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학교에서 내 준 '생각하는 힘 기르기' 라는 숙제가 있었습니다. 단어나 문장을 하나를 던져주고 떠오르는 생각을 그대로 적어내는 숙제였는데요. 똑같은 단어나 문장이지만 친구들마다 떠올리는 생각이 다 달라서 숙제를 발표할 때마다 참 재미있었던 생각이 납니다.
우리는 모두 같은 눈을 가지고 있지만 무엇을 보는가, 어디서 보는가, 얼마만큼 보는가에 따라서 생각도, 느낌도, 가치도 달라집니다. 그것을 관점의 차이라고 하죠.
나의 생각만 고집하기보다는 다른 사람들의 생각도 존중하면서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일... 민주주의도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요?
다양한 생각을 존중하기에 더 아름다운 곳, 여기는 <청춘만세>고요. 저는 진행에 권지연입니다. 오늘은 얼마 전 대학생이 된 이정민 씨와 함께 합니다.
권지연 : 안녕하세요.
이정민 : 안녕하세요.
권지연 : 볼 때 마다 예뻐지는 이유는? 피부 관리 비법 좀 알려 주세요.
이정민 : 스킨, 로션 적당량 바르는 것이 아니라 과다량 발라줘요.
얼굴에 바르는 살결 물과 물 크림을 듬뿍 듬뿍 바르는 것이 좋은 피부의 비결이라는 정민 씨! 늦게 학교를 가서 어린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느냐 부쩍 신경을 쓰고 있다는데요. 정민 씨는 최근 대학가에서 많이 하는 토론문화가 참 즐겁다고 합니다. 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 나의 생각과 타인의 생각을 거침없이 나누는 일은 북쪽에서는 할 수 없었던 일이기에 더 재미있다고 하는데 요즘은 어떤 주제를 가지고 토론을 하는지 물었습니다.
권지연 : 요즘 대학교 안에서도 토론을 많이 한다면서요? 이정민 : 네. 뉴스에 나오는 주제들을 가지고 3분 스피치를 하는데 당연히 요즘은 마트 상품 판매 규제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하고 그 다음으로 나오는 것이 북핵 문제에 대한 얘기입니다.
북핵 문제보다도 요즘 남쪽 대학생들 사이에서 토론 주제로 더 많이 언급된다는 마트 규제, 그게 도대체 뭔가 싶으시죠? 오늘 정민 씨와 우리도 한 번 토론을 벌여 봅니다. 먼저 남쪽의 대형마트에 대한 이해부터 필요하겠죠? 마트는 본래 영어의 단어로 시장, 장터, 상업 중심지 등을 의미하는 말입니다. 그러니까 대형마트란 생산자로부터 물품을 대량으로 구매해 판매하는 방식으로 식료품부터 공산품에 이르기까지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다 파는 상점을 뜻합니다.
권지연 : 남쪽에 처음 왔을 때 대형마트를 보고 어땠어요?
이정민 : 대형마트는 중국에서 먼저 봤기 때문에 놀라진 않았습니다. 그런데 중국에 비해 참 깨끗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채소도 다 씻어서 팔잖아요. 중국에도 그렇게 파는 것들이 있긴 있는데 한국처럼 그렇게 깨끗하지는 않은 것 같고 1회용으로 야채를 먹기 좋게 썰어 넣어 파는 것들도 있잖아요. 그런 것들 보면서 '참 세심하구나!' 라고 느꼈습니다. 그리고 요즘은 창고형 마트도 있잖아요.
권지연 : 대용량만 팔죠.
이정민 : 네. 한꺼번에 사서 친척들까지 다 나눠 먹는다고 하더라고요.
권지연 : 한꺼번에 사면 싸니까 그렇게 하는 건데 북에 계신 분들은 대형마트라고 하면 좀 생소하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정민 : 네. 북한에는 백화점과 식료품 상점이라고 해서 일용잡화와 먹는 것을 따로 분류해서 팔아요.
권지연 : 아예 건물 자체가 따로 있는 건가요?
이정민 : 네. 건물자체가 따로 있습니다. 남쪽에는 먹을거리들과 일용 잡화 같은 것들을 한 곳에서 팔잖아요. 대형마트는 그런 의미니까요. 옷도 팔고 일용잡화도 팔고...
권지연 : 공산품도 팔고 먹을 것도 팔고, 없는 것이 없죠.
