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을 사랑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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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 동물영화 '미안해 고마워' 홍보영상

안녕하세요.<청춘만세> 이 시간 진행에 권지연입니다. 지금 들으신 소리는 동물을 소재로 한 영화 '미안해, 고마워' 의 홍보 영상입니다.

이 영화에는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아버지가 오랫동안 길러온 반려견 '수철이'에게서 돌봄과 위로를 받는 어린아이의 이야기. 갈 곳 없는 유기견 '쭈쭈'와 '쭈쭈'를 분양 받은 노숙자 영진, 세상에서 내몰린 이 둘이 친구가 되어 진한 우정을 쌓아가는 이야기. 집 없는 고양이를 끔찍이 돌보는 딸과 고양이라면 질색하는 아버지가 사사건건 부딪히다가 길 고양이를 돌보며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이야기 등이 담겨 있습니다.

때론 동물들이 사람의 마음을 사람보다 더 잘 이해하고 위로해 줄 때가 있는데요. 남쪽에서는 강아지나 고양이를 반려동물, 즉 함께 살아가는 동물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집니다. '반려동물' 에 대한 생각, 오늘 남북 청년들이 함께 하는 인권모임 '나우'의 지철호, 김윤미 씨와 함께 나눠봅니다.

권지연 : 안녕하세요.

지철호, 김윤미 : 안녕하세요.

권지연 : 저는 결혼을 안 해서 아기는 없지만 아기처럼 강아지를 키웁니다. 두 분도 키워본 적 있으세요?

김윤미 : 저는 키워 봤는데 집 안에서는 못 키워 봤어요. 그런데 동물들을 좋아해서 동물 농장도 잘 챙겨보고 동물에 대한 애틋함이 있습니다. 동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영화도 많이 보는데 오히려 사람보다 더 감동이 있어요.

권지연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치고 마음이 악한 사람이 없다고 합니다. 철호 씨는 키워보고 싶은 동물 없어요?

지철호 : 저 같은 경우는 고양이 정도는 키워보고 싶은데 제가 혼자 있다 보니까 학교가고 집에 아무도 없으면 먹이도 줄 수 없잖아요. 그래서 못 키우고 있습니다.

권지연 : 남쪽에서는 애완견이라는 말도 잘 안 쓰고 요즘은 반려견이라고 합니다. 함께 사는 동물들을 가족처럼 생각하거든요. 반려동물이란, 동물이 인간에게 주는 혜택을 존중하고 동물이 사람의 장난감이 아닌 더불어 살아가는 동물이라는 인식에서 비롯된 말입니다. 1983년 10월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인간과 애완동물의 관계를 주제로 하는 국제 심포지엄에서 처음으로 제안됐습니다.

남쪽은 강아지나 고양이가 함께 사는 가족, 반려동물인 만큼 집에서 사람과 함께 생활하고 좋은 사료를 먹고 옷도 입고 집안의 귀여움을 독차지하며 삽니다. 북에 계신 분들에겐 그런 모습이 잘 이해가 안 가죠?

권지연 : 텔레비전에서 보면 악어나 파충류 같은 것들을 집에서 반려 동물들로 키우는 분들도 있지만 저도 그런 분들은 잘 이해가 안 됩니다. 남쪽에서 가장 쉽게 많이 키우는 것이 강아지인데 키우는 방식이 북쪽이랑 많이 다르죠?

지철호 : 저는 지금도 강아지를 키우는 걸 보면 옷 입히고 신발 신겨주고 하는 것들이 많이 어색해요. 북한에서 동물을 키우는 이유는 육식을 위한 거거든요. 그런데 여기는 힘들고 불안한 맘을 달래는 용으로 동물을 키우고 그 동물이 죽으면 울면서 묻어도 주고 하잖아요. 그런 것들이 아직도 적응은 잘 안 되는 것 같아요.

