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그리고 해외 청년이 함께 하는 청.춘.만.세
강남 : 안녕하세요, 김강남이라고 합니다. 2010년도에 탈북해서 대한민국에서는 지금 5년이 됐네요. 저 탈북자입니다. 약자의 편에 서는 경찰이 되고 싶어서 경찰행정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이고요.
알렉스 : 저는 알렉스라고 하고, 영국에서 왔습니다. 27살이고, 대학원에서 한국학을 공부하고 있어요. 고향에서 한국의 영화나 음악을 많이 접해서 한국에 대한 관심이 생겼는데, 한국에 와서 북한에 대한 관심도 생겨서 방송에 나오게 됐어요.
예은 :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예은이고요. 출연자 중에 여자가 저 혼자라서 기쁘네요. 저는 러시아어를 전공하고 있고요. 러시아가 앞으로 통일에 있어 필요한 국가이기도 하고, 지지를 해줄 국가라고도 생각해서 러시아어를 통해서 남북통일에 기여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배우고 있습니다.
진행자 : 그리고 저는 이 청춘들과 함께 하는 진행자 윤하정입니다.
insert. 올해 대학에 입학한 신입생입니다. 남들은 힘든 고3(고등학교 3학년)을 거쳐 자유롭게 살 수 있는 대학생이 됐으니 설레고 들뜨겠다고 하는데요. 저는 대학생활에 적응도 못하겠고, 학교 다니기가 점점 두려워집니다. 한창 선배나 친구들을 사귀어야 할 시기인데도 술자리나 모임을 기피하며 새 학기에 학교 가기 싫은 나, 비정상인가요?
내레이션 : 남한의 한 텔레비전 방송에 소개된 대학 신입생의 사연을 들으셨는데요. 새 학기가 되면 환경이 바뀌고, 새로운 친구들도 사귀어야 하고, 이래저래 신경 쓰고 해야 할 것도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괜히 두려운 마음이 생기면서 몸이 아프기도 하고요. 적응을 잘 하지 못하면 아예 학교에도 가기 싫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남한에서는 이런 증상을 '새학기증후군'이라고 하는데요. 남북청년들이 함께 하는 인권모임 '나우'의 김강남, 강예은 씨, 그리고 영국에서 온 알렉스 잭슨 씨는 어떨까요? 함께 얘기 나눠 보죠.
진행자 : 봄, 새 학기라서 대학생들은 좀 바쁘지 않을까 싶은데요.
강남 : 학기 시작해서 정말 바쁜 것 같아요. 방학이라는 긴 기간을 놀다 공부를 시작하니까 정신이 하나도 없어요.
예은 : 새 학기라서 무척 바쁘죠. 그런데 대학생들은 개학하면 그동안 못 만났던 친구들도 만날 수 있고, 새로운 강의도 스스로 선택해서 들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을 것 같아요.
강남 : 참 공부 잘하고 착한 학생의 답변이네요(웃음). 저는 그렇지 않은데.
진행자 : 강남 군은 어때요?
강남 : 저는 학교에 친구들이 그렇게 많지 않아서 기분 좋게 나가는 건 없어요. 왜냐면 나이 차이가 있다 보니까 제 또래 친구들은 대부분 졸업을 하고, 저 같은 경우는 거의 혼자 지내요. 뭐, 3년을 그렇게 공부해서 이제는 적응을 한 것 같아요.
진행자 : 알렉스는 이번에 대학원 1학기를 시작한 건가요?
알렉스 : 네, 1학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어떤 사람들이 있는지 몰라서 긴장도 했고, 좋은 사람 있는지, 친구 사귈 수 있을까 걱정했어요.
진행자 : 새 학기 증후군이네요(웃음).
알렉스 : 그런데 입학하면 남한에서는 엠티(MT)가잖아요. 다 같이 시골에 가서 밤새 술 마시고 친하게 놀아서 그걸 지난주에 했더니 사람들하고 많이 친해지고 이제는 학교에서도 친구가 많아져서 재미있어요.
진행자 : 엠티라고 하면...
강남 : 북한에서는 첫모임? 대학교 시작할 때 새 학기 모임, 첫모임 이런 식으로 표현했던 것 같아요.
진행자 : 같이 어딘가로 지역을 이동해서 하는 건가요?
강남 : 아니요, 그렇게 하지는 않아요. 대중교통의 불편도 있고 이동하려면 돈도 많이 써야 하는데 그렇게 충족한 조건이 아니다 보니까 가능하면 학교 내 교실이나 강당에서 술 마시고 그 정도인 것 같아요.
진행자 : 그럼 강남 군도 남한에 와서 엠티라는 단합회에 참가해본 적이 있어요?
