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에서 생활하는 청년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청춘만세> 저는 진행자 윤하정입니다. 먼저 이 시간을 함께 꾸며갈 세 청년을 소개할게요.
클레 이튼 : 안녕하세요, 미국 켄터키 주에서 온 클레이튼입니다. 한국에 거주한 지 7년 됐고, 한국 회사에 다니고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강예은 : 안녕하세요, 강예은이라고 합니다. 러시아어를 전공하고 있는 학생입니다. 제가 살아갈 세상과 통일 한반도에 관심이 많은 사람으로 많은 이야기를 통해 서로 이해를 넓혀갔으면 좋겠습니다.
광성 : 안녕하세요, 서울에서 회사 다니고 있는 정광성입니다. 고향은 함경북도 회령시고, 남한에 온 지 11년 됐습니다. 북한 청취자 여러분을 위해 좋은 소식 전해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나라마다 다른 것이 참 많죠? 대부분 인종도 다르고, 언어도 다르고, 그래서 문화도 다른데요. 또 하나 다른 점, 바로 화폐를 들 수 있을 겁니다.
영어나 스페인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나라들도 화폐는 각각 다른 것을 사용하고, 남북한 역시 한민족, 같은 한국어를 사용하지만 서로 다른 화폐를 갖고 있죠. 그만큼 화폐는 각 나라의 많은 것을 반영하는데요. 특히 지폐나 동전 속의 인물은 무척이나 상징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청춘 만세> 오늘은 화폐 속 인물에 대해 얘기해보죠.
진행자: 안녕하세요. 요즘 남한 문화계에 신사임당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북한에서도 드라마 <대장금>을 통해 알고 계실 배우 이영애 씨, 이영애 씨가 신사임당으로 출연하는 드라마도 있고, 신사임당이 직접 그린 그림을 전시하기도 하고, 관련 책도 많이 출간됐다고 해요.
클레이튼은 신사임당이 누군지 알고 있나요?
클레이튼 : 사실 얼굴만 봤는데...
진행자 : 신사임당 얼굴을 봤어요?
클레이튼 : 네, 남한에 살고 있으니까 지폐에서 많이 봤죠(웃음).
진행자 : 모른다고 하면 '5만 원권 지폐에 있습니다'라고 말하려 했는데(웃음).
오늘 저희가 신사임당 얘기를 하려는 건 아니고 신사임당을 비롯해서 화폐, 지폐에 있는 인물에 대해서 얘기를 하려고 합니다.
클레이튼은 신사임당 외에 다른 지폐에 있는 인물도 알고 있나요?
클레이튼 : 아는데 갑자기...
예은 : 먼저 천 원권에?
진행자 : 한반도 역사 속의 인물이라 외국인이 이름을 기억하기는 어려울 거예요.
클레이튼 : 왜 생각이 안 나죠... 아, 세종대왕!
광성 : 땡!
예은 : 세종대왕은 만 원권이에요.
진행자 : 기회는 광성 군에게 넘어갑니다.
광성 : 이황...
진행자 : 굉장히 자신 없는 답변이네요(웃음).
광성 : 헷갈렸어요(웃음).
진행자 : 5천 원권에는?
광성 : 율곡 이이.
예은 : 만 원권에는?
광성 : 세종대왕.
진행자 : 그리고 5만 원권에는 신사임당.
예은 : 동전에는 뭐가 있는지 아세요? 5백 원에?
광성 : 학. 백 원에는 이순신 장군.
예은 : 맞아요. 50원에는 벼가 있습니다.
진행자 : 10원에 다보탑이죠? 자, 지폐만 놓고 봤을 때 천 원권에 이황, 5천 원권에 이이, 만 원권에 세종대왕, 5만 원권에 신사임당이라고 했는데 어떤 인물인지 클레이튼 대학원에서 한국 역사 배웠죠?
클레이튼 : 조금 배웠죠(웃음). 역사 몰라도 남한에 있는 외국인들이 세종대왕은 모두 알고 있을 거예요. 왜냐면 한글을 만든 사람이니까.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뭘 했는지 모르겠어요.
진행자 : 광성 군은 고등학교 역사 시간에 배웠죠?
광성 : 네, 저는 남한에 와서 고등학교를 다시 다녔는데 공부는 잘 안 해서...(웃음)
예은 : 퇴계 이황과 율곡 이이는 조선시대 성리학의 기반을 다진 학자예요. 동시대 사람이지만 이황이 이이보다 30여 살이 많았어요. 그리고 신사임당은 율곡 이이의 어머니로서 현모양처의 표본이고 여성 화가이기도 했어요. 세종대왕은 한글을 창제한 조선 4대 임금이죠.
진행자 : 다들 남북한이 공유하고 있는 조선의 역사 속 인물이잖아요. 그런데도 광성 군은 처음에 남한 지폐 봤을 때 누군지 몰랐나요?
