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우절, 기분 좋은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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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삶에서 만나게 되는 일들 가운데 참 거짓말 같은 일들이 많죠. 절대 사랑할 수 없을 것 같은 사람을 거짓말처럼 사랑하게 되기도 하고 올 해는 4월도 되기 전에 온갖 봄꽃들이 활짝 피어났습니다. 마치 거짓말처럼 말입니다.

그러고 보면 거짓 같은 것들이 꼭 나쁜 것만 있는 건 아닌데요. 오늘 <청춘만세>에서는 일 년에 딱 한 번! 거짓말을 해도 용서가 되는 날, '만우절'에 대한 얘기를 나눠 봅니다.

저는 진행에 권지연이고요. 남북 청년들이 함께하는 인권모임 '나우'의 이주영, 최철남 씨와 함께 할게요.

진행자 : 안녕하세요.

이주영, 최철남 : 안녕하세요.

진행자 : 봄 같은 여자, 주영 씨 나오셨고요. 봄에 날아드는 나비 같은 남자 철남 씨 함께 합니다. (웃음) 한 주간 잘 지내셨어요?

이주영 : 날씨가 너무 좋아져서 놀러가고 싶어요.

진행자 : 깜짝 놀랐어요. 어느 날 보니 꽃이 활짝 피었더라고요.

최철남 : 제가 남한에 온 지 8년이 됐는데요. 8년 전보다 봄이 훨씬 짧아진 것 같아요.

진행자 ; 오늘 주제는요. 4월 1일이 무슨 날이었는지 아세요?

이주영 ; 만우절!

진행자 : 네, 만우절입니다.

최철남 : 그런데 만우절이 올 해부터는 상업적으로 바뀐 것 같아요.

진행자 : 그래요. 만우절 상품이라는 게 많이 나왔더라고요. 가짜 쥐 또 못이 박힌 것처럼 보이는 반창고 등 사람 놀리는 제품들이 팔리고 있습니다.

4월 1일 만우절은 가벼운 농담이나 장난으로 웃음을 주고 그럴듯한 거짓말로 남을 속여도 용서하는 재밌는 날로 인식되고 있는데요. 서양에서 유래된 풍습이랍니다.

진행자 : 북한에서도 만우절이라고 하면 아실까요?

최철남 : 북한에서는 모릅니다.

이주영 : 그럼 북한에서는 거짓말이나 장난을 잘 안 쳐요?

최철남 : 거짓말이나 장난은 많이 하는데 만우절이라는 것이 딱히 정해져 있지 않아요. 친구들끼리는 장난을 많이 쳐요. 누가 죽었다느니 누가 도망갔다는 거짓말을 하죠.

진행자 : 그런 장난을 평소에 하면 안 되는 거 아닌가요?

최철남 : 그런데 북한 사회라는 것이 워낙에 많이 죽고 도망도 많이 가니까 그런 소리를 들어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합니다.

오히려 남쪽 사람들에겐 강도 높은 거짓말이 대수롭지 않게 여겨지는 북한의 현실이 정말 믿기지 않는 만우절 이야기처럼 여겨집니다.

아무튼, 만우절이 되면 사람들은 두 종료로 나뉩니다. 속는 사람과 속이는 사람? (웃음)

진행자 : 저는 학창 시절부터 만우절을 그냥 보낸 적이 한 번도 없거든요. 그냥 보내면 서운하지 않나요? 저는 학창시절에 유치하지만 선생님이 들어오시면 당황하라고 책상을 다 돌려서 거꾸로 앉아 있고 다른 반이랑 바꿔서 들어가 앉아 있고... 그런 장난도 쳤었어요.

최철남 : 고등학교 때나 대학생 때까지는 장난을 많이 쳤던 것 같은데 사회 나와서는 기억에 남는 것이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진행자 : 어떤 장난을 쳐 보셨어요?

최철남 : 고등학교 때는 어떤 학생이 선글라스 끼고 학부모인 것처럼 찾아온 거예요. 그래서 선생님은 정말 학부모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까 학생이었던 거죠. 선생님이 화가 나셨지만 만우절이라서 화도 못 내고 그랬던 적이 있습니다. 또 술집에 교복입고 가고 담배 사러 갈 때 교복입고 가고요. (웃음)

진행자 : 주영 씨는 장난을 한 번도 안 쳐 봤을 것 같긴 한데...

이주영 : 저는 제가 당한 적은 많아요.

진행자 : 잘 당할 것 같기는 해요.

이주영 : 사람들이 마음을 고백할 때도 만우절을 빌미로 마음을 떠봅니다. 제 친구가 '나 너 좋아해' 라는 문자를 받았어요. 가슴이 막 두근거렸는데 알고 보니 만우절이라고 하잖아요. 옆에서 보는 저도 화가 나더라고요. 그리고 수업이 휴강됐다고 해서 안 갔는데 알고 보니 거짓말이었던 거... 그런 거짓말은 안 했으면 좋겠어요. (웃음)

진행자 ; 저는 올 해도 사실 장난을 쳤거든요.

