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파면(1) 대통령이 해임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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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에서 생활하는 청년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청춘만세> 저는 진행자 윤하정입니다.

먼저 이 시간을 함께 꾸며갈 세 청년을 소개할게요.

클레 이튼 : 안녕하세요, 미국 켄터키 주에서 온 클레 이튼입니다. 한국에 거주한 지 7년 됐고, 한국 회사에 다니고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강예은 : 안녕하세요, 강예은이라고 합니다. 러시아어를 전공하고 있는 학생입니다. 제가 살아갈 세상과 통일 한반도에 관심이 많은 사람으로 많은 이야기를 통해 서로 이해를 넓혀갔으면 좋겠습니다.

광성 : 안녕하세요, 서울에서 회사 다니고 있는 정광성입니다. 고향은 함경북도 회령시고, 남한에 온 지 11년 됐습니다. 북한 청취자 여러분을 위해 좋은 소식 전해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insert. 대한민국 헌법재판소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 내용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권한을 행사해야 함은 물론 공무수행은 투명하게 공개하여 국민의 평가를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피청구인은 최서원의 국정개입 사실을 철저하게 숨겼고 그에 관한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이를 부인하며 오히려 의혹 제기를 비난했습니다. 결국 피청구인의 위헌, 위법 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 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배 행위라고 보아야 합니다. 이에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선고합니다.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진행자 : 안녕하세요. 아마 지난 3월 10일 오전 11시에는 남한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텔레비전이나 라디오, 인터넷으로 조금 전 이 내용을 보고 들었을 겁니다. 어떤 일 때문인지 예은 씨가 설명해줄래요?

예은 : 현직 대통령이 남한 역사상 처음으로 해임을 당했습니다. 그 시각에 헌법재판소에서 판결이 났는데요. 모든 국민이 텔레비전 앞에서 마음을 졸이며 그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죠. 8명의 재판관이 만장일치로 탄핵을 인용하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진행자 : 북한에서도 보도는 됐을 거예요.

광성 : 네.

클레이튼 : 미국에서도 보도됐죠.

진행자 : 그렇죠,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는데 북한 내 방송은 물론이고, 저희 <청춘만세>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서는 방송을 했습니다.

지난해 10월 말부터 서울 광화문광장을 중심으로 촛불집회가 계속해서 이뤄졌는데 그 이유가 쉽게 얘기하면 대통령이 공사를 구분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대통령이라는 지위와 권한을 이용해서 일반인인 측근이 정치에 개입하고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관여하는 데 대통령이 힘을 실어 준 거죠.

그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한민국 국민들이 자진해서 물러나라고 계속해서 촛불집회를 했는데 대통령이 스스로 물러나지 않으니까 국회에서 발의를 한 거죠.

대한민국은 법치국가니까 법으로 판결하자고 해서 헌법재판소에서 판결을 한 겁니다. 결과적으로는 대통령이 지위와 권한을 남용했다,

대통령으로서 신뢰를 잃은 만큼 더 이상 자리를 유지할 수 없다고 판결했는데 북한에서는 어떤 식으로 보도했나요?

광성 : 남한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낸 뒤 종종 보도했어요. 광화문광장이나 촛불집회를 가지고 이용하기 좋잖아요. 예전에도 시위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남조선은 사회가 혼란스럽다는 식으로 안 좋게 보도했어요. 이번에도 촛불집회 사진을 보여주면서 '썩어빠진 자본주의는 저렇다'는 식으로 보여줬고 파면이 결정된 뒤에는 크게는 안 다루고 '남한의 박근혜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으로 파면됐다'고만 다뤘더라고요. 이걸 그대로 보도한 건 신기했어요. 그런데 더 깊게 다룰 수는 없죠. 더 깊게 다뤘다가는 왜 파면됐는지 과정을 다 설명해야 하고 그럼 '북한에서는 왜 안 되지?'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으니까.

진행자 : 그럼 여기서 얘기를 해보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을 인용해서 대통령직에서 파면됐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그걸 정확하게 짚어드려야 할 것 같아요.

