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행학습 금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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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청춘만세> 이 시간 진행에 권지연입니다.

'먼저 핀 꽃은 먼저 진다 남보다 먼저 공을 세우려고 조급히 서둘 것이 아니다' 채근담에 나오는 말입니다. 뭐든 서둘러 먼저 하는 것이 꼭 좋은 건 아니라는 얘기죠. 그러나 남보다 늘 먼저 앞서고 싶은 것 역시 자연스러운 인간의 심리이고요. 또 앞선 만큼 자신감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제 속도를 맞춰가는 것 아니면 빠르게 가는 것... 어떤 것이 정답인지 알 수 없지만 속도보다 중요한 건 방향이 아닐까요?

오늘도 남북청년들이 함께하는 인권모임 '나우'의 이정민, 김강남, 김재동 씨와 함께 합니다.

진행자 : 안녕하세요.

이정민, 김강남, 김재동: 안녕하세요.

진행자 : 나날이 세 분 얼굴이 환해지는 것이 봄이 오고 있나 봐요. 특히 강남 씨는 지난주에는 무척 표정이 어두웠었는데 오늘은 다시 밝은 모습으로 오셨어요.

김강남 : 네, 제가 스리랑카에 자원봉사를 다녀왔습니다. 그런데 그들에게 봉사를 해준 게 아니라 제가 힘을 얻어서 왔습니다.

진행자 : 우울증에 절대 걸리지 않는 방법이 있는데 그게 바로 봉사를 하는 것이라고 하더라고요.

김강남 : 저는 봉사를 가면서 그들이 무척 가난하고 불쌍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내가 그들을 도울 수 있다고 자신만만하게 갔는데 전혀 생각지 못한 모습을 봤습니다. 북한보다는 낫지만 무척 못사는데도 행복해 보였어요... 우리는 지나다니면서 모르는 사람에게 인사 잘 안 하잖아요? 그들은 서로 몰라도 인사하고 정말 행복하게 살더라고요.

진행자 : 강남 씨가 봉사 활동을 하면서 생기를 찾아 오셨네요. 좋습니다. 봉사 활동에 대한 얘기는 다음에 더 자세히 들어 보기로 하고요. 오늘 주제는요... 선행 학습입니다. 선행학습 금지법이 최근 국회에서 통과 됐습니다. 올 8월부터 적용이 될 것 같은데요. 여러분은 이 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얘기 나눠 볼게요.

선행학습 금지법의 정확한 명칭은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안' 입니다. 선행학습이란 말 그대로 먼저, 앞서서 공부하는 걸 뜻합니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 그러니까 인민학교 학생이 중학교 과정을 배우고 중학생이 고등학교 과정을 배우는 것이죠.

남한에서는 학교에서 배우는 것보다 앞서서 학원에서 미리 공부하는 것이 거의 당연시 돼왔습니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학원비 등 사교육비 과다 지출로 이어져 가정 경제에 큰 부담이 됐고 학교의 수업 분위기까지 방해하는 부작용을 가져왔습니다.

그래서 이런 선행학습 금지법이 만들어 진 것인데요. 이 법이 본격 시행되면 학원은 선행학습반 모집 광고를 할 수 없게 되고 학교에서도 선행 학습이나 선행 학습으로 풀 수 있는 시험 문제는 출제하지 못하게 됩니다.

이에 대한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의견이 갈리고 있는데요. <청춘만세> 구성원들의 생각을 물었습니다.

진행자 : 선행학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면 오른손을 들어주시고 이거 왜 하는지 모르겠다, 필요 없다고 생각하시면 왼손을 들어주시길 바랍니다.

결과는요...

진행자 : '선행학습 필요 없다' 정민 씨와 강남 씨가 손을 들었고요. '필요하다' 에 재동 씨가 손을 들어 주셨는데요. 2:1입니다. 정민 씨의 말솜씨가 장난이 아니거든요. 수적으로도 불리한 재동 씨 얘기를 먼저 들어볼게요.

