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의 한 단체가 지난달 서울 소재 고등학생 522명을 대상으로 가족들과의 평균 대화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설문 조사를 했습니다. 응답자의 22.8%만이 '1시간 이상'으로 답했고요. 36.6%는 대화시간이 '10분~30분' 이라고 답했습니다. '10분 이내'라고 응답한 비율도 14.2%나 됐습니다.
또 안타깝게도 많은 학생들이 부모에게 자신의 고민을 말하지 않는다고 답했는데요. 이유로는 '부모가 고민을 이해 못할 것 같아서'라는 답이 가장 많았답니다.
그런데 우리는 나이가 들면서 뼈저리게 느끼게 됩니다. 부모님만큼 나를 잘 이해하고 조건 없이 사랑해줄 사람은 세상에 그 누구도 없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진행에 권지연이고요. 부모님의 사랑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청춘만세> 시작합니다. 남북청년들이 함께하는 인권모임 '나우'의 이주영, 최철남 씨와 함께 어버이날을 맞아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 나누어 봅니다.
진행자 : 안녕하세요.
이주영, 최철남 : 안녕하세요.
진행자 : 어떻게 지내셨어요?
이주영 : 저 취직했어요.
진행자 : 와, 축하합니다. 잘 하실 겁니다.
이주영 : 감사합니다.
진행자 : 더 좋은 방송을 해주시리라 믿습니다. 기대 됩니다. 벌써 5월이라는 것이 믿겨요?
이주영 : 정말 시간이 빠른 것 같아요.
진행자 : 5월 8일이 무슨 날인지 아세죠?
이주영 : 어버이날이요.
어버이날은 부모님의 은혜에 감사하고 어른과 노인을 공경하는 경로, 효친의 전통적 미덕을 기리는 날입니다. 남한에서는 1956년부터 5월 8일을 '어머니날'로 지정해 기념해 왔는데요. 왜 어머니만 챙기느냐, '아버지의 날'도 만들자는 주장에 1973년에 '어버이날'로 변경, 지정됐습니다.
이 날 남한의 각 가정에서는 자녀들이 부모와 조부모에게 카네이션을 달아드리고 감사의 마음을 담은 선물을 드리거나 효도 관광을 보내 드리기도 합니다. 또 이날을 전후하여 '경로주간'을 설정해 지역별로 양로원과 경로당 등을 방문해 즐거움을 드리기도 하죠.
진행자 : 어버이날이라는 것이 북한에도 있나요?
최철남 : 있긴 있는데 남한처럼 이렇진 않아요. 그래서 저는 있는 것도 잘 몰랐어요. 정부에서 행사를 하긴 합니다.
진행자 : 그런데 또 수령님을 위한 그런 날이겠죠?
최철남 : 그렇죠... 뭐.
진행자 : 기본적으로 남쪽에서는 어버이 날 카네이션을 드리잖아요? 두 분은 뭘 해드리나요?
이주영 : 카네이션을 드리고 이제 취직을 했으니까 용돈도 많이 드리려고요. 평소에 잘 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 철남 씨도 남한에 온 후로는 어버이날, 그냥 넘어가진 못하셨죠? 아마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을 겁니다. 길에서 꽃을 여기저기서 파니까 꽃이라도 안 드리면 우리 부모님만 소외될 것 같거든요.
최철남 : 맞아요.
이주영 : 기자님은 뭘 주로 해주세요?
진행자 : 저는 주로 옷이나 넥타이 같은 거 많이 해드렸어요. 근데 엄마. 아빠의 선물 가격을 비슷하게 맞춰야 합니다.
이주영 : 저희 부모님은 현금을 좋아하세요. (웃음)
최철남 : 저희는 특별한 날이 되면 외식도 해요.
선물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요. 얼마 전 남한의 취업을 알선하는 인터넷 공간 '잡 코리아'에서 진행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어버이날 선물 1위(68.5%)는 현금인 것으로 꼽혔습니다. 2위는 식사대접(46.6%), 3위는 옷과 신발 등 의류 관련 제품이 차지했는데요. 실제로 부모님이 가장 원하는 건 자녀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아닐까 생각해 됩니다.
진행자 : 어떤 선물을 드리든 진심이 없으면 소용없을 것 같은데요. 부모님을 생각하면 어떤 게 떠올라요?
이주영 : 저는 짠해요. 부모님이 많이 늙으셨고 예전에는 사회적인 지위나 그런 것이 높다고 생각했어요. 아는 것도 많고 어른이라고 생각했는데 제가 서른이 됐잖아요. 이제는 부모님이 약하고 제가 지켜드려야 할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많이 들어요.
최철남 : 저는 고생이란 단어가 떠올라요. 특히 북한은 고생을 정말 많이 하잖아요.