이정민 : 네. 그런 것이 좀 다른 것 같습니다.
깨끗하고 필요한 것을 한 자리에서 다 살 수 있는 대형 마트는 남한 사람들에게 인기가 좋습니다. 너무 인기가 좋아서 전통식 장마당이 장사가 잘 안 되는데요. 이런 전통 시장과 골목 상권을 살리자는 취지에서 최근 서울시가 최근 새로운 제안을 내놓았습니다.
권지연 : 이렇게 다 파는 것이 대형마트인데 요즘 재래시장이나 골목 상권들이 힘들다는 이유로 골목상권을 살리기 위해 마트의 51가지 제품 판매를 금지하라고 서울시에서 권고를 했습니다. 그 중에 어떤 품목들이 들어가는지 아세요?
이정민 : 무, 배추, 고추, 대파, 파, 마늘...
권지연 : 두부, 콩나물, 떡볶이 순대 같은 신선조리 제품들도 못 팔게 되고요.
이정민 : 고기류에도 내장 같은 것들 못 팔고 생선도 제한되더라고요.
권지연 : 주류나 종량제 봉투도 해당됩니다.
다시 정리하면 서울시가 마트에서 품목을 제한하자고 한 품목들은 이렇습니다. 콩, 콩나물, 오이, 애호박, 양파, 대파, 감자, 고구마, 마늘, 풋고추, 시금치, 배추, 무 등 남새 17가지. 두부, 계란, 어묵, 떡볶이, 순대, 조리 빵 등의 신선조리식품 8가지. 갈치, 꽁치, 고등어, 오징어 등의 수산물 7가지. 사골, 우족, 도가니 등의 정육제품 5가지와 대구포 쥐치포, 미역, 다시마 등의 건어물 6가지 여기에 담배, 소주, 맥주, 막걸리와 같은 기호식품 4까지 총 51가지 품목입니다. 모두 실생활에 밀접하게 필요한 것들인데요. 여기에 찬반 논란이 아주 뜨겁습니다.
INS - 저는 직장 다니거든요. 평일에도 장을 보게 될 때 불편할 것 같아서 반댑니다.
INS - 재래시장을 살려야지. 불편을 조금만 감수하면 되잖아요.
INS - 저는 재래시장을 많이 이용하는데 그게 강제로 판매를 금지 하는 것이 가능할까요?
INS - 판매하는 개수가 줄면 일하는 사람들도 줄어들 것이고 거기 납품하는 회사들이 있잖아요. 그에 대한 피해자가 안 나오게 대책을 먼저 마련해야죠.
시민들의 생각이 참 다양하죠?
권지연 : 대학생들은 어떤 의견들이 더 많던가요?
이정민 : 중립적인 의견들이 많아요.
권지연 : 자기 생각을 확실히 안 밝히는 거 아닌가요?
이정민 : 확실히 안 밝히는 것이라기보다는 골목상권을 살려야 한다는 것은 맞는데 그렇다고 해서 대형마트에서 그걸 안 팔면 불편할 수밖에 없잖아요. 그러니까 '난 이쪽에 설래'라고 하는 것보다는 좋게 해결되길 바라는 것이 가장 우세하고요. 좀 더 젊은 친구들은 골목 상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권지연 : 본인이 장을 보기 시작하면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웃음) 정민 씨는 어떤 생각아세요? 이정민 : 저는 골목상권이나 대형마트를 두루 다 이용하기 때문에 어느 쪽에서 팔아도 상관없는 것도 있고요. 그리고 골목 상인들이 이번 기회를 통해서 그 분들에게 혜택이 돌아갔으면 하는 것도 있고요. 솔직히 얘기하면 저는 차가 없기 때문에 괜찮아요. (웃음)
권지연 : 맞습니다. 차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시장에 주차장이 없어서 불편하거든요.
권지연 : 솔직히 저는 마트에서 못 팔게 하면 싫을 것 같아요. 솔직하게요. 왜냐하면 남쪽의 대형마트는 밤 10시 이후까지 여는 곳들이 많거든요. 밤에도 장을 볼 수 있는데 시장은 그렇진 않거든요. 이정민 : 그래도 솔직히 두부를 먹고 싶은 사람이라면 대형마트 못가도 어떻게든 사 먹을 것이고 두부 못 먹어도 다른 것들을 먹을 수도 있는 거고요. 사람들이 조금만 배려하면 되는 거니까,,,
정민 씨와 저의 의견과 입장도 조금 차이가 있어 보이죠? 게다가 생계와 직접적으로 연관 있는 분들의 목소리도 외면할 수는 없습니다.