김재동 : 초등학교, 중학교까지는 괜찮을 것 같은데 저는 제가 고등학교에 가서 절실히 느꼈어요. 특히 수학이 안 되더라고요. 다른 나라 말을 듣는 것 같은 수준이었어요. 중학교 3학년 겨울 방학에 학원을 안 다녔던 게 후회 됐었는데 지금 고등학생들은 더 힘들 것 같아요.

진행자 : 현재 한국의 교육제도에서는 어쩔 수 없다는 얘긴데요. 그렇다면 선행 학습이 필요 없다고 하신 정민 씨와 강남 씨의 얘기를 차례로 들어볼게요.

이정민 : 아무래도 북한에도 없는 거니까 저희는 필요 없는 거라고 생각한 거 같아요. 그런데 재동 씨의 말을 들어보니까 그런 고충도 있겠구나 싶은데 선행 학습 금지법이 시행되면 학교 공교육 내에서만 시험을 본다는 거잖아요? 학생들이 학교에 가서 흥미 없다고 하는 이유가 이미 다 배우고 가서 아는 걸 배우니까 그런 것입니다. 선행 학습 때문에 공교육이 유명무실 해지는 거죠. 가계 소득의 80% 이상을 사교육에 들이는 집들도 있다고 하는데 그런 것들이 사회를 병들게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김강남 : 제 동생도 중학교 1학년인데 학원을 세 곳이나 다녀요. 선행학습을 하면 성적이 올라가야 하잖아요? 그런데 반에서 끝에서 네 번째입니다. (웃음) 투자하는 돈이 한 달에 80-90만 원 정도 되는데 성적은 안 오릅니다. 결론은 공부 할 사람은 하고 안 할 사람은 안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저는 선행학습 금지는 잘 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학원에 못 다니는 아이들을 아이들 사이에서도 업신여김을 당하고 위축될 수밖에 없고 그런 것들이 왕따를 만들기도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진행자 : 재동 씨는 두 분 의견에 반박하실 거 있으세요?

김재동 : 이번 법은 사교육을 죽여 놓고 공교육을 강화시킨다는 취지인 것 같은데 공교육 강화에 대한 대책은 없거든요?

진행자 : 그러니까 공교육이 강화되지 못하면 이런 법이 있다고 해도 사람들이 사교육을 계속 할 것이다...

김재동 : 네, 물론 학원은 초등학교 중학교까지는 없어도 괜찮을 것 같은데 고등학생들의 경우는 다르거든요. 그리고 학생들 개인의 자유를 너무 규제하는 게 아닐까요?

진행자 : 그렇다면 실효성 면은 어떨까요?

이정민 : 한 번에 사교육을 다 막을 수는 없을 겁니다. 오히려 반작용으로 불법 과외가 성행할 가능성도 있다지만 이번 법안만큼은 공교육을 강화시키기 위한 최선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영어 시험 같은 건 학교에서 배운 게 안 나온 답니다... 내가 학교에서 배운 걸로는 시험을 볼 수가 없다는 얘기죠. 그런데 이번 선행 학습 금지법은 이런 상황을 바꾸는 거예요. 이렇게 첫 단추를 잘 끼우고 학교에서 열심히만 해도 괜찮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공교육이 살 수 있는 거 아니겠어요?

진행자 : 공교육 안으로 사교육이 흡수될 거라는 얘기도 있습니다. 방과 후 학습 같은 건 따로 돈을 내고 하는 거잖아요. 오히려 사교육이 공교육 안으로 흡수 될 수도 있다는 거죠...

실제로 이번 법안에 대해서는 실효성 논란이 큽니다. 선행학습에 대한 기준이 모호해 어떤 것이 선행학습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데다가 사교육에 대한 규제가 너무 적어서 오히려 사교육 시장을 더 부추기는 꼴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진행자 : 지금 상황에서 어찌됐든 보완 되어야 할 것들이 많은 것 같은데 어떤 게 필요할까요?

