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1) 결혼이 왜 늦춰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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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에서 생활하는 청년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청춘만세> 저는 진행자 윤하정입니다. 먼저 이 시간을 함께 꾸며갈 세 청년을 소개할게요.

클레이튼 : 안녕하세요, 미국 켄터키 주에서 온 클레이튼입니다. 한국에 거주한 지 7년 됐고, 한국 회사에 다니고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강예은 : 안녕하세요, 강예은이라고 합니다. 러시아어를 전공하고 있는 학생입니다. 제가 살아갈 세상과 통일 한반도에 관심이 많은 사람으로 많은 이야기를 통해 서로 이해를 넓혀갔으면 좋겠습니다.

광성 : 안녕하세요, 서울에서 회사 다니고 있는 정광성입니다. 고향은 함경북도 회령시고, 남한에 온 지 11년 됐습니다. 북한 청취자 여러분을 위해 좋은 소식 전해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진행자 : 안녕하세요. 날씨가 정말 좋습니다. 계절의 여왕이라고 하는 5월인데, 그래서인지 요즘 주위에 결혼하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여러분 주변은 어떤가요?

광성 : 사진이 잘 나와서 5월에 한다는 얘기가 있더라고요. 저도 5월에만 결혼식에 두 번이나 가야 하는데 좋은 날이죠, 당사자들에게는 기쁜 날인데 가는 사람 입장에서는 좀 부담이 되기도 해요.

클레이튼 : 저는 친구가 없어서 그런지 결혼식 초대장 못 받았습니다.

진행자 : 사실 여러분 친구 중에서 결혼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거예요. 친구보다는 직장 내 선배들이 결혼하는 경우가 많죠.

광성 : 나이가 나이인지라 이제부터 시작이더라고요. 친구들이 하나 둘 가기 시작해요.

진행자 : 청취자 여러분의 이해를 돕기 위해 여러분의 나이를 공개할까요?

예은 : 저는 28살입니다.

광성 : 저는 29살.

클레이튼 : 32살이요.

진행자 : 10년 전쯤만 해도 흔히 말하는 결혼적령기였을 것 같아요. 지금은 어때요?

예은 : 제 나이에 결혼하면 빨리 가는 거고요. 보통 적령기가 여자는 30살, 남자는 32살.

광성 : 저도 32~33살에 결혼하고 싶긴 한데 북한에서 살았다면 제 나이에 애가 있을 거예요. 북한은 결혼을 일찍 해요.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여자들은 대부분 20대 초반.

클레이튼, 예은 : 우와!

광성 : 제가 북한에 있을 때까지만 해도 25살이 넘어가면 노처녀 소리를 들을 정도로 결혼적령기가 빠른데 지금은 좀 늦춰지고 있다고는 하더라고요. 결혼을 빨리 할 수밖에 없는 게 일단 북한에서는 고등학교 졸업이 빨라요. 이르면 17살, 늦으면 19살에 졸업하는데, 졸업 뒤에 할 일이 없어요. 특히 여자들은 군대도 안 가니까. 저희 부모님도 23살 때 결혼하셨어요. 지금 남한에서 친구들 부모님 연세를 여쭤보면 거의 60대더라고요. 남한에서는 결혼을 늦게 하니까. 그런데 저희 부모님은 50대 초반이세요.

진행자 : 그러니까 지금 북한에 있는 광성 씨 친구들은 다 결혼을 했겠죠. 반면 남한 친구 중에 결혼한 사람이 몇 명이나 돼요?

광성 : 거의 없어요. 북한 친구들은 애도 있다고 해요.

진행자 : 이번에 결혼하는 친구한테도 주변에서 '왜 이렇게 결혼 일찍 하느냐'고 할 거예요, 29살인데.

클레이튼 : 20대 초반에 결혼하는 건 정말 상상할 수 없어요. 그 나이에 뭘 하고 싶은지 어떻게 살지 아예 몰랐는데 어떻게 그런 결정을 할 수 있는지.

예은 : 미국은 그럼 결혼적령기가 어떻게 돼요?

클레이튼 : 남한이랑 비슷해요. 30살 안팎. 여자는 29살, 남자는 31살쯤. 우리 형이 32살에 결혼했고. 그런데 제가 사관학교 다녀서 군인 친구들은 대부분 결혼 일찍 하는 편이에요.

