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2) 북 청취자 위한 추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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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그리고 해외 청년이 함께 하는 청.춘.만.세

강남 : 안녕하세요, 김강남이라고 합니다. 2010년도에 탈북해서 대한민국에서는 지금 5년이 됐네요. 저 탈북자입니다. 약자의 편에 서는 경찰이 되고 싶어서 경찰행정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이고요.

알렉스 : 저는 알렉스라고 하고, 영국에서 왔습니다. 27살이고, 대학원에서 한국학을 공부하고 있어요. 고향에서 한국의 영화나 음악을 많이 접해서 한국에 대한 관심이 생겼는데, 한국에 와서 북한에 대한 관심도 생겨서 방송에 나오게 됐어요.

예은 :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예은이고요. 출연자 중에 여자가 저 혼자라서 기쁘네요. 저는 러시아어를 전공하고 있고요. 러시아가 앞으로 통일에 있어 필요한 국가이기도 하고, 지지를 해줄 국가라고도 생각해서 러시아어를 통해서 남북통일에 기여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배우고 있습니다.

진행자 : 그리고 저는 이 청춘들과 함께 하는 진행자 윤하정입니다.

insert. 영화 <어벤져스2> 천만 관객 돌파

할리우드 영화 <어벤져스2>가 1000만 관객을 넘어섰습니다. <국제시장>에 이어 국내 개봉영화 중 15번째고, 외화만 따지면 4번째입니다. 개봉 38일 만에 달성한 <아바타>의 기록을 2주 앞당기며 가장 빨리 1000만 관객을 모은 외화가 됐습니다. 아이언맨, 헐크, 토르 등 인기 영화 캐릭터를 한 작품에 모은 데다 서울에서 촬영을 진행해 국내 관객들의 비상한 관심을 끈 것도 인기의 이유지만...

내레이션 : 남한에서 가장 보편적인 여가활동은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일이 아닐까 합니다. <청춘만세> 지난 시간부터 이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요. 그새 미국 영화 <어벤져스2>가 천만 관객을 넘어섰다고 하네요. 남한 인구를 대략 5천만 명으로 집계하는데, 천만 명, 그러니까 남한 사람 5명 가운데 1명 이상이 <어벤져스2>라는 영화를 봤다는 얘기입니다.

이 영화는 미국에서 만든 영화지만, 지난해 3~4월 마포대교와 상암동, 월드컵 북로 등 서울 곳곳에서 영화의 일부를 촬영해 남한 관객들에게 더 큰 관심을 받아왔는데요. 이로써 남한에서 천만 명 이상이 본 영화는 모두 15편이 됐습니다. 남한 영화로는 <명량> <괴물> <도둑들> <7번방의 선물> <광해, 왕이 된 남자> <왕의 남자> <태극기 휘날리며> <변호인> <국제시장> <해운대> <실미도> 외국영화로는 <아바타> <겨울왕국> <인터스텔라> 그리고 <어벤져스2>가 추가됐네요.

남북청년들이 함께 하는 인권모임 '나우'의 김강남, 강예은 씨, 그리고 영국에서 온 알렉스 잭슨 씨도 이 영화들을 봤는지, 또 북한에 있는 청취자 여러분에게 어떤 영화를 추천하고 싶은지 얘기 나눠보죠.

진행자 : 여러분도 이 영화들을 봤나요?

예은 : 저 3개 빼고 다 봤어요.

알렉스 : 저는 남한 영화 다 봤어요.

강남 : 여기 있는 건 일단 다 봤어요.

진행자 : 그러니까 그 인구 1/5에 여러분도 대부분 포함돼 있네요(웃음)? 어떻게 해서 이 영화들을 보게 된 거예요?

예은 : 영화를 본다는 것이 다른 사람과 공감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될 수 있잖아요. 사람들이 재미있다고 하면 호기심이 생겨요. 그리고 언론에서 지금 5백만이 넘었다고 기사가 나오면 '사람들이 많이 보는 건 그만큼 재미있다는 얘기겠지? 나도 이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겠다!' 이렇게 해서 보게 되는 것 같아요.

알렉스 : 영국에 있을 때는 어떤 한국 영화가 재밌는지 알 수 없으니까 일단 국제영화제에 나오는 남한 영화를 봤어요. 저는 영화 보면서 언어 공부도 할 수 있고, 역사, 사회 공부도 할 수 있어서 놀면서 공부하니까 영화가 좋다고 생각해요.

진행자 : 알렉스 같은 경우는 천만 명 이상이 본 남한 영화를 다 봤다고 했는데, 재미있었어요(웃음)? 남북한 문제를 다룬 영화도 그렇지만, 대부분 한반도의 역사를 다룬 영화들이 많은데요.

