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남한에서 생활하는 청년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청춘 만세> 저는 진행자 윤하정입니다.
요즘 북한에서도 남한 드라마, 그러니까 연속극이나 남한 가수들의 노래를 많이 보고 듣는다고 하죠? 남한 대중문화의 인기는 중국과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에서 대단합니다. 요즘은 미국과 유럽, 남미에서도 그 인기를 확대해가고 있는데요. 그 열기가 얼마나 뜨거운지, 도대체 왜 인기인지, 그리고 실제 남한의 모습과는 얼마나 비슷하고 다른지 <청춘 만세> 시간에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먼저 이 시간을 함께 꾸며갈 세 청년을 소개할게요.
클레이튼 : 안녕하십니까. 미국에서 온 클레이튼인데 남한에 온 지 6년 됐습니다. 지금 한국 회사 다니고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예은 : 안녕하세요. 저는 강예은이고, 서울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살고 있는 백수입니다(웃음).
은주 : 안녕하세요. 저는 김은주이고, 고향은 함경북도 은덕입니다. 고난의 행군 시기에 탈북해서 2006년에 대한민국에 왔습니다. 4년제 대학을 졸업했고, 중국어에 관심이 많아서 중국어 통번역 대학원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 미국에서 온 클레이튼, 러시아어를 전공한 예은 씨, 그리고 중국어를 전공하게 될 은주 씨와 함께 할 텐데요. 오늘 할 얘기가 바로 '한류'입니다.
한류가 어떤 것인지는 예은 씨가 소개를 해줄까요?
예은 : 한류라는 것은 해외에서 한국의 문화나 음식, 언어 등이 열풍을 일으키는 현상을 말합니다.
진행자 : 예은 씨가 말한 것처럼 한국 대중문화의 인기, 그 흐름을 한류라고 말할 수 있을 텐데 1990년대 후반 드라마를 시작으로 영화, 대중가요, 음식이나 화장품까지 특히 아시아권에서 굉장히 인기가 많아요. 요즘은 유럽이나 미국, 남미 쪽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남한에서 생활하는 여러분도 한류 열풍을 실감하나요?
예은 : 네, 명동에 가면 중국 사람들이 정말 많아요. 뉴스에서도 자주 접하는 단어가 한류거든요. '태양의 후예'라는 드라마가 지금 남한에서 인기인데 그 드라마가 중국에서도 방영되고 있고, 많은 나라에 수출됐다고 하더라고요. 특히 중국에서는 그 드라마 때문에 더 남한을 방문하고 있다고 해요.
은주 : 저는 10년 전에 중국에 있었는데, 그때 중국은 이미 한류에 사로잡혀 있었어요. 사람들이 한국의 음악이나 드라마, 영화에 열광했어요. 중국의 작은 시골마을에서 살았는데, 그때 '가을동화'라는 연속극이 중국 텔레비전에 나왔어요. 저는 한국 연속극을 그곳에서 처음 봤거든요. 그 연속극에 매료돼서 딱 저녁 먹을 시간이었는데 눈물을 흘리느라 밥을 제대로 못 먹을 정도였어요. 당시 중국인들도 그 드라마에 열광했고, '차차차' 라던가 이런 노래들이 북한에서도 많이 인기였어요. 지금은 아무래도 신세대 노래들이 유행이겠지만. 처음에는 북한 사람들도 이 노래들을 중국 것으로 알고 받아들였다가 지금은 남한 노래라는 걸 알고 즐긴다고 하더라고요.
클레이튼 : 저는 2010년에 남한에 왔는데, 그때는 한류라는 말을 잘 몰랐습니다. 켄터키 주는 약간 시골이라서 뉴욕이나 LA 같은 대도시는 어느 정도 한국 문화가 전파됐겠지만 켄터키 주에서는 전혀 몰랐어요. 그래서 한국에 와서 정말 놀랐습니다. 소녀시대, 빅뱅 이런 밴드 보면서 화려한 춤이나 이상한 옷차림, 팀원도 10명 안팎이고 깜짝 놀았어요. 어학당에 아시아권은 물론이고 아프리카, 남미 등 전 세계에서 학생들이 왔는데 한국어 못해도 빅뱅이나 샤이니 같은 밴드 노래 계속 듣고 춤도 따라 했어요.
진행자 : 걸그룹이라고 하면 북한 분들이 모르실 거예요.
은주 : 모르죠.