권지연 : 마트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들이 많으시거든요. 그 분들은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는 거고. 이런 권고 사항이 나오자마자 대형마트에 물건을 납품하시는 분들, 이런 분들이 반대를 하고 있거든요. 우리가 납품하는 곳을 뺏어 버리면 안 된다. 그래서 성명서를 제출하고 서울시장과 면담을 요청했고요. 아직 결정이 안 났습니다. 이 후 공청회를 거치고 의견 수렴을 해서 대책을 내 놓겠다고 했거든요. 재래시장을 살리기 위해 규제도 필요하겠지만 이게 또 다는 아니지 않을까란 생각이 드는데 정민 씨는 좋은 생각 없으세요?
이정민 : 요즘 유통 단계가 많아서 물건 값이 올라간다고 하잖아요. 그런 유통 단계를 거치지 않고 본인들이 직접 판매할 수 있도록 상권을 주는 겁니다. 그렇게 하면 그 사람들도 일자리를 잃지 않고 소비자들도 싼 가격에 살 수 있잖아요.
권지연 : 재래시장을 활성화 시키는 것이 먼저이지 않을까요?
이정민 : 주차 시설을 마련해 준다든지 시설을 좋게 만들어 준다든지...
이정민 : 그런데 또 그건 재래시장은 주차장이 없고 골목이 협소하지만 옛날 모습이 좋아서 가는 것 같은데 그렇게 다 깨끗하게 정리하면 마트와 뭐가 다를까하는 생각 때문에요.
권지연 : 들어보니 또 그러네요. 저는 팔랑 귀인 것 같습니다.(웃음)
다양한 생각을 듣고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것. 그런 것이 북쪽과는 가장 큰 차이 일 것 같죠?
권지연 : 이런 거 하나하나에 남쪽에서는 시위도 일어나고 성명서를 제출하고 자신들의 입장 표명들을 하는데요. 북쪽은 이런 것들이 생소하겠죠?
이정민 : 생소하고요. 북한도 헌법에는 국민은 권리를 가지고 있다, 인민에게 권리가 있고 어떤 헌법 재판소라도 제소를 할 수 있다고 돼있습니다.
권지연 : 그래요?
이정민 : 하지만 실제로 제소를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거든요. 그냥 헌법은 외부에 보여주기 위한 것일 뿐이죠. 솔직히 저는 헌법재판소에 제소를 했다는 얘기를 북쪽에서는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남쪽에선 그런 것들이 자연스럽잖아요. 그런 것이 민주주의의 결과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권지연 : 북쪽 분들이 우리 얘기를 들으시면 어떤 생각을 하실까요?
이정민 : 이제는 이 방송을 계속 들으시는 분들은 여기는 소소한 것도 다 큰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너무 놀라시진 않을 것 같아요. 그런데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이런 작은 변화들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걸 더 편리하게 해 준다는 겁니다. 그리고 이런 과정이 좋은 사회를 만들어 가는데 일조한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습니다.
권지연 : 어쨌든 마트 쪽으로 납품하는 농어민 단체들에서 서울 시장에게 성명서를 내고 면담을 요청했기 때문에 조만간에 공청회가 열리고 결정이 날 텐데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정민 :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많이 보는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권지연 : 우리 정민 씨가 대학생이 되더니 소재가 참 다양해지는 것 같습니다.
이정민 ; 아직 대학생이라고 말하기에는 민망한 것 같아요. '내가 본 시선이 좁았구나' 라는 것이 느끼게 되니까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생각의 차이, 관점의 차이, 입장의 차이... 어느 한쪽이 틀린 게 아니라 서로 다른 것뿐이겠죠? 그 차이를 인정하고 머리를 맞대고 화합하면서 가장 좋은 해결방안을 찾는 연습... 우리는 앞으로도 그 연습을 끊임없이 해나갈 겁니다. 그리고 그런 열린 생각과 마음이 있다면 통일이 됐을 때 남과 북의 차이도 거뜬히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요? 오늘 <청춘 만세>는 여기까집니다. 함께해주신 청취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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