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다미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아름다운 보석을 갖고 있었는데 어느 날, 한 손님이 그 보석을 사기 위해 찾아 왔죠. "당신의 보석을 파세요. 보석 값으로 금화 100닢을 드리겠습니다."
다미는 보석을 팔고 싶었지만 보석이 든 상자의 열쇠가 아버지의 베개 밑에 있었고 마침 아버지는 주무시고 계셨습니다.
다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습니다. "보석을 팔수가 없겠습니다. 보석이 든 상자의 열쇠가 아버님 베개 밑에 있는데 마침 아버님이 지금 주무시고 계셔서요..."
손님은 다미가 금화를 더 얻고자 함이라 생각해서 금화 200닢, 300닢... 나중엔 1000닢을 주겠다 말했지만 다미의 생각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그 사람이 보석을 포기하고 돌아 섰는데 그 때 마침 다미의 아버지가 잠에 깼고 다미는 보석을 가지고 그 사람을 뒤따라가 보석을 건네주며 말했답니다.
"아버지가 때마침 일어나셔서 상자를 열 수 있었습니다."
손님이 보석 값으로 금화 1000닢을 주려 하자 다미가 말했습니다.
"아닙니다. 금화 100닢만 주십시오. 저는 아버지를 걱정했을 뿐이지 돈벌이를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안녕하세요. <청춘만세> 진행에 권지연입니다. 물질 만능 주의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지만 분명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지 않을까요? 돈보다 아버지를 더 생각했던 다미처럼 말입니다. 오늘 <청춘만세>에서 남북청년들이 함께하는 인권모임 '나우'의 이정민, 김강남, 김재동 씨와 함께 나눠봅니다.
진행자 : 안녕하세요.
이정민, 김강남, 김재동 : 안녕하세요.
진행자 : 얼마 전 남쪽에서는 기업체 고위 임원들의 연봉을 공개했습니다.
연봉이란 일 년 동안에 받는 봉급의 총액을 말하는데요. 남쪽에서는 취업을 할 때나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때 매달 받는 노임 액수보다는 주로 연봉을 얘기합니다.
최근 공개된 남한 주요 대기업 임원들을 연봉을 살펴보면요. 최고 300억이 넘는 사람도 있습니다. 300억...2천 8백만 달러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액수입니다. 당연히 일반 주민들은 적잖은 괴리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진행자 : 상상 이상의 연봉을 받는 사람들도 있고 그 돈으로 어떻게 사나 싶을 만큼 적게 받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정민 : 저는 회사 생활을 3년 정도 했는데 돈이라는 것이 좋긴 하죠. 연봉의 가치는 자존심의 문제이기도 하니까요. 돈 이상의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진행자 : 세 분 다 앞으로 일을 할 텐데 희망 연봉이 있을 것 같습니다. 나는 이 정도는 줘야 일을 할 맛이 날 것 같다?
이정민 : 저는 적게 받아도 한 달에 2백만 원 이상은 받아야 하지 않을까... 연봉으로는 2천5백만 원 정도?
김재동 : 저는 소박하게 2천부터 시작을 할게요. (웃음)
진행자 : 그거가지고 살 수 있을까요? 요즘 물가가 장난이 아닌데? 희망사항인데 많이 부르고 보시죠. (웃음)
김재동 : 일단 면접 볼 때는 주는 대로 받겠다고 말하겠지만 일한 만큼의 대우는 받고 싶네요.
진행자 : 강남 씨는요? 왠지 어마어마한 금액을 얘기할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김강남 : 저는 기초 연봉은 3천만 원 정도 받고 싶고 최고 연봉은 1억 정도 받고 싶습니다.
진행자 : 그러면 일도 어마무시하게 시킬걸요?
김강남 : 삼성 같은 경우 최하 연봉이 2천 8백만 원 정도 되더라고요. 제가 대학을 졸업하면 그 정도는 받아야 할 것 같습니다. 제가 4년을 투자한 거잖아요? 그리고 나중엔 1억을 받는 것이 꿈입니다.
진행자 : 북한에는 연봉 개념이 있나요?
김강남 : 연봉이라는 단어도 없죠. 모르죠. 노임이라고 말하죠. 월급 개념으로...
