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남한에서 생활하는 청년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청춘 만세> 저는 진행자 윤하정입니다. 먼저 이 시간을 함께 꾸며갈 세 청년을 소개할게요.
클레이튼 : 안녕하십니까. 미국에서 온 클레이튼인데 남한에 온 지 6년 됐습니다. 지금 한국 회사 다니고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예은 : 안녕하세요. 저는 강예은이고, 서울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살고 있는 백수입니다(웃음). 잘 부탁드립니다.
수정 : 안녕하세요, 저는 강수정입니다. 북한 함경북도 회령시에서 살다 남한에 정착한 지 6년 됐고, 대학에서 언론학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만나서 반가워요.
INSERT. 남한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 관련 뉴스 사전투표가 실시돼 관심이 높았던 이번 총선의 최종 투표율은 58%로 잠정 집계됐습니다. 지난 총선 때보다 4%포인트 가까이 오른 겁니다. 지역구 후보와 비례대표 투표에서 각각 다른 정당을 찍는 이른바 교차투표 현상도 두드러졌습니다.
남한에서는 지난 4월 13일, 제20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었습니다. 북한에서는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을 뽑는 일일 텐데요. 하지만 남한에서는 북한에서와 달리 여러 정당에서 여러 명의 후보들이 나와 서로 경쟁하고, 국민들은 당에서 정해준 한 사람에 대한 찬반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사람을 직접 투표합니다. <청춘 만세> 2주에 걸쳐 이 얘기를 나눠봤는데요. 지난 13일, 드디어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투표가 있었고, 이후 밤샘 개표를 통해 총 300명의 국회의원이 결정됐습니다. 투표율은 58%로 집계됐네요. 그런가하면 오는 11월에는 미국에서도 대통령 선거가 있는데 남한과도 다른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합니다. 미국의 대통령 선거는 남북한은 물론 세계가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요. 우리 청년들과 함께 계속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진행자 : 미국은 대통령 선거가 11월에 있는데 거의 1년 내내 선거운동을 하잖아요. 지금 같은 경우는 공화당과 민주당 후보가 강력하게 맞붙고 있는데 미국의 대통령 선거는 각각의 후보가 내세운 공약들 중에 특히 남북한과의 관계를 어떻게 하겠다는 내용이 있기 때문에 한반도에도 굉장히 영향이 있거든요.
예은 : 네, 정치인들이 이용하기도 해요. 정당마다 특색이 있는데 보수당은 남북관계에 있어 강경책을 선호하고 진보당은 북한과의 친밀감이라고 해야 하나.
진행자 : 과거에는 햇살정책이라고 했죠.
예은 : 네, 북한과 협력해서 우리가 함께 잘 살아야 한다는 정책을 선호하는 편이에요. 그런데 북핵문제가 터지면 사람들은 무섭잖아요,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고. 남한 사람들은 우리가 지원도 해주고 잘 하고 있는 것 같은데 북한은 항상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 그렇다면 강경책을 선호하는 정당을 지지하자! 이런 식으로 국민 여론을 몰아가기도 해요.
클레이튼 : 미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후보는 북한이 핵실험 하면 우리가 강경책으로 나가거나 미군이 더 잘 싸울 수 있도록 새로운 무기를 발명해야 한다고 말해요.
예은 : 사실 보수당이나 진보당이라는 것 자체가 북한과 관련된 게 아니잖아요. 보수당은 지금 현상 유지와 경제를 활성화하는 정책을 선호하고 진보당은 복지를 좀 더 중요시해요. 이걸 보고 선택해야 하는데, 우리는 제일 큰 변수가 북한이기 때문에 어찌 보면 실제로 선택해야 하는 정책들이 북한에 의해 가려지는 것 같아요. 이게 해소되면 저희가 진짜 원하는 당의 정책을 따라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진행자 : 미국 대선 후보자들이 내놓은 공약을 봐도 민주당은 기존 정책을 유지하자는 입장이고 공화당은 강경하게 나가겠다, 거의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대응하겠다고 밝혔거든요. 미국 내에서 여론은 어때요?
