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발 자유 만세!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70년대 두발 단속을 풍자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70년대 두발 단속을 풍자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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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 - 경기도 박물관 현장 소리

경기도 박물관에 견학 나온 귀여운 아이들의 소립니다. 사진 속의 인물이 결혼을 했는지 하지 않았는지, 아이들은 머리 모양을 보고 맞춥니다. 어느 시대 사람인지, 성별은 남성인지 여성인지, 그 사람의 지위나 직업이 무엇인지, 결혼을 했는지 하지 않았는지 까지 옛날에는 머리 모양만 봐도 알 수 있었습니다.

지금 내가 하고 싶은 머리 모양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다는 게 새삼 감사하게 느껴집니다.

오늘아침 머리를 묶어도 보고 핀을 꽂아도 보고 여러 가지 모양을 시도해보다가 든 생각인데요. 일상 속의 자유로움이 소중하고 감사하는 여기는 <청춘 만세>고요. 저는 진행에 권지연입니다.

오늘도 남북청년들이 함께 하는 인권모임 '나우'의 이정민 씨와 함께 얘기 나눠봅니다. 오늘 주제는 헤어스타일, 즉 머리 모양입니다.

권지연 : 안녕하세요.

이정민 : 안녕하세요.

권지연 : 우리 정민 씨, 못 본 사이에 머리가 정말 많이 자랐네요.

이정민 : 북한에서 머리 못 길렀던 것이 한이 맺혀서요... 거기는 단발머리를 주로 합니다. 못 기르게 하니까요. 그 이유는 머리가 길면 전쟁 시 적들에게 머리가 잡혀서 빠져나오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에 남성들은 스포츠 형태로, 여자들은 단발을 하게 합니다. 장발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제가 탈북하기 전까지도 이런 규정이었습니다. 단속도 하는데요. 적발되면 그 자리에서 가위로 자릅니다. 대한민국에서 그렇게 하면 인권 유린으로 난리 나겠지만 말입니다.

예전 우리 조상들은 신체발부수지부모... 즉 몸이란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것이므로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의미에서 머리카락 하나도 함부로 자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머리를 기르지 못하게 하다니! 조상들이 듣는다면 깜짝 놀랄 수도 있겠는데요?

남쪽도 70년대엔 남성들에게 장발을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학생들에 대한 엄격한 두발 단속이 실시됐습니다.

권지연 : 남쪽도 그런 규제가 있었습니다. 남성들은 스포츠머리, 여학생들은 귀밑 3센티, 10센티 이런 식으로 제한을 했는데 이제는 두발 자율화가 돼서 학생들 머리 모양이 무척 다양하죠. 이정민 : 염색도 하고 그러더라고요. 너무 맘대로 하는 것이 아닌가 걱정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저는 제가 못해봐서 그런지 염색한 머리가 부럽고 귀엽습니다.

남쪽은 2012년 4월, 학생인권조례가 공포됐습니다. 학생의 존엄과 가치가 학교교육과정에서 보장되고 실현될 수 있도록 한 것인데요. 그 안에는 두발, 복장 등 용모에 있어 개성을 실현할 권리가 있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습니다. 현재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경기도와 광주광역시, 서울 등 3개 지역에서 시행되고 있는데요. 이 조항에 대해서는 시행 시작부터 지금까지 찬반 논란이 많답니다.

정민 씨처럼 괜찮지 않겠냐고 보는 시각이 있는가하면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는 것이죠. 어느 시대에나, 어느 사회에나 머리 모양에 대한 규정이 있는걸 보면 머리 모양은 단순히 멋 내기 이상의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또 얼굴형에 따라, 직업에 따라, 취향에 따라... 사람마다 좋아하는 머리 모양도 다 다른데요. 정민 씨가 좋아하는 머리 모양은 어떤 모양일까요?

이정민 : 저는 개인적으로 단발을 좋아했어요. 그래서 굳이 하지 말라는 걸 한 적은 없었는데 제 친구들은 그렇게 통제를 하는데도 머리를 기르더라고요. 권지연 : 긴 생머리는 남자들의 로망이잖아요. 이정민 : 그렇죠. 저희 엄마가 제가 머리 기른 걸 보고 싶다고 항상 말씀하셨어요. 그래서 지금 머리를 기르는 겁니다. 언제 통일 될지 모르지만 엄마 보여주려고요...

정민 씨는 지금 긴 파머 머리를 하고 있습니다.

이정민 : 한국 여자들은 심리적인 변화가 오면 머리를 자른다고 하잖아요. 저는 새롭게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남자처럼 짧게 머리를 잘랐는데 점점 자라서 이렇게 허리까지 자랐습니다. 그런데 머리 감고나면 말리기가 정말 귀찮아요. 물이 오래 떨어지고 샴푸가 많이 들어요...

