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몇 해 전에 유행했던 텔레비전 광고 속 문구인데요. 5월 1일, 노동절을 맞아 세상의 모든 직장인들에게 외치고 싶습니다. '열심히 일한 당신 쉬어라'
안녕하세요. <청춘만세> 진행에 권지연입니다. 남북청년들이 함께하는 인권모임 '나우'의 이정민, 김강남, 김재동 씨와 함께 '노동절'에 대한 얘기를 나눠봅니다.
진행자 : 안녕하세요.
이정민, 김강남, 김재동 : 안녕하세요.
진행자 : 5월 1일, 근로자의 날입니다. 북한도 근로자의 날을 챙기나요?
이정민 : 그럼요. 5.1절은 전 세계 노동자들의 날이라고 해서 전 세계 노동자들은 단결하라면서 노래도 부르고 그 날은 크게 보내는 것 같아요.
진행자 : 노래도 있어요?
이정민 : 국제적으로 부르는 노래라고 하더라고요. 북한에서 배웠었는데 노동자들이 일하는 시간을 8시간으로 해달라고 요구하면서 불렀던 노래라고 합니다.
진행자 : 그럼 북한에서도 근로자의 날은 쉬는 날로 정해져 있나요?
이정민 : 네, 그럼요.
진행자 : 그런데 남쪽에서는 근로자의 날 못 쉬는 분들이 있어서 늘 논란입니다.
5.1일 세계 노동절, 남쪽에서는 근로자의 날이라고 부르는데요. 노동자들의 노고를 위로하고 의욕을 높이기 위한 법적 기념일이지만 남쪽의 직장인 10명 중 4명은 쉬지 않고 일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또 설문에 참여한 직장인 826명에게 '근로자의 날 유급 휴가를 받는지'에 대해 조사 했는데 직장인 40.8%가 '유급 휴가를 받지 않는다'고 답했답니다.
진행자 : 강남 씨와 정민 씨는 그래도 직장 생활을 해보셨죠? 항상 근로자의 날 쉬었나요?
김강남 : 쉬지 못하고 일했었어요. 회사에서는 쉬라고 하는데 하루라도 돈을 벌려고 일했습니다.
진행자 : 쉬라고는 하지만 정작 맘이 불편했던 건가요?
김강남 : 그렇죠. 눈치 보이고 그렇죠. 대기업이라고 해도 협력사들은 90%가 못 쉬어요. 일도 더 많이 하고요. 직영과 협력사의 차이가 많은 것 같아요. 기분 좋지 않죠.
진행자 : 그 날은 유급 휴가가 되어야 맞을 텐데요. 정민 씨는요?
이정민 : 저는 업무가 은행과 연결이 되는 일이었어요. 은행이 쉬는 날이라 쉬었습니다. 그런데 보통 제 주변의 식당에서 일하거나 영세한 사업장에서 일하는 분들은 5월 1일이 근로자의 날이라는 것도 모르고 지나는 것 같더라고요. 그 날 쉬지 않고 일을 하면 일당을 더 많이 주는 걸로라도 보상을 해주면 좋겠는데 그것도 아니고 평일로 보내는 건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김재동 : 저는 직장은 아니지만 서비스업종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었는데요. 근무 환경 특성상 근로자의 날은 항상 일했습니다. 크리스마스에도 일하고 그랬었거든요.
진행자 : 생각해보니까 저도 근로자의 날 한 번도 쉬어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갑자기 서글퍼집니다.
이정민 : 힘내세요. (웃음)
진행자 : 아, 고맙습니다. (웃음) 근로자의 날엔 꼭 시위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이런 것도 생소하게 생각하시겠죠?
이정민 : 집회라는 것 자체가 북한에서는 생각할 수도 없고 노동자의 날 집회를 한다는 것에 대해서 이해하기 힘들어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런 것들이 노동자의 권리를 찾고 대한민국을 민주국가로 만드는데 영향을 끼치는 행동들이기 때문에 통일을 대비해서라도 이런 것들을 전달해 주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노동절 날 쉬는 것은 노동자의 기본 권리겠지만 한편 생각해보면 하루라도 문을 닫을 수 없는 곳도 있습니다. 만약 문을 연 약국이나 병원이 한 곳도 없다면요? 하루 종일 그 어떤 방송도 나오지 않는다면? 모든 식당이 문을 닫고 놀이 공원도 운영하지 않는다면 어떨까요?
진행자 : 근로자의 날 쉬면 곤란해지는 직종들도 있어요. 그렇다면 근로자의 날을 어떤 식으로 보내면 좋을까요?