김윤미 : 저도 처음에는 조금 신기했어요. 저는 어릴 때부터 똥개를 마당에서 키웠는데 강아지를 안고 다니면 개가 싸리개가 된다고 해서 안 좋아합니다. 손독 탄다고. 그런데 여기는 개를 자꾸 쓸어주고 예뻐해 줘야 한다고 하잖아요. 북에서는 춥거나 덥거나 강아지는 늘 밖에서 자는데 저는 항상 안으로 데려와야 한다고 했었죠. 그래서 신발장에다가 데려다 놓거든요. 그러면 애들이 똥 싸고 난리를 쳐서 그것 때문에 엄마랑 많이 싸웠었어요. 엄마는 내보내야 한다. 나는 신발장에서라도 재워야한다.

동물을 사랑하는 윤미 씨의 마음이 북에서부터 무척 각별했네요. 윤미 씨는 개나 토끼는 음식이 아니라고 생각한답니다.

김윤미 : 저는 원래 북쪽에 있을 때도 강아지는 안 먹었거든요. 어릴 때 강아지랑 토끼를 키웠었는데 토끼를 어른들이 꼭 잡아요. 그러면 안보고 하루쯤 나갔다가 들어오고 그랬거든요. 고기를 안 먹고. 그리고 강아지를 잡아서 먹는데 애처로워서 울고 난리가 났었어요. 저는 돼지도 키워봤는데 돼지 잡는 날도 집에 못 있었어요. 너무 불쌍한 거예요. 그런 것들이 있었기 때문에 여기 와서는 반려견을 반려견답게 키우는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항상 그쪽에서는 동물 때문에 너무 많이 울었거든요. 특히 개들은 다른 동물과 다르게 사람과 교감이 잘 되잖아요. 그런 애들을 죽여서 먹는다는 게 말이 안 되는 것 같아요.

남쪽에서는 이 문제는 항상 의견이 분분합니다. 남쪽에도 키우던 개를 잡아먹는 사람들이 있고 '보신탕' 이라고 말하는 단고기는 남쪽에서도 여름철 최고의 보양식으로 꼽히기도 합니다. 동물을 어디까지 인정해 줄 것인가에 대해 늘 찬반 논란은 있어 왔는데요. 모든 인간에게 행복을 누려 마땅한 권리가 있듯이 동물에게도 학대를 받지 않고 고통을 받지 않아야 할 동물권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습니다.

남쪽에서 강아지에게 옷을 입히거나 사료를 먹이는 일은 이제 자연스러운 일이 됐죠.

권지연 : 남쪽에는 개한테 먹이는 사료가 따로 있고 또 강아지가 먹는 과자 같은 것도 있는데 저는 그 맛이 궁금합니다. 알록달록 예쁘고. <웃음>

제 말에 유난히 많이 웃는다 싶었던 철호 씨. 남쪽에 와서 실수담을 털어 놓는데요.

지철호 : 실수로 개 사료를 산 적이 있었습니다. 먹음직스럽더라고요. 그래서 먹어봤더니 사람 먹는 맛이 아니더라고요, 쌉싸름한 맛이 절대 먹을 수 없겠다 싶어서 버렸어요. 나중에 알고 봤더니 개 껌이었어요. <웃음> 사람도 잘 사는 나라에서 태어난 것도 복이고 짐승도 잘 사는 나라에서 태어난 게 복이라고 생각해요. 북한은 생활이 너무 어렵다보니까 염소, 양 사료를 배급으로 받은 적도 있었어요. 그게 사료인데 우리한테 배급을 해 준거예요. 그걸 사람이 먹는데 배고프니까 맛있더라고요. 결론적으로는 여기서 태어난 짐승들도 축복 받은 것 같고 한 사람의 독재나 자기 생각으로 인해서 사람도 힘들어지고 동물도 힘들어 지는 곳이 북한인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픕니다.

인권조차 허락되지 않은 나라 북한. 생각하면 정말 마음이 아픕니다. 북에 계신 분들을 생각하면 남쪽의 동물들이 누리는 호사가 미안해지기도 합니다.

권지연 : 저희 집 강아지도 옷이 열 벌 정도가 있는데 매일 매일 옷을 갈아입어요. 그런걸 보면서 안 좋게 보시는 분들도 있어요. "개를 무슨 옷을 입혀?" 하고요.

