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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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청춘만세의 김인선입니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전국 성인 남녀 2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한국인 10명 중 9명은 신용카드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처럼 높은 카드 발급 비율을 한국의 특징 중의 하나로 꼽기도 하는데요, 실제로 남한에서는 1달러짜리 과자 한 봉지 혹은 껌 한 개를 계산할 때에도 카드를 꺼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과거에는 두부 한모를 사오라던 엄마의 심부름으로 상점에 가던 아이들 손에 동전이 쥐어줬다면, 요즘 아이들의 손에는 카드가 쥐어집니다. 카드를 사용하면 결제금액을 확인하고 서명을 해야 하는데요, 4~5살 아이들도 서명하는 흉내를 내고 있을 정도입니다.

남한의 높은 ‘카드발급’에 대해서 청춘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야기를 나누어 보겠습니다. 남북청년들이 함께하는 인권모임 ‘나우’의 최철남, 이민경 씨가 함께 합니다.

인트로(뉴스 녹취) : 지하철에서도 식당에서도 사람들이 스마트 폰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택시요금까지 신용카드로 척척 결제가 가능합니다. 외국인들에게 가장 놀라운 것 역시 한국의 최첨단 기술문화입니다. 인터넷 보급률이 83%에 육박하고 10명 가운데 8명은 스마트 폰을 쓰고 있다며 혀를 내둘렀습니다. 커피 한잔, 택시비 몇 천원도 신용카드로 결제할 수 있는 쇼핑 환경도 주목했습니다.

진행자 : 지난주에 이어서 한국의 특징, 그 두 번째 시간으로 높은 카드 발급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볼까 합니다. 일단 두 분은 지금 갖고 있는 카드가 어느 정도 되나요?

이민경 : 저는 교통카드랑 통장에 남아있는 잔액만큼 쓸 수 있는 체크카드가 있고요, 저의 신용을 담보로 쓸 수 있는 신용카드 이렇게 세 개가 있습니다.

최철남 : 저는 카드가 엄청 많은 것 같아요.

이민경 : 부자네요.

최철남 : 일단 현금을 사용할 수 있는 카드 외에도 학생증부터 시작해서 포인트 카드라고 해서 내가 사용한 일정한 금액만큼 적립이 되는 카드가 있어요. 예를 들어 만 원 정도의 먹을 것을 샀을 경우 몇 백 원 정도가 적립이 되고 그런 것이 쌓여서 나중에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카드예요. 그런 카드부터 시작해서 교통카드, 신용카드, 집에 들어갈 때 쓰는 출입카드가 있어요.

진행자 : 적어도 10장 정도는 있다는 말이네요?

최철남 : 그렇죠. 10장이 넘게 있죠.

진행자 : 현금으로 쓸 수 있는 적립카드의 경우에는 민경 씨도 만만치 않게 많을 것 같은데요?

이민경 : 저도 그런 카드가 너무 많아서 지갑이 닫히지 않는 거예요. 그래서 카드를 핸드폰으로 다 옮겼어요.

진행자 : 철남 씨는 그 많은 카드를 어떻게 보관하고 계세요?

최철남 : 저는 지갑이 두 개에요. 카드지갑이 있고 큰 지갑이 있는데요, 그 지갑은 거의 꺼내지 않아요. 그러다보니까 저도 핸드폰에 많이 넣어요. 그런데 북한 분들이 핸드폰에 카드를 어떻게 넣을까 생각하실 것 같은데, 카드마다 일련번호가 있어서 핸드폰에 그 번호를 입력하게 되면 되요.

진행자 : 여러 가지 용어가 나와서 우리 청취자 여러분들이 많이 혼란스러울 것 같은데요, 일단 기계적인 부분에 있어 남한이 몰라보게 발전했어요. 손 전화, 핸드폰 속에는 여러분이 상상하는 그 이상의 것들이 다 포함이 돼 있습니다.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음원도 들어있고, 영화를 볼 수 있는 화면도 있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카메라를 비롯해서 우리가 말하고 있는 카드의 기능까지, 핸드폰 하나에는 어마어마한 기능이 포함되어 있는데 그 중에 우리는 카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두 사람이 말해준 것처럼 카드가 적어도 5장 내지는 10장 정도는 갖고 있는데 두 사람만 그런가요?

