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그리고 해외 청년이 함께 하는 청.춘.만.세
강남 : 안녕하세요, 김강남이라고 합니다. 2010년도에 탈북해서 대한민국에서는 지금 5년이 됐네요. 저 탈북자입니다. 약자의 편에 서는 경찰이 되고 싶어서 경찰행정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이고요.
알렉스 : 저는 알렉스라고 하고, 영국에서 왔습니다. 27살이고, 대학원에서 한국학을 공부하고 있어요. 고향에서 한국의 영화나 음악을 많이 접해서 한국에 대한 관심이 생겼는데, 한국에 와서 북한에 대한 관심도 생겨서 방송에 나오게 됐어요.
예은 :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예은이고요. 출연자 중에 여자가 저 혼자라서 기쁘네요. 저는 러시아어를 전공하고 있고요. 러시아가 앞으로 통일에 있어 필요한 국가이기도 하고, 지지를 해줄 국가라고도 생각해서 러시아어를 통해서 남북통일에 기여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배우고 있습니다.
진행자 : 그리고 저는 이 청춘들과 함께 하는 진행자 윤하정입니다.
insert. 영화 소개 방송 이번 주 신작들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미국산 이색 공포영화가 눈에 띄네요. <언프렌디드 친구삭제>라는 제목의 영화인데요. 온라인 공포라는 새로운 콘셉트, 형식입니다.
오지호, 강예원 주연의 섹시 코미디 <연애의 맛>이 이번 주 간판을 겁니다. 산부인과 전문의와 비뇨기과 전문의가 만나 조금은 낯 뜨거운 성적인 농담을 건넵니다.
한국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힘든 레바논 영화 한 편이 국내 관객들을 찾아옵니다. <모두의 천사 가디>라는 작품인데요...
내레이션 : 이번 주에 새로 극장에 걸리는 영화를 소개하는 방송이었는데요. 남한을 비롯한 세계 많은 나라에서는 텔레비전이나 라디오, 신문이나 잡지 등을 통해 주마다 새로 개봉하는 영화를 소개합니다. 주마다 소개한다는 건 매주 새로운 영화들이 쏟아져 나온다는 얘기겠죠. 실제로 5월 현재 남한의 극장에서는 전국적으로 100편이 넘는 영화가 상영되고 있습니다. 최근에 개봉한 인기 영화 대여섯 편이 전체 극장의 2/3 정도에서 상영되고 있는데요. 남한에서 여가생활로 가장 많이 즐기는 것이 바로 영화를 보러 극장에 가는 일이 아닐까 합니다. 남북청년들이 함께 하는 인권모임 '나우'의 김강남, 강예은 씨, 그리고 영국에서 온 알렉스 잭슨 씨도 영화를 즐겨 본다고 하는데요. 이 얘기 좀 나눠 볼까요?
진행자 : 지난번에 연애할 때 남녀가 만나면 뭐하느냐고 물어봤더니 세 사람 모두 밥 먹고 영화보고 카페에 간다고 얘기했잖아요.
예은 : 네, 보통 연인들이 만나서 할 수 있는 게 한정적이에요. 처음 만나면 영화를 보거나 밥을 먹거나 친구들끼리도 좋은 영화가 나왔다 하면 많이 가서 보고요.
진행자 : 얼마나 자주 극장에 가나요?
예은 : 저는 남한 평균에 비하면 자주 안 가는 편이거든요. 요즘 너무 바빠서 갈 시간도 없고. 그리고 영화 값이 꽤 비싸서 성인은 9천 원, 9달러 정도예요. 저 같은 학생한테는 조금 큰돈이기도 해서.
진행자 : 두 사람이 같이 보면 만8천 원, 18달러 정도니까.
예은 : 그리고 영화만 보는 게 아니잖아요. 팝콘, 강냉이라고 해야 하나요? 뻥튀기 같은 것, 음료수도 같이 먹고 이러다 보면 2만 원을 훌쩍 넘겨요. 그러니까 주머니 사정도 그렇고, 바쁘기도 해서 한 달에 한 번 정도 가는 편이에요.
진행자 : 주변 친구들은 좀 더 가는 편이죠?
예은 : 네, 남자친구가 있는 친구들은 개봉한 영화는 다 봐요.
진행자 : 알렉스는 어때요? 남한 영화에 관심 있어서 한국을 알게 된 거잖아요?
알렉스 : 네, 저는 남한에 와서 예전보다는 영화를 안 보는 편인데요. 그래도 한 달에 한두 번쯤은 극장에 가고. 저는 집에서도 영화를 자주 보는 편이에요.
진행자 : (청취자들이) 집에서 어떻게 영화를 볼까 궁금해 하실 것 같아요.
