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2) 국제연애

남북, 그리고 해외 청년이 함께 하는 청.춘.만.세

강남 : 안녕하세요, 김강남이라고 합니다. 2010년도에 탈북해서 대한민국에서는 지금 5년이 됐네요. 저 탈북자입니다. 약자의 편에 서는 경찰이 되고 싶어서 경찰행정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이고요.

알렉스 : 저는 알렉스라고 하고, 영국에서 왔습니다. 27살이고, 대학원에서 한국학을 공부하고 있어요. 고향에서 한국의 영화나 음악을 많이 접해서 한국에 대한 관심이 생겼는데, 한국에 와서 북한에 대한 관심도 생겨서 방송에 나오게 됐어요.

예은 :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예은이고요. 출연자 중에 여자가 저 혼자라서 기쁘네요. 저는 러시아어를 전공하고 있고요. 러시아가 앞으로 통일에 있어 필요한 국가이기도 하고, 지지를 해줄 국가라고도 생각해서 러시아어를 통해서 남북통일에 기여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배우고 있습니다.

진행자 : 그리고 저는 이 청춘들과 함께 하는 진행자 윤하정입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변하지 않는 이야깃거리는 바로 '사랑, 연애'죠. 남북청년들이 함께 하는 인권모임 '나우'의 김강남, 강예은 씨, 그리고 영국에서 온 알렉스 잭슨 씨와 지난 시간부터 '연애'에 대해 얘기 나누고 있는데요. 국가 간 교류가 잦아지면서 요즘은 국적이 다른 사람을 사귀는 경우도 많습니다. 세 사람 중에도 이른바 '국제연애' 중인 친구가 있는데요. 살아온 환경과 문화가 다른 사람들이 서로 사귀는 건 어떨까요? 자세한 얘기, 들어보시죠.

진행자 : 알렉스는 여자 친구가 한국인이라고 했는데 국적이 다른 거잖아요. 문화나 가치관에서 부딪히는 부분은 없어요?

알렉스 : 당연히 좀 있는데요. 그런데 저는 외국 여러 나라에서 생활해본 적이 있고, 저는 자연스럽게 살고 싶고, 자유롭게 생각하는 편인데, 여자 친구도 그런 건 비슷해요. 그래서 생각이 잘 맞고, 큰 차이는 느낀 적이 없어요.

그런데 가족 관계가 역시 많이 달라요. 남한에서는 남자친구와 결혼할 생각이 있을 때까지는 부모님한테 말하지 않는데 영국에서는 그런 걸 부모님한테 말해도 아무 문제 없어요. 남한에서는 가족과 무척 친하고 다른 얘기는 다 하는데, 연애에 대해서 얘기하지 않는 건 문화차이인 것 같아요.

예은 : 요즘은 좀 다른 것 같아요. 여자들도 가족들한테 남자친구도 많이 소개하고, 제 친구들도 부모님이 따로 남자 친구한테 연락해서 밥 먹자고 한 적도 있어요.

진행자 : 그런 부분은 남한 전체적인 모습이라기보다는 개인차가 있지 않을까 싶어요.

알렉스 : 네, 좀 보수적인 성향이면...

진행자 : 그리고 이건 제 생각이지만, 알렉스가 외국인이니까 조금 더 안정적인 관계가 되면 얘기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예은 : 더 신중할 수 있어요, 여자 친구가. 남한은 예전에 국제결혼을 꿈꿔보지 못했기 때문에 반대가 심한 분들이 있었어요. 어른들은 조금 보수적인데 저희 세대로 넘어오면서 그런 마음들이 넓어진 것 같아요. 세계관이 달라졌죠. 교류가 많아지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 사람들 문화도 받아들일 수 있고, 그래서 사귈 수 있고 연인으로 발전할 수도 있는 것 같아요.

알렉스 : 여자 친구의 친구들한테 저를 소개하면 다들 놀라고 질문도 무척 많고 신기해해요. 그리고 같이 지하철 타서 한국말로 대화하면 모르는 아저씨 아주머니들이 '이 외국인 한국말 잘하네!' 하고 말해요(웃음).

진행자 : 반대로 영국에 있는 친구들한테 지금 한국 여자 친구를 소개해주면 어떨 것 같아요?

알렉스 : 신기해하지 않을 것 같아요. 그냥 한국에서 왔구나.

진행자 : 강남 씨도 이런 경험은 해보지 않았을까요? 남한 여자 친구 사귀어 봤으면.

강남 : 지금 여자 친구는 일본인입니다.

진행자 : 그래요? 일본과 북한도 문화가 다르잖아요. 그런 데서 오는 불편함 같은 건 없어요?