클레이튼 : 공화당은 좀 보수적이라서 민주당보다 훨씬 많이 북한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오바마 대통령 취임했을 때는 민주당이라서 '제가 직접 북한과 얘기하겠다'고 말했는데, 공화당은 전혀 그렇게 말하지 않아요. 강경책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사실 북한이 계속 핵실험 하니까 '혹시 우리를 노리는 게 아닌가?'해서 미국 사람들이 약간 염려해요. 그래서 대부분 강경책 원하거나 유엔 차원에서 새로운 제재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예은 : 저희는 그래도 미국 대선에 대해 뉴스를 많이 접하고 그것이 국내 정치에도 많이 관여되잖아요.
진행자 : 영향이 있죠. 남한과 미국 사이에 한미협정이 맺어져 있기 때문에 두 나라의 정권이 어떻게 바뀌느냐에 따라 남한의 정책이 바뀌죠. 미국 대선에 북한에서도 분명이 관심이 많을 텐데요.
수정 : 정치인들이야 남한이나 미국의 정치에 대해 뉴스를 계속 보겠죠. 그런데 일반 사람들은 그걸 접할 수가 없어요. 오로지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에 대한 것만 텔레비전으로 접할 수 있지 어느 나라에서 선거일이 언제고 등의 뉴스는 볼 수가 없어요.
그런데 남한에서 각 당마다 북한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겠다는 공약들이 계속 나오는 게 이제 남한에도 북한 사람들이 꽤 많이 왔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그런 공약들을 내세워서 투표해달라는 것이 아닐까. 북한 사람들도 선거를 많이 접하지 못했기 때문에 오로지 공약만 보고 투표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진행자 : 맞습니다, 탈북자가 2만8천 명 정도니까 적어도 2만여 표의 투표권이 탈북자들에게도 있죠. 그리고 어쨌든 남한과 북한의 문제는 통일이 되지 않는 이상 계속 풀어야할 숙제기 때문에 어느 정당이 어떤 정책을 내놓는지 사람들은 궁금한 거죠.
지금 남북한, 미국 모두 선거하는 방식이나 선거운동 하는 방식은 굉장히 다릅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현 대통령이 어떤 후보에 대해 지지의사를 밝히기도 하는데 남한에서는 그렇게 하면 선거법 위반입니다.
클레이튼 : 아, 그래요?
예은 : 저희는 공직자들은 정치적인 발언을 해서는 안 돼요. 그래서 공무원들은 정치적으로 중립이어야 해요.
진행자 : 공무원도 그렇고 교사들도 그렇고 어떤 정당에서 활동하거나 정당을 지지하는 발언을 해서는 안 됩니다. 미국에서는 그런 게 굉장히 자유로운 편이죠?
클레이튼 : 네, 미국 같은 경우는 예를 들어 한 신문사가 어떤 후보를 지지한다는 기사도 많이 나와요. 미국에도 선거법 위반이 있는데 무엇보다 돈과 관련된 거예요. 후보가 누구에게 얼마나 많은 돈을 받고 있고 어떻게 쓰고 있는지 자세하게 밝혀야 해요. 그밖에는 다른 단체나 대통령이 누구를 지지하든 문제없습니다.
예은 : 저는 학생들이 아직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만약 교사가 어떤 특정한 정당을 지지하면 학생들이 바로 흡수할 수 있어서 교사가 하는 발언은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개인적으로 지지하는 정당은 있겠지만 중립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진행자 : 교사들이 남한에서는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학교도 정치적으로 굉장히 중립적인 공간이에요. 그런데 미국에서는 학교에서도 정치적인 행사가 많다고 들었어요.
클레이튼 : 네, 정치인들이 정치 집회할 때 학교에서도 합니다. 2008년 대선 전에 제가 사관학교 다니고 있었는데 공화당 후보가 우리 학교 와서 연설했는데 아무 문제없었습니다. 우리 학교는 주립인데 그런 거 상관없이 사람들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요.
진행자 : 남한에서는 자칫 문제가 될 수 있어서 대학에서도 웬만하면 정치적인 행사를 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정치인들이 와서 여러 가지를 펼쳐 보여야 대학생들이 관심을 갖지 않을까 생각해 봐요.
