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에서 생활하는 청년들의 모습을 전해드리는 시간입니다. <청춘만세>, 저는 진행자 윤하정입니다.
오늘도 새로운 얼굴들이 보이는데 시작하기 전에 소개를 할까요?
클레이튼 : 안녕하세요. 다들 저 누군지 알고 계시죠? 미국 켄터키 주에서 온 클레이튼이라고 합니다. 한국에 온 지 6년 됐고, 지금 회사 다니고 있습니다. 서른 한 살입니다.
가연 : 안녕하세요, 이가연입니다. 북한 황해남도에서 살다 남한에 정착한 지는 5년 됐어요. 나이는 서른 살이고, 대학교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하고 있습니다.
형연 : 안녕하세요. 박형연이고, 스물일곱 살 학생입니다. 졸업 앞두고 요즘 열심히 취업 준비하면서 두 번째 인생을 위해 도전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 모두 반갑습니다. 클레이튼은 작년에 대학원, 대학 다음에 석사학위 취득하는 학교를 졸업했는데, 아직 두 친구는 대학을 다니고 있어요. 요즘 대학가 졸업식이 한창이죠? 초.중.고등학교는 거의 졸업식이 끝난 것 같고.
형연 씨가 남한에서 쭉 나고 자랐으니까 남한의 졸업식 분위기를 전해줄까요?
형연 : 졸업식하면 항상 아쉬움이 떠올라요. 함께 했던 시간과 친구들이 있는데 각자의 길이나 학교, 회사로 흩어진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쉬움이 남고, 그동안 공부했던 걸 돌아보면서 '내가 컸나?' 생각도 들고. 많이 싱숭생숭하죠. 가족들도 많이 축하해주고요.
진행자 : 졸업식에 부모님뿐만 아니라 친척들도 오잖아요. 꽃다발이랑 선물 잔뜩 안고.
형연 : 온 가족이 출동해서 축하해주죠.
진행자 : 한국의 졸업식이나 졸업문화를 보면서 특이하다고 생각했던 게 있을까요?
가연 : 남한에서는 졸업식에 교가(학교노래)를 부르더라고요. '저렇게 자유로운 노래를 부를 수 있다니!' 생각했어요. 그런 노래가 있다는 것 자체가 신기했어요. 북한은 교가가 없어요. 김일성 장군의 노래를 불러야 해요. 어릴 때부터 불러서 지금도 기억나거든요. 그리고 졸업식에도 당에서 한 명이 나와서 축사를 해요. 그런데 남한에서는 교가를 불러서 그게 무척 새로웠어요. 남한이 얼마나 자유로운가... 그게 학교에 대한 하나의 추억이잖아요.
형연 : 저는 교가를 자유로운 노래라고 표현해서 새로운 걸요. 잘 외우지도 못하는데 매일 부르라고 하는 노래였는데.
진행자 : 그러게요, 우리는 불러야 하는 노래였는데(웃음). 클레이튼도 남한에서 대학원을 졸업했잖아요. 미국과 다른가요?
클레이튼 : 졸업식은 40~50분밖에 안 갈렸는데, 미국 졸업식과 비슷합니다. 학생 중에서 한 명, 교수님도 축사를 하고 노래도 하고. 큰 차이점 없습니다.
형연 : 요즘은 많이 없는데, 이제 교복 입을 일이 없으니까 밀가루 던지면서 장난도 치고 좀 짓궂은 친구들은 교복을 찢기도 했어요.
진행자 : 예전에 취재하면서 보니까 요즘 고등학생들은 발육이 굉장히 빠르잖아요. 교복이 비싼데 입학할 때 샀던 교복이 1~2년 지나면 짧아져서 교복 물려주기를 하는 학교도 있더라고요. 교복을 깨끗하게 입어서 학교에 두고 가면 후배들이 선배들 교복을 갖다 입는 거죠.
그런가하면 졸업선물 받는 것도 중요하죠. 이번에는 엄마한테 뭘 사달라고 할까(웃음).
형연 : 고등학교의 경우 대학 가는 친구들이 많으니까 노트북도 요구하고, 괜히 핸드폰도 바꿔야겠다고 하고(웃음).
진행자 : 여학생들은 귀도 뚫고, 머리 모양도 바꾸고, 화장하는 법을 배우러 다니지 않나요?
형연 : 저희 학교는 졸업식 때는 교복을 안 입게 했어요. 애들이 만날 교복만 입다 그날 변신을 하는 거예요. 화장 한 번도 안 해본 애들이 한껏 꾸미고, 머리 파마하고 염색하고. 늘 교복에 목도리 칭칭 매고 있던 친구가 멋있게 변신해서 상장 받으러 가면 정말 예뻐요.
