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에서 생활하는 청년들의 모습을 전해드리는 시간입니다. <청춘만세>, 저는 진행자 윤하정입니다.
먼저 이 시간을 함께 할 세 청년을 소개합니다.
클레이튼 : 안녕하세요. 다들 저 누군지 알고 계시죠? 미국 켄터키 주에서 온 클레이튼이라고 합니다. 한국에 온 지 6년 됐고, 지금 회사 다니고 있습니다. 서른 한 살입니다.
가연 : 안녕하세요, 이가연입니다. 북한 황해남도에서 살다 남한에 정착한 지는 5년 됐어요. 나이는 서른 살이고, 대학교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하고 있습니다.
형연 : 안녕하세요. 박형연이고, 스물일곱 살 학생입니다. 졸업 앞두고 요즘 열심히 취업 준비하면서 두 번째 인생을 위해 도전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 모두 반갑습니다. 지난 시간에 방송 끝내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우연찮게 만화 얘기를 하게 됐잖아요. 다들 관심도 있고 재밌게 봤던 경험도 있는데, 어릴 때부터 가장 친근하게 접하는 게 만화가 아닌가 싶어요. 텔레비전을 틀어 놓으면 꼬마들이 만화를 장악하고 있잖아요. 여러분이 가장 좋아했던 만화는 어떤 건가요?
클레이튼 : 어렸을 때 <엑스맨> 굉장히 좋아했습니다. 반복되는 일상 떠날 수 있고, 환상적인 세계를 경험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어떤 힘든 일이 있어도 만화책 보면서 다른 생각하고 스트레스도 없애고. 그래서 만화책도 모았고, 지금은 만화책에 별로 관심 없지만 <엑스맨>이 영화로도 개봉해서 많이 좋아합니다.
현영 : 저는 어릴 때 일요일 아침마다 텔레비전에서 하던 (미국)디즈니 만화들 꼭 챙겨봤고요. 어른이 돼서는 일본 만화를 많이 접했어요. 예전에는 종이 만화책을 돈 내고 빌려 보기도 했고요. 챔프라고 무척 두꺼운 만화 잡지도 팔았는데, 그걸 매달 사서 모으기도 했어요.
가연 : 북한에도 만화가 있는데, 저는 북한에서 20년 넘게 살았거든요. 그런데 북한에서 만화방에 가거나 본 기억은 거의 없어요. 남한에 와서 더 많이 봤어요. 왜 그럴까 생각해 봤는데, 북한에서는 만화방도 국가에서 운영하고, 애니메이션도 국가에 의해 집단적으로 만들어지거든요. 만화방은 국가에서 운영하다 보니까 부잣집 사람들, 만화책방 운영하는 사람들과 친하면 자주 자는데 저희 같은 경우는 갈 수가 없어서 열람하기가 힘들어요. 그리고 시장에서 파는 것도 있지만 저희는 가난하니까 만화책을 본 적이 없어요.
진행자 : 북한에서는 만화책이든 텔레비전으로 나오는 만화든 거의 본 적이 없다?
가연 : 네, 북한 텔레비전에서도 애니메이션이 나오지만 전기 사정이 안 좋으니까 텔레비전으로 자주 시청할 수가 없었어요. 그리고 남한에서는 만화방에 가면 책이 다양하잖아요. 북한은 4.26아동영화촬영소라고 그곳에서만 만들기 때문에 수가 많지는 않아요. 남한에서는 국가에서도 만들지만 단체나 개인 작가들도 만들어서 다양하게 접할 수 있는데, 북한에서는 그럴 수가 없었어요.
진행자 : 만화를 국가 주도로만 만든다니 굉장히 놀랍네요.
이야기 하는 중간에 애니메이션이라는 말이 나왔는데, 요즘 만화에서 파생된 것들이 굉장히 많아요. 애니메이션도 있고, 웹툰도 있고. 애니메이션의 강국은 미국이잖아요. 클레이튼이 설명을 해주겠어요?
클레이튼 : 만화책에 나왔던 얘기를 영화로 만든 거예요.
진행자 : 만화영화라고 할까요? 애니메이션 산업은 미국에서도 엄청나죠?
클레이튼 : 네, 미국에서 굉장히 큰 산업인데 한 달에 한두 편 새로운 영화가 개봉됩니다. 지금도 남한에 <쿵푸팬더3> 나왔습니다. 인기 많아요.
진행자 : <겨울왕국>이라고 2013년 미국에서 개봉된 이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은 영화는 음반만 천 만 장 이상이 팔렸다고 해요. 엄청난 수익을 거둔 건데, 미국 애니메이션 중에 그런 영화가 한두 편이 아니잖아요. 월트디즈니나 픽사 같은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회사도 유명하고요.