최철남 : 보통이 다 그런 것 같아요. 주변에 있는 친구들도 다 그렇고요, 보통 카드가 어마어마하게 많아요. 저 같은 경우에는 신용카드가 하나지만 다른 친구의 경우 신용카드만 세 개 많게는 다섯 개 까지 갖고 있는 경우도 있어요. 그러다보니까 제가 볼 때는 10장 정도는 기본으로 갖고 있는 것 같아요.

이민경 : 신용카드만 열 장이요?

최철남 : 아니요. 여러 가지 카드 다 합쳐서요.

진행자 : 지금 신용카드가 두 세장 된다는 말을 들었을 때 민경 씨가 곁에서 계속 ‘부자다’라고 했는데요, 어떤 의미인가요?

이민경 : 신용카드라는 게 돈이 바로 나가는 것이 아니라 내 신용을 담보로 카드사에서 돈을 미리 지불해 주는 제도인데 어떻게 보면 제가 절대권력, 절대반지를 가진듯한 착각이 들 때가 있어요. 그래서 무분별하게 사용하다보면 감당이 안 되니까 저의 경우에는 다 없앴어요. 카드를 잘랐어요. 회사를 그만두면서 카드를 제일 먼저 없앴는데요, 이게 되게 무서운 거예요. 카드를 무분별하게 사용하다가 감당이 안 될 정도로 지출을 해서 다른 카드를 통해 결제하는 일명 ‘돌려막기’를 하게 되죠. 저는 이런 것을 접할 때마다 ‘나도 이런 일에 예외일수 없다’라고 생각해서 무조건 사전에 차단했죠. 그랬는데 철남 씨가 아까 주변의 친구가 신용카드가 두 세장이라는 말을 해서 벌이가 되게 좋으시거나 혹은 감당을 어떻게 하고 계신지 놀랬어요.

내레이션 : 남한에서는 화폐를 대체하는 신용카드 사용비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눈에 보이는 실물화폐가 사용됐다면 이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신용에 의해 경제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신용은 상품을 거래할 때 그 대가를 나중에 지불하는 ‘믿음의 관계’를 뜻하는 것인데요, 이런 신용의 관계를 담아 탄생한 자본주의의 산물이 바로 ‘신용카드’입니다. 신용카드를 이용해서 필요한 상품을 먼저 구매하고 그 상품 값은 다음 달에 갚는 형태이기 때문에 카드로 사용한 금액이 통장잔고에 있는지 미리 확인을 해야 합니다. 잔고가 부족해서 약속한 날짜에 상품 값을 지불하지 못하게 되면 신용을 잃게 됩니다. 카드는 자신의 신용을 담보로 돈을 미리 앞당겨서 쓰는 것이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민경 씨가 신용카드가 3장 있다는 이야기에 계속 ‘부자다’라는 말을 했고, 카드 비용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궁금해 했던 것 입니다.

최철남 : 카드를 잘 못써서 한도가 넘고 나중에 갚지 못해서 난리 난 사람들도 봤는데요, 그래도 보통은 본인의 한도를 넘기지 않게 잘 조절해서 쓰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저도 사용해보니까 카드가 있으면 확실히 돈을 많이 쓰게 되더라고요. 돈을 번만큼 썼던 사람이었는데, ‘어차피 다음 달에 지출되니까’라고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이민경 : 요즘에는 천원도 카드결제가 가능하다보니까 사소한 부분도 계속 사용하게 되요.

최철남 : 신용카드의 기능에는 장점과 단점이 있잖아요. 큰 액수를 나누어서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계속 쓰다보면 누적이 돼서 첫 달에는 괜찮아도 다음 달에는 금액이 커지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런 단점도 있어서 이성을 잃고 카드를 쓰면 한순간에 탈이 나요.