진행자 : 그렇죠, (여학생들의)고등학교 졸업식은 소녀에서 숙녀로 넘어가는 단계인 것 같아요.
미국은 학교 졸업식 분위기가 어때요?
클레이튼 : 사실 제가 사립학교를 다녀서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같은 학교를 다녔어요. 그래서 초등학교 졸업식 때는 특별한 게 없었어요. 그런데 고등학교 졸업 때는 아주 크게 파티했습니다. 졸업식 일주일 전부터 계속 파티했어요.
형연 : 미국 드라마 보면 무척 성대하고, 다들 드레스 입고 정장 입고.
클레이튼 : 네, 춤추고 음악 듣고. 다시 생각해 보니까 정말 재미있었어요(웃음).
진행자 : 북한은 졸업식 분위기가 어떤지 궁금하네요?
가연 : 일단 북한은 당의 틀에 박힌 졸업식 문화가 있어요. 남한은 2월에 졸업식을 하잖아요. 북한은 3월에 해요. 남한은 졸업하고 나면 원하는 대학에 가거나 직장을 가거나 놀고 싶으면 노는데 북한에서는 당에서 가라는 곳에 가야 해요. 당에서 어떤 직장에 가라고 하면 가야 하고, 남자들은 군대에 가야 하고. 3월에 졸업하면 4월에 다 가야 해요. 아이들이 원하는 곳이 아니라 시키는 곳으로 끌려가야 해서 굉장히 두려워하고 힘들어가는 시기인 것 같아요.
진행자 : 남한은 졸업식장이 친구와 헤어지는 아쉬움은 있지만 대체로 웃음꽃이 만발한 축하의 장인데, '졸업을 축하해!'라고 말하거든요. 북한은 그렇지는 않다는 말인가요?
가연 : 남한은 부모님도 와서 꽃다발을 주거나 하잖아요. 그런데 일단 북한에서는 부모님이 오지 않고요. 친구들과 아쉬움도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요. 심리적인 불안감? 당을 위해서 헌신한다고 하지만 아이들이 모여서 얘기할 때 보면 '우리 어떻게 하지? 뭐 먹고 살지?' 가족을 걱정하는 얘기도 많이 하고요.
진행자 : 남한의 경우 학제가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대학 4년인데 북한은 좀 다르죠?
가연 : 남한은 중고등학교가 따로 있는데, 북한은 합쳐서 6년제예요. 남한은 담임이 1년에 한 번씩 바뀐다고 들었는데, 북한은 바뀌지 않아요. 남한으로 치면 중학교 1학년 때 선생님이 졸업할 때까지 같아요. 장점도 있겠지만 단점도 있어요. 만약 1학년 때 선생님과 문제가 생기면 6년 동안 고통을 안고 가야 하는 거예요.
클레이튼 : 미국은 초등학교, 중학교는 담당 선생님이 있는데 고등학교 때는 없어요. 학생들이 수업을 자유롭게 선택하고. 6년 동안 선생님이 같다는 거 상상할 수 없어요. 그 선생님이 아무리 좋아도 뭔가 지겨워질 것 같아요.
가연 : 졸업식 때는 학생들이 돈을 모아서 선생님한테 선물을 해요. 그때 돈을 안 내면 사회에 나와서도 꼬리표가 붙으니까 할 수 없이 내요. 그런데 남한에서는 졸업식 때 선생님한테 꽃 한 송이도 안 준다고 들었어요.
형연 : 졸업식의 주인공은 학생? 선생님을 챙기는 건 알아서 해요. 그 반이 좋았고, 선생님을 챙기고자 하면 챙기는데 많이들 그렇게 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진행자 : 매해 5월 15일 스승의 날이 있기 때문에 그때 선생님을 챙겨 드리고 졸업식 때는 형연 씨가 말한 것처럼 학생이 주인공이 되죠.
반 친구들도 안 바뀌는 거예요?
가연 : 네, 만약 바뀐다면 그 고장을 떠나야만 바뀔 수 있어요.
진행자 : 들어보니까 학교가 운영되는 체계가 달아요. 남한의 경우 형연 씨가 다시 설명을 해주겠어요?
형연 :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대학교 4년. 그리고 1년마다 선생님도 바뀌고 반 친구들도 바뀌어요.
클레이튼 : 미국은 초등학교 5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4년이에요. 고등학교 때는 반 친구 아예 없어요.
진행자 : 중학교 때까지는 담임과 반 친구들이 해마다 바뀌는 거고, 고등학교 때부터 대학처럼 자기가 듣고 싶은 수업을 듣는 거죠?
클레이튼 : 그렇죠.
