 : 저도 빈혈이 좀 있어서요. 피를 뽑는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습니다.
권지연 : 북쪽에서도 헌혈을 하나요?
지철호 : 헌혈을 안 하죠. 헌혈하고 영양을 보충할 수 가 없어서요.
김윤미 : 그렇죠. 건강해야만 헌혈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저도 미달입니다. 지난번에 검사 할 때도 무슨 피를 이렇게 많이 뽑나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북에 있을 때 엄마가 큰 수술을 했었는데요. 그런데 그 쪽에는 보충해 줄 피가 없습니다. 그래서 엄마가 많이 고생을 했는데 그런 걸 생각하면 헌혈은 좋은 거죠.
권지연 : 우리가 지금 간다고 피를 뽑을 수 있을 지 없을지도 모릅니다. 일단 가봅시다!
'헌혈의 집' 앞에 도착했습니다.
권지연 : 드디어 왔습니다. 떨려요?
김윤미 : 바늘이 싫어서요. 저는 아파도 병원을 안 가는데...
자원봉사자 한 명이 피켓, 즉 헌혈을 하자는 문구가 적힌 널빤지를 들고 헌혈 홍보를 하고 있습니다. 남쪽에서는 하루 이틀도 아니고 일 년 내내 헌혈자를 구한다는 홍보를 볼 수 있는데 피만 있으면 살릴 수 있는 생명들이 그만큼 많기 때문입니다.
봉사자 : 헌혈 하러 오신 거죠? 신분증 있으시죠? 6층이에요. 엘리베이터 타고 가세요.
엘리베이터 앞에서 철호 씨가 주춤합니다.
김윤미 : 먹으러 갔으면 제일 먼저 들어갔을 텐데 속 보인다. (웃음)
INS - 엘리베이터 도착 소리 띵똥~
헌혈의 집 앞에서 만난 자원 봉사자의 친절한 안내를 받고 들어간 헌혈의 집. 그 안은 무척 아늑하게 꾸며져 있습니다. 쉴 수 있는 편안한 의자와 초코 과자, 음료 등도 마련이 돼 있습니다. 이미 먼저와 현혈을 하고 있는 다른 사람들이 눈에 띕니다.
INS - 헌혈은 사랑이죠. 무서워요. 피 뽑는 거잖아요. 정을 나누는 일, 생명을 구하는 일이죠. 다른 사람도 살리고 내 건강도 체크하고 공짜로 받는 건강검진이라고 생각해요.
INS - 헌혈 한 지는 10년 조금 넘었습니다. 제가 지방에서 교사로 있을 때 갑자기 교통사고를 나서 어떤 사람이 생명이 위험하게 됐습니다. 가족들이 학교로 와서 살려달라고 울고 워낙 다급하니까 헌혈을 학생들에게 받았죠. 무사히 수술했고 환자가 고맙다고 인사하는 것을 보고 헌혈의 중요성을 알았죠.
INS - 저는 철분이 부족해서 헌혈을 못했는데 헌혈을 하려고 밥도 많이 먹게 되고 더 건강을 챙기게 됐어요. 피는 어차피 다시 생기는 거잖아요.
먼저 헌혈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니 헌혈은 절대 어려운 일이 아니란 생각이 듭니다. 흰 가운을 입은 간호사 한명이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간호사 : 어떤 분 하실 거예요? 권지연 : 저희 다 하려고 하는데요. 겨울에도 헌혈을 많이 하나요? 간호사 : 아무래도 헌혈 율이 떨어지다 보니까 모든 혈액이 다 부족해요.
하지만 혈액이 아무리 부족해도 아무나 헌혈을 할 수가 없습니다. 조건은 꽤 까다롭습니다. 헌혈할 수 있을 만큼 건강한지 또 오염된 피를 수혈하는 사고가 생길 수가 있기 때문에 감염이 있는지 없는지, 헌혈 전에 다양한 검사를 합니다.
남쪽에서는 안전한 혈액 제공을 위해 2004년 7월 1일부터 혈액 실명제를 시작했고 헌혈자의 1회 헌혈량을 400cc로 규제하고 있습니다.
저희에게 간호사가 다양한 질문이 적혀 있는 설문지를 한 장 씩 줍니다.
권지연 : 뭐가 이렇게 적을게 많네요. 오늘 몸 상태, 최근 3일 이내 인후 통이나 발열이나 설사가 있었어요? 최근 외국여행을 다녀왔는지, 내시경, 조직검사 같은 것들을 받았는지, 검사할 것들이 많네요.
