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스타일(3) 머리 모양도 자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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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에서 생활하는 청년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청춘만세> 저는 진행자 윤하정입니다. 먼저 이 시간을 함께 꾸며갈 세 청년을 소개할게요.

클레이튼 : 안녕하세요, 미국 켄터키 주에서 온 클레이튼입니다. 한국에 거주한 지 7년 됐고, 한국 회사에 다니고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강예은 : 안녕하세요, 강예은이라고 합니다. 러시아어를 전공하고 있는 학생입니다. 제가 살아갈 세상과 통일 한반도에 관심이 많은 사람으로 많은 이야기를 통해 서로 이해를 넓혀갔으면 좋겠습니다.

광성 : 안녕하세요, 서울에서 회사 다니고 있는 정광성입니다. 고향은 함경북도 회령시고, 남한에 온 지 11년 됐습니다. 북한 청취자 여러분을 위해 좋은 소식 전해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청춘 만세> 헤어스타일, 머리 모양에 대해 얘기 나누고 있습니다. 남한에는 미용실이 참 많은데요. 과거 남자들이 머리를 자르던 이발소가 많이 사라진 대신 남자들도 대부분 미용실에서 머리를 자르고요. 남녀 모두 파마, 염색 등 유행에 맞는 머리 모양에 관심이 많습니다. 북한은 어떤가요? 청년들의 얘기, 계속해서 들어보시죠.

예은 : 북한에서는 염색해요?

광성 : 안 해요. 흰머리 염색은 하죠.

예은 : 염색약이 있어요?

광성 : 있어요.

진행자 : 그럼 검은색만 있고 다른 색은 없는 거예요?

광성 : 다른 색은 없어요. 새치염색 외에 염색 자체를 못해요. 중국으로 도망갔다 잡혀서 북송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분들이 중국에서 좀 살면 노랗게 염색을 하더라고요. 잡히면 그 머리 색 그대로 나오는데 안전부에 들어가자마자 잘려요.

예은 : 왜 염색을 못하게 하는 거예요?

광성 : 비사회주의 문화라고 해서, 북한 외에서 하는 건 다 나쁜 문화예요. 머리 기르는 것도 그렇고, 염색, 구레나룻 기르는 것도 안 돼요. 그런 영상도 있는데, 어떤 남자가 단발로 버스에 타니까 아이가 그 남자 머리를 잡고 '아줌마'라고 말해요. 그러니까 머리 기르면 안 된다, 성이 바뀐다고 알려주는 거죠. 원래는 잘 몰랐는데, 영화 등 외부 영상이 들어가면서 남자들도 따라 해요. 구레나룻 기르면 멋있어 보이니까 따라 하기도 하는데 잡히면 밀어버리는. 두 쪽 다 미는 것도 아니에요, 한쪽만. 머리가 길거나 이상해도 잡아서 그냥 싹둑 잘라버려요. 구한말 일본인들이 들어와서 단발령 했듯이. 규찰대라고 학생들이 길거리에 나가서 단속해요.

진행자 : 클레이튼 이런 얘기 들으면 어때요?

클레이튼 : 충격적이죠.

진행자 : 미국에서는 머리 모양에 대해 규제를 받은 적이 한 번도 없어요?

클레이튼 : 사관학교에서는 규제가 있었지만 그 전에는 아예 없었어요. 그런데 미국에 천주교 학교가 많아서 그런 곳은 차이는 있지만 규제가 있기도 하더라고요. 그렇다고 저렇게 자르지는 않아요. 만약 머리 모양이 이상하면 선생님이 '너 내일까지 머리 잘라라' 이렇게 말할 수는 있는데...

광성 : 북한에서는 그냥 잘라버려요.

예은 : 머리 모양에 대한 자유가 없으면 사람들이 천편일률적으로 다 똑같을 거 아니에요. 저희 중고등학교 때도 그랬어요. 지금은 지방까지는 모르겠지만, 서울.경기도 지역은 대부분 두발자유화가 됐어요.

진행자 : 학생 신분에만 맞으면 머리 모양을 자유롭게 해도 되는 거죠.

예은 : 네, 그런데 제가 학교 다닐 때만 해도 그렇지 않았어요. 제가 다녔던 중학교는 규제가 조금 풀린 편이었는데 여자들은 머리를 풀었을 때 어깨에 닿으면 안 되고, 파마나 염색은 생각도 못 하고요. 머리 묶고도 10센티 정도였어요. 한 달에 1회 정도 선생님이 자를 들고 다니면서 규정에 어긋나면 바로 잘라버렸어요. 남학생들도 자로 쟤서 길면 바로 자르고.

진행자 : 바로 잘랐다고요?

클레이튼 : 무섭다.

