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들이 더 많을 때 우리는 '빙산의 일각'이다... 이렇게 표현합니다. 전체의 90%는 물에 잠겨있고 10%정도만 밖으로 드러나 있는 빙산에 비유해 하는 말인데요.
우리는 어쩌면 서로에 대해 빙산의 일각 정도로만 알고, 이해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여러분을 좀 더 알고 싶은 여기는 <청춘만세>고요. 저는 진행에 권지연입니다. 오늘은 남북 청년들이 함께 하는 '나우'의 특별한 행사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권지연 : 안녕하세요. 여기가 어딘가요?
지철호 : 여기는 북한 인권에 대해서 국내에도 알리고 해외에 있는 친구들에게도 알려서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해 개선하고 향상 될 수 있도록 열심히 하자는 취지해서 만든 자리입니다.
권지연 : 제가 알기로는 지난달부터 시작을 했었죠?
이정민 : 네, 지난달에는 제가 첫 연사로 성황리에 마쳤습니다. 사람들이 많은 관심을 가져줘서 많이 알려져서 감사하고요....
북한 인권 모임 '나우'가 주최하는 이번 행사의 이름은 '북남 살롱'입니다.
살롱이란 프랑스 말인데요, 일종의 사교 모임을 뜻합니다. 17∼18세기 프랑스 상류사회에서 성행하던 귀족과 문인들의 정기적인 모임과 화가나 조각가들의 연례 전람회에서 유래된 말입니다.
북남 살롱....쉽게 말하면 남과 북, 북과 남의 청년들이 함께 하는 사교 모임이란 뜻이죠. 이 모임에선 북한 주민들의 일반적인 생활의 얘기를 소개합니다. 어렵고 정치적인 얘기가 아니라 우리들이 살면서 흔히 접하는, 쉽지만 생활적인 주제를 다룹니다.
지철호 : 월마다 1회씩 연말까지 할 거고요. 이렇게 나오는 수익으로는 중국에서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있는 분들, 특히 여성분들을 위주로 데리고 올 수 있는 자금 마련을 하려고 합니다.
권지연 : 지난번에는 어떤 주제로 얘기했었죠?
이정민 : 연애에 대한 얘기를 했습니다. 연애에 대해서는 청년들이 관심이 많다보니까 많이 찾아왔었습니다. 예전에는 슬프고 험악한 북한의 실상을 전하는 것이 위주였다면 이번에 저희 행사는 일반인들이 평범하게 살아가는 내용들을 전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것 같습니다. 평범한 사람들의 얘기는 남북이 동질감을 느끼는 기회가 될 수 있으니까요.
권지연 : 보니까 남쪽사람들뿐 아니라 외국인들도 많이 오네요.
이정민 : 네, 외국인들도 꽤 많이 오고요. 외국인들이 많아서 동시 통역사가 동원됐고 통역기까지 가지고 왔습니다.
본격적으로 행사가 시작됐습니다.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은 삼삼오오 탁자 위에 둘러 앉아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연단을 바라보고 있는데요. 오늘 주제는 바로 쇼핑, 물건 사기입니다. 북에 계신 분들이 어떤 물건을 어떻게 사고파는지 윤미 씨와 수연 씨의 경험담을 통해 알아가는 시간입니다.
사회자 : 안녕하세요. 저는 '나우'의 부회장을 맡고 있는 부회장 이동우라고 합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저희가 이번이 두 번째로 진행되는 북남살롱인데요. 준비가 미흡한 것들이 많지만 계속해서 나와 주시면 앞으로 개선되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고요. 오늘 주제는 쇼핑입니다. 두 분이 나와서 강연을 해주실 겁니다. 첫 번째 강연자는 북한에서 의상실을 했었고 남쪽에 와서는 패션디자이너 학과에 다니며 패션 디자이너를 꿈꾸고 있습니다.
의상학을 배우고 있는 김윤미 씨는 오늘의 첫 번째 강연자로 무대에 섰는데요.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받아서인지 조금은 긴장한 듯 보입니다.
김윤미 : 제 패션이 좀 어떤가요? 괜찮나요? (웃음) 비오는 봄날에 특별히 북남살롱 위해서 준비했습니다.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꽃단장을 하고 여러분 앞에 섰는데요. 이렇게 선 이유는 북한의 패션을 알려드리고 공유하기 위해서입니다. 저는 북한에서 의상실을 하다가 여기 와서 의상학과에 재학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패션이라고 하면 어떤 것이 떠오르시나요? 한복이나 인민복이 있습니다. 요즘 김정은의 부인 리설주 패션이 대세입니다. 제가 북한을 탈북하기 전에는 이런 패션은 생각하지도 못했습니다. 그런데 요즘 많은 변화가 생기고 있습니다. 장군님 잠바 이건 장군님의 동복인 것 같은데요. 이 옷들은 김정일이나 김정은이 입고 다녀서 유행한 것들입니다. 남쪽 의상의 유행을 주도하는 건 인기 배우나 가수들인데 북쪽은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의 부인 리설주 등 최고지도층이 입는 옷이 유행을 일으키는군요. 유행하는 옷은 다르지만 동경의 대상이 입는 옷들을 따라 입고 싶어 하는 마음은 같은 것 같습니다.
