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소년과 나무 한 그루가 있습니다. 어린 소년은 나무 그늘 밑에서 낮잠도 자고, 그네를 메달아 타기도하고 나무와 친하게 지냅니다. 시간이 흘러 소년이 나이를 먹게 되자 소년은 그 나무에서 나온 열매를 따서 내다 팝니다. 나무는 아무 말 없이 소년에게 열매를 내주죠. 또 시간이 흘러 소년은 중년의 남성이 됩니다. 소년은 아예 나무를 잘라 배를 만들어 버립니다. 나무는 이번에도 아무 말 없이 자신의 몸통을 내줍니다. 시간은 더욱더 흘러 소년은 노인이 되어 밑동밖에 남아있지 않은 나무에게 찾아옵니다. 자신의 모든 걸 내준 나무는 그 소년에게 자신의 밑동부분까지 내어주며 노인이 된 소년의 의자가 되어줍니다.
전 세계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변함없이 사랑받아 온 쉘 실버스타인의 대표작, '아낌없이 주는 나무'라는 책의 줄거리입니다.
소년을 향한 나무의 무조건적인 사랑이 감동적인데요. 여러분은 누구의 아낌없는 나무가 되고 싶으신가요? 혹은 여러분의 아낌없는 나무는 누구인가요? 여기는 아낌없이 주고 싶은 곳, <청춘만세>고요. 남북청년들이 함께 하는 인권모임, '나우'의 이정민 씨와 함께 합니다.
권지연 : 안녕하세요,
이정민 : 안녕하세요.
권지연 : 벌써 4월입니다. 서울에서도 곧 만개한 벚꽃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정민 : 남산타워에 가야겠네요.
권지연 : 올 해는 꼭 저 좀 데려가 주세요! 4월 5일, 식목일입니다.
이정민 : 저도 들었습니다. 나무를 많이 심는 날이라서 좋은 것 같습니다.
범국민적으로 나무를 심으며 국토를 가꾸고 자원화 하는 날, 식목일. 식목일이 4월 5일인 이유는 24절기 중 이 무렵이 나무 심기에 적합하다는 이유도 있지만 신라가 당나라의 세력을 한반도에서 몰아내고 삼국통일의 위업을 달성한 날이자, 조선시대 성종 왕이 세자와 문무백관들과 함께 동대문 밖 선농단에서 직접 밭을 일군 날이기 때문입니다. 또 4월 5일이 식목일이 된 직접적인 계기는 1910년 4월 5일 순종이 손수 밭을 갈고 직접 나무를 심었기 때문이랍니다.
권지연 : 4월 5일 식목일, 북쪽에서도 같은 날로 보내나요?
이정민 : 북쪽도 식목일이 있는데요. 3월 달에 있습니다.
권지연 : 좀 더 빠르네요?
이정민 : 네. 그 이유는 언 상태에서 뿌리를 채취해야 덜 상한다고 합니다. 다 녹은 상태에서 뿌리를 뽑으면 잔뿌리가 많이 상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북한에 있을 때 교육을 했거든요. 북한은 3월에도 땅이 얼어 있습니다. 나무도 겨울에 동면을 한대요.
권지연 : 강하게 키우는 건가요? 나무도?
이정민 : 네. 북한 같은 경우는 수분을 인공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정말 어렵습니다. 여기는 나무 심으면 계속 관리를 하잖아요. 물도 주고 계속 가지치기도하고 그런데 북한은 그게 안 되니까요. 자연적으로 살 수 있도록 3월에 식목일이 있는 것 같습니다.
남쪽에서 가장 키가 큰 나무는 경기도 양평군 용문사에 있는 천연기념물 제30호인 은행나무인데요. 키가 무려 62m, 나이는 천백 살도 넘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가장 나이가 많은 나무는요? 경상북도 울릉읍 도동에 있는 향나무로 수령이 2천년이나 됐다고 합니다. 이 나무들도 그 옛날 누군가에 의해 정성껏 심어졌겠죠?
권지연 : 정민 씨도 나무를 심어 보셨나요?