알렉스 : 컴퓨터가 있으면 인터넷에서 언제든지 모든 영화를 볼 수 있어요.
진행자 : 네, 인터넷에 영화 자료가 들어 있고, 일정한 돈을 내면 그 영화를 볼 수 있는 거죠. 요즘은 거의 개봉 영화와 시기가 맞물려서 집에서도 볼 수 있더라고요.
사실 남한에서는 영화를 볼 수 있는 방법도 다양해요. 극장에서 큰 화면으로 볼 수도 있지만, 집에서 텔레비전이나 컴퓨터, 핸드폰으로도 요금을 내고 볼 수 있잖아요.
강남 : 저도 핸드폰으로 집에서 영화를 많이 보거든요. 싸게 볼 수 있어요. 극장에는 여자 친구가 가고 싶어 할 때만 가는데 혼자는 절대로 안 가고요. 지금 여자 친구는 영화를 많이 즐기는 편이 아니라서 1년에 한두 번 정도 가요.
예은 : 너무 자주 안 가는데요(웃음). 그럼 최근에 나온 영화들은 다 안 봤겠네요?
강남 : 못 봤죠.
진행자 : 가서 보고는 싶은데 같이 갈 사람이 없어서 못 본 건가요?
강남 : 그런 것도 있고, 저는 좀 익숙하지 않은 것 같아요. 고향이 북한이고 돈 내고 영화를 보는 것도. 북한에도 영화관이 있습니다. 돈 내고 보죠. 그런데 아주 신기하고 귀한 일이에요. 1년에 한 편 정도 개봉될까 말까 하거든요. 그러면 사람들이 떼로 몰려가서 보는 거죠. 그 광경이 볼만 합니다.
예은 : 북한에서도 남한 영화나 드라마를 볼 수 있다고 들었는데요.
강남 : 볼 수 있는데 단속을 하니까 남한 영화나 미국 영화, 여성의 노출이 심한 영화를 보게 되면 교도소에 가거든요. 남한에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보잖아요. 그런 게 정말 달라요.
그래서 자본주의 영상물을 무척 한정적으로 접하게 되지만 그래도 젊은 사람들의 보고 싶은 욕망은 막지 못하는 것 같아요. 중국과 가깝게 사는 사람들은 중국에서 나오는 신호가 있잖아요. 안테나를 막 돌리면 신호가 조금씩 잡혀서 그걸로 봐요. 제가 살던 지역에서는 연변 방송이 나왔는데 연변은 한국말을 하니까 한국말 방송이었어요. 밤에 남한 드라마를 했어요. 그때 봤던 게 <경찰특공대> <유리 구두> 같은 드라마, 텔레비전 연속극이었어요. 그런 걸 보고 충격을 많이 받았죠. 같은 민족인데 저렇게 다르게 사는구나!
진행자 : 사실 남한에는 극장이 무척 많잖아요. 동네에도 몇 군데씩 있고. 그리고 멀티플렉스라고 복합문화공간이라고 할까요? 극장에 가면 밥 먹고, 커피 마시고, 옷 사고, 신발 사고 이런 것들을 다 할 있도록 한 공간에 마련돼 있죠. 그리고 거의 매주 목요일 정도에 극장에 영화가 개봉되는데, 지금 주로 상영 중인 영화들이 스무 편이 넘는 것 같아요. 그런 영화들이 매주 새로 나오잖아요. 남한에서 만든 영화뿐만 아니라 미국, 유럽, 중국, 일본 등에서 만든 영화도 나오죠.
강남 씨는 남한에 와서 그런 걸 보고 정말 놀랐을 것 같아요.
강남 : 그렇죠. 북한에서는 영화가 한정적이고, 외국영화를 보여주긴 하지만 평양 시민들만 볼 수 있어요. 평양은 지방과 달리 텔레비전 채널, 통로가 '교육문화'와 '만수대'라고 두 개 더 있어요. 지방은 중앙채널 하나만 보거든요. 그런데 만수대라는 채널에서 외국영화를 많이 방영하는데 과거 사회주의 나라들, 그러니까 구소련, 쿠바, 동독 이런 나라들의 옛날 영화, 사회주의 체제 하에 있던 영화들만 보여주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이런 신세대 영화를 접할 수가 없죠. 그런 영화를 접하면 발전된 모습을 보게 되니까. '북한보다 발전됐다, 사람이 저렇게도 사는구나!' 그런 걸 시청자가 느낄 수밖에 없으니까 그런 걸 보면 교도소에 5년 가고, 단속을 하는 거죠.
진행자 : 그러면 강남 씨 남한에서 제일 처음 봤던 영화 기억해요?