클레이튼 : 1995년 <토이스토리>라고 픽사에서 처음 만든 애니메이션이 있는데 처음으로 컴퓨터로 만들었어요. 사람들이 멋있고 재밌다고 놀랐어요. 그때부터 애니메이션 산업이 더 커진 것 같습니다.
진행자 : 그런가하면 요즘 남한에서 굉장히 인기 있는 것 중 하나는 웹툰이란 말이죠. 이건 형연 씨가 소개할까요?
형연 : 웹툰은 인터넷, 컴퓨터로 보는 만화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은데요. 사람들이 모두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으니까 만화를 골라 읽을 수 있어요. 내용도 드라마나 소설처럼 현실에 있을 법한 얘기를 그린 사람도 있고, 일상만화라고 해서 실제 자기가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린 사람도 있고, 옛날 왕 나오던 시절 사극을 풀어서 쓰는 사람도 있고, 정말 많은 종류가 있어서 사람들이 손쉽게 핸드폰으로 보고 있어요.
진행자 : 미국에서도 웹툰이 인기 있나요?
클레이튼 : 인기는 있는데 한국만큼은 아니에요. 제가 남한에서 지하철 타면 누구나 웹툰 보고 있습니다. 어른이든 남자든 여자든 다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형연 : 통계 자료를 봤는데, 남한인 3명 가운데 1명은 웹툰을 다 봤다고 할 수 있고요. 그중에 80%는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하루에 두 편 이상을 본다고 하더라고요. 지하철이나 집에서 심심할 때면 누구나 보는 게 웹툰이 아닌가 싶어요.
진행자 : 한 편을 보는 데 어느 정도나 걸리죠?
형연 : 저 같은 경우는 5분도 안 걸려요.
진행자 : 가연 씨도 봤나요?
가연 : 네, 일단 돈이 안 들고, 핸드폰으로 볼 수 있으니까 간편해서 좋아요.
진행자 : 화장실에서도 볼 수 있는 거죠(웃음).
웹툰이라는 게 일회성이 아니라 연재가 되는 거잖아요, 길게는 몇 달까지. 고정 팬들은 예를 들면 수요일마다 게재된다면 인터넷에 나오기를 기다렸다 또 댓글이라고 바로 자기 의견을 남기는데 그게 수천 통이라고 해요. '재밌었다, 재미없었다, 맞춤법이 틀렸다, 오늘은 그림이 엉망이다' 이런 식으로.
현영 : 지각하면 큰일 나요. 만약 작가가 제 시간에 만화를 인터넷에 올리지 않으면 사람들이 난리가 나요. 실제로 <마음의 소리>라는 유명한 웹툰이 있는데, 이건 매주 1회씩 2006년부터 연재한 거거든요.
얼마 전에 1000회였는데, 한 번도 지각을 하거나 쉰 적이 없대요. 꾸준히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아니까 사람들이 많이 축하해줬죠.
진행자 : 가장 큰 차이를 느낀 사람은 가연 씨가 아닐까 싶어요. 남한에서 만화를 봤을 때 어떤 생각을 했어요?
가연 : 일단 북한이 기술력은 발달해서 캐릭터가 움직이는 게 굉장히 자연스러워요. 그런데 기술이 좋다고 해서 아동만화가 잘 되는 건 아니잖아요. 북한은 대부분 전쟁, 김일성 찬양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데 남한은 가족 이야기나 살아가는 이야기를 많이 다뤄서 좋더라고요. 북한에서는 전쟁을 많이 다뤄서 보고 나면 힘들었어요.
진행자 : 그러면 만화가 재미없겠네요?
가연 : 재미는 없어요.
진행자 : 전쟁영화의 내용이 뭐죠?
가연 : 대표적인 게 <다람이와 고슴도치>인데 미국놈과 일본놈이 나와요. 캐릭터가 미국은 승냥이이고, 일본은 족제비, 쥐는 남조선. 끊임없이 전쟁에 대한 이야기를 하거든요. 저 때는 26편까지 나왔는데, 우리가 외세에 한 순간도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된다! 특히 미국이 6.25때 전쟁을 일으켰고, 미국의 본심은 변하지 않는다, 양이 승냥이로 변할 수 없듯이 승냥이의 본심은 변하지 않는다고 강조해요.
진행자 : 그럼 북한 사람은 어떻게 표현되나요?
가연 : 착하고 순한 동물있잖아요, 다람이나 고슴도치, 사슴. 미국이나 일본, 남한은 좀 악한 동물, 늑대나 족제비, 쥐로 표현돼요. 특히 <호랑이를 이긴 고슴도치>라는 아동영화가 있는데 북한은 고슴도치고 미국은 호랑이, 그래서 북한이 작지만 미국을 이길 수 있다고 얘기해요.