진행자 : 남북의 교육 체계가 다른 게 과거 미국과 러시아의 교육 체계에서 영향을 받은 거겠죠. 러시아가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같은 반, 같은 선생님으로 쭉 가더라고요.
어쨌든 남한이나 미국은 졸업식이 재밌는 축제의 분위기고 러시아는 6월에 학기가 끝나는데, 러시아의 고등학교 축제는 세계적으로 알려진 축제예요. 도로에 차량 통행이 통제되고, 사람들이 넘쳐나는데 11년 동안 같은 반, 같은 선생님과 지내다 졸업하니까 러시아의 졸업은 세계적으로 관광객들이 몰려드는 축제인데 반해 같은 체계를 받아들였는데, 북한에서는 졸업식이 좀 암울한 거네요?
가인 : 네, 한국도 축제 분위기 같았어요. 가족들이 다 와서 꽃다발 주고, 친구들이랑 사진도 찍고. 그런데 북한은 학교에서 졸업사진 몇 장 찍어주거든요. 점심을 같이 먹는다거나 그렇지는 않아요. 졸업식하고 졸업장 받고 가는 게 끝이에요. 또 남한은 강당 안에서 하잖아요. 북한은 강당이 없어서 운동장에서 해요. 2월이면 솜옷이라도 입는데, 3월에 얇은 옷을 입고 2시간 가까이 서 있으면 춥거든요. 그래서 북한의 졸업식을 생각하니까 안쓰럽더라고요. 남한은 정말 행복하게 졸업식을 맞이하는데, 북한은 고통스럽게. 의자가 없어서 앉지도 못하고 서서 하거든요.
형연 : 북한에도 졸업 앨범 같은 건 있는 거죠?
가연 : 네, 학급이 60명이었는데 같이 사진을 찍고 그 밑에 이름을 다 써서 졸업 앨범을 만들어줘요.
진행자 : 단체 사진을 찍고 그 아래 이름을 넣는 거예요? 한 명씩 따로 사진을 찍는 게 아니라?
가연 : 네.
형연 : 남한에서는 개인별로도 찍고, 소규모로 10명 단위도 찍고, 다 같이도 찍어요.
클레이튼 : 미국도 마찬가지예요. 그리고 졸업식 일주일 전에 졸업 앨범을 받는데 친구들이 서로 한 마디씩 적어요. '일 년 동안 즐거웠다, 고생했다, 여름에 우리 재밌게 놀자!'
진행자 : 졸업식 분위기가 많이 다르네요. 아무래도 졸업의 의미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 클레이튼이 뭔가 설명해 줄 게 있다면서요?
클레이튼 : 네, 졸업이 영어로 'Graduation'인데 졸업식 얘기할 때는 'Commencement'라고 합니다. 원래 불어에서 온 단어인데 '시작'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때는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교육 다 끝났는데 왜 시작이라는 단어를 쓸까. 그런데 살다 보니까 '그때 진짜 시작이었구나!' 깨달았습니다.
진행자 : 맞아요, 새로운 시작에 대한 희망이 있기 때문에 3년 동안, 6년 동안 공부 열심히 잘했다면서 '졸업을 축하해!' 라고 말하는 건데 남한도 비슷하죠? 형연 씨는 졸업식 때 어떤 생각 했어요? 고등학교 졸업식으로 가보죠.
형연 : 남한은 고3이 가장 힘든 시기잖아요. 대입에 대한 압박이 있는데. 어쨌든 그 시기를 다 넘겨서 대학을 간 친구도 있고, 아니면 1년 더 공부를 하는 친구도 있지만 어쨌든 이 시간을 함께 잘 마쳤다는 의미에서 서로 편지도 써주고 사진도 정말 많이 찍었고요. 뭔가 끝과 시작이 공존하는 시기라서 아련한 추억으로, 좋았던 기억으로 남아 있어요.
진행자 : 그리고 두 사람은 아직 대학을 졸업하지 않았지만 대학 졸업의 경우에는 학생에서 성숙한 사회인, 그야말로 어른이 되는 시점이기 때문에 축하를 많이 해주거든요. 그런데 북한에서는 아까 말한 것처럼 직장을 강제적으로 가야 하거나 군에 입대하거나... 내가 뭔가를 시작하거나 결정하는 게 아니라 정해진 길을 가야 하는 거죠?
가연 : 네, 정해진 삶을 따라가야 하니까 그런 것들이 정말 힘들었어요.
내레이션 : 졸업식의 분위기가 참 다르죠? 그렇다면 이제 남한에서 졸업을 맞게 될 청년들은 어떤 꿈과 희망을 품고 있을까요? 이 얘기는 다음 시간에 이어가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윤하정이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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