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파면(2) 북한에서도 가능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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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에서 생활하는 청년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청춘만세> 저는 진행자 윤하정입니다.

먼저 이 시간을 함께 꾸며갈 세 청년을 소개할게요.

클레 이튼 : 안녕하세요, 미국 켄터키 주에서 온 클레 이튼입니다. 한국에 거주한 지 7년 됐고, 한국 회사에 다니고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강예은 : 안녕하세요, 강예은이라고 합니다. 러시아어를 전공하고 있는 학생입니다. 제가 살아갈 세상과 통일 한반도에 관심이 많은 사람으로 많은 이야기를 통해 서로 이해를 넓혀갔으면 좋겠습니다.

광성 : 안녕하세요, 서울에서 회사 다니고 있는 정광성입니다. 고향은 함경북도 회령시고, 남한에 온 지 11년 됐습니다. 북한 청취자 여러분을 위해 좋은 소식 전해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지난 3월 10일 남한의 박근혜 대통령이 파면됐습니다. 직권남용, 공무상 비밀누설 등의 이유로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심판을 청구했고, 헌법재판소가 법에 따라 심판한 뒤 탄핵, 그러니까 대통령 해임이라는 결정을 내렸는데요. 북한에도 만약 이런 제도가 있다면 어떨까요?

<청춘 만세>, 지난 시간에 이어 '대통령 탄핵'에 대해 계속 얘기 나눠 보겠습니다.

진행자 : 탈북자들은 대통령을 직접 뽑는 일도 생소한데 그렇게 뽑은 대통령을, 임기가 5년인데 1년이 조금 못 남았거든요. 그걸 굳이 파면까지 해야 하나 생각하셨을 것 같아요.

광성 : 북한에서 오신 분들도 의견이 나뉘더라고요. 당연히 파면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반면에 잘못은 했어도 파면까지는 심하다는 의견도 있어요. 나이가 좀 드신 분들이 탄핵을 많이 반대하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북한 쪽 고정관념, 북한에서는 지도자가 한 사람이었고, 신 같은 존재였으니까. 북한에서 받은 교육이 아직도 작용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데 남한은 그런 사회가 아니잖아요. 민주주의 국가니까 우리 손으로 대통령을 뽑고, 잘못하면 우리 손으로 끌어내릴 수도 있고. 그런가하면 남한에 이제 막 온 사람들은 뭐가 뭔지 몰라서 대통령을 탄핵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어요. 그런 사람들은 조금씩 배워가겠죠.

진행자 : 사실 엄청난 일이잖아요. 남한에서도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처음 있는 일이라서 남한 사람들도 다 놀라워하고 있거든요.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 1948년이니까 100년도 안 됐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11대 대통령이에요. 미국이 45대 대통령이죠, 파면된 사람이 있나요?

클레이튼 : 파면된 사람은 없는데, 1970년대 닉슨 대통령이 잘못을 인정하고 스스로 물러났어요. 만약 버티려고 했으면 파면됐을 거예요.

진행자 : 그러니까 45대 대통령까지 나온 미국에서도 없었던 탄핵이 11대 대통령 밖에 없는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거니까 경제적으로 급성장한 것처럼 민주주의 역시 빠른 발전을 보여준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어요.

특히 대통령뿐만 아니라 정경유착에 관련된 대기업 임원 등 많은 사람들이 법적인 처벌을 받고 있잖아요. 대한민국 국민들이 이번 사태가 부끄럽다는 건 다 알고 있어요. 이른바 사회를 이끌어가는 사람들이 부정부패에 깊게 관여한 만큼 '세상 살기 힘들다, 결국 돈 많고 힘 있어야 살 수 있나'라는 생각에 무력감까지 느꼈는데, 지금 많은 사람들이 법적인 처벌을 받으면서 뭔가 좀 더 나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 기대를 하는 것 같아요.

좀 전에 탈북자들의 반응은 어떤지 들어봤는데, 대통령의 임기가 미국은 4년, 남한은 5년입니다.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어쨌든 지도자에게는 임기라는 게 있는데 북한에서는 종신이죠?

광성 : 그렇죠, 죽을 때까지.

진행자 : 그 사이에 지도자가 무엇을 하든 국민이 어떻게 할 수가 없는 거잖아요.

광성 : 절대로 불가능하죠.

진행자 : 그런 곳에서 생활하셨으니까 대통령을 직접 뽑는 일도 신기할 텐데 그 대통령을 다시 끌어내린다는 것은 무척 충격적이었을 것 같아요.

광성 : 앞서 얘기한 것처럼 좀 연세가 있는 분들은 북한의 교육이 많이 남아 있어서 상상을 못하는 거죠. 아무리 대통령이 잘못했다고 그 자리에서 끌어내리다니.

예은 : 사실 파면이 결정되고 나서 부모님 세대 중에는 '잘됐지만, 뭔가 인간적으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불쌍하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도 많더라고요.

광성 : 개인적으로 안 되긴 했어요. 부모님 모두 살해되고, 본인도 대통령까지 돼서 마지막을 잘 마무리하지 못하고 파면된 거니까. 그래도 잘못한 건 잘못한 거죠.

진행자 : 북한 매체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보도하면서 사실만 전하고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았다고 했잖아요. 저희가 조금 더 그 얘기를 해본다면 광성 군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그런 생각을 했을 것 같아요. 만약에 북한에서도 지도자의 잘잘못을 가려서 탄핵을 할 수 있다면 그런 일이 가능하다면 어떤 사안으로 얘기를 할 수 있을까요?