이 후 혈압을 재고 상담을 통해 헌혈이 가능한지를 알아보았는데요. B형 간염 보균자인 윤미 씨는 헌혈이 불가능했습니다.
권지연 : 갑자기 못한다고 생각하니까 안타깝죠? 김윤미 : 네... 해보려고 용기 냈었는데.
그렇다면 철호 씨는요? 이번 겨울 방학 말라리아 서식지인 파주에 다녀 온 철호 씨는 1년 동안 전혈은 못하고 혈장 헌혈만 가능하다고 하네요.
간호사 : 얼마 전에 말라리아 지역에 다녀오셔서요. 파주가 국내 말라리아 지역이거든요. 혈장 수혈만 되거든요. 1년 동안은 그냥 헌혈은 안 되고 혈장만 가능합니다.
전혈은 혈액의 모든 성분을 채혈하는 것이고 성분 채혈기를 이용하여 적혈구, 혈소판, 혈장 또는 백혈구 등 필요한 성분만을 선택하여 채혈하고 나머지 혈액성분은 헌혈자에게 다시 되돌려 주는 것을 혈장성분헌혈, 혈소판성분헌혈이라 합니다.
혈장 헌혈은 전혈보다 더 오래 걸립니다. 40분가량이 걸렸는데요. 비록 전혈은 못했지만 다른 누군가를 위해 좋은 일을 했다는 생각에 철호 씨의 얼굴이 한결 밝아졌습니다.
권지연 : 오늘 처음으로 헌혈의 집을 들어가 봤는데 어땠나요?
김윤미 : 엄숙한 느낌이 들었어요.
지철호 : 저는 헌혈하면 인체에 나쁠 것 같고 떨렸는데 생각보다 헌혈 하는 분들이 많네요.
권지연 : 그런데 정말 물어보는 게 많더라고요.
지철호 : 엄청 많은 질문을 받았습니다. 그러니까 이 걸 통과한다는 건 건강하다는 얘기겠죠?
김윤미 : 저 같은 경우도 들어가면 그냥 할 줄 알았는데 못한다고 하니까 오히려 속상합니다.
권지연 : 철호 씨는 뿌듯하죠? 제가 할 수 있는 게 전혈이 아니고 연구용으로 하는 혈장만 할 수 있었는데요. 그래도 기분은 좋고 뿌듯합니다.
남쪽에서는 헌혈을 2주에 한 번씩 꼬박 꼬박 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또 헌혈 후에 받은 헌혈증서는 요긴하게 쓸 수 있습니다.
권지연 : 헌혈 많이 하는 분들은 헌혈 카드를 만들어서 꾸준히 하고 은장, 금장을 받습니다. 그리고 저도 전에 아빠가 수술을 하셨는데 헌혈증을 친구들이 모아줘서 공짜로 수혈을 받고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김윤미 : 남을 위해서 뽑는 거라고 생각하지만 결국은 본인을 위해서 뽑는 거 같아요. 저도 아프면 다른 분들이 헌혈을 해준 준 피를 받게 되잖아요? 그러니까 내가 건강할 때 보험처럼 줄 수 있다면 좋은 거죠. 한 번도 헌혈 안 해보고 내가 받기만 하면 정말 미안할 것 같아요.
권지연 : 윤미 씨는 헌혈을 보험이라고 생각하는군요. 철호 씨에게 헌혈은?
지철호 : 사랑이다... 서로 주고받는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권지연 : 오늘 밸런타인데이입니다. 여자가 좋아하는 남자에게 고백을 하면서 초콜릿을 주는 날인데 우리는 오늘 초콜릿을 주고받진 못했지만 그보다 더 뜻 깊은 일을 한 것 같습니다. 이제 헌혈 했으니까 잘 먹어야 하거든요. 밥 먹으러 갑시다! 청춘 만세!
2월 14일은 여성이 남성에게 초콜릿을 주며 사랑을 고백하는 날, 밸런타인데이입니다. 이 즈음이면 남쪽 곳곳에서 초콜릿이 불티나게 팔려나갑니다. 남쪽의 한 백화점에서는 헌혈을 하면 초콜릿 가격을 깎아주는 행사를 벌여 사랑을 실천할 수 있도록 유도했는데요. 아낌없이 자신의 피를 나누어 줄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은 이 세상은 알고 보면 아직도 참 살만한 세상인 것 같습니다.
<청춘만세>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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