지철호 : 북한에서는 그 것을 비유하는 것이 우리로 말하면 노숙자들, 북한말로는 꽃제비라고 하는데 노숙자들은 정말 없어서 못 먹는데 반려견들은 우유로 목욕하고 우유를 마시고 한다고 이런 것들을 교과서에서 교육시켜요. 이것은 썩은 자본주의 사회다. 사람도 못 먹는 것을 개가 먹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는 사람이 살 수 없는 사회라고 교육시킵니다. 하지만 그게 조금 다르더라고요.

권지연 : 와서 보니까 그렇진 않죠?

지철호 : 그렇진 않더라고요. 노숙자 분들도 우유도 마시고, 술도 마시고, 자기 여가 활동도 하고 그러더라고요. 그런데 그 곳에서는 그렇게 교육을 받았어요. 하지만 지금까지도 개가 옷을 입고 다니면 아직도 그런 것들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권지연 : 저도 그런 것들을 이해 못하는 편이었는데 제가 막상 키워보니까 이해가 가지더라고요. 윤미 씨는 키우기 시작하면 바로 강아지 엄마가 되실 것 같아요.

김윤미 : 네. 저는 어릴 때부터 강아지를 너무 좋아해서 업고 키웠어요. 엄마는 지금도 그래요. 개는 개답게 키워야한다고. 하지만 개는 교감이 잘 되고 위로가 되는 것 같고.

북에서도 동물에 대한 마음이 각별했던 윤미 씨. 그리고 동물은 동물답게 키워야 한다는 철호 씨. 둘 사이에서도 의견은 조금 갈리는데요. 그래도 동물에게 위로 받았던 경험은 모두에게 있었습니다.

권지연 : 저도 어릴 때 부모님이 맞벌이 하시니까 집에 가면 반겨주는 게 강아지였거든요.

지철호 : 저도 어릴 때 강아지를 키우다보면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제가 힘들거나 슬픈 일이 있어서 울 때는 주인이 우니까 옆에 와서 낑낑거려 주는 거예요. 그게 기특해 보이는 거예요. 주인이 힘들어하니까 같이 낑낑거리고 좋은 일이 있거나하면 같이 좋아해주고.

김윤미 : 동물 농장 보세요? 정말 신통방통해요.

윤미 씨가 말하는 '동물농장'이란 남쪽의 인기 방송입니다. 이 방송의 주인공들은 당연히 동물들이죠.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귀여운 동물들의 모습들이 소개되기도 하고 동물학대나 동물이 아무렇게나 버려지는 것들에 대한 경종을 울리기도 합니다. 인간 중심이 아닌 인간과 동물이 함께 더불어 소통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무척 오랜 시간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어내고 있는데요. 동물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데 이런 방송의 힘도 컸습니다.

그런데요... 가족처럼 반려동물을 키우는 일보다 더 힘든 일은 그 동물을 먼저 보내는 일입니다.

김윤미 : 북한에서 한번은 너무 영특한 강아지가 집에 온 거예요. 강아지가 죽었을 때 정말 많이 울었잖아요. 폐렴으로 죽었는데 열이 있을 때 주사를 못 놔준 것이 정말 슬펐습니다.

지철호 : 옷을 입히고 그런 건 좋아하지 않지만 마지막에 키운 개가 쥐약 먹고 죽었거든요. 북한은 사람도 잘 못 먹으니까 짐승들도 잘 먹을 수가 없어요. 풀죽만 먹어도 짐승에게는 여기 말로 명절 음식이고 거의 맹물 같은 뜬 물을 끓여서 줘요. 개가 새끼 난 후라서 그런지 속이 비었었나 봐요. 영특해서 쥐약 먹은 쥐는 절대로 먹지 않았었는데 너무 속이 비어서 배고프다 보니까 쥐약 먹은 쥐를 먹은 거예요. 그러다 죽었어요. 그걸 보면서 정말 마음이 아팠고 열심히 키운 개를 잡아먹지 못했다는 아쉬움 보다는 어디 가서 죽었는지 찾게 되고 며칠 있으면 돌아오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고 꿈에 계속 그 개가 보이고 그랬습니다. 권지연 : 북이나 남이나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는 분들은 많은 것 같아요. 그런데 남쪽은 강아지도 화장해 주는 문화가 있습니다.