윤미 씨의 이야기를 좀 더 들어볼까요?
김윤미 : 저는 유행하던 옷을 주문받아서 만들어주는 일을 했습니다. 여기서는 의상실이라고 하죠? 제가 옷을 만들던 시기는 고중학교를 졸업하고 19살부터였습니다. 동네의 옷을 잘 만드는 언니에게서 옷 만들기는 배웠고 고객들이 저에게 원단을 가져와 자기 치수를 재면 옷을 만들어서 수공비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솜씨가 좋아서 입소문이 퍼지면서 고객들이 들어왔고 당시 돈은 많이 벌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혼자 하다보니까 만드는데 한계가 있잖아요? 어떤 사람들은 순서가 아닌데 먼저 만들어달라고 와서 진을 치고 있고 동생들이나 언니들도 빨리 만들어달라고 맛있는 것도 사다주고 그랬습니다.
이런 윤미 씨가 남쪽에서 전문적으로 의상을 공부했으니 미래가 기대할만 하겠죠? 윤미 씨의 강연이 끝나고 다음 강연자인 이수연 씨는 북한의 소비 생활에 대해 얘기합니다.
이수연 : 여러분, 제가 발표에 들어가기 전에 제가 왜 이런 발표를 하게 됐는지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여러분은 북한하면 뭐가 떠오르세요? 대부분이 핵, 김정일, 김정은, 북한 정부에 대해서만 얘기합니다. 외국 뉴스나 한국 뉴스도 마찬가집니다. 그런데 그것만이 북한의 전부가 아닙니다. 그건 북한의 1%고 99%는 저처럼 일반 평민들이 살아가는 나라입니다. 그런 국민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것들을 사고팔고 어떻게 살고 있는지 자세히 설명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수연 씨는 시대별로 북한 시장 경제의 변화를 조목조목 설명하기 시작합니다.
이수연 : 90년대에 들어서면서 소련이 넘어지고 소련의 원조를 받아서 살아가던 북한이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경제는 자체로 생산되면 모든 경제 체제가 마비가 됐습니다. 모든 공장이 다 멈췄었죠. 하나의 공장도 돌아가는 것이 없었어요. 치약, 칫솔 하나도 못 만들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300만 명이 굶어죽습니다. 공식적으로는 북한에서는 100만 명 굶어 죽었다고 보고했는데 300만 명 정도가 죽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국가에서 나눠주던 배급으로 살다가 갑자기 배급이 안 되니까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몰랐던 겁니다. 국가를 못 믿게 되고 생존수단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90년대 후반 들어서 시장이 급속도로 퍼지자 북한 정부가 이를 단속하기 시작했는데 소용이 없었고 1997년 북한 정부가 시장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게 됐다고 하죠?...
함경북도 청진이 고향인 수연 씨의 고향에도 아주 크고 유명한 시장이 있었다고 하네요.
이수연 : 제가 청진에서 살았거든요. 함경북도 청진에 수남 시장이라는 엄청나게 큰 도매시장이 있어요. 하루에 1만 명 정도가 유입되고 각 지방에서 그 시장에 와서 대량으로 물건을 판매하는 시장이 됐어요. 수남 시장에는 고양이 뿔 빼고 다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고양이는 뿔이 없잖아요? 그만큼 없는 것이 없다는 겁니다. 여러분이 상상을 못하실 것 같은데요...
수연 씨는 설명을 끝내고 아무리 정부가 억제해도 억제할 수 없는 것이 인간의 욕망이라고 말합니다.
이수연 : 제 강의를 들으면서 여러분이 어떤 생각을 했을지 모르겠지만 북한이 변했다, 내가 알고 있는 북한이 아니다... 라는 생각을 갖는 분들이 계실 겁니다. 북한은 분명히 정부가 억제를 하고 있지만 인간의 욕망까지는 억제를 못해요. 인간이 알고 싶어 하고, 궁금해 하고... 이런 욕망을 어떻게 총과 칼로 막을 수가 있겠습니까? 2만 명이 넘는 탈북자들이 한국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미국에도 있고 캐나다에도 있고 영국에도 있고 세계 곳곳에 있습니다. 이 사람들이 북한과 연락을 안 할까요? 연락을 해요. 새로운 정보를 전달합니다.
수연 씨와 윤미 씨의 강연을 들은 청중들...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저는 원래 전공이 이쪽이라서 새로운 것을 들은 건 아니지만 이렇게 모여 있다는 것 자체도 좋고 가장 최근의 얘기를 해주셔서, 북한이 변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셔서 좋았습니다.