진행자 : 남한의 통계청 자료를 보니까 2016년도에 처음 결혼한 초혼의 평균 나이가 여자는 30.3세, 남자는 32.8세라고 해요. 여자의 경우 처음으로 30대에 진입했어요. 이게 평균이니까 더 일찍 결혼하는 사람도 있지만, 더 늦게 결혼하는 사람도 있다는 거죠.

예은 : 제가 교회를 다니는데 주변에 결혼하지 않은 청년들이 많아요. 30대 후반의 언니, 오빠들도 많고. 보통 30대 중반이면서 선을 보거나 연애를 하고 있는 경우도 많거든요. 어렸을 때는 이런 모습을 보면서 '왜 결혼을 안 하지?' 생각했는데 제가 20대 후반이 되니까 왜 늦도록 결혼을 못하는지 알 것 같아요. 일단 제 생활이 바쁘고, 결혼이 제가 하고 싶다고 당장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계속 늦춰지는 것 같아요.

진행자 :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결혼적령기라는 게 있잖아요. 그때 즈음이 되면 심리적으로 '왜 나는 못가고 있지, 나도 빨리 결혼해야 하는데' 라는 압박감이 오게 되는데 여러분 나이에 그런 압박감이 있는지가 중요할 것 같아요.

광성 : 저는 아직까지 못 느껴봤는데, 어머니가 가끔 농담 삼아 '결혼 안 하니?' 물어보세요. 주변에서 그런 얘기는 전혀 없는 것 같아요.

예은 : 저도 당장은 결혼해야겠다는 생각이 없는 게 부모님을 비롯해서 주변에서 그런 압박이 없어요. 선 자리는 많이 들어와요. 주변의 어른들이 괜찮은 남자가 있다고 만나겠느냐고 물어보세요.

클레이튼 : 명절 때마다 전주 친구네 집에 가는데 친구 어머니가 빨리 결혼하라고 하세요. 우리 부모님은 그렇게 말씀하지 않는데, 요즘 살짝 뭔가 느껴져요. 지난 성탄절에 미국 갔는데, 아버지가 '혹시 만나는 사람 있느냐'고 물어보셨어요. 부모님이랑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전혀 없어서 뭔가 이상했어요.

진행자 : 많이 늦춰지긴 했죠. 10여 년 전만 해도 20대 후반이 되면 '왜 결혼 안 하지? 내가 늦었나?' 이런 생각들을 했을 텐데, 이제는 20대 후반에도 그런 생각을 안 하는 거예요. 서른이 넘어가면 슬슬 주위에서도 압력을 가해오지만 정작 결혼이 성사되는 건 이제 30대 중반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나 싶어요. 왜 이렇게 됐을까요?

광성 : 북한과 비교하면 남한에서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거의 90% 정도 대학에 들어가잖아요. 4년간 결혼은 생각을 못하는 거죠.

진행자 : 4년 만에 졸업하지도 않잖아요.

광성 : 그렇죠, 저는 6년이 걸렸는데. 중간에 휴학도 하니까.

진행자 : 그럼 26세예요.

광성 : 게다가 요즘은 졸업하고 바로 취업이 어려운데 안정된 직장을 잡고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다들 있잖아요. 그래서 결혼이 계속 늦춰지는 게 아닐까.

예은 : 가장 중요한 게 경제력이죠. 돈 없이는 결혼할 수 없거든요. 일단 결혼하면 신혼부부가 살 집이 필요한데, 집은 돈이 있어야 마련할 수 있잖아요. 집값도 어마어마하고, 결혼식 비용도 만만치 않아요. 당장 원한다고 해서 결혼할 수가 없는 거죠. 보통 남자가 집을 마련하면 여자는 혼수를 준비하는데 요즘 남자들도 취업이 어려우니까 집 마련을 언제 하겠어요. 그러다 보니까 계속 결혼이 늦춰지는 거죠. 제 친구도 연애를 5년 정도 했는데, 아직도 결혼을 선뜻 못하고 있어요. 남자 쪽에서 아직 준비가 안 됐다고 계속 결혼을 미루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진행자 : 그러니까 결혼할 때 부모님도 엄청난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거죠. 집을 30대 초반인 아들이 혼자 감당하기에는 버거우니까 부모님이 목돈을 주시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지금 예은 씨는 결혼을 하는 데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서 결혼이 늦춰지고 있다고 했는데, 이제는 남녀 모두 경제활동을 하기 때문에 결혼이 늦춰지는 면도 있지 않나요?