광성 : 당선된 대통령이 임기를 마쳐야 그 임무를 끝내는 건데 파면될 경우 임기를 마치지 못한 상태에서 대통령으로서의 자격을 박탈당하는 거죠. 대통령으로서 모든 권한을 내려놓고 일반 시민으로 돌아가는.

진행자 : 그렇죠. 일반인, 민간인이 된 거예요. 회사로 치면 직원이 해고당한 거죠. 그래서 헌법재판소의 선고가 나온 뒤에 바로 호칭 자체가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 바뀌더라고요.

광성 : 저도 깜짝 놀랐어요. 그럴 수밖에 없는 게 헌법재판소에서 파면이라는 판결이 내려지자마자 그 효력이 발생하거든요.

진행자 : 민간인으로 돌아갔다는 건 이제 청와대를 떠나서 일반 사람처럼 수사를 받아야 하는 거죠.

예은 : 그리고 원래 대통령 임기를 마치면 전 대통령에 대한 예우도 있어요. 예를 들어 대통령 연봉의 70%를 지급하고, 경호도 있고, 가사 도우미도 보내주는데 그런 혜택도 없거나 삭감되니까 스스로도 수치스럽고 역사 교과서에도 나올 거 아니에요.

진행자 : 박근혜 전 대통령은 대한민국 역사에 길이 남을 수밖에 없는 게 첫 여성 대통령이면서 첫 부녀 대통령, 아버지와 함께 대통령을 역임했고, 그리고 처음으로 파면된 대통령으로 기록되겠죠.

미국에서는 어떤 얘기가 나오나요?

클레이튼 : 한국이 역사적인 순간을 맞았다, 과거에도 대통령이 부패 혐의를 받았지만 대부분 임기 끝나고 나서 조사를 받았는데 처음으로 파면됐으니까 역사적인 순간이다. 그리고 분열됐다는 기사도 나와요. 보수단체 시위하는 거 보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도 있고 반대하는 사람도 있어서 남한 사회가 깊게 분열됐다고 하는 것 같은데 제 생각에는 절대로 그렇지 않아요. 90%는 박 전 대통령이 파면된 걸 당연하게 생각해요.

진행자 : 헌법재판소의 선고가 30분 정도 생방송으로 진행됐는데, 다들 봤을 거예요. 어땠나요?

클레이튼 : 저는 일하고 있었습니다(웃음). 그런데 회사 대표님 '우리나라 운명 어떻게 될까...' 말하면서 계속 휴대전화로 보더라고요. 선고 나왔을 때는 '탄핵됐다!'고 외쳤어요. 그리고 점심시간에 휴대전화를 봤더니 '탄핵돼서 다행'이라는 문자가 많이 왔더라고요.

진행자 : 사실 일하면서 텔레비전을 보지는 않는데, 이번에는 사안이 사안인 만큼 다들 본 것 같아요.

광성 : 아마도 전 국민이 지켜봤을 거예요. 저희도 일하면서 모두가 초긴장 상태에서 텔레비전을 봤어요.

예은 : 다들 휴대전화로 바로바로 연락을 하면서 '오늘은 즐거운 날이다, 맥주라도 마셔야겠다'고 얘기들을 했어요.

광성 : 그런데 저는... 물론 대통령이 잘못한 것이고, 잘못에 대해 벌을 받고, 파면당하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탄핵된 뒤에 사람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좀 씁쓸했어요. 그래도 대한민국 대통령이었는데 파면된 게 그렇게 기뻐할 일인가... 이해가 안 되더라고요. 좋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씁쓸하더라고요. 전 세계에 대한민국의 민낯을 보여줬는데 물론 좋아하는 분도 있고 안 좋아하는 분도 있지만 너무 좋아하는 모습은 보기 안 좋았던 것 같아요.

진행자 : 예은 씨는 이 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요?

예은 : 저는 위기가 있으면 기회가 온다고 생각하거든요. 사실 박근혜 전 대통령뿐만 아니라 전직 대통령들도 똑같은 죄목은 아니더라도 측근 비리나 정경유착 등에서 자유롭지는 못했어요.

진행자 : 그건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많은 나라에서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어요.