-제가 통일 얘기를 하면 중학교 때 이후로 처음 들어봤다는 친구들도 많아요. 통일과 북한에 대해 관심을 많이 가졌으면 좋겠는데 현실적으로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이런 자리를 통해 계속 기회가 열리고 좀 더 접촉이 늘어나면 관심이 많아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친구들을 좀 불렀는데요. 대학원 친구들 수정오빠 주영이~ 다음에 같이 왔으면 좋겠어!!
- 탈북자들을 만날 기회가 없었는데 오늘 만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저는 시장 발달사가 매우 흥미로웠어요. 물론 북한에 대해서 관심을 많이 가졌으면 좋겠고 북한은 남한에 대해 관심이 많은데 남한은 북한에 대해 관심이 없어서 실망했다는 얘기를 듣고 저희도 북한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특히 윤미 씨는 같은 꿈을 꾸는 좋은 친구를 만난 것 같은데요?
- 졸업 작품 발표회가 6월 11일이라고요? 보러 갈게요! 패션 전공하는 친구 있거든요. 친구에게 소개받아 왔는데요. 제가 패션 전공이거든요. 북한 패션 의상실에서 일하던 분이 오신다고 해서 왔는데 북한에 대해 없던 관심이 생겼습니다. 북한 사람들 사상이 우리랑 너무 달라서 통일이 되더라도 그 사람들과 동화가 안 된다는 얘기가 많이 있었잖아요. 그래서 저도 그렇게 생각하면서 관심이 없었는데 오늘 얘기를 들으면서 정말 충격이었어요. 우리가 너무 다르지 않아서... 그리고 탈북 학생들, 조금이라도 북한 사람 같은 느낌이 있을 줄 알았는데 전혀 분간을 못 하겠어요. 그래서 내가 편견을 가지고 있었구나 생각하게 됐습니다.
남과 북의 청년들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를 알아가는 이 자리가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김윤미 : 처음에는 많이 준비를 못해서 긴장을 하고 그랬는데 제 얘기를 하다보니까 준비하지 않았던 얘기도 조금씩 나왔고요. 질문을 받을 때 재미있었어요. 생각지도 않았던 얘기를 하면서 추억으로 돌아간 그런 기분이요?
권지연 : 저는 수연 씨 입에 모터 단 줄 알았어요. (웃음) 준비 많이 했죠?
이수연 : 아니에요. 저도 제 머리에 있던 것이니까 술술 나오고요. 아무래도 어차피 하는 거면 제대로 하자... 열심히 했습니다!
권지연 : 아까 수연 씨가 무척 좋은 얘기 해줬던 것 같아요. 북쪽 사람들은 남쪽 사람들을 무척 궁금해 하는데 남쪽 사람들은 관심이 없다... 철호 씨는 어떻게 들었어요?
지철호 : 알고 있었던 얘기지만 정리해주니까 새롭네요. 이런 기회를 통해서 서로를 이해하고 포용하려고 하면 앞으로 통일이 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권지연 : 통일이 된다면 남북 청년들이 모여서 뭘 해보고 싶나요?
이수연 : 여행가야죠. (웃음) 백두산에 올라가서 우리 땅이라는 영역 표시를 확실하게 하고 다시 한라산에 가서 시원하게 라면하나 먹고... 그게 소원입니다.
이정민 : 저는 남북이 함께 하는 밴드 같은 거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저는 바이올린을 좀 배웠었거든요. 사람이 마음을 치유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은데 북한 주민들이 통일이 된다면 적응을 못하잖아요. 그런 복잡한 마음을 음악으로 치유할 수 있고 남한 청년들이 북한 청년들에게 가르쳐주는 거예요. 나중에는 밴드 구성을 해서 같이 나가서 연주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지철호 : 저 같은 경우는 일단 그런 모임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데올로기나 정치에 국한 되지 않고 젊은이들답게 같이 막걸리도 마시면서 속에 있는 말을 하는 기회요. 어떤 점이 서운하고 어떤 점이 좋았는지 이런 얘기를 나누면서 서로 다가간다면 통일이 될 때 더욱 큰 강대국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권지연 : 통일이 되도 '남북 살롱'은 쭉 계속 되겠군요.
지철호 : 그래야죠. (웃음)
김윤미 : 이 안에서 우리가 남북이 함께 통일된 그 기분을 맛보며, 얼마나 기쁜지, 얼마나 필요한지 알아가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모두 함께 : 청춘만세!
어쩌면 남북이 서로에 대해 알고 있는 부분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한지도 모릅니다. 물속에 숨어있는 90%의 빙산이 어떤 모습일지 그 동안은 기대감보다는 불안감이 더 컸는데요. 이 청년들을 보고 깨닫습니다. 불안해하기보다 기대를 해야겠다... 서로의 모습을 알아가는 재미가 새록 새록할, 그날을 함께 기대해주세요.
지금까지 <청춘만세> 진행에 권지연이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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