진행자 : 여러분 인터넷으로 볼 수 있다면 북한 만화영화 보고 싶나요?
클레이튼 : 한 번 보고 싶긴 해요. 정말 궁금해요. '미제 침략군을 몰아내자!' 이런 얘기 나온다는데 자세히 어떤 내용인지, 미국인을 어떻게 표현했는지 궁금합니다.
진행자 : 미국에서는 북한이 미국인을 이렇게 표현한다는 걸 알고 있어요?
클레이튼 : 뉴스 보면 좀 알 수 있어요. 특히 핵실험 할 때는 항상 그 여자분(아나운서) 나오는 북한 방송 나오거든요. 그런데 이 정도 심한지는 모를 거예요.
가연 : 만화에서는 직접적으로 미국이라고 말하지는 않아요. 북한 내에서만 아는 거죠. 왜냐면 미국을 교과서에서 계속 승냥이로 표현했기 때문에 아동영화에서 승냥이나 늑대만 봐도 저건 미국놈이라고 인식하는 거예요.
진행자 : 그럼 남한에서 만화나 만화영화 보고 굉장히 충격 받았겠어요?
가연 : 네, 특히 사랑 이야기를 많이 다루잖아요. 북한에서는 어른들이 보는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키스 장면이 없어요. 성인들은 당연히 하는 건데도. 그런데 남한에서 본 아동영화에 키스하고 포옹하는 장면이 나와서 충격이었어요. 아니 저런 걸 왜 봐! 텔레비전을 껐던 적도 있는데, 나중에는 저게 정말 자연스럽고 당연히 하면서 사는 건데 북한에서는 제재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히려 사람들 있는 데서 남자 손을 잡고 사랑을 표현하는 게 부끄러운 일이고 예의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자랐거든요. 그런데 남한에서는 자연스럽고, 특히 어릴 때부터 사랑에 대한 마음을 심어준다는 게 좋았어요.
진행자 : 과거에는 남한에서도 연속극에서 입맞춤하는 장면이 안 나왔어요. 입 맞출 즈음에 까맣게 화면이 바뀐다거나... 점차 바뀐 거죠.
가연 씨가 사랑 얘기를 많이 다뤄서 놀랐다고 했는데, 순정만화라는 게 있어요. 남자, 여자가 만나서 예쁘게 사랑하는. 보면 남자는 키가 크고 잘 생기고 우수에 찬 도시적인 모습이고, 여자는 좀 아담하면서 머리 길고 눈 엄청 크고 초롱초롱하고. 이런 만화가 10대 소녀들에게 굉장히 잘 읽혔거든요.
가연 : 저도 만화를 보면 사랑 이야기를 많이 봐요. 북한처럼 폐쇄적인 사회에서 자라다 보니까 부모나 주위 사람들도 잘 표현을 안 하고, 저도 사랑을 못 받고 자라서 주는 것도 몰랐어요. 아동영화로도 전쟁만 접하다 보니까 표정이 다들 경직돼 있어요. 텔레비전에서 노래하는 걸 봐도 아이들이 억지로 웃는 게 보이거든요. 남한의 아동영화를 보면서 사랑이 저런 거구나, 받아야만 줄 수 있구나... 지금도 사랑과 관련된 내용을 즐겨 봐요.
진행자 : 그런데 우리가 성인이 되면 '만화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아!'라고 말은 합니다(웃음). 만화에서는 남녀가 만나서 아주 예쁘게 사랑하고,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거든요.
클레이튼 : 그래서 만화 안 봅니다(웃음).
형연 : 애니메이션이나 만화 캐릭터 좋아하는 사람을 '덕후'라고 하는데, 캐릭터와 관련된 상품을 모으고 그 옷을 입고.
진행자 : 그런데 김정은 취임 때 즈음해서 디즈니랜드의 캐릭터들이 등장하지 않았나요? 쥐 모양의 커다란 탈을 쓰고 있던 게 미키마우스거든요.
클레이튼 : 왜 미제 문화가 들어갔죠(웃음)?
내레이션 : 이건 또 무슨 말일까요? 남한을 비롯한 세계 많은 나라에서는 인기 만화에 나오는 주인공, 그러니까 캐릭터를 이용해서도 많은 돈을 벌고 있는데요. 미국의 대표적인 만화 캐릭터인 미키마우스가 북한에도 등장했습니다. 이 얘기는 다음 시간에 계속 나눠보죠.
<청춘만세> 지금까지 저는 윤하정이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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