화장이란 죽은 사람을 태운 후 뼈를 추려 항아리나 상자에 넣어서 땅에 묻거나 가루로 만들어 강이나 산에 뿌리기도 하는 문화인데 남쪽엔 화장한 항아리들을 모아두는 납골당이 무척 많습니다. 유럽에서는 신석기 시대부터 있어오던 장법이지만 영혼의 환생을 믿었던 남한에서는 크게 환영받지 못해왔는데요. 점점 매장할 묘지는 부족해지고 인식이 바뀌면서 이제 남쪽에서 화장 문화는 보편화돼 있습니다.

권지연 : 뉴스에 처음에 나왔을 때 무슨 강아지를 화장해 주냐. 그것도 돈을 들여서...그랬거든요. 그런데 제가 10년 키운 강아지가 죽었을 때 화장을 해줬습니다. 김윤미 : 몇 년씩 살다보면 가족이거든요. 그런 거라도 있어야 맘에 위안이 될 것 같고 동물이라기보다는 정말 같이 산 가족이에요. 없으면 너무 슬픈 거죠. 들으면 들을수록 남과 북의 동물들에 대한 대우가 참 많이 다르죠? 동물 병원 역시 그렇습니다. 남쪽의 동물병원은 동물이 꼭 아플 때만 가는 곳은 아닙니다. 미용을 위해 가는 곳이기도 하죠.

권지연 : 북한도 동물 병원은 있죠?

김윤미 : 수의 병원인가? 수의사가 있긴 있는데 제대로 돌아가지 않아요. 한 번은 돼지가 아파서 수의사한테 간 적이 있는데 너무 처참한 거예요. 주사 한 대만 놔주고 끝이었어요.

권지연 : 남쪽은 강아지한테 예방 접종도 맞히고 미용을 위해서 털을 깎아 주거나 하려고 동물 병원에 가기도 합니다. 그런데 강아지는 의료 보험이 안돼요. 저는 머리를 2만원 주고 깎으면 저희 집 강아지는 3만원 주고 깎거든요. 저는 동물 의료보험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고요.

의료보험제도는 국민보건을 향상시키기 위한 사회보장제도의 하나입니다. 매 달 일정 보험료를 내고 아파서 병원에 갔을 때 의료비를 지원받는 제도죠.

두 분은 어떤 바람이 있으세요?

김윤미 : 저는 키우고 싶어도 못 키우는데 키울 수 있는 환경이 안 되면 안 키우는 것이 나은 것 같아요. 버려지는 강아지도 많거든요. 책임질 수 없으면 안 키우는 것이 나은 것 같습니다.

권지연 : 철호 씨는 강아지를 키우는 사람들에게 바라는 것이 있을 것 같습니다.

지철호 : 전철에는 애완견을 안 태웠으면 좋겠습니다. 하지 말라는 일을 하는 분들이 있거든요. 알레르기 있는 분들이 힘들어지니까요. 그런 건 조심해줬으면 좋겠습니다.

권지연 : 남과 북의 사람들 뿐 아니라 남과 북의 동물들까지 다 행복해졌으면 좋겠습니다.

흔히 사람을 만물의 영장이라고 합니다. '영장'이란 '영특한 힘을 가진 우두머리'라는 뜻입니다. 철학자 데카르트는 말했죠. '사람이 다른 동물과 다른 것은 자신을 반성할 줄 아는 이성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라고요.

인간이 인간다워 지는 것.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이해할 줄 알고 인간 아닌 다른 동물들을 포용하고 사랑할 줄 아는 것이겠죠. 그것이 진정한 의미의 다스림 아닐까요?

오늘 <청춘만세> 여기까집니다. 함께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