예은 : 저도 중립적인 입장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미국의 버니 의원이 아주 보수적인 학교에서 연설을 했는데 학생들이 공감하면서 더 인기가 많아졌다는 기사를 봤어요. 그걸 보면서 저희도 특정 정당을 지지하기 때문에 이 후보를 뽑는 게 아니라 내가 판단해서 이럴 때는 이 정당이 좋고, 저럴 때는 저런 정당이 좋고, 그렇게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진행자 : 그리고 굳이 정치색을 띄고 학교에서 정치행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경제관념을 키우기 위해 어린 친구들에게 통장을 만들어주거나 은행에 가는 등 요즘은 그런 걸 많이 하잖아요. 정치도 마찬가지로 학교에서도 어릴 때부터 정치적인 활동이 이뤄졌을 때 자연스레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되지 않을까. 갑자기 만19세가 됐으니 투표해라, 정치에 관심을 가지라고 하면 나하고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예은 : 그래서 남한에는 반장선거라는 게 있잖아요. 학급에서 반장을 선출하는 것도 가장 민주적인 방식으로 되는 거죠. 저도 초등학교 때 나간 적이 있는데, 전체 학생 부회장 후보로 나갔어요. 그때 텔레비전에 나가서 연설도 하고 선거운동도 하고, 저를 지지하는 친구들 몇 명과 반마다 다니면서 공약도 얘기하고. 비록 작은 집단이지만 선거를 미리 체험해 보고, 나중에 컸을 때도 정치에 나의 투표권이 적용된다는 걸 자연스럽게 알아가는 것 같아요. 북한에도 반장선거가 있나요?
수정 : 북한에도 있어요. 한 학급에 40~50명 되는데 저도 반장을 했어요. 그런데 남한에서처럼 공약 얘기하고 그런 게 아니라 반장도 공부 잘 하가나 학교생활 잘 하는 학생을 선생님이 뽑아요. 선생님이 뽑아 놓고.
진행자 : 그것 역시 찬반(웃음)?
진행자 : 남한도 북한도 미국도 모두 민주주의라는 이름을 내걸고 있지만 선거하는 방식이나 투표하는 방식은 다릅니다. 특히 남한은 미국의 영향을 받았을 텐데도 많이 달라요. 역사도 다르고 배경도 다르고 문화도 다르기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 아직까지도 남한에서 선거하는 방식이나 이런 것은 매년, 할 때마다 바뀌잖아요. 그 이유가 조금 더 보완하고 또 보완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해요.
나 한 명이 투표한다고 해서 달라질 게 없다, 하지만 그런 것들이 쌓이고 쌓여서 여기까지 온 거잖아요. 미국도 마찬가지일 것 같아요. 선거를 할 때마다 보완하기 위해 바뀌는 것들이 있을 테고, 이런 것들이 짧은 기간에 달라지지는 않아요. 하지만 어쨌든 똑같은 출발점에서 남북한의 민주주의는 큰 차이가 있잖아요.
오늘 민주주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내가 의견을 발현할 수 있는 선거에 대해 얘기를 해봤는데 여러분 각자 많은 생각을 할 것 같아요. 한 마디씩 해볼까요?
예은 : 저는 올해 국내에서 첫 투표를 하는데 꼭 아침 일찍 투표를 하고 인증 사진을 보내드리겠습니다!
수정 : 저는 소원이라면 소원인데 북한에서 꼭 내 손으로 대통령을 투표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꼭 투표하겠습니다.
클레이튼 : 나라마다 선거운동 하는 방식, 투표하는 방식은 다르지만 가장 중요한 건 사람들이 투표하는 거죠. 그래야 더 좋은 나라로 발전할 수 있고, 좋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진행자 : 오늘 여러분이 나눈 대화에서도 여러 비판의식이 보였어요. 비판의식을 가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민주주의의 가장 두르러진 장점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오늘 저희가 한 얘기들이 민주주의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네요.
다 함께 인사드리면서 이 시간 마무리하죠.
다 함께 :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
진행자 : 지금까지 윤하정이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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