광성 : 몰랐어요. 같은 역사지만 다르게 배워요. 남한에서는 골고루 배우잖아요. 북한에서는 인물에 대해 거의 안 배워요. 단군이 가장 큰 인물이고 이후 김일성, 김정일 이런 식으로 흘러가니까 그 중간에 나오는 세종대왕이나 이순신 등은 그저 역사 속의 인물로 크게 강조를 안 해요.
진행자 : 그럼 이황과 이이라는 인물을 들어는 봤어요?
광성 : 저는 못 들었던 것 같아요.
예은 : 정말요?
광성 : 그런 학자들 이름은 안 나오고, 그나마 한반도 역사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장군들? 예를 들어 이성계 장군, 조선을 건국했는데 안 좋게 얘기해요. 어떻게 보면 반란으로 조선을 세웠잖아요. 그것에 대해 굉장히 안 좋게 얘기하고.
진행자 : 사실 남한에서는 아무도 이성계 장군이라고 표현하지 않죠? 태조 이성계라고 말하는데.
광성 : 북한에서는 이성계 장군.
진행자 : 어쨌든 지폐 속의 인물은 상징성이 대단하잖아요. 그래서 남한에서는 아주 세세하게는 모르더라도 세종대왕, 이황, 이이, 신사임당이라는 인물에 대해서는 다들 알고 있는데 광성 군은 이황이나 이이에 대해서는 처음 들어본 거네요. 신사임당도?
광성 : 신사임당도 처음 들어봤어요.
예은 : 남한에서는 위인전을 많이 읽거든요. 거기에 이황, 이이, 신사임당까지 다 나와요. 어릴 때부터 학교에서든 책을 읽든 많이 접하다 보니까 저희는 알게 모르게 다 알고 있어요.
광성 : 그런데 북한에서는 무조건 '남한이 나쁘고, 북한이 좋다'는 식으로만 가르치니까 지금 기억으로는 역사책을 거의 못 봤던 것 같아요. 그래서 역사에 대해서는 많이 부족해요.
진행자 : 그럼 미국 지폐에는 누가 있나요?
클레이튼 : 거의 대통령인데 1달러, 2달러, 5달러, 10달러, 20달러, 50달러, 100달러 있는데 다 백인 남성이에요. 7명 중에서 5명이 대통령이고, 나머지 2명은 재무부 장관과 미국 헌법 제정자예요.
진행자 : 이름을 말해줄래요?
클레이튼 : 1달러 앞면에는 조지 워싱턴, 미국 1대 대통령이고 2달러는 많이 사용하지 않고 수집해요. 토머스 제퍼슨 3대 대통령이고, 5달러에는 16대 대통령인 링컨, 10달러는 초대 재무장관인 해밀턴, 20달러는 7대 대통령인 잭슨, 50달러는 18대 대통령인 그랜트인데 남북전쟁 때 유명한 장군이기도 했어요. 그리고 100달러에는 벤저민 프랭클린, 미국 헌법 제정했어요.
진행자 : 사실 북한에서도 달러를 사용하니까 인물이 궁금했을 수 있어요(웃음). 어쨌든 미국의 지폐 속 인물도 역사적인 인물입니다.
클레이튼 : 미국 사람들도 남한 사람들처럼 지폐 속 인물들이 정확하게 뭘 했는지 대부분 잘 모를 거예요.
진행자 : 다들 배웠는데 큰 관심이 없으니까 까먹는 거죠. 자, 그럼 북한 화폐 본 적 있나요?
예은, 클레이튼 : 한 번도 본 적 없어요.
진행자 : 통화가 어떻게 되는지도 모르겠는데, 광성 군이 소개해 줄래요?
광성 : 북한에서 1987년에 화폐 개혁을 했었고, 이후 2009년에 대대적인 화폐 개혁을 했어요. 2009년 화폐 개혁 전에는 지폐는 1원, 5원, 10원, 50원, 100원짜리, 200원짜리도 잠깐 나왔어요. 그런데 2009년에 화폐 개혁으로 추가되고 빠진 게 있어요. 1원짜리가 동전으로 바뀌고, 지폐는 5원, 10원, 50원, 100원, 200원, 1000원, 5000원으로 늘어났어요.
진행자 : 모든 지폐에 김일성 주석 얼굴이 있나요?
광성 : 그렇지는 않아요. 5원에는 대학생과 학자, 50원에는 노동자, 농민, 과학자. 10원짜리에는 군대가 있어요. 예전에는 100원 지폐에 김일성 얼굴이 있었는데, 1000원, 5000원 지폐로 이동했어요. 어떻게 보면 나는 높고, 노동자와 농민은 낮다고 계급을 나눠버린 거죠.
진행자 : 보통 역대 왕이나 역사적으로 중요한 인물을 지폐에 많이 넣는데 과거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광성 군이 말한 것처럼 정치 지도자뿐만 아니라 노동자의 모습이 많이 들어간대요.
