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에서 생활하는 청년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청춘만세> 저는 진행자 윤하정입니다. 먼저 이 시간을 함께 꾸며갈 세 청년을 소개할게요.
클레이튼 : 안녕하세요, 미국 켄터키 주에서 온 클레이튼입니다. 한국에 거주한 지 7년 됐고, 한국 회사에 다니고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강예은 : 안녕하세요, 강예은이라고 합니다. 러시아어를 전공하고 있는 학생입니다. 제가 살아갈 세상과 통일 한반도에 관심이 많은 사람으로 많은 이야기를 통해 서로 이해를 넓혀갔으면 좋겠습니다.
광성 : 안녕하세요, 서울에서 회사 다니고 있는 정광성입니다. 고향은 함경북도 회령시고, 남한에 온 지 11년 됐습니다. 북한 청취자 여러분을 위해 좋은 소식 전해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청춘만세> 지난 시간에 이어 결혼식에 대해 얘기 나눌 텐데요. 남한에서는 결혼식을 올리는 데 평균 2천만 원, 그러니까 2만 달러 정도가 든다는 통계 자료가 있습니다. 결코 적은 돈이 아닌데요.
근사한 결혼식장, 예쁜 드레스, 잘 차려진 음식 등 멋지고 화려해 보이는 남한 결혼식에 대해 우리 청년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또 청년들이 바라는 결혼식은 어떤 모습인지 계속해서 얘기 들어보시죠.
진행자 : 여러분은 (남한) 결혼식 문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요?
광성 : 저는 남한에서 처음 결혼식을 갔을 때 정말 예쁘다고 생각했어요. 보기에는 좋잖아요, 북한 촌놈이 와서 처음 보니까. 그래서 이런 걸 하려면 돈이 얼마나 드느냐고 물어봤더니 2006년 당시에도 벌써 천만 원이 넘는다고 하더라고요. 나는 못하겠구나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굳이 저렇게까지 안 해도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예은 : 저도 기억에 남는 건 음식밖에 없습니다. 어디를 가나 비슷한 식이 진행되니까. 당사자들도 결혼을 했다고 알리는 형식적인 절차일 뿐 하객들에게 축하받는 느낌은 못 받을 것 같아요.
진행자 : 결혼식장이 보통 5~10층짜리 건물인데 각 층마다, 내지는 한 층에서도 2~3개 팀이 동시에 결혼식을 올려요. 토요일이나 일요일에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는 계속해서 결혼식이 있는 것 같아요.
클레이튼 : 무슨 공장 같아요(웃음). 공장에서 찍어 내듯이 똑같이 30~40분 만에 끝내고, 식당가서 밥 먹고 끝. 아무 매력 없다고 생각해요.
광성 : 가면 갈수록 허례허식이라고 생각되는 게 북한 결혼식을 설명 드리면 일단 결혼식을 양가에서 해요. 두 번 하죠. 신랑이 신부 집으로 먼저 와서 그야말로 잔치를 벌이고, 오전에 거의 마무리 돼요. 그러면 이제 신랑 측으로 가서 거기서도 또 잔치를 벌이죠. 식이 끝나면 저녁에 친구들이랑 놀기도 하고.
진행자 : 정을 나눌 수 있겠네요. 그런데 남한에서는 그런 결혼식이 힘들죠. 집에서 장만해서 모든 사람들을 부를 수 없는 게 하객의 규모가 다르잖아요. 보통 결혼식장에 누구를 부르죠?
예은 : 부모님의 지인이 가장 많죠.
광성 : 일단 가족, 친척, 직장 동료들, 친구들, 학교 선후배.
진행자 : 보통 2백 명 정도는 초대하지 않나요? 그러니까 집에서는 할 수 없는 거죠.
광성 : 북한에서는 웨딩사진도 없어요. 남한에서는 결혼하기 전에 따로 사진을 찍잖아요. 그런데 북한에서는 신부 집에서 찍고, 신랑 집으로 가면서 중간에 김일성 동상 같은 곳에서 사진 찍어요. 그게 다예요. 최근에 평양에서 드레스를 입고 결혼식을 하는 사람도 있대요. 그런데 북한에서는 격차가 심하니까. 남한에서는 다 웨딩드레스를 입고 결혼식을 하잖아요. 북한에서는 고위층 자녀들이나 할 수 있죠.
예은 : 그러면 김정은 위원장은 결혼식을 했나요?