이정민 : 제가 북한에 있을 때 한 달에 45원을 받았는데 당시 옥수수 1kg에 50원 정도 했었거든요. 한 달 일해서 옥수수 한 키로도 사기 어려운 가격인데 제가 그런 노임도 한 번 받아본 적이 없어요. 노임 명세서라는 것이 있는데 거기에 마이너스가 찍혀 있어요. 45원에 마이너스 70원... 이런 식으로 나오는데 그 이유는 기업체에서 정부에 줘야할 돈이 있는데 그걸 못 내면 노동자의 임금에서 삭감해서 갚는 형식이었던 겁니다. 그런데 저희 회사에는 부채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노임이 다 그리로 가기 때문에 형식상으로 받는다는 의미만 있을 뿐이지 진짜로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진행자 : 남쪽 같으면 노동부에 바로 신고 들어갈 텐데요.
이정민 : 국가가 줬다고 말하면 준거고 받았다면 받은 거고요.
진행자 : 일한 만큼 돈을 못 받는다는 게 너무 억울하네요.
이정민 : 그런데 그걸 억울하다고 생각하면 북한에 변화가 됐겠죠? (웃음) 억울하다는 생각도 못했어요.
노임을 제대로 받지 못해도 억울하다는 생각을 못한다는 북한의 현실이 저는 믿기지 않습니다. 물론 북쪽에 계신 청취자들께서는 상상할 수 없는 액수의 연봉을 받는 사람들의 얘기가 믿기지 않으실 수도 있겠습니다.
진행자 : 연봉을 많이 주는 기업들은 일도 많이 시킵니다. 보통 해를 못 보고 살더라고요. 저는 그렇게 살면 답답할 것 같습니다.
김강남 : 제가 다녀봐서 아는데요. 하루에 6시간 자면 많이 잔거예요. 저 같은 경우도 욕심이 많아서 남보다 월급을 많이 타기 위해 야근도 많이 했거든요. 아침에 5시에 일어나서 11시 정도까지 일했었어요. 해 볼 사이가 없었어요.
진행자 : 답답하지 않았어요?
김강남 : 답답하죠. 그런데 솔직히 나중에 취업하면 그렇게 살아야 한다는 두려움은 좀 있습니다.
진행자 : 연봉을 많이 주는 기업은 그만큼 일도 많이 시킨다? 그렇다면 여러분은 연봉을 택하시겠습니까, 돈은 조금 적게 받아도 나에게 자유가 주어지는 일을 택하겠어요?
이정민 : 저는 연봉을 택할 겁니다. 제가 아는 분의 아들이 삼성 비서실에 근무하는데요. 그 분이 정말 강남 씨의 말대로 그렇게 일을 하던데요. 근데 그것이 다가 아닙니다. 그렇게만 일하면 삼성에 가고 싶은 마음이 없겠죠. 연말에 성과급이 나오는데 본인의 연봉만큼 성과급이 나옵니다. 그리고 가족과 동반해서 할 수 있는 해외여행권을 주고 휴가는 무조건 쓰게 한답니다. 그게 법적 공방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죠. 이런 정도의 보상이 주어지니까 일은 힘들어도 누구나 다 삼성에 가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저는 솔직히 1억 이상의 보너스를 주는 회사라면 그 정도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진행자 : 그런데 그렇게 일만하면 휴가가 주어져도 그 시간에 병원에 가 있을 것 같은데요?
김강남 : 저는 연봉을 택하지 않겠습니다. 진짜 나 하나만 생각하면 자유를 생각할 것 같아요. 그런데 그게 현실이 아니잖아요? 아내가 있고 나중에 애도 있고 결혼을 하면 자연히 연봉을 택할 것 같아요.
진행자 : 벌써 가장의 마음이네요.
김강남 : 할 수 없이 선택해야 하는 것... 저도 그게 비참하다고 생각은 해요.
진행자 : 그러면 열심히 돈을 벌어도 강남 씨가 쓸 시간은 없을 겁니다.
김강남 : 그렇죠. 하지만 기분이 좋을 것 같아요. 내가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이 그 돈을 쓴다고 생각하면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을 것 같습니다.
진행자 : 재동 씨는요?
김재동 : 저도 점점 현실에 순응해 가고 있지만요.
그래도 개인의 자유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진행자 : 돈은 덜 벌더라도 자유를 택하겠다는 건데 그렇다면 그 자유로운 시간동안 뭘 하실 건가요?
김재동 : 저는 제 가족들과 공동의 취미를 갖기 위해 노력할 겁니다. 저는 번지점프도 좋아하거든요.
진행자 : 북한 분들은 잘 모르실텐데 높은 곳에서 줄 달고 뛰어내리는 거죠?