알렉스 : 해운대 빼고는 다 재미있었어요(웃음). 중국이나 일본 영화보다 지금 서양에서는 남한 영화가 더 인기 있어요. 남한에서는 영화 문화가 강하고 사람들이 좋아하니까 돈도 많이 쓰고, 여러 영화를 만들어서 미국 영화와 비슷할 정도로 잘 만들어요. 그리고 남한에서는 가족이나 나이 상관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영화가 많은 것 같아요.

예은 : 남한에는 미국 영화, 할리우드 영화가 많잖아요. 보면 돈이 많이 들어간 영화가 인기가 많아요. 액션이라고 전투나 싸움을 다룬 영화, 판타지라고 마법이 있는 영화가 많은데, 남한 영화는 그보다는 가족을 다루거나 여러 사람이 공감을 이룰 수 있는 영화들이 인기가 많은 것 같아요.

진행자 : 미국 영화는 하늘을 날아다니거나 뭔가 폭발하거나, CG라고 하잖아요. 컴퓨터 작업을 거치는 게 많은데 남한 영화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많다는 거죠.

강남 : 여기서 북한 사람들이 보면 안 되는 영화가 있어요, <실미도>. 이 영화는 수령을 직접적으로 공격하는 영화라서. 다른 영화는 북한 보위부에 잡혔다면 시대 상황에 따라 교도소에 1~2년 가겠지만 <실미도>는 무기징역까지 가지 않을까.

비교가 되네요. '남한의 젊은이들은 문화를 정말 즐기고 있구나' 라는 생각도 들고, '북한은 왜 사람들의 눈과 귀를 막고 있을까' 라는 생각도 들고, 안타까워요.

진행자 : 천만 명 이상이 본 영화 중에 <명량>은 임진왜란 관련 영화고, <광해, 왕이 된 남자> 광해군, <왕의 남자>는 연산군 등 한반도의 왕이 소재인데 사실상 동성애에 관련된 내용이죠. 그러니까 그냥 역사 자체를 조명한 것도 있지만 어떻게 보면 그 안에서 있을 수 있는 얘기를 상상력으로 재밌게 풀어낸 거죠.

강남 : 북한에서는 김일성, 김정일에 대한 우상화, 이 사람을 신처럼 포장해서 보여주면 보여줬지 그렇게는 절대로 안 해요.

예은 : 남한에서는 영화가 정치적인 수단이 아니라 유흥의 수단이기도 하고, 영화를 통해서 사회를 간접적으로 비판할 수도 있잖아요.

진행자 : 그렇죠. 혹시 알렉스는 영국에 있을 때 북한 영화에 관심을 갖지는 않았어요?

알렉스 : 관심 많았어요. 인터넷에서 볼 수 있는 북한 영화도 많아요.

강남 : 유튜브라고 동영상을 올리는 인터넷 공간에 제목만 입력해도 다 나와요.

진행자 : 북한 영화 중에 생각나는 것들이 있어요?

알렉스 : 외국에서 가장 유명한 북한 영화는 아마 <불가사리>일 거예요. 큰 괴물이 나와서 사람들과 싸우는 영화예요. <꽃 파는 처녀>도 외국에서 많이 나와요. 북한 사람들 무술 잘 하잖아요. 그래서 <홍길동> <명령027호> 그런 액션, 싸우는 영화도 재밌어요.

제가 가장 재밌게 봤던 북한 영화들은 고려 시대 역사물이에요. 그렇지 않은 영화는 끝에 항상 '수령님을 믿으니까 우리가 잘 살고, 수령님이 있으니까 다 괜찮고...' 그런 게 강해서 모든 영화가 다 비슷해지고, 정치적인 목표로 만드니까... 그런 걸 빼면 더 재밌게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진행자 : 사실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남한 영화는 물론이고 미국, 유럽, 인도 영화, 알렉스처럼 국제영화제에서 상을 탄 영화를 찾아서 보는 사람들도 있거든요. 그런데 예은 씨 친구 중에 북한 영화 찾아서 보는 사람 있나요?

예은 : 남한 친구들 중에는 없어요. 영화는 재미를 위해 보는 것인데 북한 영화는 사상적인 게 강하다는 말을 들어서 그런 것 같아요. 알렉스처럼 외국인인데 남북한에 대해 관심이 많거나 한국에 대해 알고 있는데 '그럼 북한 영화는 어떨까?' 라는 생각에 찾아보는 친구들은 있어요.

진행자 : 북한에 있는 청취자들은 남한 사람들처럼 자유롭게 영화를 보지는 못하잖아요. 남한 영화를 볼 수도 없고, 미국 영화를 볼 수도 없고. 하지만 언젠가 기회가 돼서 영화를 자유롭게 볼 수 있다면 '아, 나는 이 영화를 추천해주겠다!' 말해볼까요?