예은 : 너무 많지 않나요? 이미 북한의 최고지도자는 인권 문제로 국제형사재판소에 제소 당했어요. 인권 문제에 있어서 자유롭지 못하고, 북한에 아오지 탄광이나 정치범 수용소 같은 인권을 유린하는 수많은 장소들이 있잖아요. 그런 점에서도 지도자로서 의무를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요?

진행자 : 북한에도 분명히 법이나 규정이 있잖아요. 그것에 대입을 해도?

광성 : 충분히 탄핵이 가능해요. 저도 상상만 해도 기쁜데, 북한에 계신 분들은 무슨 말인가 의아하실 수도 있는데 예은 씨가 말한 것처럼 인권 하나만 봐도 탄핵 이상이 가능해요.

진행자 : 그런데 북한 안에 계시는 분들은 생각 자체를 못하시잖아요. 그러니까 조금 더 짚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북한 내 법을 기준으로 해도 분명히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들이 있잖아요. 그럼 북한에서도 남한처럼 탄핵 등의 절차가 있다면 이런 것들을 지도자에게 문제 삼을 수 있다...

광성 : 사회주의 법 안에도 있어요. 가장 중요한 지도자 덕목 가운데 하나가 국민들을 보호하고... 사실 북한의 이름만 봐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거든요. 본인들은 인권을 존중하고 국민들에게 모든 권리를 부여한다고 하지만 그런데 그걸 다 무시하고 있고, 북한 헌법에는 나와 있지만.

진행자 : 북한에도 헌법이 있군요.

광성 : 있어요(웃음). 그런데 북한 독재체재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생각해요. 어쨌든 북한의 헌법만 놓고 봐도 위배되는 게 너무 많거든요. 국민들을 보살피지도 않고, 독재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착취하고 압박하고 탄압하고. 그런 것들을 봤을 때 사회주의 법 규정에 대비해도 충분히 탄핵감이 된다!

예은 : 그리고 한반도의 역사를 보면 왕 중에 자신의 가족이나 혈족을 죽인 사람은 왕위를 이어갈 수는 있었지만 백성의 원성의 샀어요. 유교사회였으니까. 그런데 최근 북한 지도자가 이복형인 김정남을 살해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잖아요. 그런 것만 봐도 지도자로서의 모습은 아니지 않나.

진행자 : 가장 기본적으로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사유재산은 없지만 모두가 공평하게 잘 살아야 하는데 노동한 만큼의 대가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굶주리고 있잖아요. 그것만으로도 광성 군 말처럼 문제가 되는 거죠.

클레이튼 : 북한은 사회주의 국가 아니고 마피아 조직 같아요. 왜냐면 지도자들은 돈을 엄청 벌고 있지만, 일반 사람들은 고생하고 굶주리니까.

진행자 : 지도자도 세습되죠. 그리고 죽을 때까지 바뀌지 않는 나라는 북한 밖에 없을 거예요.

광성 : 북한 밖에 없죠.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으로 3대째 세습하고 있어요. 사회주의인 중국도 10년에 한 번씩 주석이 바뀌어요. 그런데 북한은 사회주의라면서 바뀌지 않죠.

예은 : 김 씨 왕조네요. 그리고 사회주의는 원래 모든 경제수단을 국가가 소유하는 건데 북한은 지도자의 손으로 들어가죠.

진행자 :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서 온 국민이 분개한 점도... 우리가 주차 위반하면 벌금 물고, 잘못하면 범칙금 내고 법치국가라서 법에 어긋나는 일은 작은 것이라도 제재를 받잖아요. 그런데 대통령은 엄청나게 법을 어겼는데 벌을 받지 않으면 안 되죠. 그건 어떤 체재의 나라나 마찬가지죠. 일반 국민들에게는 잣대를 대면서 지도자는 나 몰라라 하면 누가 그 지도자를 믿겠어요. 어느 곳에서도 그런 지도자를 원하지는 않을 텐데,

우리가 지금까지 말한 것처럼 한 나라의 지도자가 부정부패를 저질러서 국민의 손으로 파면시킨 것은 결코 자랑스러운 일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인이든 대통령이든 법의 잣대로 판단해서 문제점에 대해서 처벌할 수 있다는 점, 그렇게 대통령을 그 자리에서 끌어내렸다는 점에 대해서는 적어도 부끄럽지는 않은 것 같아요. 북한에 계신 분들은 어떨까요?

예은 : 아예 존재하지 않는 일이니까 개념이 생소할 것 같아요.

광성 : 생소한 것 정도가 아니라 아예 그런 말이, 단어가 없어요. 탄핵, 파면 같은 말은 정치적인 문제잖아요. 그러니까 그냥 정치범 수용소에 끌려가요. 북한에서는 정치적인 것에 가장 민감해요. 왜냐면 자기들이 잘못하고 있다는 걸 국민들이 알아가는 게 정말 싫은 거예요. 나중에 폭동이 일어날 수도 있으니까.

예은 : 법 앞에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는 것, 어느 누구도 피해갈 수 없다는 걸 아셨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지금 북한에 계신 청취자들도 지도자가 하는 일을 관심 있게 보고 비판적인 시각도 필요하거든요. 잘잘못은 따져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광성 : 예은 씨 말처럼 법 앞에서, 인권이라는 것에서 인간은 누구나 평등한데 북한은 그렇지 않잖아요. 청취자들도 그런 점, 뭔가 잘못됐다는 걸 생각하시다 보면 북한이 잘못됐다는 점도 인식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우리 청년들의 얘기에 청취자 여러분도 뭔가 다른 생각을 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길 바랍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되면서 남한에서는 새로운 대통령을 뽑기 위한 선거가 오는 5월 9일 실시됩니다. 청년들은 어떤 지도자를 바라고 있을까요? 이 얘기는 다음 시간에 이어갈게요.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