이정민 : 북한에 있을 때 학교에서 의무적으로 나무를 심어야 했습니다. 제가 살던 곳이 농촌이거든요. 그래서 나무목재 재료나 이런 것을 베는 산이 많아요. 그래서 그 쪽에 동원 되서 많이 심었던 것 같습니다. 노동력 착취죠.
권지연 : 남쪽에 와서는 안 심어 보셨어요?
이정민 : 남쪽에 와서는 한 번도 안 심어 봤는데요. 내일 가볼까 하고요. 여기는 인터넷으로 신청을 받더라고요. 나무를 심겠다고 하면 본인의 이름으로 심을 수 있도록 하는 캠페인이 있어서 오늘 당장 예약하고 심어 보려고 합니다.
권지연 : 남쪽은 구청이나 동사무소에서 하는 그런 행사가 많습니다.
남쪽은 식목일에 나무를 심는 일은 의무 사항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맘때가 되면 시청이나 구청별로 곳곳에서 나무 심기 행사를 갖는데요. 남쪽의 한 구청에서 열린 나무심기 행사의 모습 살짝 한 번 엿보시죠.
INS - 나무심기행사
흙을 직접 만져보고 나무를 심으며 자연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게 되는데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연이 주는 혜택을 안다면 스스로 참여할 수밖에 없습니다.
권지연 : 나무가 우리에게 주는 이로운 점은 정말 많거든요.
이정민 : 산소도 주고 먼지도 걸러주고 산사태도 방지해 준다고 하더라고요.
나무의 이로움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드릴까요? 큰 나무 한그루는 4 사람이 하루에 필요한 양의 산소를 공급하고 또 한 그루의 건강한 나무는 공기 1리터당 약 7천 개의 먼지입자를 감소시킵니다. 또 한 그루의 큰 나무는 하루에 3백 79리터의 물을 지하에서 끌어올려 공중에 발산 합니다 성장한 나무 한 그루는 1년에 평균 5.6kg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요. 이런 나무의 일을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나 될까요? 나무 한 그루는 50년 동안 3만 4천달러(3천4백만원) 어치의 산소를 생산하고 3만9천달러(3천9백만원)어치의 물을 재생산 합니다 또한 6만 7천달러(6천7백만원)어치의 대기오염물질을 제거합니다. 이런 나무가 무척 소중한건 알지만 북한은 지금도 나무가 주요 땔감으로 사용된다죠? 북한의 산림 면적이 매년 평양시 면적만큼 사라지고 있다고 하는데 정말 안타까울 뿐입니다.
이정민 : 북한처럼 추운 곳에서는 땔감이 필요하니까요. 보호 정책이 있어도 소용이 없는 것 같습니다.
권지연 : 남쪽도 나무로 땔감을 했지만 연탄이 나오면서 나무를 덜 자르게 됐죠.
이정민 : 북한은 석탄이 많이 나오는 곳입니다. 그런데 석탄이 있어도 전력이나 장비 공급이 안 되다보니까 캘 수가 없는 거죠. 그래서 그게 안 되다보니까 산을 황폐화시킬 수밖에 없는 겁니다.
권지연 : 남쪽도 전에는 민둥산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찾아 볼 수가 없습니다.
이정민 : 저는 남한에 와서 많이 놀랐던 것이 그거예요. 북한에 있을 때 제 고향이 산 속이다 보니까 나무를 무척 많이 봤습니다. 그런데 북한의 나무들은 병충해에 많이 약해져 있어요. 체계적인 관리를 안 하다 보니까 소나무도 죽은 나무가 많고요. 도토리 나무로 유명한 참나무도 벌레가 많이 먹어서 잎이 여름이 되면 구멍이 뚫려 있어요. 그러다 보니까 나뭇잎 색이 변한 모습이 많이 보이거든요. 그런데 남한에 와서 보니까 길거리에 있는 나무도 너무나 파랗게 잘 자라는 거예요. 그리고 대형 물차가 와서 다 씻어 주잖아요. 먼지 있는 것도. 그래서 경제력이 받쳐 주면 산도 좋아지는 구나... 여기 숲은 더 파랗고 예뻐서 놀랐습니다. 싱싱하고 푸른 나무 외에도 정민 씨가 남쪽에 와서 놀란 일이 한 가지 더 있다고 합니다.