광성 : 했겠죠.
예은 : 공개됐어요?
광성 : 공개는 안 됐어요.
예은 : 김일성, 김정일 위원장도?
광성 : 공개 안 됐어요.
진행자 : 한복 입고 했을까요?
광성 : 글쎄요, 갑자기 궁금하네요.
예은 : 제 생각에는 김정은 위원장 결혼식은 웨딩드레스를 입고 현대식으로 했을 것 같아요. 왜냐면 아내 분이 샤넬이라고 명품 옷도 입고 하잖아요.
클레이튼 : 제 결혼식은 재미없을 거예요. 이거 필요 없다, 저거 필요 없다, 이거 돈 아깝다(웃음)... 한국 여자들이 드레스 3벌씩이나 입는 이유도 모르겠고.
진행자 : 보통 여성들은 '이런 결혼식을 하고 싶다'는 환상이 있거든요. 남한은 많이 서구화가 됐지만 우리가 영화나 드라마에서 볼 수 있는 드레스를 입을 일은 거의 없어요. 예를 들어 외국에서는 오페라나 발레 공연 볼 때도 마음먹으면 드레스 입고 가잖아요. 남한에서는 그렇게 입고 가면 다른 사람들이 이상하게 보기 때문에 이른바 드레스를 입을 일이 결혼식 외에는 평생 없어요.
클레이튼 : 그런데 미국에서는 결혼식 때만 그 드레스를 입어요. 다시 안 입죠.
진행자 : 웨딩드레스가 아니더라도 배우들이 입을 법한, 어깨나 등이 파인 드레스. 남한은 개방적이라고 해도 그런 옷을 입을 일이 거의 없으니까 웨딩드레스가 평생에 한 번인 거예요.
예은 : 여자들은 결혼식에 가장 아름다워야 한다는 생각으로 돈도 많이 투자해요. 그래서 예비 신부들은 결혼 전 6개월 동안 힘들게 살을 빼요. 피부 관리부터 시작해서 모든 것을 다 해요. 내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시기를 그 날로 정하는 거죠.
진행자 : 언제 그런 드레스에 화장과 머리모양을 해보겠어요. 게다가 사진과 비디오 영상으로 남잖아요. 아마 그 웨딩드레스도 수십 벌을 갈아입으면서 제일 예쁜 걸 고를 거예요.
예은 : 일생에 단 한 번뿐인 결혼식이잖아요. 가장 아름답고 싶은 거죠.
클레이튼 : 요즘에는 결혼 2~3번 하잖아요(웃음).
예은 : 처음 같지는 않죠. 그래서 본식도 본식이지만 사진 촬영에 조금 더 신경을 많이 써요. 요즘은 본식은 간소화해도 사진촬영은 반드시 해요. 대세가 유명 여행지에 가서 잡지 화보촬영처럼 사진을 찍어요. 풍경이 아름다운 제주도나 아니면 스튜디오라고 실내에 환경이 다 조성돼 있어요. 그곳에서 전문적으로 촬영해서 그 사진으로 청첩장도 만들어요.
진행자 : 저는 별로라고 생각해요. 그 순간이 지나면 다시 안 보게 될 거예요. 일상과 너무 다르니까 어색하고 시간이 지나면 아무리 아름답게 꾸몄어도 촌스러워요.
광성 : 그 시대에는 나름 고급으로 했는데도 시간이 지나면 촌스럽죠.
진행자 : 그럼 예은 씨는 웨딩사진 촬영에 대한 소망이 있는 거예요?
예은 : 네, 일생에 한 번뿐이고 남는 건 사진밖에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식은 간소하게 하고 싶은데, 촬영은 꼭 하고 싶어요. 예쁜 사진을 많이 남겨두고 싶어요. 언제 이렇게 촬영하겠어요. 나중에 자녀가 보기에도 재밌는 이야깃거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사진이 잘 나오는 곳을 찾는 데 집중할 거예요(웃음).
진행자 : 미국에서도 이런 사진을 찍는다는 거죠?
클레이튼 : 네, 그런데 저는 저렇게 찍고 싶지 않고 만나면서 이런저런 모습들을 자연스럽게 찍는 게 훨씬 나을 것 같아요.
진행자 : 그때는 전문가들이 없는 거죠, 머리모양이나 화장이나.
클레이튼 : 필요 없어요!
예은 : 저기요(웃음)...