진행자 : 북한에서의 인기로 따지면 모란봉악단 정도 될 텐데, 여러 명의 10대 후반부터 20대 여성들이 예쁘게 차려입고 노래하면서 춤도 추는데 보통 우리가 걸그룹이라 하고, 남자들은 보이밴드 또는 아이돌이라고 하죠.
예은 : 지금 러시아에도 한류 열풍이 상당한 것 같아요. 한국어를 전공하고 한국어에 관심 있는 친구들이 많은데 그 친구들은 저보다 아이돌 노래를 더 잘 알고, 드라마도 다 섭렵하고 있어요. 러시아어로 된 인터넷 사이트가 있는데 남한 드라마를 러시아인들이 자원봉사로 자막을 넣거나 녹음을 해서 내보낼 정도예요.
또 샤이니라는 남한 그룹이 있는데 러시아에서도 인기가 많거든요. 모스크바 붉은 광장 등에서 플래시몹, 그러니까 깜짝 공연을 했어요. 샤이니가 공연을 하면 그냥 사람들이 와서 동작을 따라하거나 함께 하는 거였는데 저는 러시아 사람들이 전반적으로 그런 것에 관심이 없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모였어요.
진행자 : 저도 작년쯤 영어공부 좀 하려고 필리핀에 있는 사람과 잠깐 전화영어를 했는데 저보다 남한 드라마를 훨씬 잘 아는 거예요. 자꾸 물어보는데 저는 텔레비전을 잘 안 보거든요. 드라마 촬영한 곳에 가고 싶어서 남한에 오고 싶다고, 자기 꿈이라고 말하더라고요. 드라마 속의 인기 배우들, 김수현 씨 같은 사람이 팬 미팅이라고 해서 좋아하는 사람들과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잖아요. 가수가 공연하는 것처럼. 팬 미팅 하면 몇 천 석이 10분도 안 돼서 매진된다고 해요. 그리고 20배 정도 웃돈을 붙여 표를 파는데도 그렇게들 많이 온다고 하네요.
클레이튼 : 사실 미국 친구들은 2013년 전에는 한류에 대해 얘기한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그때 싸이의 '강남 스타일'이 나오면서 한국에 전혀 관심 없는 미국 친구들이나 대중문화 잘 모르는 부모님도 싸이에 대해 알게 됐어요. 얼마 전에 미국 다녀왔는데, 친척들이 저한테 '요즘 싸이 뭐하냐, 새로운 곡 있냐' 물어 봤어요(웃음).
제 생각에는 한류가 미국에는 아직 많이 전파되지 못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뉴스 봤더니 빅뱅이 미국에서 개최한 공연 표가 두 시간 만에 매진됐더라고요. 아주 널리 퍼지지는 못했지만 어느 정도는 들어가 있어요.
진행자 : 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이라는 곳이 있는데 지난해 한류 문화 콘텐츠, 그러니까 지금까지 말한 가요나 영화, 드라마로 인한 수출이 3조2천억 원, 28억 달러에 달했다고 해요. 1년 전, 2014년보다는 13.4%가 증가했는데, 작년에 남한의 전체적인 수출 규모는 8%가 줄었거든요.
그런데 문화 콘텐츠 수출은 10% 이상 증가한 겁니다. 영화 수출 증가율이 가장 컸다고 해요. 222% 정도 늘었다고 하고요. 수출액 기준으로는 지금까지 아무도 얘기하지 않았는데 게임 산업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예은 : 스타크래프트 같은 게임을 말씀하시는 것 같아요. 남한이 그 게임으로 정말 유명하거든요. 남자들은 여자에 비해 드라마나 노래를 많이 좋아하지는 않아요. 한국에 관심이 생긴 통로가 뭐냐고 물어보면 남자들은 게임이에요. 러시아에도 한국 게임이 많이 진출해서 그런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단체를 만들어서 정보를 공유하기도 하더라고요.
은주 : 언어가 다른 미국이나 러시아에서도 한류에 대해 열광하잖아요. 그런데 언어가 같은 북한에서는 오죽하겠어요. 처음에는 북한 정부에서 특히 남한 것을 못 보게 하고 통제하니까 사람들이 소극적이었는데, 지금도 물론 몰래 보기는 하지만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서 따라한다고 해요. 북한의 노래 90% 이상이 김일성이나 김정일이 들어가요. 지금 북한에서는 그런 노래가 젊은 친구들 사이에서는 거의 불리지 않고 있대요. 이 친구들이 서로 모여서 놀 때 북한 노래를 부르면 삼류, 제일 못난 사람 취급을 받고 중국 노래라 중국 것을 따라하면 그나마 괜찮은, 한국 노래나 춤을 부르고 춰야 인정하고 서로 어울릴 정도로 한류가 그만큼 퍼져 있고 서로 즐긴다고 하더라고요.