이정민 : 그리고 산 속에 가면 산 주인이 있더라고요. 북한은 다 국가가 주인이라서 그런 게 없었습니다. 아, 이런 게 자본주의구나... 산도 사고팔고 하니까 놀랐는데 이제 많이 익숙해 졌습니다.
권지연 : 나무를 심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중요한데요. 제가 어릴 때 산에 가서 밥 해먹고 그랬던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금지됐습니다. 불날까봐.
'자나 깨나 불조심. 꺼진 불도 다시보자' 불조심을 강조하는 말입니다. 남쪽도 4월 초인 이맘때는 건조한 날씨가 계속되고 등산객이 증가하면서 산불이 많이 발생하는 시깁니다. 남쪽에선 연평균 28건 이상의 산불이 발생한다고 하네요.
남쪽 정부는 산불이 나면 일찍 발견하고 최대한 빨리 초동진화 하기위해 모닥불 정도의 열까지 감지 할 수 있는 열감지 무인감시 카메라를 도입하는 등 산불대응 종합 대책을 마련했습니다.
권지연 : 사실 산에 가서 밥 먹으면 엄청 맛있는데요. 그래도 산불이 나지 않게 참아야죠. 북한도 그렇게 규제가 돼있나요?
이정민 : 규제는 돼있는데요. 산림을 관리하시는 분들이 아주 적어요. 저희 동네는 산만 가득해요. 산림 보호원이 딱 한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람이 혼자 다 돌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산불이 나도 모르고 불나면 누가 냈는지도 모르는 경우도 많습니다.
권지연 : 남쪽 같은 경우도 산림을 보호하려고 하지만 여전히 산에 쓰레기를 막 버리는 분들도 있고요. 참 안타깝게도 4월 5일마다 큰 불이 나곤 합니다.
이정민 : 저번에도 보도를 보니까 주민들에게 대피령이 날 정도로 산불이 나던데 여기는 소방 헬기로 진압을 하잖아요. 그런데 북한 같은 경우는 그런 게 아무것도 없어요. 북한에서는 산불이 크게 나면 나무를 다 베요. 그렇게 해서 통로를 내는 거죠. 들어가 접근을 못하니까 물을 갔다 붓는 건 생각도 못하는 거죠. 한번 산불이 나면 며칠을 옮겨 다니는 경우도 있습니다.
권지연 : 다 탈 때까지 기다리는 거군요. 너무 아까운데요?
이정민 : 겨울 같은 경우는 눈이 있는 골짜기를 만나 불이 났다가도 자연히 진화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권지연 : 산 하나를 푸르게 만들려면 30년 정도가 걸린다고 하는데 정말 아까운거죠. 저는 산불을 내는 주범은 된 적은 없지만 나무에 낙서를 해 본적은 있는 것 같아요.
이정민 : 나무를 파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권지연 : 내일이 식목일입니다. 나무를 심을 때 나무에게 이름을 지어준다면 어떤 이름을 주고 싶으세요?
이정민 : 저는 제 이름으로 심을 겁니다. 그리고 거기에 '10년 후에 다시 찾아올게' 이렇게 쓸 겁니다.
권지연 : 10년 동안 안본다고요? 그럼 그 나무는 누가 키우고요?
이정민 : 관리해 주는 분 없나요? (웃음) 남한에 와서 내가 이루고 싶은 꿈을 나무와 함께 심는 마음으로 심을 거고요. 북한에는 없는데 남쪽은 사람이 죽으면 뼈 가루를 나무에 뿌리는 수목장이라는 것이 있잖아요. 제가 심은 나무에 내가 묻힌다.. 너무 의미 있지 않을까요?
권지연 : 내일 심을 '이정민 나무'에게 한마디 해주시죠.
이정민 : 나무야 나처럼 강하게 살고 10년 후에 만나자!
나무도 심고 남쪽에서 이루고 싶은 꿈도 함께 심겠다는 말이 계속 마음에 남습니다. 나무가 자라듯, 정민 씨의 꿈도 자라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많은 사람을 이롭게 하기를 응원해 봅니다.
<청춘만세>, 오늘은 여기서 마칩니다. 함께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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