이정민 : 제가 볼 때 5월이 워낙 쉬는 날이 많아요. 거기에 5월 1일까지 쉬게 되면 국가적으로 손해나고 경제적인 타격들이 있을 것 같아서 그 날 만큼은 명절로 취급해서 일을 했을 때 돈을 더 얹어 주는 것으로 하면 좋지 않을까싶습니다.
김재동 : 5월은 쉬는 날도 많고 돈 지출도 많은 달인데 쉬지 못하면 한 두 시간 정도 늦게 출근하고 좀 더 빨리 퇴근하면 어떨까 싶어요. 물론 물류, 택배, 제조업체들은 민감하긴 하겠죠? 그런 경우는 추가 수당을 주면 어떨까 싶어요. 그러면 직원들도 존중 받는 느낌을 받을 것 같아요.
존중받는 느낌이라... 재동 씨가 참 중요한 말을 해 주었습니다. 하지만 일하다보면 왠지 모르게 서글퍼질 때가 많죠.
진행자 : 사회 생활하면서 가장 서러웠을 때는 언제였나요?
이정민 : 저는 정말 서러웠던 적이 이런 겁니다. 1년 지나고 재계약을 하는데 그 때 돈을 조금 올려주는 거요. 물가는 치솟는데 그에 비해서 월급은 잘 안 오르는 것 같아요.
진행자 : 올려주면 다행입니다. (웃음)
이정민 : 그래서 그런 것들이 그랬고 휴가나 추가 수당 같은 것들도 눈치를 보면서 받는다는 거죠. 당연히 내가 받아야 할 것인데 미안해하면서 받고 회사에서 생색을 내는 것이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김강남 : 저는 서럽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는데요. 쉬는 날도 돈을 더 벌려고 일을 하는데 얼마 일을 안 한 사람이 나보다 돈을 많이 받으면 일한 보람이 없어지더라고요.
진행자 : 죽어라 일했는데 그에 대한 대가가 적을 때군요.
김강남 : 네, 그런 거 정말 속상해요.
진행자 : 재동 씨도 아르바이트 하면서 속상할 때 있었을 것 같아요. 음...밥 먹을 시간이 없을 때?
김재동 : 바쁘면 그럴 수도 있는데요. 이거 하나만큼은 꼭 지켜졌으면 좋겠어요. 제 때 제 날짜에 급여를 못 받는 거요. 전 도저히 이해가 안 되거든요.
진행자 : 많이 밀려봤어요?
김재동 : 12일이 지났는데 돈이 안 들어와서 결국 얘기를 했어요. 제가 '죄송한데요' 하면서. 이왕 주시는 거 줄 거주고 정산하면 좋을 텐데. 까먹었다고 그러더라고요.
진행자 : 그게 더 서운할 것 같아요.
김재동 : 맞아요. 직원들이 얘기하지 않아도 관리자들이 잘 지켜 주셨으면 좋겠어요.
진행자 : 북에 계신 분들은 남쪽은 다 좋다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저희도 이렇게 힘들게 일하고 삽니다. (웃음) 그런데 그래도 북한과 비교하면 노동여건이 차이가 나죠?
김강남 : 그렇죠. 일단 처음 남한에 와서 일할 때 느꼈던 건 일의 강도가 높다는 거였어요. 저는 육체적인 일을 많이 해봐서요. 땀을 흘리고 일하면서 실적을 내는데 북한은 시간을 일단 보내고 빨리 퇴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이게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차이라고 느꼈었어요.
진행자 : 그러면 더 안 좋은 거 아닌가요?
김강남 : 더 좋죠. 그래도 그에 대한 보수를 받잖아요. 그래서 첫 해 지나고 두 해까지는 힘든 줄도 몰랐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부터 적응하면서 더 바라게 된 거죠. (웃음)
진행자 : 그러면서 노동자로써 당연히 받아야 할 권리를 더 생각하게 된 건데 정민 씨는 어때요?
이정민 : 저는 육체적인 일은 별로 안했고 컴퓨터를 못 배웠었는데 컴퓨터로 모든 일을 처리하는 그런 일이니까 그 시간이 무척 힘들었습니다.
진행자 : 남쪽은 다 전산화가 되어 있으니까요.
이정민 : 한글 문서를 주면 남쪽 분들은 몇 분이면 될 것을 저는 반나절이 걸리는 거예요. 또 열심히 쳐서 줘도 오타도 많고 남북이 쓰는 용어도 차이가 있어서 지적도 많이 받았고 그랬습니다. 그런데 북한과 다른 점이라면 강남 씨의 말대로 일한 것에 대한 보상이 그래도 따르잖아요. 그리고 통장을 찍어보면 뿌듯하다는 거죠. 그런 것들이 아주 힘들고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든 상황을 이기게 해주는 것 같아요. 북한에서는 일을 왜 하는지에 대한 의미를 못 찾아요. 그냥 시간을 때워야 한다고 생각하죠. 책임 의식도 줄어드는 편이죠. 그런데 여기는 이 회사가 잘 되어야 내가 월급도 잘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같이 하니까 더 효율적인 것 같습니다.