예은 : 그런데 사람들이 좀 더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그런 고리를 이참에 끊을 수 있고 여러 부분에 있어 개혁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리라 생각하고요. 그래도 아직은 법이 살아있다고 생각되는 게 사실 사람들이 많이 우려했어요. 헌법재판소의 판결이란 결국 재판관의 손에 달려 있는 거잖아요. 그런데 그 중에 대통령이 뽑은 재판관도 있기 때문에 만약 그 사람들이 반대표를 던지면 탄핵이 취소되거든요. 그래서 사람들이 많이 걱정했는데, 재판관 만장일치로 탄핵이 결정되면서 '법이 살아 있구나, 아직은 대한민국이 살아있구나' 생각했던 것 같아요.

진행자 : 광성 군 말처럼 자랑스러운 일은 아니죠.

한 나라의 대통령이 공사 구분을 못하고 정경유착에 관여된 것이라서 결코 자랑스러운 일이 아닌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마되는 일,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되는 일들이 많잖아요.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많은 나라에서. 왜냐면 힘과 권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것에 대응하지 못해서 무마되는 일이 많은데, 아까도 말한 것처럼 10월 말부터 국민들이 주말마다 거리에 나와서 집회를 했잖아요. 이렇게 넘어가면 안 된다, 이번에는 꼭 밝혀내야 한다! 광화문광장만 해도 매주 토요일 100만 명 이상이 모였잖아요, 넉 달 넘게. 사실 촛불집회를 했다고 해서 판결과정이 바뀌지는 않습니다. 왜냐면 법적으로 따졌기 때문에. 그런데 국민들이 촛불집회에서 희망한 것은 이번에는 대충 넘어가지 말고 법대로, 제대로 따졌으면 좋겠다는 거였는데 그 바람이 이뤄졌기 때문에 좋아한 게 아닐까 싶어요.

광성 : 그런 부분에서는 저도 이해가 되는데 아무튼 씁쓸한 기분이 들더라고요. 그래도 한 나라의 대통령이고, 우리 손으로 뽑았는데.

예은 : 그래도 저는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게 이 모든 게 피를 흘리지 않고 법대로 이뤄진 거잖아요. 다른 나라를 보면, 물론 민주주의 국가는 아니지만 어떤 혁명을 통해 정권이 교체됐다면 대한민국은 사안은 다르지만 평화적으로 시위를 하고 법대로 따져서 결과를 이뤄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광성 : 그게 민주주의의 장점이죠.

진행자 : 사실 대한민국에서도 과거에는 민주주의를 위해 피를 흘리고 총칼이 오갔잖아요. 그 과정을 통해서 지금 이 정도 성숙한 단계에 이른 거죠. 하지만 정경유착이 있고 많은 비리가 있다는 건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다는 걸 의미할 테고요.

광성 : 이번 일을 통해서 한 단계 나아가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해요.

예은 : 사실 남한의 이웃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파면됐다는 기사가 첫머리에 나올 정도로 화제가 됐어요. 이렇게 전 세계에 알려진 것이 한편으로는 저도 수치스러웠지만 이 시점에 우리 모두가 판단을 잘 해서 앞으로는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남한의 역사를 보면 민주주의가 빠르게 발전했잖아요. 이번 사건도 민주주의의 역사가 발전하는 한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광성 : 저도 그렇게 생각하는데, 일단 남한의 민주주의가 100년이 안 됐잖아요. 이번 일도 남한에서 민주주의가 깊게 자리 잡는 하나의 사건이라고 생각해요.

진행자 : 탈북자들은 대통령을 직접 뽑는 일도 생소한데 그렇게 뽑은 대통령을, 임기가 5년인데 1년이 조금 못 남았거든요. 그걸 굳이 파면까지 해야 하나 생각하셨을 것 같아요.

광성 : 북한에서 오신 분들도 의견이 나뉘더라고요. 당연히 파면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반면에 잘못은 했어도 파면까지는 심하다는 의견도 있어요. 북한에서는 지도자가 한 사람이었고, 신 같은 존재였으니까.

청취자 여러분은 한 나라의 대통령이 파면됐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또 북한에서도 법대로 따져 물을 수 있다면 어떨까요? 이 얘기는 다음 시간에 이어가겠습니다.

<청춘만세> 지금까지 진행에 윤하정이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