강남 : 네, 그때는 여자 친구가 영화를 좋아해서 극장에 자주 갔어요. <7번방의 선물>이라는 영화를 눈물 나게 봤었고.
진행자 : 남한에서 천 만 명 이상이 그 영화를 봤대요. 영화 자체도 그렇지만 극장에 가서 극장문화라고 해야 할까요? 그런 건 낯설거나 하지 않았어요?
강남 : 제일 낯선 부분은 잘 모르는 거죠. 영화관 자리를 찾아야 하는데 어떻게 찾는지 몰라서, 그리고 극장에서 영화하기 전에 광고하는 것도 신기했고요. 그리고 영화가 나올 때 큰 스크린, 화면과 눈앞에서 펼쳐지는 생동감, 이런 것들이 충격이고 흥분됐어요.
진행자 : 우리가 영화표를 사면 좌석이 지정돼 있잖아요. 예를 들어 나열에 20번 이런 식으로. 그렇게 찾아가는 걸 못했다는 얘기죠?
강남 : 네, 북한에는 그런 게 없어요. 먼저 앉는 게 주인이고, 영화관 안에서 담배도 피고, 남한의 50년대 김두한이 나오는 영화 배경 있잖아요. 그런 극장과 비슷해요.
진행자 : 강남 씨가 남한에서는 영화 앞에 광고가 많이 나온다고 했잖아요. 영화를 한 편 제작하려면 엄청난 돈이 드니까 그 돈을 협찬 받는 거죠. 협찬을 받고 대신 광고를 보여주는 건데, 영화 한 편 앞에 붙는 광고가 거의 20개 정도 되는 것 같아요.
강남 : 제가 탈북할 당시 2010년도 평양은 좀 다르긴 했어요. 그때 평양에서 개봉했던 영화가 <평양 날파람> <한 여대생의 일기>라는 영화였는데, 지금까지도 기억나요. 그 영화를 보면서 예전에는 우상화 작업을 많이 했는데, 그건 좀 신세대 영화라서 그런지 우상화 작업이 지나치게 강하지 않아서 좋았던 것 같아요. 영화다운 영화라고 생각했어요.
진행자 : 아무래도 남한은 극장에서 남한 영화를 많이 개봉하잖아요. 알렉스 같은 경우는 남한에 와서 처음 봤던 영화를 기억하고 있어요?
알렉스 : 기억 못해요. 왜냐면 어렸을 때부터 한국 영화를 많이 봐서 기억이 안 나요.
예은 :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는요?
알렉스 : 어렸을 때 가장 인상 깊었던 영화는 <쉬리>요.
진행자 : 아, 남북한 문제를 다룬 영화죠.
알렉스 : 네, 남한에 온 북한 간첩이 남한 사람과 사랑하게 되는 내용이죠. 그때는 남북한에 대해서 아는 것도 별로 없었는데 그 영화를 보면서 관심이 많이 생겼어요. 영국에서는 영국영화보다 미국영화를 많이 보는데, 남한에서는 외국 영화, 남한 영화 비슷하게 나오고, 남한 영화를 사람들이 많이 보는 것 같아요.
진행자 : 맞아요, 남한의 인구를 대략 5천만 명으로 보고 있잖아요. 그런데 천만 명 이상, 그러니까 다섯 명 가운데 한 명 이상이 본 영화가 14편이나 된다고 해요. 그중에서 11편이 남한에서 만든 영화고, 3편은 미국영화인데, 사실 인구의 1/5이 같은 영화를 봤다는 건 신기한 일 아닌가요(웃음)?
여러분도 그 영화는 봤어요? 제목을 알려드리면 <명량> <괴물> <도둑들> <7번방의 선물> <광해, 왕이 된 남자> <왕의 남자> <태극기 휘날리며> <변호인> <국제시장> <해운대> <실미도> 외국영화로는 <아바타> <겨울왕국> <인터스텔라>예요.
예은 : 저 3개 빼고 다 봤어요.
알렉스 : 저는 남한 영화 다 봤어요.
강남 : 여기 있는 건 일단 다 봤어요.
매주 새로운 영화들이 개봉하는데, 천만 명, 그러니까 남한 인구의 1/5 이상이 본 영화가 14편이나 됩니다. 그 중에서 11편은 남한에서 만든 영화인데요. 우리 세 청춘들도 대부분의 영화를 봤네요. 뭐가 그렇게 재밌는지, 그리고 청취자 여러분에게 추천하고 싶은 영화는 어떤 것인지 다음 시간에 계속 얘기 나눠볼까요?
<청춘만세> 오늘은 여기서 인사드리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윤하정이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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