진행자 : 어떤 드라마는 남한과 일주일 차로 북한에서 본다고 하더라고요. 은주 : 지금 '태양의 후예'도 들어가고 있지 않을까 싶은데 '시크릿 가든'이라는 드라마를 할 때는 거의 하루 차이로 북한에 들어갔다고 해요. 안타까운 건 통일이 됐다면 북한 주민들도 바로 볼 텐데 북한 주민들은 상대적으로 거액을 내고, 돈을 버는 사람은 한국인도 아니고 결국 중국인인 거죠. 남한에서 드라마가 방영되면 중국인들이 복사를 해요. 북한에서는 알판이라고 하는데 CD로 만들어서 북한에 파는 거죠. 예전에는 돈 있는 사람들이 CD로 사서 봤는데, 요즘은 USB가 생겨서 가격도 많이 낮아졌다고 해요. 그리고 노트텔이라고 해서 CD와 USB를 다 넣을 수 있는 게 있어요. 그래서 USB에는 남한 드라마를 넣고, 알판에는 북한에서 허용한 영상물을 넣어서 보위원이 조사하러 오면 UBS를 그냥 뽑아버리는 거죠. 현장에서 걸릴 일도 없고, USB로 무한 복제가 가능하니까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남한 드라마나 외국 영상물을 볼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진행자 : 북한에서도 가장 많이 접하는 게 드라마와 노래일 텐데 좋아하나요?
은주 : 저는 집에서 엄마와 싸우면서 봐요. 저희는 몰입을 해요. 드라마는 현실이 아니잖아요. 만든 건데도 저희는 '쟤는 왜 저기서 저러냐?' 그러면서도 즐겨 봐요. 남한 드라마는 궁금증을 자아내고 계속해서 다음을 보고 싶게 만드는 것 같아요.
예은 : 저는 고등학교 때까지는 드라마나 오락 프로그램을 많이 봤는데 대학 진학하고 나서는 드라마를 덜 보게 됐어요. 그런데 최근에 재밌는 드라마가 많아졌더라고요. 한류 열풍이 부니까 점점 더 질이 좋아져서 요즘 드라마 즐겨 보는 편이에요.
진행자 : 한국 드라마나 노래가 왜 그렇게 인기일까요?
은주 : 자기가 할 수 없는 것, 현실에서는 할 수 없는 걸 드라마에서는 이룰 수 있잖아요. 대리만족이 아닐까 싶고요. 드라마에 보면 재벌들이 많이 나오고 잘 생긴 사람들이 많이 나오잖아요. 그런 걸 보면서 환상이나 꿈을 꿀 것 같아요. 비록 나와는 동떨어진 얘기지만 '저렇게 살면 좋겠다, 저 모습 참 예쁘다' 생각하지 않을까요.
클레이튼 : 저는 한국 드라마 싫어하지만 한국 영화는 좋아합니다. 특히 전쟁영화 좋아합니다. 처음에는 한국을 더 깊게 이해하려고 한국 드라마 보려고 했는데 막상 보니까... 예전에 어학당에서 유럽에서 온 친구를 만나게 됐어요. 그 친구가 유럽에서 한국 드라마를 보고 한국에 살고 싶어서 왔는데 막상 한국에 와서는 드라마와 현실이 다르니까 몇 개월 만에 자기 나라로 돌아갔습니다. 한국 드라마 보시게 되면 너무 다 믿지 마세요(웃음).
예은 : 그렇게 다르지는 않아요!
진행자 : 그렇죠, 잘 생긴 남자도 많고 돈 많은 남자도 많아요.
클레이튼 : 드라마 보면 어마어마한 저택 나오고, 비싼 수입차 나오고.
예은 : 실제로 그렇게 사는 사람들 많아요. 제가 못 누릴 뿐이지(웃음).
은주 씨는 남한 드라마를 좋아하지만 클레이튼은 싫어한다고 하네요.
청취자 여러분은 남한의 드라마나 노래를 좋아하시나요? 왜 좋아하세요? 그리고 그 드라마를 보고 노래를 들으면서 어떤 생각을 하십니까?
드라마 속의 남한 모습이 실제와 얼마나 비슷하고 다른지도 궁금하실 텐데요. 이 얘기는 다음 시간에 계속해서 나눠보겠습니다.
<청춘 만세> 오늘은 여기서 인사드릴게요. 지금까지 진행에 윤하정이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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