김재동 : 네, 그걸 왜하나 싶기도 할 텐데 어떤 것이든 공동의 취미를 통해 아이들과 친해지고 싶고 즐겁게 살고 싶습니다.
이정민 : 초등학교 아이들이 이런 말을 많이 한다고 합니다. 엄마, 아빠와 있는 시간이 길었으면 좋겠다고... 늘 혼자 있으니까요. 그런데 현실적으로 그 아이들의 말을 들어 줄 수가 없잖아요? 또 돈을 버는 엄마가 갖고 싶은 것들을 사줄 때 금전적인 여유가 안 돼서 내 아이에겐 못 사주고 옆에만 있어주면 그것도 불만이 될 수 있는 겁니다. 그리고 재동 씨가 하고 싶은 가족 공동의 취미 생활도 하려면 돈이 필요하지 않겠어요? 가족들이 어딘가를 오고가는 경비에 무언가를 즐기려면 최소한의 비용이 있어야 하니까요. 저는 변함없이 돈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참 어려운 얘깁니다. 돈을 따르자니 시간이 없고 자유를 따르자니 돈이 없고요.
김강남 : 이왕 사는 거 부족함 없이 사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진행자 : 이왕 사는 거 돈만 벌다 가는 건 너무 억울하지 않을까요? 이거 이상하게 저와 격돌을 하게 되네요.
김강남 : 저는 가족 중 한 명은 희생을 하고 돈 버는 사람은 꼭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진행자 : 그러면 강남 씨는 돈이 곧 행복이라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김강남 : 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돈이 없으면 이 사회에 낄 수가 없어요. 욕심이 끝도 없지만 어느 정도 기준엔 올라가야 한다는 겁니다.
진행자 : 그렇다면 질문 하나를 더 드릴게요. 여러분 삶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은 누군가요?
이정민 : 저는 엄마요.
김강남 : 저는 누나요.
김재동 : 저도 부모님이요.
진행자 : 여러분이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그 사람과 1억과 바꿀 수 있나요?
이정민 : 절대로 안 되죠. 엄마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습니다.
진행자 : 강남 씨는 왠지 바꿀 것도 같습니다.(웃음)
김강남 : 누나가 죽지 않는다면 괜찮을 것 같은데요. (웃음) 농담이에요. 바꿀 수 없죠.
진행자 : 진심이죠?
김강남 : 진심입니다.
김재동 : 저도 바꿀 수 없습니다. 거래 불가입니다!
진행자 : 돈을 버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한 수단이고. 행복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거, 목적은 아니라는 거... 답은 나오는 것 같습니다. 돈을 잘 활용하는 것도 지혜인데요. 나에게 생각지 못한 많은 돈이 생겼다면 그 돈을 어떻게 쓰겠어요?
김강남 : 저는 돈 관리를 정말 못 하거든요. 그냥 부인에게 맡기려고요.
이정만 : 저도 내 손으로 번 돈이면 허투루 안 쓸 텐데 공짜로 번 돈이면 의미 있게 쓰고 싶습니다. 반 정도는 고향에 보내고 반 정도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쓸 것 같습니다.
김재동 : 저는 아버지 치과 다니는데 보태드리고 나머지는 제 통장에 고이 모셔 놓겠습니다.
이정민 : 설문 조사를 했었어요. 당신에게 1억이 생긴다면? 이런 질문이었는데 저는 이렇게 썼습니다. 그럴 일 없어요. (웃음)
김강남 : 저희 할아버지가 이런 말씀을 하셨었어요. 세상엔 공짜가 없다고요. 저는 1억이 공짜로 생기면 그걸 100원이라고 생각하려고요.
진행자 : 아까는 돈이 무척 중요하다고 하셨는데 그 것과는 정말 상반된 모습입니다. (웃음) 돈은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고 지금 우리가 살아갈 날들 중에서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젊은 날이라는 거... 그러니 값지게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정민, 김강남, 김재동 : 감사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돈은 자본주의 사회에 사는 저도, 사회주의 북쪽에 사는 여러분도 다 중요하다고 생각하죠. 실제로 없으면 살 수 없고요.
그러나 그 돈이라는 게 가족, 친구 또 내가 살면서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 앞에서는 하찮아 질 수도 있는 그런 존재라는 거... 항상 명심해야겠습니다. 그래야 돈의 노예가 되지 않고 우리가 돈의 주인이 될 수 있겠죠.
오늘 <청춘만세>는 여기까집니다. 함께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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