강남 : 특별히 느껴본 적은 없어요. 4개월 정도 사귀었는데, 지금은 문화 차이로 받는 충격이나 그런 건 없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저도 이해가 안 되는데, 남한 여자를 만나면서 문화 차이를 느꼈어요. 나의 행동 하나하나가 관찰되고 단점들이 바로 지적받는다고 할까요? 제 생각이지만, 남북한 문화가 많이 달라졌잖아요. 그러니까 생활하는 모습에서 '그건 그렇게 하면 안 돼!'라고 하는데 남자로서 여자를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여자한테 끌려가는 느낌?

진행자 : 알렉스도 남한에 와서 어려운 점이 많을 거란 말이죠. 그러면 여자 친구한테 도움도 많이 받고, '한국에서는 그렇게 하는 게 아니야!' 라는 말도 들을 것 같은데요.

알렉스 : 맞아요, 여러 가지 가르치려는 것도 있고요.

진행자 : 기분이 나쁘거나 그렇지는 않았어요?

알렉스 : 지금까지는 없었어요. 왜냐면 저는 외국인이고, 한국에 있으니까 한국인 여자 친구가 가르쳐주는 것을 잘 들어야 하고, 여자 친구를 데리고 영국에 가면 제가 알려주는 것을 여자 친구도 들어야겠죠.

강남 : 그런데 알렉스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태어났잖아요. 그래서 상대 여자와 이미 공감할 수 있는 상태에 놓여있고, 싸워도 거기에 그렇게 집착하지 않는다는 거죠. 저처럼 자본주의 사회를 접해보지 못한 상태에서 싸우게 되면 또 다른 모습으로 생각하게 된다는 거죠. 왜냐면 사회주의가 세계적으로 긍정적으로 평가받지도 못하고, 북한이라는 나라가 굉장히 뒤쳐져 있다고 인식돼 있기 때문에 그걸 결합해서 생각한다는 거죠.

진행자 : 일본도 자본주의 사회 아닌가요? 그리고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로 나눈다면 강남 씨는 계속 사회주의 출신의 여자 친구만 사귀어야 할 것 같은데요.

강남 : 아니요, 이건 단편적인 예이고요.

알렉스 : 사회주의 나라에서 살아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이해를 잘 못 하겠어요. 예를 들어 영국에서는 중국 여자와 사귀는 사람도 많고, 미국에서 쿠바 사람과 사귀는 사람도 있고.

진행자 : 동독, 서독 사람들도 사귀지 않을까요?

알렉스 : 네, 마음이 통하면 서로 자기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말하고, 의견이 다를 수는 있어도 사귈 수 없는 건 아닐 것 같아요.

예은 : 저도 알렉스 씨 의견에 동의하는데요. 그리고 외국인을 만나면 서로 어느 정도 배려한 채로 만나잖아요. 그 사람의 문화를 수용할 준비가 된 상태로 만나기 때문에 더 그렇게 느껴지는 게 아닐까 생각돼요.

강남 : 아마도 맞는 말인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 여자 친구는 정말 좋아요. 왜냐면 이전에는 상대가 '그거 왜 그래?' 생각 없이 말하더라도 그 상대가 같은 민족이고 지금의 북한에 대한 나쁜 인식이 있기 때문에 저는 또 다른 면에서 생각하고 그랬는데. 지금 여자 친구는 아예 그런 관점이 없거든요.

진행자 : 이런 걸까요? 일본 사람, 북한 사람은 대등하다고 생각되는데, 북한 사람, 남한 사람이라고 하면 왠지 모르게 자격지심 같은 게 든다는 얘긴가요?

강남 : 그렇죠. 그리고 제일 맞지 않았던 부분은 그 여자는 이미 사랑이라는 그림을 그려놓고 나더러 이만큼 채워달라고 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됐어요. 남한에 와서 느낀 것은 남한에서의 연애는 깊이가 과연 있을까. 왠지 뭔가 이뤄지면 끝나는 사랑? 여성은 남성에게 명품 가방을 요구하고...

북한에서나 지금 만나는 일본인은 기준을 정하지 않아요. 그런데 남한에서는 인물, 키, 몸매, 돈 이게 먼저라는 거죠. 남한에 와서 평가받는다는 것에 너무 상처받았어요. 제가 지금 170센티미터인데 북한에서는 작은 키가 아니었거든요. 그런데 남한에서는 보통 남자들이 178~180센티미터, 그래서 제가 작더라고요. 사회가 그런 틀이 있으니까 제가 거기에서 한 단계 깎였죠. 그리고 말투, 무뚝뚝함, 저는 개인적으로 잘생겼다고 생각하는데, 사회적으로 봤을 때 못생겼다고 평가한다면 못생긴 거겠죠. 남한에서 표준이라고 생각하는 것에 제가 못 미친다고 생각하니까 부정적인 생각이 생긴 것 같아요.

진행자 : 남한 사람들이 학벌, 직업, 키, 외모, 재산에 대한 기준이 있는 것 같고. 그 기준으로 따지자면 강남 씨가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되니까 왠지 남한 여자는 안 만나게 된다 이런 얘기가 되겠네요.