이민경 : 신용카드의 경우에는 성인이 되면 굉장히 쉽게 발급을 받을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직장이 있는 경우 카드사에 전화해서 가입하고 싶다고 얘기만 해도 발급이 되는 경우가 많아요. 이런 문제들 때문에 어린 친구들이 너무도 쉽게 카드를 얻다보니까 카드발급을 점점 어렵게 만들게 된 걸로 알고 있어요.

최철남 : 저도 카드를 발급 받을 때 직장에 전화도 해보더라고요. 한마디로 말하면 카드비용을 갚을 능력이 있는지 다 알아보는 것 같아요. 그 사람의 한 달 수입에 따라 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한도 금액을 정하더라고요. 그런 것을 볼 때마다 신용불량자가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가 많이 마련돼서 예전처럼 신용카드를 무분별하게 공급하는 것 같지는 않아요.

이민경 : 신용카드나 체크카드처럼 돈이랑 직결된 카드의 경우에는 지불능력이 있는지가 굉장히 중요한 기준이 되잖아요. 그런데 적립카드는 그렇지가 않아요. 예를 들어 빵집의 경우 많은 사람들을 유치하기 위한 방편이 되기 때문에 빵 하나만 사도 물어봐요. ‘적립카드 발급해 드릴까요?’ 라고요. 그러면 고객의 입장에서는 마다할 입장이 없으니까 ‘네, 해 주세요’하는 거죠. 적립금이 쌓이면 현금처럼 쓸 수도 있고 쉽게 발급을 받다보니까 20장이 넘어가기도 해요.

최철남 : 한마디로 말하면 단골고객 만드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한번 적립하게 되면 재미도 있고 적립금은 계속 쌓이니까 계속 거기에만 가는 거죠. 사람의 심리를 많이 노려서 만든 것 같아요.

진행자 : 북한에서는 이렇게 카드를 발급할 수 있습니까?

최철남 : 북한에는 카드가 거의 없어요. 제가 있을 때는 카드라는 것을 아예 구경도 못해봤어요. 적립카드는 상상도 못하고 신용카드는 아예 없어요. 그런데 제가 한국에서 들었는데 김정은 시대에 들면서 카드가 생겨났다고 하더라고요. 외국인들이 들어와서 쓸 수 있도록 외화유치 차원에서요. 그리고 북한 평양에 사는 군부대 간부나 당 간부들에게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서 예전에는 돈을 줬는데 요즘은 카드에 달러를 넣어서 준다고 하더라고요. 한 달에 2천불을 넣어주면 그 한도 내에서 평양 고려호텔처럼 미국인들이 많은 곳에서 쓸 수 있도록 줬다고 하더라고요.

진행자 : 남한의 체크카드 기능이네요.

최철남 : 네. 체크카드나 신용카드 비슷한 그런 게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일반 평민들에게는 상상할 수 없는 거죠. 왜냐하면 북한은 은행의 기능이 마비됐어요. 주민들이 은행에 가서 돈을 맡기게 되면 찾을 수가 없어요. 한국에서는 은행에 돈을 맡기게 되면 나중에 돈을 주잖아요. 내가 아무 때나 찾을 수 있고 이자까지 쳐서 주는데 북한에서는 은행에 돈을 맡기게 되면 국가의 돈이 없으니까 국가에서 쓰고 안줘요. 그래서 내 돈을 찾기 위해서는 뇌물을 써야 해요. 그래야 돈을 조금이라도 받을 수 있어요. 북한의 제도상 은행에서 전산을 통해 카드를 만들어 내는 게 쉽지도 않고요.

이민경 : 부자들은 현금을 집에 보유하고 엄청 쌓아놓는다고 하던데요?

최철남 : 그래서 북한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게 현금을 집에 쌓아놔요.

이민경 : 도둑이 들면 큰일 나겠네요.

최철남 : 모르게 쌓아놓죠. 예를 들면 장판 밑에 돈을 놓고 미장을 한다거나 벽에 쌓는다거나 이렇게 하고 은행은 거의 이용 안 해요. 북한은 화폐개혁을 하면서 화폐 체제가 다 무너져서 북한 화폐를 믿지 않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달러나 위안화를 갖고 있는데 은행에 저금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싸서 천장에 올려놨는데 쥐가 와서 갉아 먹고 그래요.