예은 : 맞아요, 예전에 여자들은 사회에 진출하지 않고 집안일을 많이 담당했잖아요. 그런데 요즘 그걸 원하는 여자들이 몇이나 될까요. 보통은 다 사회생활을 하고 싶어 하거든요. 그래서 대학도 나오고, 유학도 다녀오고, 여러 일을 하다 보면 나이가 많아져요.

그리고 악순환이라고 할 수 있는데 남녀 모두 일을 하면서 경력도 생기고, 여러 사람과 연애도 하면서 상대방을 보는 눈이 높아져요. 그러니까 결혼하기가 더 힘들어지는 거예요. 사랑만 갖고 결혼할 수 없으니까(웃음). 여러 조건을 고려하다 보니까 결혼이 더 늦춰지는 거죠.

진행자 : 클레이튼은 왜 이렇게 결혼 연령이 높아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클레이튼 : 옛날에는 미국에서도 일찍 결혼했죠. 우리 할머니는 19살에 결혼하셨어요. 그런데 1950~60년대부터 결혼 연령이 올라갔던 것 같아요. 남한과 비슷한 상황인데, 물가가 올라서 결혼이 늦춰진 거예요. 미국사람들은 군대 안 가도 되지만 취업하기 약간 힘들고, 결혼하는 데는 돈이 필요하니까 일단 결혼 전에 안정된 생활을 만들려고 해요.

그리고 어쨌든 미국 사람들은 20대에 정착하려고 하지는 않아요. 20대에는 재밌게 놀고,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그 뒤에 이제 정착하고 싶다(웃음)...

진행자 : 굳이 결혼을 빨리 할 필요가 없다는 거예요. 돈의 영향도 있지만 굳이 빨리 할 필요도 없다는 거죠.

예은 : 갑자기 생각났는데, 수명이 늘었잖아요. 평생 한 사람과 살 기간이 길어진 거예요. 그러다 보니까 결혼을 조금 더 늦춰도 되겠다 생각하는 거 아닐까요(웃음)?

진행자 : 예은 씨 말이 맞는 게 20년 전만 해도 평균 수명이 70살이었다면 지금은 80~90살이잖아요. 그래서 취업하고, 결혼하고, 아이 낳고... 이런 과정들을 좀 더 여유롭게 하게 된 것 같아요. 예전에는 60살이 되면 환갑잔치를 했지만 이제는 의미 없는 일이잖아요. 환갑잔치가 있었다는 게 예전에는 '60살까지 산 게 대단하다'는 거였으니까. 60살이 평균 수명이라면 20대 초반에는 결혼해서 30살 전에는 아이를 낳아야 부모가 그 아이를 어느 정도까지 돌볼 수 있으니까. 그런데 요즘은 수명이 길어지니까 조금 더 늦게 결혼하고, 조금 더 늦게 아이도 낳는 것 같아요.

광성 : 북한은 아직도 환갑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평균 수명이 그렇게 길지 않으니까. 의료기술이 발전하지 않았고, 일도 많이 하고, 영양 상태도 안 좋고. 그래서 70살만 돼도 정말 오래 살았다고 해요.

진행자 : 여러분이 알고 있는 결혼 비용은 어느 정도 인가요?

예은 : 결혼식 자체만 1,900만 원 정도, 예단이나 예물 등에도 따로 1,900만 원 정도가 든대요. 그러니까 넉넉잡아 4천만 원 정도가 드는 거예요.

4천만 원이면 4만 달러 정도인데요. 무척 큰 액수죠? 남한에서는 결혼식이 어떻게 이뤄지기에 이렇게 많은 돈이 드는 걸까요? 이 얘기는 다음 시간에 계속해서 들어보겠습니다. <청춘 만세> 오늘은 여기서 마무리할게요. 지금까지 진행에 윤하정이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