광성 : 예전에도 노동자, 농민, 기술자들이 하나로 묶여야 사회주의가 잘 일어설 수 있다고 많이 강조했어요.
진행자 : 화폐에 들어간 인물에 대해서 얘기를 했는데, 수많은 인물 가운데 어떻게 선정하는 걸까요?
클레이튼 : 미국은 일단 재무부 장관에게 선택권이 있어요. 재무부 장관이 작년에 새로운 인물을 결정했는데, 해리엇 터브먼이라고 노예 해방에 힘쓴 흑인 여성으로 정했어요.
진행자 : 재무장관에게 권한이 있지만 그 권한을 행사하기까지는 자문기관 등 과정이 있겠죠?
클레이튼 : 그렇죠, 어느 날 갑자기 '해리엇 터브먼을 20달러에 넣겠어!'라고 하지는 않죠(웃음).
예은 : 남한에서는 한국은행과 조폐공사라는 곳이 있어서 여러 전문가들이 심의를 거쳐 선정한다고 해요. 신사임당이 뽑힐 때는 국민들에게 여론조사로 의견을 모았던 기억이 나요.
광성 : 북한은 그런 게 없죠(웃음). 중앙은행에서 발행하는 것으로 아는데 여러 사람의 의견을 모으는 것 같지는 않아요.
진행자 : 지폐 속 인물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요?
예은 : 일단 현존하는 지폐에 있는 인물들은 다들 존경받는 사람이기 때문에 잘 선정했다고 생각하고, 특히 신사임당이 가장 고액권인 5만 원권에 들어갔잖아요. 여권이 그만큼 향상됐다는 상징이라고 생각해요. 왜냐면 나머지는 다 이 씨, 조선왕조가 이 씨라서 이황, 이이도 이 씨잖아요. 또 다 남자고.
진행자 : 그런데 조선시대의 인물들만 있는 거잖아요. 그것도 좀 이상한 것 같아요. 고려도 있고, 아니면 근현대 인물도 있을 텐데.
예은 : 그렇긴 하네요. 그런데 고려나 고구려에도 역사적인 인물이 많지만 영정이 남아 있지 않아서 조선시대 인물을 넣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도 들어요.
진행자 : 남한에서는 1960년대에 화폐에 역사적인 인물이 들어가기 시작했으니까 그 당시만 해도 남한도 유교사상이 굉장히 강했잖아요. 유교적인 관점에서 인물을 선정하지 않았나 라는 생각이 들어요. 미국에서도 화폐 인물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가 있나요?
클레이튼 : 네, 사람들이 미국은 다문화 나라인데 왜 백인 남성밖에 없느냐고 해요. 그런데 미국 역사를 보면 가장 큰 역할을 했던 사람들이 대통령이잖아요. 처음에는 백인 남성 지도자밖에 없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미국이 다인종 국가인데 백인 남성만 화폐에 있다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작년에 재무부 장관이 흑인 여성으로 결정한 것 같아요.
예은 : 그런데 지폐에 김일성 얼굴이 있으면 맘대로 못할 것 같아요. 사실 돈을 쓰다 보면 구길 수도 있고 찢어질 수도 있고 낙서도 많이 발견하잖아요.
광성 : 구기지 못해요. 예전에 제가 쓰던 100원 짜리에 김일성 얼굴이 있었는데 무척 조심히 다뤘어요. 북한 돈은 질이 안 좋아서 금방 찢어지는데, 얼굴이 잘리면... 정말 조심해야 해요.
진행자 : 남한이나 미국이나 지폐에 다 인물이 있잖아요. 여러분 지폐를 소중히 다루나요?
예은 : 아니죠(웃음).
광성 : 예전에 회령에서 누군가 지폐에 있는 김일성 얼굴에 낙서를 해서 발칵 뒤집힌 적이 있어요. 그때는 낙서한 사람이 이상하다고 욕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예은 : 아, 주민들이 낙서한 사람을 욕했다고요? 그게 더 신기하네요(웃음).
광성 : 최고로 존엄한 얼굴에 낙서를 했으니까요.
북한에서는 화폐 속 인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만약 새로운 인물을 선정할 수 있다면 누구를 추천하고 싶으세요? 그런가하면 요즘은 세계 곳곳을 여행하면서 청년들도 나라별 다양한 화폐를 접하게 되는데요. 화폐의 모습이나 환율 등이 달라서 사용하는 게 쉽지는 않습니다.
남한에서 생활하게 된 클레이튼과 광성 군은 처음 남한 지폐를 접했을 때 어땠을까요? 이 얘기는 다음 시간에 계속 들어보겠습니다. <청춘 만세> 오늘은 여기서 인사드릴게요. 지금까지 진행에 윤하정이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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