김강남 : 아이들 입장에서 모든 것을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아이들 귀가 시간이 보통 9시가 넘어요. 이건 애들의 꿈을 짓밟는 거예요. 모든 대한민국 아이들이 공부에서만 내 꿈을 찾게끔 만드는 거예요. 자기가 좋아하고 추구하는 것이 있는데 오로지 공부만 하게 만드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아이들이 꿈이 없고요. 엄마들은 말하죠... 왜 꿈이 없냐고. 애들 입장에서 진심으로 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야 할 것 같습니다.

김재동 : 학생들을 위한 제도나 환경이 마련 안 되는 것 같습니다. 계속 바뀌는 교육 정책도 학생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것 같아서 안타깝고요.

진행자 : 선행학습이 필요한 것도 같고 없어지는 것이 속편하겠다 싶기도 한데요. 내가 교육부 장관이라면 교육 정책... 이렇게 펼쳐보겠다?

김강남 : 대한민국은 잘 사는 곳이지만 아이들에게만큼은 스트레스를 많이 주는 나라인 것 같아요. 오히려 아이들은 북한 아이들이 자유가 많아요. 학교 끝나고 썰매 타고 싶으면 썰매 타고... 그런데 한국은 안 그래요. 고정된 틀에서 있으니까 명문이라는 하버드대에 들어가서도 엄마한테 이제 뭘 해야 하냐고 묻는 사람이 있다고 들었거든요. 아이들에게 선택권을 주는 그런 교육 정책을 만들고 싶습니다.

이정민 : 저는 토론을 하게 되면 의견을 잘 굽히지 않는 편인데요. 오늘은 선행 학습 금지법이 너무 부실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법은 효력이 발생해야 법이잖아요? 근데 이 법은 효력이 있을지 정말 의문이고요. 공교육 안에 사교육이 흡수될 수도 있다는 얘기에 귀를 기울이게 되는데요. 아이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학원 선생님이 학교 선생님에 비해서 쉽고 재밌게 배워준답니다. 제가 교육부 장관이 된다면 사교육 시장에 있는 선생님 중에서 정말 실력 있는 선생님들을 공교육으로 편입을 시킬 것 같아요. 그래서 공교육이야말로 정말 제대로 된 교육을 한다는 인식을 사람들에게 심어주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근데 진짜 교육부 장관님 많이 힘들 것 같아요. (웃음)

김재동 : 저는 일단 학부모, 학생들과 모이는 자리를 많이 만들 겁니다. 부모들마다 생각하는데 차이가 있을 것 같고 학생들의 꿈도 다를 거고요. 모두 종합해서 생각해 볼 것 같습니다.

진행자 : 저는 개인적으로 진로 교육을 확실하게 시키면 좋을 것 같아요. 어느 분야에서 특출 난 학생이 있다면 그런 부분에서는 선행학습을 시킬 수 있는 거죠.

김강남 : 제 얘기도 그런 얘깁니다.

진행자 : 어쨌든 저는 일찍 졸업한 것이 참 다행인 것 같습니다. 우리의 이런 토론을 북한에 계신 분들이 들으면 어떻게 생각할까요?

이정민 : 돈 많아서 쓸데없는데 애쓴다... 라고 생각 할 겁니다. (웃음)

진행자 : 어쨌든 통과된 법안이 잘 정착됐으면 좋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이정민, 김강남: 김재동 : 감사합니다.

성적이 좋은 사람을 만드는 것보다 성품이 좋은 사람을 길러내는 교육, 1등을 하기 위해 공부하기 보다는 가장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줄 수 있는 그런 교육이 돼야겠습니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하잖아요? 백년을 내다보는 큰 계획, 바로 우리의 미래이기도 합니다.

오늘 <청춘만세>는 여기서 마칩니다. 진행에 권지연이었습니다. 함께해 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