예은 : 추천하고 싶은 영화들이 많은데, 상대가 북한 사람들이라면 <태극기 휘날리며>요. 형제가 있는데 형은 북한 군인으로 가게 되고, 동생은 남한 편에 서서, 형제지만 전쟁 중에 서로 적이 되는 관계예요. 남북한 전쟁 당시 상황을 제대로 구현했기 때문에 보시면서 많이 공감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강남 : 저라면 <태극기 휘날리며>는 안 볼 것 같아요. 역사적인 배경이 어찌 됐든 영화라는 게 남한에서 만들면 당시 적인 북한을 악하게 표현하기 마련이고, 그래서 북한이 고향인 사람이 보면 '자신들의 모습을 저렇게 표현했구나, 상대가 나를 이렇게 인식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 것 같아요. 그래서 별로 보고 싶지 않아요.

진행자 : 북한 사람 입장에서 봤을 때는 북한을 현실보다 왜곡해서 표현했다는 거죠?

강남 : 그렇죠.

예은 : 그러면 <코리아>라는 영화가 있는데 보셨어요? 탁구 국제대회에서 남북한 선수가 같은 팀이 돼서 협동하는 내용이에요. 아무래도 체제가 다르다 보니까 처음에는 기 싸움도 하는데 나중에는 우정을 나눈다는 얘기거든요. 탁구를 통해서도 남북이 화합할 수 있다는 내용이에요. 실제로 있었던 일을 바탕으로 해서 아무래도 더 재밌지 않을까..

또 하나는 최근에 개봉한 <국제시장>이라는 영화가 있어요. 그 영화를 보시면 남북이 분단된 이후에 남한 사람들이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알 수 있을 거예요.

진행자 : 남한의 근현대사를 조명했죠. 알렉스는 어떤 영화를 추천하고 싶나요?

알렉스 : 저도 <국제시장>을 권하고 싶어요. 그리고 <공동경비구역 JSA>. 판문점의 남북한 군인이 몰래 친구가 되는 얘기예요. 그 영화를 무척 재밌게 봤어요.

진행자 : 다들 무척 의미 있는 영화만 추천하네요. 우리가 흔히 말하는 로맨스, 사랑 얘기는 없나요?

강남 : 제가 할게요. 저는 <도둑들>이라는 영화를 추천하고 싶어요. 여기에 정말 예쁜 전지연 씨가 나오거든요(웃음). 도둑질 하는 얘긴데, 북한에서 도둑질은 사회문란을 야기한다고만 생각하는데, 남한에서는 이런 소재로 재밌게 영화를 만들었더라고요.

또 하나는 <명량>을 추천하고 싶어요. 일본의 침략을 물리치는 이순신 장군의 영웅적인 모습을 보여준 영화인데, 북한에서 배웠던 것과 똑같아요. 그래서 남북한이 지금은 조금 다른 이념과 사상을 가지고 있지만, 한민족이고, 앞으로도 한민족일 수밖에 없다는 걸 잘 보여준 것 같아요.

진행자 : <명량> 같은 경우 2014년 7월에 개봉됐는데, 천7백만 명 이상이 관람했다니까 이건 정말 남한 인구의 1/3이 본 거네요.

강남 : 네, 그리고 북한 영화도 한 편 추천하고 싶은데요. <평양 날파람>이라고, 일본의 침략에 맞서서 한민족의 전통무술을 지키는 영화인데 남한친구들한테 추천하고 싶어요.

내레이션 : 남한에서는 매주 10편 이상의 영화가 새로 개봉됩니다. 남한에서 만든 영화는 물론이고, 미국, 유럽, 일본, 중국 등 세계의 영화가 소개되는데요. 세 친구들이 얘기한 것처럼 단순히 재미를 위해 영화를 만들기도 하고, 영화를 통해 사회를 간접적으로 비판하기도 하고, 전쟁이나 분단 등 역사를 재조명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오늘 이 시간에 세 친구들이 영화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얘기한 것처럼 수많은 방송과 신문, 잡지, 인터넷 언론 매체를 통해 다양한 평이 쏟아지기도 하죠. 이런 과정을 통해 일반 관람객들도 영화를 보는 눈이 생기고, 새로운 영화를 고르는 저마다의 기준도 생기는 것 같습니다.

오늘 남한에서 천만 명 이상이 본 영화, 그리고 강남, 예은, 알렉스 씨가 추천한 영화들을 소개해 드렸는데요. 언젠가 이 영화들을 보게 된다면 청취자 여러분은 어땠는지 알려주시겠어요?

<청춘만세> 오늘은 여기서 인사드리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윤하정이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