진행자 : 텔레비전에 나오는 가수나 배우가 원래 예쁘기도 하지만 전문가들이 그렇게 꾸며줘서 더 예쁜 거예요. 화장이며, 머리모양이며, 옷, 조명, 카메라 기술까지.
예은 : 가장 중요한 건 보정, 수정이 된다는 거예요.
진행자 : 광성 군은 어때요? 북한과는 전혀 다른 문화잖아요.
광성 : 저는 야외에서 친구들 불러서 편하게 하고 싶은데 대신 여행을 한 달 동안 유럽으로 가고 싶어요.
진행자 : 요즘 식장을 무료나 저렴하게 빌려주는 곳이 있거든요. 결혼식 자체는 간소하게 하고, 신혼여행에 투자하는 사람들도 있더라고요.
결혼식 비용 자체가 너무 많이 들면서 의미는 없다 보니까 새롭게 생겨나는 결혼식 문화도 있죠?
예은 : 네, 보통 결혼식 문화를 이끄는 사람이 연예인인데 최근 인기 배우인 원빈과 이나영이 유채꽃밭에서 결혼식을 올렸어요. 거의 돈이 안 들었고, 친지들만 초대해서 국수를 먹었다고 해요. 그래서 사람들이 그걸 보고 '돈이 엄청나게 많은 연예인들도 저렇게 하는데' 라는 생각에 '작은 결혼식'이라는 개념이 생겼어요. 전통적인 결혼식의 형식을 부수고 양가 부모님이 편지를 읽어주거나 신랑이 직접 사회를 보는 등 파격적이거든요. 하객들과 소통하는 시간도 늘리고. 그것뿐만 아니라 간소하게 지인들만 불러서 찻집을 빌리거나 집 마당에서 결혼식을 하기도 해요. 하객들이 별로 없고 정말 친한 사람들에게 축하를 받을 수 있죠.
클레이튼 : 훨씬 더 낫죠. 우리 형 결혼식 할 때는 교회에서 예배하고, 식사하면서 한 명씩 형에 대해서 얘기했어요. 한국과 달리 여유 있게 하니까 얘기도 많이 할 수 있고 훨씬 좋아요.
예은 : 또 셀프 웨딩이라고 해서 스스로 모든 것을 다 계획하기도 해요. 드레스도 빌려 입지 않고 하얀색 옷을 입는 등 비용을 절약하는 거죠. 그런 문화가 젊은 사람들 사이에 많이 퍼져서 요즘은 간소하게 하는 게 유행이에요.
진행자 : 여러분은 몇 년 안에 결혼을 할 테니까 '나는 이런 결혼식을 실현해 보겠다!' 마지막으로 들어볼까요?
예은 : 저는 간소하게 하고 싶어요. 웨딩 촬영은 반드시 하되 식장 대신에 카페 등을 빌려서 가족이나 친구들만 부르고 밥을 먹으며 즐겁게 얘기 나눌 수 있는 결혼식을 꿈꾸고 있어요. 그런데 부모님이 허락하실지 잘 모르겠네요.
광성 : 저는 잔디밭에서 하고 싶어요. 친구들끼리 간단히 파티를 해도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마음이 아팠던 게 북한에서 온 친구들 결혼식에 가 보면 하객이 많지 않아요. 가족이 북한에 있는 경우가 많아서.
예은 : 그런데 남한도 마찬가지예요. 하객이 많지 않아서 다른 친구들을 데려 오라고 하거나 심할 때는 돈을 주고 하객을 구하기도 해요.
광성 : 간단한 결혼식 뒤에는 한 달간 신혼여행을 떠나고 싶어요.
진행자 : 회사 그만둬야겠네요(웃음).
클레이튼 : 제가 갔던 결혼식 중에 가장 좋았던 게 고등학교 친구가 야외에서 했던 거예요. 저도 그렇게 하고 싶어요. 야외에서 간소하게. 가족, 친구들과 밥 먹고 얘기하고. 밴드가 음악도 연주하고.
진행자 : 우리 청년들이 말한 결혼식, 몇 년 뒤에 어떻게 진행하는지 청취자 여러분께 확인해드리겠습니다(웃음).
북한의 결혼식은 남한과 많이 다른데 혹시 나도 바꿔보고 싶다고 생각했다면 저희 방송 들으면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네요.
다 함께 인사드리면서 마무리하겠습니다.
다 함께 :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십시오.
진행자 : <청춘 만세> 지금까지 진행에 윤하정이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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