예은 : 그런데 공감하는 게 사람을 있는 그대로를 봐야 하는데 처음에 만나면 있는 그대로 볼 수가 없잖아요. 사회가 빨리빨리 돌아가다 보니까 처음에 만났을 때 외모와 직업, 어느 대학 출신인지, 그런 것들로 첫인상을 결정짓게 되는 것 같아요.

강남 : 미국이나 서양 국가 여성들, 일본 여자 친구는 그런 게 없어요.

진행자 : 알렉스 이 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요?

알렉스 : 역시 사람마다 다르다고 생각해요, 나라보다는. 아마 서양에서는 학벌이나 출신 그런 것은 아시아보다는 신경 쓰지 않고 한국이나 일본에서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처음에 여자 친구 만나서 그런 질문은 받지 않았어요. 부모가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대학 다녔는지 그런 게 아니라 성격에 대해 물어봤고.

진행자 : 영국도 자본주의 사회잖아요. 학벌이든 외모든 재산이든 이런 것들에 대해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나요?

알렉스 : 서양 사람들한테 물어보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을 것 같은데요. 그런데 역시 남자가 여자한테 자기 소개할 때, '나는 의사다, 변호사다' 하면 당연히 돈 많겠다고 생각하겠죠.

저도 처음에 한국에 왔을 때 남한 여자에 대해서 선입견이 있었어요. 강남 씨가 말한 것처럼 남자가 계속 뭔가 열심히 해야 하고, 남한 여자들은 비싼 거 무척 좋아해서 비싼 선물을 해야 하고, 좋은 식당 찾아서 데려 가야 하고,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진행자 : 왜 그렇게 생각했어요?

알렉스 : 아마 잘 사귀고 있는 사람들은 불평을 하지 않는데, 그런 여자를 만났던 남자들이 그런 얘기를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처음에는 '남한 여자는 못 사귀겠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역시 선입견이었고, 지금 여자 친구만 봐도 그런 건 전혀 없어요.

예은 : 사실은 좀 그랬던 것 같아요. 저도 남자친구를 사귀기 전에는 드라마나 매체를 통해서 많은 상상을 했어요. 백마 탄 왕자를 기다린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현실적으로 그렇지는 않아요. 연인 사이라는 게 서로 맞춰가는 거잖아요. 남자가 그렇게 좋은 선물을 주지 않아도 마음이 있으면 여자들은 감동을 해요. 말 한마디에 마음이 움직이고 눈물이 나는 것도 여자거든요.

진행자 :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도 들어요. 강남 씨가 북한에서는 재산이 얼마나 있는지, 어떤 학교를 나왔고 어떤 직업을 갖고 있는지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고 했는데, 남한에서는 그런 것들이 하나의 경쟁력이잖아요. 외모가 뛰어나야 학벌이 뛰어나야 더 좋은 직업을 얻을 수 있고, 내가 이만한 경쟁력을 가져야만 좋은 사람도 만날 수 있으니까. 북한 같은 사회주의는 일단 평등하다고 하죠. 대학을 나오든 나오지 않든, 그게 어떻게 보면 사회를 살아가는 데 있어서 큰 요소가 아니지 않을까요. 남한에서는 살아남기 위한 하나의 방법인 것 같아요.

예은 : 자기를 드러내는 수단인 거죠. 북한 동포들, 남한 여자 그렇게 나쁘지 않아요. 좋은 사람 아주 많답니다(웃음).

진행자 : 일단 강남 씨가 남한 여자 친구를 만날 기회가 많지는 않았으니까.

강남 : 네, 많지 않았어요. 제가 본 사람이 한 명이다 보니까 그걸 전체적으로 보지 않았을까 생각되고, 그래서 편견도 생기지 않았을까. 살다 보면 많이 배울 거라고 생각합니다.

BG. 비틀즈 - Oh My Love

지금 듣고 계신 노래는 영국 출신 4인조 악단, 비틀즈의 'Oh My Love'인데요. 비틀즈는 1960년대 활동을 시작해 지금도 세계적으로 가장 인정받은 악단이 아닐까 합니다. 이 노래는 네 명 가운데 존 레논이라는 사람이 오노 요코라는 일본 여자와 사랑에 빠져 만든 곡인데요. 두 사람은 1966년에 만나 3년 뒤 결혼하기도 했습니다. 일본은 한반도에 앞서 국제 사회와 교류를 시작했죠? 그래서 다른 국적의 사람들과 친구가 되고, 연인이 되는 것도 남한보다 빠르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그런데 <청춘만세> 시간에 얘기를 나누다 보니, 언어가 다른 국제연애보다 더 힘든 게 남북 간 연애가 아닐까 싶습니다. 아니, 연애까지 가지 않더라도 서로 만날 수도, 알아갈 수도 없으니, 다름의 폭도, 오해의 깊이도 커지는 것 같아 안타깝네요. 북한에서는 어떻게들 연애하고 계신가요?

<청춘만세> 오늘은 여기서 인사드리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윤하정이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