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기운을 받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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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즐겨보던 '꼬마자동차 붕붕'이라는 아동 영화(만화)가 있습니다. 엄마 찾아 모험을 시작한 꼬마 자동차 붕붕은 꽃향기를 맡으면 힘이 솟아나는 아주 특별한 자동차입니다.

그런데 요즘 들어 다시 붕붕이 생각이 나네요. 꽃향기를 맡으면 힘이 솟는 건 '꼬마 자동차 붕붕' 만이 지닌 특별한 능력이 아니라 봄이 모든 이들에게 주는 능력이 아닌가 합니다.

꽃을 눈으로 보고 또 그 향기를 맡으며 삶을 꽃향기로 가득 채워나가고자 하는 분들을 환영합니다. 봄의 기운을 받아 더 생기 있어진 이곳은 <청춘만세>고요. 저는 진행에 권지연입니다. 남북청년들이 함께하는 인권모임 '나우'의 이정민, 김강남, 김재동 씨와 함께 합니다.

진행자 : 안녕하세요.

이정민, 김강남, 김재동 : 안녕하세요.

진행자 : 정민 씨에게 일생일대의 중요한 날이 있었는데 정말 축하합니다.

김재동 : 그 날 저도 갔었는데 한 분 밖에 안보이더라고요.

진행자 : 그 말은 신랑만 할 수 있는 말 아닌가요? 위험한 발언이에요.(웃음)

김강남 : 예뻤어요.

진행자 : 잘 살라고 박수한 번 쳐주고 시작할게요. (박수)

이정민 : 감사합니다.

봄의 신부가 된 정민 씨를 축하하며 오늘 방송을 시작했는데요. 봄 하면 떠오르는 것! 뭐니 뭐니 해도 꽃이죠.

진행자 : 오늘 오면서 꽃 보셨어요? 올해 꽃이 무척 빨리 피었잖아요.

이정민 : 올 해는 다 한꺼번에 폈다가 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무척 특이한 해라고 하더라고요.

진행자 : 꽃구경 좀 다녀오셨어요?

이정민 : 아뇨, 따로 가진 않았고 학교 캠퍼스 안에서 봤죠. 근데 전에는 꽃이 그렇게 예쁜지를 모르고 봤는데 요즘은 너무 예쁘고 향기도 좋은 게 느껴져요.

진행자 : 저도 그 점은 공감입니다. 어릴 때는 뭣 모르고 봤는데 이제는 자연의 경이로움이 느껴집니다.

김재동 : 저도 올 봄에는 이상하게 마음이 약해지는 것 같아요. 학교 주변에 벚꽃이 예쁘게 많이 피었는데 꽃을 보고 있으면 왠지 여유가 생기는 것 같아요.

진행자 : 강남 씨는 꽃구경 좀 다녀오셨어요?

김강남 : 저도 다녀오지는 못했고 학교 안에 핀 꽃 정도를 봤어요. 그런데 올 해 꽃이 피면 여자 친구와 자전거 타면서 데이트 하는 상상을 했었거든요. 드라마에서 나오는 것처럼...

진행자 : 이미 지금 여자 친구를 뒤에 태우고 자전거 타고 있는 표정이에요. (웃음)

봄이 되니 역시나 모두가 조금씩 들떠 있는 것 같죠?

남쪽은 봄이 되면 벚꽃, 산수유, 매화, 진달래, 철쭉 등 다양한 이름의 꽃 축제가 곳곳에서 열리는데요. 굳이 멀리까지 꽃을 보기 위해 찾아가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고개만 돌려도 곳곳에서 만발한 꽃들을 쉽게 볼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이런 풍경들이 <청춘만세> 구성원들의 마음도 잔뜩 흔들어 놓았습니다.

진행자 : 어떤 꽃을 제일 좋아하세요?

김강남 : 저는 개나리꽃이 제일 예쁜 것 같아요. 꽃 색이 참 곱습니다.

김재동 : 저는 코스모스를 제일 좋아합니다.

진행자 : 그건 가을꽃이잖아요. (웃음)

김재동 : 네, 그렇긴 한데요. 봄에는 어떤 꽃도 다 예뻐 보이잖아요.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이니까요.

이정민 : 저는 고향에서 가장 흔하게 많이 봤던 꽃이 진달래꽃이에요. 그 다음은 철쭉이 많고.

진행자 : 남쪽은 벚꽃, 목련 이런 꽃이 많은데 북쪽은 진달래와 철쭉이 많군요.

이정민 : 네, 한국에 와보니 벚꽃도 너무 예쁜 것 같고요. 요즘에 목련에 반하게 됐어요. 향도 엄청 좋고.

진행자 : 목련, 이름도 예쁘죠? 꽃이 더 예뻐요? 본인이 더 예뻐요? (웃음)

이정민 : 꽃이 더 예쁘죠.

진행자 : 남편은 그렇게 말 안하죠?

이정민 : 결혼 했다고 이제는 진실하게 얘기 합니다. (웃음)

진행자 : 그렇군요. 그래도 저는 부럽습니다.