진행자 : 특히 부모님을 생각하면 가슴 아팠던 기억이 있나요?
최철남 : 북한은 남한처럼 차가 흔하지 않아요. 간부들만 타고 다니는 건데 그러다보니 자전거를 많이 타고 다녀요.
진행자 : 중고 자전거가 많이 들어갔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최철남 : 네, 제가 어릴 때 자전거가 정말 갖고 싶었어요. 그런데 그것도 사기가 쉬운 게 아니에요. 두 집에 한 대 정도는 있긴 한데 정말 마음먹고 사야 하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타고 싶다고 조르고 떼를 썼어요. 엄마는 안 된다고 하셨죠. 그런데 그날 저녁에 한숨을 쉬면서 우시는 모습을 봤어요. 그 후론 사달라는 말을 절대 안 했어요. 대신 제 힘으로 폐차 직전의 자전거를 구해서 타고 다녔죠.
진행자 : 부모님의 마음을 느끼셨군요. 철남 씨 참 속이 깊어요. 그리고 주영 씨도 워낙에 효녀잖아요.
이주영 : 아니에요. 저는 고집이 세기도 하고 독립적인 성격이라서 부모님이 제가 생각한 것과 다른 것을 제시하시면 말을 안 들었어요. 대학을 선택할 때도 그랬고요. 그런데 제가 이상한 걸 하겠다는 건 아니니까 크게 뭐라 못하시지만 섭섭해 하셨죠.
진행자 : 남쪽 노래 중, god의 어머님께 라는 노래가 있어요. 그 노래 가사 중에 '어머님은 자장면을 싫다고 하셨어' 이런 가사가 있어요. 그게 어떤 뜻인지 아세요?
최철남 : 네, 자식에게 양보한다는 의미인거죠?
진행자 : 맞아요. 두 분 부모님도 그런 적이 있으시죠?
이주영 : 제가 참 고기를 좋아해요. 그런데 아빠는 고기를 싫어한다면서 늘 잘 안 드셨어요. 알고 보니 저희 먹으라고 그런 거였더라고요. 돈이 없는 것도 아닌데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요.
진행자 : 그게 부모의 마음인거죠. 자식들 고기 한 점이라도 더 먹이고 싶은...
최철남 : 북한은 쌀이 정말 귀해요. 생일날이나 아플 때만 쌀을 먹는다고 보면 되는데 어머니가 아프셨어요. 그래서 쌀밥을 드렸는데 쌀밥 먹으면 소화가 잘 되니까 배고파서 싫다면서 저희를 주셨어요. 저희는 정말 그런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던 거죠. 그리고 옷, 신발 그런 것도 부모님은 빨고 기워서 입는데 자식들한텐 새 것 주시려고 그러시고 저희 엄마는 지금도 그러세요.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고맙고 또 고마움 부모님의 마음입니다. 그런데 때가 되면 우린 모두 이렇게 받은 사랑을 돌려줘야 할 날이 옵니다. 바로 우리의 자식들에게 말입니다.
진행자 : 우리도 부모가 될 거잖아요.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까요?
이주영 : 정말 좋은 부모가 되고 싶어요. 저희 부모님이 잘 해 주신 건 물론이고 잘 못해줬다고 생각하는 부분까지 보완해서 정말 좋은 부모가 되고 싶어요. 그래서 저는 자식들 앞에서 부부싸움을 안 하고 싶습니다.
진행자 : 저희 부모님은 저에게 비밀이 없으셨어요. 저도 그런 걸 본받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최철남 : 저는 아버지가 없이 자랐어요. 그래서 아버지의 빈자리를 많이 느꼈거든요. 자식과 놀아주고 늘 자식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보내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진행자 : 두 분은 정말 좋은 부모가 되실 것 같습니다. 이 시간만큼은 우리가 부모님을 사랑한다는 걸 보여 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주영 : 저는 지금까지 제가 공부를 하면서 부모님께 신경을 많이 못 썼어요. 제 인생 생각하기만도 바빴죠. 그런데 이제는 부모님께 적게 버는 돈이라도 용돈을 많이 드리고 부모님과 시간을 많이 보내고 싶습니다. 집안일도 많이 도와드리고 싶고요.
진행자 : 같이 시간을 많이 보내는 것, 그것만큼 큰 효도도 없죠.
최철남 : 저희 부모님이 바라는 것이 남한 사회에 잘 정착하는 건데요. 저는 정말 원하시는 모습을 보여 드리고 싶습니다.
진행자 : 살아계실 때 잘 합시다.
모두 함께 : 부모님! 사랑합니다.
따사로운 햇살보다 더 따뜻하고 바다보다 더 드넓은 부모님의 사랑을 가슴 깊이 생각하는 한 주가 되시기를 바라며 오늘 <청춘만세>는 여기서 마칩니다. 함께해 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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