진행자 : 저 학교 다닐 때도 다 교복을 입으니까 머리 모양이 튀면 교복에 안 맞기도 하고, 무엇보다 머리 모양 신경 쓰느라 공부할 시간 빼앗긴다고 해서 단발머리, 아니면 길되 묶고 다니라고 했는데 규정은 있었지만 철칙은 아니었어요. 그래서 머리가 어깨에 닿는 친구도 있었지만 선생님이 바로 자르거나 하지는 않으셨어요. '좀 잘라야겠다' 말씀하시는 정도?

예은 : 그러니까 애들이 괜히 반발심이 생겨서 내 머리 내 맘대로 왜 못하냐. 노란색으로 염색한 것도 아니고 조금 기르는 것도 안 되나. 여자들은 특히 긴 머리일 때 좀 더 예뻐 보인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저 같은 경우는 가발을 사서 갖고 다니기도 했어요. 부분 가발이라고 가발 끝에 핀이 있어서 붙일 수 있거든요. 여자애들끼리 어디 놀러갈 때면 길게 하고 다녔어요(웃음). 그런데 요즘은 그런 규제가 없어서 고등학교 때는 방학 때 파마도 하더라고요.

진행자 : 요즘은 초등학생, 중학생도 염색하는데 저도 염색은 대학교 때 처음 해봤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남학생들은 반발심이 정말 컸을 것 같아요. 여학생들은 그래도 단발이나 긴 머리인데, 남학생들은 다들 운동선수들처럼 짧게 잘라야했잖아요. 지금은 그런 머리모양으로 다니는 남학생은 보기 힘들죠.

예은 : 북한에서는 사람들이 어떻게 그런 것들을 다 감당하고 사는지.

광성 : 그냥 당연하다고 받아들이고 사는 거죠. 누누이 얘기하지만 어릴 때부터 받은 세뇌교육 때문에 당연히 국가의 지시를 따라야 하고. 어쩔 수 없죠. 그런데 그렇게 살아가던 사람들이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어느 순간 당연한 게 아니라는 걸 알아가는 거예요.

진행자 : 그렇죠, 저 머리 예쁘다(웃음)!

광성 : 그러면서 그 옷차림이나 머리 모양을 따라 해보고 싶고, 그 말투를 따라 해보고 싶고. 그런 욕구가 생기면서 사람들의 생각도 바뀌는 것 같아요. 저도 그랬어요. 15살쯤 남한 영화를 처음 봤는데, 친구 집에 놀러갔다 우연히 보게 됐는데 계속 생각이 나는 거예요. 처음에는 '괜찮을까?'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보지 말라고 했으니까 잘못되는 게 아닐까 걱정했는데, 보고 나니까 계속 생각나는 거예요. 또 보게 되고, 말투를 따라 해보고 싶고. 친구들끼리 실제로 흉내 내기도 했어요. 그러면서 '왜 내가 배운 남한하고 이렇게 다르지?' 생각했어요. 남한이 못 살고, 집이 없어서 거지도 많다고 했는데 물론 영화지만 집도 멋있고 차도 너무 많고 정말 잘 사는 거예요. 그래서 거짓말이라는 생각까지는 못하고, '이게 뭘까, 내가 배운 건 이렇지 않은데'라는 생각을 했죠.

진행자 : 과거에 남한에서도 중고등학생들은 머리 모양에 제한이 있었다고 말했는데 그걸 없애면서 나온 말이 '두발자유화'거든요. 그러니까 '머리 모양을 자유롭게 해라'잖아요. 북한에서는 그런 자유가 없다는 거죠.

광성 : 지금은 규제가 많이 풀렸다고 하는데 아직까지는 통제들이 많죠.

예은 : 사실 남자들은 변화를 많이 주기는 힘들지만 여자들은 무척 다양하거든요. 그럼 여자들은 어떤 머리모양을 주로 해요?

광성 : 요즘 스타일은 제가 잘 모르겠지만 예전에는 드라마에 나오는 긴 생머리, 허리까지 기르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진행자 : 북한에서도 인기가 많았다는 영화 <엽기적인 그녀>에 나오는 전지현 씨 머리(웃음).

광성 : 그렇죠, 보통 그때는 생머리로 기르는 사람들이 많았고. 여자들은 파마를 하는데, 남한에서는 긴 생머리에 끝부분만 살짝 파마를 해서 더 예뻐 보이는데 북한에는 그런 건 없어요.

진행자 : 그런 파마 기술이 남한에 들어온 것도 10여 년 전이에요. 예전에는 전체적으로 좀 더 뽀글뽀글했죠(웃음).

광성 : 제가 있을 때도 북한에서는 젊은 여성들이 파마하는 건 거의 못 봤어요. 아주머니들이 짧게(웃음).