이민경 : 동화 같은 이야기인데요?

내레이션 : 남한에서도 현금을 집에 보관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화재나 도난을 막기 위하여 돈이나 귀중품을 간수하여 보관하는 가정용 금고를 사용해서 보관을 합니다.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은 은행에 돈을 맡기는데요, 필요할 때마다 은행에 가서 돈을 찾을 수 있어도 현금을 들고 다니는 것이 번거로워서 카드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남한사람들에게는 익숙하고 편리한 카드지만 탈북자들에게는 처음에 낯설었을 텐데요, 철남 씨의 경우에는 어땠을까요?

최철남 : 제가 처음 왔을 때 은행에서 만들었던 게 체크카드거든요. 제가 만든 것이 아니고 어머니가 제 이름으로 만들어 오셨는데, 은행에서 쓰는 카드라는 거예요. 그래서 봤는데 네모난 플라스틱인데 그 안에 돈이 들어있다는 거죠. 되게 신기했어요. 엄마가 은행에 가서 가르쳐주는데 카드를 넣고 비밀번호를 누르면 돈이 나오더라고요. 아직도 기억이 나는데 그때 통장에다가 10만 9천원을 넣어줬었어요.

진행자 : 100달러 정도 되는 건가요?

최철남 : 그때는 백 달러는 안됐을 거예요. 지금은 100 달러 정도 되지만 그 당시에는 90달러 정도 됐어요. 너무 신기해서 카드를 넣었다 뺐다 넣었다 뺐다 했어요. (웃음)

진행자 : 현금이 나왔던 은행카드도 신기했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고 서명만 하고 쓸 수 있는 신용카드를 처음 써봤을 때에는 어땠어요?

최철남 : 쓰면서도 뭔가 허무하기는 하더라고요. 북한에서는 현금처리만 했었는데 남한에서는 카드만 찍고 나가니까 편하긴 해도 내 돈 쓰는 것 같지 않은 느낌을 받았어요. 그런데 요즘은 적응이 돼서 편하고 좋아요. 편리성이 가장 큰 이점인 것 같고요, 지금 내가 당장 돈이 없지만 다음 달에 들어올 수 있는 것을 미리 당겨 쓸 수 있다는 장점도 있어요. 예를 들어 오랜만에 친구를 만났을 때 ‘내가 밥 살게’ 하고 갔는데 갑자기 돈이 떨어져서 못 살수가 있잖아요. 그런데 신용카드가 있으면 가능하잖아요. 대신에 단점은 너무 많이 쓰면 그 돈을 갚지 못해서 신용불량자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고 무분별하게 쓰다가 돈을 낭비할 수도 있고요. 적립카드의 경우에는 다 좋은 것 같아요. 적립카드의 경우에는 내 정보를 제공하기는 하지만 장점이 훨씬 더 큰 것 같아요.

이민경 : 아무래도 백화점, 백화점에는 고액의 물건이 많은데 너무 사고 싶은 게 있어서 집에 못가겠더라고요. 당장의 현금은 없고 할부로는 감당이 될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았던 할부 금액을 갚아야 할 시기가 너무 빨리 오는 거예요. 그 할부 금액을 감당해야 할 때가 너무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할부가 되게 치명적인 유혹이 아닌가 싶어요. 감당하고 싶은 것을 당장 손에 넣었지만 내가 감당해야 할 고통은 몇 개월 지속해야 한다는 것이 정말 힘들었어요. 한번 그랬던 적이 있었는데 너무 힘들어서 부들부들 떨면서 카드를 잘라버렸어요.

내레이션 : 원하면 바로 발급이 가능한 적립기능의 카드가 많기 때문에 남한의 카드발급 비율이 높았습니다. 신뢰를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신용카드는 지불 능력이 있는지 검증을 한 뒤 발급이 가능했고, 청춘들은 자신의 신용을 지키기 위해 돈을 지불할 수 있는 능력과 약속된 날짜에 돈을 갚아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낍니다. 만약 여러분에게 신용카드가 주어진다면 그 카드로 가장 먼저 무엇을 사고 싶으십니까? 지금까지 청춘만세, 김인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