강남 : 저는 참가해보지 못했습니다.
진행자 : 대부분 다 참가하지 않아요?
강남 : 처음에는 사람들을 많이 두려워하고, 그때 그러지 말았어야 지금 재밌을 텐데... 그때는 북한 사투리를 그대로 사용하고 사람들 만나는 것도 두려워서 엠티를 못 갔어요.
진행자 : 알렉스도 말을 자유자재로 잘 하는 편은 아닌데 오히려 엠티, 단합대회에 참가해서 다른 사람들과 더 친해진 것 같아요.
알렉스 : 네, 그런데 사실 대학원에서는 다 영어를 사용하니까. 한국 사람들도 영어는 잘해요. 저는 학교에서는 영어로 말하고, 주말이나 학교 끝나면 영어를 쓰지 않는 친구들이랑 놀면서 한국어 공부하고 있어요.
진행자 : 남한에서 가장 일반적인 대학생활을 하는 예은 씨의 경우 새 학기가 되면 엠티는 다 가죠?
예은 : 엠티를 가야만 해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입학하면 이 친구들은 많은 기대감을 가지고 있어요. 계속 공부만 하다 대학생활을 하면 학교 안에서 연애도 하고 좋은 선배들도 만나고, 그리고 자기가 하고 싶은 공부도 하게 되는데, 첫 관문이 과 엠티라고 할 수 있어요. 거기에서 선배들이나 교수들과 인사를 할 수 있고, 보통 가평이나 서울에서 가까운 곳에 가니까.
강남 : 단체여행을 가는 거네요?
예은 : 네, 거기서 2박3일 동안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친해질 수 있으니까 대부분 가는 거죠. 안 가면 자기 손해니까.
진행자 : 좀 안타깝네요. 강남 씨도 엠티를 갔으면 좀 더 친해질 수 있었을 텐데.
강남 : 네, 그랬으면 좋았을 텐데...
알렉스 : 다음 학기에도 갈 수 있어요.
강남 : 그런데 내년에는 졸업반이라서...
진행자 : 사실 고등학교 때까지는 수업을 다 같이 들으니까 모두 친해질 수밖에 없는데 대학생활은 자기가 알아서 과목도 듣다 보니까 외톨이처럼 4년을 보낼 수도 있는 것 같아요.
강남 : 그런데 또 어떻게 보면 잘 선택했던 것 같아요. 왜냐면 제가 많이 부족한 걸 사회적으로 사람들을 만나서 배워가는 것도 있겠지만 제가 대학을 선택했고 공부를 시작했으니까 사람을 만나고 술을 마시게 되면 공부를 많이 못했을 가능성도 있는 것 같아요. 왜냐면 워낙 공부를 못하는데, 계속 사람들을 만나 놀면 언제 공부를 했을까 이런 생각도 들고. 혼자 있는 시간을 도서관에서 보내다 보니까 그나마 머리 좋은 친구들을 따라갈 수 있는 학점이 나왔던 것 같아요.
진행자 : 이렇게 학점 자랑을 하는군요(웃음).
대학 같은 경우는 워낙 규모도 크고 건물도 많고, 그 안에 정원이라고 할까요? 굉장히 아름다운데, 그래서 우리가 캠퍼스라고 하잖아요. 봄이 되면 캠퍼스의 낭만이 있는데, 4학년들은 그런 게 좀 없죠?
예은 : 취업에 허덕이는 4학년이라고 하죠. 사실 봄의 기운이 느껴지는 게 4월인데, 5월 중순에 중간고사가 있어요. 4월부터 서서히 과제가 많아지면서 준비를 해야 하고, 그리고 4학년들은 상반기 공채가 있어요. 그래서 자기소개서도 써야 하고, 그러니까 꽃피는 걸 못보고 시들시들해지는 거예요.
강남 : 이게 북한과 남한의 차이점인 것 같아요. 북한에서는 4학년이 굉장히 행복해요. 왜냐면 취업걱정을 전혀 안 하거든요. 경찰행정학과라면 졸업하는 순간 내가 사는 경찰서로 배치 받고, 경제학과라면 경제 쪽 공무원으로 배치되고. 시험 없이, 그러니까 대학 입학시험 자체가 관문인 거예요. 그런데 남한은 모든 게 경쟁이고 내가 시험을 봐서 다른 사람을 이겨야 하고, 그래서 스트레스가 많은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대학 제도는 북한이 더 좋은 것 같아요(웃음).
진행자 : 북한에서는 대학에 들어간 것 자체가 취업이 보장되는 거네요.
강남 : 그렇죠, 100% 보장됩니다.