긴 머리가 귀찮다고 말은 하지만 정민 씨는 굵게 곱슬곱슬한 파마머리가 참 잘 어울립니다. 남쪽에 와서 두 번째로 한 파마라고 하는데요. 북에서 하는 파마와 남쪽의 파마가 많이 달라서 놀랐다고 말합니다.

이정민 : 제가 한국에 와서 열파마를 했는데 나중에 중화제를 쓰더라고요 그런데 북한은 다 화학 파마예요. 냄새도 지독하고 나중에 중화제를 뿌리는데 암모니아 냄새가 정말 심해요. 미용사 자격증을 딴 사람이 하는 경우도 드물고 남들보다 잘한다 싶으면 야매 가격으로 집에서 하죠.

남쪽은 어딜 가든 미용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전문 미용 자격증을 취득한 미용사들이 직접 머리를 만져 주는데 머리카락을 자르는 데는 평균 15달러에서 20달러 정도 들고요. 파마는 싸면 30, 40 달러, 비싸면 100달러를 훨씬 넘기도 합니다.

권지연 : 조금 비싼 것 같지 않아요?

이정민 : 1년에 한 번 가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머리 자르는데 15달러에서 20달러 정도 하더라고요. 중국도 북한처럼 집에서 엄마가 잘라 주는 것이 아니라 전문 미용사들이 잘라 주다보니 돈을 내야 하는데요. 중국에 숨어 살 때는 미용실에 갈 수 있는 형편이 안 됐어요. 북한도 다른 여러 가지에 비해 머리하는 게 비싼 편인데 보통 머리 하는 값은 식량으로 냈어요. 파마한 번 하는데 옥수수 한 킬로 정도를 줬거든요. 그래서 미용을 하는 사람들은 먹을 걱정 없이 부유한 편이었습니다. 권지연 : 어디나 기술을 가지고 있는 건 좋은 거네요...

남쪽은 미용실이 많고 전문 자격증을 취득한 미용사들이 많은 만큼 미용술이 발달 할 수밖에 없는데요. 파마의 종류도, 방법도 점점 다양해집니다.

권지연 : 남쪽은 파마 기술이 무척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새로운 것들이 계속 나오고...

이정민 : 머리를 직선으로 펴주는 매직 퍼마라는 것도 있고요.

권지연 : 남자 분들도 의외로 파마를 많이 하시더라고요. 제 머리도 곱슬곱슬 하지는 않지만 이것도 파마한 겁니다. 요즘 유행하는 C컬 파마죠. 남쪽은 너무 미용실이 많아서 미용실에서 새로운 파마나 머리 모양을 개발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이정민 : 중국에서도 머리, 화장법은 한국 사람들이 하는 걸 무척 좋아 하더라고요.

권지연 : 동남아나 중국 같은데서 미용기술 배우려고 오기도 합니다.

이정민 : 저는 개인적으로 파마를 했어도 머리에 손상이 덜 간다든지... 그런 곳을 추구 합니다. 그래서 머릿결에 영양분을 많이 넣어주는 곳을 선호하고 손상을 덜 가고 어려보이는 머리를 해주는 곳을 가고자 합니다. (웃음)

권지연 : 새롭게 해보고 싶은 머리 없어요?

이정민 : 긴 머리를 오래 하니까 짧은 머리 하고 싶은데 짧은 머리 하면 손질을 더 해줘야 하잖아요. 그래서 여름까지 좀 더 고민해보겠습니다.

권지연 : 머리 모양도 다양한 만큼 머리에 꽂는 장식도 예쁜 게 참 많죠?

이정민 : 네, 맞아요. 북한에 있을 때 실 핀이 무척 고급스러운 편이었어요. 또 자동 핀은 중국산이 대부분이었는데 중국에 가니까 한국 것을 쓰더라고요. 중국산 자동 핀은 머리에 하면 계속 열리고 그랬는데 한국 것은 그런 일이 없고요.

권지연 : 어서 빨리 북에 계신 분들도 머리 모양도 자유롭게 하고 맘껏 멋도 부릴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머리 모양에 따라 그 사람의 분위기와 겉모습이 많이 달라집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변화를 주고 싶을 때 머리 모양부터 바꿉니다.

지금 일상이 지겹고 답답하다면 한번 용기를 내보면 어떨까요? 변화란 새롭게 적응해야 하는 불편함은 있지만 분명 설레는 일이라는 것을 기억하면서 말입니다.

오늘 <청춘만세>는 여기까집니다. 함께 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