이주영 ; 어떤 장난이요?

진행자 : 다리에 붕대 감았어요.

이주영 : 노력하시네요. (웃음) 봉대를 또 사가지고 감고하는 것들이 다 노력이잖아요.

진행자 : 그러니까 저는 장난을 치는 쪽이고 두 분은 당하는 쪽 인거죠. 만우절 하루를 즐겁게 보내자는 건데 만우절이지만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장난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119나 112에 하는 장난 전화 같은 건 절대 하지 말아야겠죠.

최철남 : 그래서 올 해는 그런 장난치면 처벌 한다고 하더라고요.

경찰과 소방당국이 만우절인 1일 장난전화를 자제해 달라며 처벌 규정을 전했는데요. 만우절에 112, 119 등에 장난전화를 하면 경범죄처벌법 3조의 '거짓신고'에 의거해 60만 원 그러니까 600달러 이하의 벌금, 구류 혹은 과태료 처벌을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또 장난전화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로 판단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원, 약 만 달러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도 있는데요. 이런 규정 때문인지 올 해는 만우절 날이면 빠짐없이 있었던 허위신고는 사라졌다고 하네요.

진행자 : 우리 사회에 일어나는 일들 중에서 거짓말이었으면 싶은 것도 있지 않나요?

이주영 : 많죠. 저는 북한 애기도 거짓말이었으면 좋겠어요. 저는 그런 것이 놀라왔던 것 같아요. 남쪽에서는 부모님이 한 분이라도 안 계신 경우가 드물고 감옥에 가는 건 상상도 할 수가 업고 갑자기 연락이 끊기는 것도 상상할 수가 없는데 제가 북한에서 온 친구들을 많이 사귀게 된 후에 부모님이 안계시거나 감옥에 있는 경우가 이 너무 많은 거예요. 그래서 정말 놀랐어요. 믿을 수 없는 일들이 현실로 일어나는 것들이 정말 거짓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최철남 : 그런데 그걸 정말 거짓말로 믿는 사람들도 많아요. 대한민국 5천만 국민 중에서 2천 만은 거짓이라고 믿을 것 같아요. 왜냐하면 본 적이 없으니까요. 탈북자들 얘기도 거짓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나쁘다고 할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몰라서 그런 거니까. 이주영 : 저는 북한에서 종교 탄압하는 거가 거짓말이었으면 좋겠어요. 우리나라에 천주교가 처음 들어올 때도 박해가 있었지만 민간 종교는 허락을 했잖아요. 그런데 북한은 전혀 종교가 허락이 안 돼요.

진행자 : 두 분의 공통점은 북한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거짓이었으면 좋겠다는 거네요. 저는 지금 제 몸무게가 거짓말이었으면 좋겠어요. (웃음)

진행자 : 그런데 사실은 모든 사람들이 매일 매일 거짓말을 하면서 살아요. '너 오늘 그 옷 예쁘다' 이런 거 있잖아요.

최철남 : 밥도 안 사줄 거면서 '언제 한 번 밥 먹자'...

이주영 : 근데 그런 거짓말은 살면서 필요한 거죠. 어느 정도 선의의 거짓말들은 삶을 원활하게 해 주는 것 같아요.

최철남 : 북한에서도 그런 선의의 거짓말들을 많이 해요. '곱다', '귀엽다'...

진행자 : 그럼 이제부터 서로에게 진심이라고 생각하면서 거짓말 같은 칭찬으로 마무리 하겠습니다.

이주영 : 기자님, 정말 20대 같으세요. 그리고 철남이는 모델 같아... (웃음)

최철남 : 주영이 누나는 정말 고와요. 그리고 기자님은 저보다 나이가 훨씬 많으시지만 저희 어머니가 반대 안하신다면 결혼하고 싶은 타입입니다. (웃음)

진행자 : 제 차례죠? 두 분 오늘 방송 정말 잘 하셨습니다.

이주영 : 아, 그런데 이게 다 거짓말인거죠?

진행자 : 설마 다 거짓말이겠어요? 진심입니다.

비록 거짓일지라도 서로에게 기분 좋은 칭찬을 하면서 분위기도 한결 더 밝아졌는데요. '청춘만세'는 앞으로도 이렇게 쭉~ 밝고 즐거운 소식, 또 여러분이 듣고 싶어 하는 남쪽의 다양한 소식들을 전해드리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거짓말처럼 통일이 되는 그 날까지 말입니다.

오늘 <청춘만세>는 여기서 마칠게요. 함께해 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