진행자 : 북쪽에도 봄 꽃 축제 같은 게 있어요?

김강남 : 산길을 가면서 자연 속의 야생의 꽃을 꺾어서 가는 정돕니다. 평양은 축제가 있지만 지방은 없어요.

이정민 : 평양 꽃 축제는 김일성, 김정일의 생일을 맞아서 김일성, 김정일 화 전시회 같은 걸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지방별로 꽃을 키워서 가져가야 해요. 김일성, 김정일 화를 온실에서 키우는 거예요.

진행자 : 이름이 김일성 화, 김정일 화인 거예요?

이정민 : 그것도 외국에서 유명한 식물학자가 만들어 준거라고 해서 믿었었고 그 뿐이 아닙니다. 어린 애들도 충성심을 표시한다고 해서 진달래를 꺾어다가 집에서 키웁니다. 그렇게 해서 2월 16일 날 초상화 앞에 가져다 놓는 사람이 충성심이 많은 사람이었어요. 그런데 진달래를 피게 하는 게 쉽지 않거든요. 집이 추우니까. 그래서 진달래를 피우게 하기 위해서 비닐을 씌워요.

진행자 : 나름의 비닐하우스네요?

이정민 : 그렇죠. 그런데 그렇게 하면 진달래가 하얀색 비슷하게 피어나요. 그렇게 가져가면 학교에서 꽃이 충성심 없게 피었다고 야단을 쳤었어요.

김강남 : 꽃이 하얗게 피면 지금은 물감을 들이기도 합니다.

진행자 : 그러면 꽃을 다 꺾어 버리니까 정작 봄엔 잘 볼 수가 없었겠네요.

이정민 : 제가 초등학교 때 그때가 고난의 행군의 때였는데요. 그때는 진달래꽃도 다 먹었어요. 꽃이라는 것이 여유로워야지 아름답게 느껴질 것 같아요. 꽃이 피기를 기다리는 것이 꽃의 아름다움을 보기 위해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꿀벌이 꿀을 따서 그 꿀을 팔아야 하잖아요. 그래서 기다렸고... 그 때는 꽃을 즐기는 여유가 없었던 것 같아요.

진행자 : 재동 씨에게는 이런 얘기가 생소하죠?

김재동 : 네, 그동안 제가 너무 무감각 했죠...

꽃을 보고 아름다움을 느낄 여유가 없다는 북쪽 얘기를 듣고 보니 자연을 있는 그대로 맘껏 느낄 수 있는 것 또한 감사하게 여겨집니다. 하지만 아쉬운 것 한 가지는 봄이 너무나 짧다는 거죠.

이 봄에 정민 씨는 새로운 가정을 꾸렸고 재동 씨는 주변 친구들을 좀 더 따뜻하게 손잡아 줄 수 있는 여유가 생겼고요. 강남 씨는 즐거운 상상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상상력을 갖게 됐답니다.

하지만 올 해 유난히 일찍 꽃이 핀만큼 벌써 다 진 곳들이 많아서 서울에서 가장 유명한 봄 꽃 축제인 여의도 벚꽃 축제도 10일, 막을 내린 다네요. 다른 때 같으면 이제 시작 일 텐데 참 아쉽습니다.

진행자 : 금방 폈다가 금방 지기 때문에 더 아름다운 것도 같습니다. 꽃 또는 이 봄에게 편지를 써 봅니다.

이정민 : 꽃아! 예전에는 너의 아름다움을 너무 몰랐던 것 같아. 그래서 너의 아름다움을 너무 몰랐던 것 같구나. 내년에 아름다운 모습으로 볼 수 있었으면 좋겠고 나도 순수한 마음으로 너를 기다릴게요.

김재동 : 봄아! 안녕? 내가 요즘 들어 봄 너의 매력에 새롭게 빠져든 것 같아. 너의 따스함, 친근함을 내게 준 것 같아서 고맙다. 나를 따뜻한 사람으로 만들어 줘서 고맙다, 앞으로 좀 더 길게 봤으면 좋겠다!

김강남 : 봄아, 안녕! 고마워. 이렇게 봄이라는 계절을 감사하게 생각할 수 있는 건 올 해가 처음인 것 같다. 따뜻한 봄이 와서 너무 고마워... 내년에 또 올 것이란 믿음이 있어서 정말 감사하고 다음에 또 보자.

진행자 : 자연의 고마움을 새록새록 느끼실 것 같고요. 끝으로 봄노래 들으면서 마무리 하겠습니다.

모두 함께 :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 꽃 살구 꽃, 아기 진달래. 울긋불긋 꽃 대궐 차리인 동네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여러분의 고향은 지금 어떤 색으로 물들어 있나요? 비록 꽃은 떨어지고 봄은 잠시 왔다 가지만 봄이 주고 간 선물은 떨어지지 않도록 마음속에 고이고이 간직하고 살면 좋겠습니다. 서늘한 가을이 오고 차가운 겨울이 와도, 봄과 같은 마음으로 살 수 있도록 말입니다.

오늘 <청춘만세>는 여기서 마칩니다. 함께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