진행자 : 그런데 북한에서는 대학을 가는 사람이 많지 않지만 남한에서는 거의 다 대학에 가잖아요. 사실 북한에서는 대학에 가는 것 자체가 선택된 사람들의 것이죠?
강남 : 그렇죠. 공부를 정말 잘 하는 것 외에도 돈이 있어야 하니까. 한 학급에 50명이다, 남한에서는 49명이 대학에 간다면 북한에서는 1~2명 정도만 대학에 가고 나머지는 다 산업 현장이나 군대에 가다 보니까 그게 큰 차이죠.
진행자 : 영국을 비롯한 유럽은 어때요?
알렉스 : 대학 안 가는 사람도 많아요. 왜냐면 특별히 하고 싶은 일이 없으면 그냥 대학 안가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직업을 갖고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지 않더라도 일이 끝난 뒤에 즐겁게 놀고. 그렇게 살아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대학 안 가니까.
진행자 : 영국을 비롯한 유럽은 복지가 좋은 국가들로 유명하잖아요. 그런 곳에도 엠티나 새 학기 증후군 같은 게 있나요? 취업 때문에 고민한다거나?
알렉스 : 엠티는 없는데, 사람들이 모여서 술을 마시면서 친해지는 건 세계 어디나 비슷할 것 같아요. 그런데 취직 때문에 힘든 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한국에서는 경쟁하면서 좋은 회사에 입사하려고 열심히 노력하는데 서양에서는 학교 졸업한 다음에 조금 쉬면서 천천히 일자리를 찾고, 입사해도 보통은 5~10년 정도 일하고 다른 회사 가서 다른 일 하고. 똑같은 일을 10년 이상 하면 사람들이 재미없어서 그만둬요.
예은 :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진행자 : 지금 예은 씨가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는데 이 말의 울림이 굉장히 다를 것 같아요. 남한에 태어나서 무한경쟁 사회를 사는 예은 씨가 말하는 행복과 강남 씨가 말하는 행복이 다르다고 할까요? 강남 군은 북한에서 계속 학창시절을 보내다 남한에서 대학생활을 하는 거잖아요.
예은 : 물론 저도 행복하지만 그래도 제가 취업을 해야 한다는 걱정과 다른 친구들이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면 스스로 자극을 받아서 '아직도 내가 부족하구나, 더 해야 하구나'라는 경쟁의식이 생겨요. 그리고 실제로도 스펙이라고 하잖아요. 자신의 경력인데, 대학생이 솔직히 무슨 경력을 쌓을 수 있겠어요. 그런데 회사에서는 많은 것들을 요구해요. 예를 들면 해외봉사를 해야 한다거나 각종 자격증, 영어는 기본이고 제2외국어도 해야 하고, 그리고 회사 자체 시험도 준비해야 하고, 컴퓨터 자격시험도 봐야 하고. 여러 가지 너무나 할 게 많은데, 봄도 즐기고 싶다는 거죠(웃음). 거기서 약간의 행복이 차감된다고 할까요?
강남 :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다... 남한에 와서 느낀 거지만 너무 바쁘게 사는 것 같아요. 정작 하루 종일 바쁘게 뛰어다니다 '너 뭐했어?' 저녁에 물어보면 아무 말도 못하는 게 현실이고, 거기서 스스로 자책하고, 왜 나는 이렇게 바보지? 스펙을 쌓으려고 노력해도 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이런 세상이 어떻게 보면 안타깝지만, 이게 또 발전하는 과정이고 그래서 지금의 대한민국이 만들어지고 잘 살지 않는가 생각해봐요.
예은 : 그런데 제가 너무 부정적인 면만 말씀드렸는데, 사실 그 와중에도 즐길 것은 즐길 수 있고(웃음). 입학을 하면 과에서 미팅, 남녀가 만나 놀 수 있는 자리를 만드는 거예요. 거기서 잘 되면 사랑이 이뤄지는 거고...
내레이션 : 세 청춘의 새 학기 모습은 비슷하면서도 조금씩 다른 것 같은데요. 예은 씨 말처럼 새 학기가 벅차고 힘들기만 한 것은 아니겠죠? 꽃피는 봄에는 연애를 비롯해 다양한 즐길 거리도 있습니다. 이 얘기는 다음 시간에 들어볼까요?
<청춘만세> 오늘 이 시간은 세 사람의 새 학기 목표를 짧게 전해드리면서 인사드릴게요. 지금까지 진행에 윤하정이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강남 : 이번 학기에는 영어공부를 하고 싶어요.
알렉스 : 제일 중요한 목표는 장학금을 계속 받은 거예요.
예은 : 저는 아무래도 취업이 목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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