진행자 : 북한보다는 노동 여건이 나은 것이 사실이지만 우리도 나름의 불만이 있고 계속 나은 노동 환경을 원하게 되는 건데요. 그런데 두 분의 얘기를 듣다보니 북에서 오신 분들은 정말 남한 생활에 적응하기가 얼마나 힘드실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북한에서 오신 분들이 남한에 잘 적응하기 위해 노동여건을 좀 개선시킬 필요도 있을 것 같은데요? 컴퓨터 다루기가 힘드셨다니까 드는 생각인데 탈북자들을 위한 컴퓨터 교육도 해주면 어떨까요?
이정민 : 그런 것들은 잘 되어 있습니다. 오자마자 6개월에서 1년가량은 학원에 가서 배울 수가 있고 탈북자들에게 배우라고 추천을 하죠. 한국에서 컴퓨터를 모르면 힘드니까요. 저도 그런 교육을 거쳐서 경리 일을 했던 건데요.
진행자 : 그래도 힘들었다는 거죠?
이정민 : 그렇죠. 그게 익숙해지는 기간이 있잖아요. 한 번에 실력이 느는 것이 아니니까요. 지금처럼 잘 치기 까지는 3, 4년 정도가 걸렸습니다. 그런데 혜택을 몰라서 못 받는 분들도 있고 탈북자들이 이용을 안 하고 몸으로 때우는 일을 하려고 하니까 만들었던 프로그램들이 없어져요. 북에서 와서 처음에 식당 일을 하면 죽을 때까지 식당일을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진행자 : 첫 직장이 참 중요하죠.
이정민 : 들어가면 그 일만 보이거든요. 그러니까 탈북자 분들이 오시면 여유를 가지고 취직을 했으면 좋겠어요.
진행자 : 정민 씨의 말 꼭 참고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김재동 : 탈북자 분들의 거주지로 이런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을 좀 알려 드렸으면 좋겠어요.
이정민 : 그런데 처음에는 우편으로 와도 그게 뭔 내용인지 몰라요. 제일 좋은 건 옆에 있는 탈북자가 권해 주는 겁니다.
진행자 : 노동자의 날이라는 것이 꼭 사주와 직원간의 관계도 개선이 중요하지만 노동자와 노동자의 관계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북에서 왔다는 이유로 잘 못 섞였던 적도 있나요?
김강남 : 있죠. 저는 그런 적이 많았습니다. 처음에는 어떤 일이 있어도 다 대응을 하고 성공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현장에 가면 쉽지 않아요. 특히 언어 때문에 참 힘들더라고요. 사람들이 집 어디냐고 물어보면 그 때부터 갈등이 시작됩니다. '중국인이야', '조선족이야' 이렇게 물어보면 기분 나쁘고 지금은 물어봐도 당당하게 대답하는데 그 때는 예민했거든요.
진행자 : 괜히 서러우셨군요. 그런데 어쩌면 그 분들은 관심의 표현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김강남 : 그래도 열 명 중 한 사람은 부정적으로 대하는 사람이 있거든요.
이정민 : 제가 다니던 회사는 할아버지들만 있었어요. 무척 잘 보듬어 주셨어요. 그런데 저도 강남 씨와 같은 생각을 하는 시기가 있어요. 하지만 사람이 진심으로 대하면 뭔가 보상은 꼭 오는 것 같고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 분들은 아무 생각 없이 한 건데 제가 그렇게 받아들인 것 같기도 해요.
진행자 : 서로가 생각해봐야할 부분인 것 같아요. 북에서 오신 분들이나 남쪽 사람들이나 화합하는 노동 여건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또 예전에 이런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짧게 일하라고 했더니 생산성이 더 좋아졌다는 겁니다. 그런 것들을 사업주 분들이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통일을 하고 나면 노동자의 날에 단합대회를 하면 더 재밌을 것 같기도 하고요. 어쨌든 내 일자리는 소중합니다. 힘을 냅시다! 감사합니다.
이정민 , 김강남, 김재동 : 감사합니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기업은 '즐거운 기업'이라고 합니다. 돈을 얼마나 벌 수 있는지도 중요하겠지만 일을 즐겁게 할 수 있는 기업 문화와 분위기가 직원들의 업무 만족도로 이어지고 그건 곧 생산성으로 직결됩니다. 세상 모든 노동자들이 행복해지는 그 날을 기대합니다.
지금까지 함께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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