예은 : 예전에 드라마 <올인>이 인기리에 방영됐을 때 북한에도 <올인>이 들어가서 송혜교 머리가 그렇게 유행이었대요. 파마머리였거든요.

진행자 : 드라마나 영화가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게 남한에서도 과거에 배우 맥라이언 머리가 굉장히 유행이었어요. 지금은 나이가 많지만 과거에는 깜찍한 여배우로 유명했거든요. 약간 긴 듯한 짧은 머리로 살짝살짝 바깥으로 향하는 머리인데 그 머리 모양이 인기가 많았어요. 그 당시에는 그런 스타일이 남한에는 없었는데, 굉장히 발랄하면서 귀여워 보이니까 미용사들이 도전하는 거예요. 북한에서도 남한의 드라마나 가수를 보면서 '저 머리 모양 예쁘다, 나도 저 머리 모양 하고 싶다'는 생각은 심어질 것 같아요.

광성 : 아마 남한의 머리 모양이 북한에 들어가서 유행하고 있을 거예요.

진행자 : 남한에서도 10여 년 전만 해도 규제가 많았던 게 록 하는 남자들은 머리가 길다고 했잖아요. 방송에 출연할 때는 그 긴 머리가 허용이 안 돼서 머리를 묶거나 모자를 써야 했대요.

광성 : 하긴 과거에는 치마나 바지 모양도 단속했다고.

진행자 : 남한에서 윤복희라는 가수가 처음 짧은 치마를 입었는데 그때는 단속이 있었다고 해요.

광성 : 북한은 지금도 그럴 거예요. 자로 쟤고, 나팔바지도 안 되고.

진행자 : 그러니까 남한의 한 50년 전 모습인 것 같아요.

광성 : 그런 얘기들 해요. 지금 북한은 남한의 40~50년 전을 겪고 있다고. 저 어릴 때 가마솥에 불 때서 밥하고 그런 얘기를 하면 남한의 60~70대 어르신들과 맞더라고요.

예은 : 그럼 북한 분들이 남한에 와서 유행을 따라가려면 정말 힘들겠어요.

광성 : 아니에요.

진행자 : 저는 탈북여성들 중에 화장도 잘 하고 굉장히 잘 꾸미고 오히려 저한테 왜 그렇게 안 꾸미고 다니느냐는 분들 많이 만났거든요.

광성 : 연세가 있는 저희 어머니 세대는 포기를 하셨어요(웃음). 그런데 젊은 세대는 정말 잘 꾸며요. 처음에는 좀 촌스러운 분도 계시지만, 저도 그랬고. 요즘 남한으로 오는 친구들은 더 세련됐어요. 깜짝깜짝 놀라요. 과연 오는 과정에 바뀔까, 저는 북한에서 바뀌어 온다고 생각해요. 세련미가 몸에 배어 있는 거예요. 오는 기간은 한두 달 정도거든요. 예전에는 중국에서 좀 살았던 분들이 머리 모양도 다양하게 하고 좀 세련됐었다면 지금은 북한에서 바로 나오는 친구들도 세련됐어요. 그런 걸 볼 때마다 북한도 바뀌고 있구나 생각돼요. 남한에 와서도 많이 바뀌어요. 남자들은 좀 더딘데, 여자들은 화장, 옷차림, 머리 모양 정말 순식간에 바뀌더라고요.

진행자 : 솔직히 예은 씨나 저는 외모를 꾸미는 것에 평균 이하로 관심이 있는 것 같거든요. 그냥 기본만 하는 거예요. 그런데 탈북 여성들 만나면, 제가 많이 만난 건 아니지만 마음껏 꾸밀 수 있는데 왜 안 꾸미느냐며 오히려 질책을 하시더라고요(웃음).

예은 : 참고 참다 분출이 된 거죠. 하긴 저도 요즘 북한에서 온 여성들을 구분을 잘 못하겠어요.

진행자 : 그러니까 북한 청취자들도 예쁘게 가꾸고 싶은 마음은 있는 거예요.

광성 : 그럼요, 사람의 욕망인데 여자는 당연히 예쁘게 보이고 싶고 남자는 멋있게 보이고 싶고. 그런데 그걸 자꾸 억압하고 통제하니까 못하는 거죠.

진행자 : 네, 봄을 맞아 염색한 예은 씨와 함께 머리 모양, 헤어스타일에 대해 얘기를 해봤는데요. 머리 모양 하나에도 얼마나 큰 자유가 담겨 있는지 생각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봄이 돼서 남한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옷차림도 바꾸고 머리 모양도 바꾸고 있는데 여건이 된다면 바꿔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고요. 아니면 저희 방송을 통해서라도 봄기운이 전해졌기를 바랍니다.

다 함께 인사드릴게요.

다 함께 :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십시오.

진행자 : 지금까지 진행에 윤하정이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