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의 다른 5월(2) 전통행사 많은 남한

불기 2560년 부처님오신날인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봉축 법요식에 참석한 동자승이 익살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불기 2560년 부처님오신날인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봉축 법요식에 참석한 동자승이 익살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0:00 / 0:00

남한에서 생활하는 청년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청춘 만세> 진행자 윤하정입니다. 저와 함께 이 시간을 꾸며갈 세 청년을 소개합니다.

클레이튼 : 안녕하십니까. 미국에서 온 클레이튼인데 남한에 온 지 6년 됐습니다. 지금 한국 회사 다니고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예은 : 안녕하세요. 저는 스물일곱 살이고, 남한에서 태어나 자란 강예은이라고 합니다. 러시아어를 전공했고, 북한과 통일에 관심이 있어 이렇게 함께 하게 됐습니다.

광성 : 안녕하세요, 정광성입니다. 저는 2006년까지 북한에서 살다 탈북해서 대학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했고, 북한전략센터라는 곳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청춘 만세> 어린이날, 어버이날 등 개인과 가족을 위한 날이 많은 남한의 5월에 대해 지난 시간부터 얘기 나누고 있는데요. 남한에서 5월은 한반도 고유의 전통과 문화를 즐길 수 있는 달이기도 합니다. 어떤 얘기인기 계속해서 들어보시죠.

진행자 : 5월 14일이 석가탄신일, '부처님오신날'이었잖아요. 이건 예은 씨가 설명을 못 하나요? 예은 씨는 이름이 '예수님의 은혜'잖아요(웃음).

예은 : 석가탄신일은 저에게는 그냥 쉬는 날이고요. 그래도 한국이 예전부터 불교를 믿어왔잖아요. 남한에서는 공휴일로 지정돼서 쉬고요. 음력으로 4월 8일이라서 매년 바뀌어요.

진행자 : 올해는 매우 아쉽게도 토요일이어서(웃음).

클레이튼 : 의미 없어요(웃음).

예은 : 길거리 다니면 연등으로 장식해 놓은 걸 볼 수 있어요.

광성 : 연등, 그러니까 연꽃 모양으로 등을 만들어서 줄로 이어놨는데 밤에 보면 정말 예쁘더라고요.

클레이튼 : 남한에 처음 왔을 때는 석가탄신일 뭔지 아예 몰랐어요. 어느 날 길거리에 연등이 많아져서 친구한테 물어봤더니 부처님 생신이라고.

예은 : 미국에는 크리스마스가 있잖아요. 비슷한 거죠.

진행자 : 그 즈음이 되면 광화문, 종로의 자동차 통행을 통제하고 대규모 행사를 해요. 불교를 상징하는 용이나 부처님 모습 같은 등을 만들어서 행진도 합니다. 저도 종교는 천주교지만 조계사라고 종로에 있는 유명한 절에 가서 구경도 했어요. 그런데 이런 건 광성 씨 한테는...

광성 : 생소하죠. 저도 처음에는 석가탄신일, 크리스마스 다 생소했어요. 처음에 왔을 때 무슨 스님 탄생한 날도 쉬나 생각했어요(웃음).

진행자 : 남한에서 기독교보다 많은 인구가 불교 신자고. 사실 불교 자체는 삼국시대부터 한반도에 유입됐고 과거 고구려, 고려시대 수도는 북한 쪽이었으니까.

광성 : 그래서 북한에서 불교에 대해서는 긍정적이에요. 왜냐면 고구려 때부터 내려오는 문화니까 탄압하면 고구려 역사를 부정하게 되는 거잖아요. 북한에도 절은 있어요, 불교는 있어요. 그런데 종교라기보다는 문화예요, 문화재. 산에 가면 절도 있고 스님도 있어요. 그런데 그 스님들은 정말 불교를 믿어서가 아니라 그냥 직업이에요.

진행자 : 공무원이에요(웃음)?

광성 : 공무원 맞아요. 평양에 가면 교회도 있는데 목사님도 모두 직업이에요. 다른 나라에서 북한의 종교 탄압이 세계 11위라고 하니까 종교 탄압하지 않는다고 보여주려고 교회도 만들어 놓고 하는 거죠.

예은 : 그럼 일반인들이 절에 갈 수 있어요?

광성 : 절에 가서 절은 못하지만 구경은 할 수 있어요. 그런데 거의 접근하기 힘들어요. 남한에서는 등산하면서 구경하기도 하는데 북한에서는 등산의 개념이 없으니까.

예은 : 남한에서는 관광명소라서 사람들이 많이 가기도 하고요. 요즘은 템플스테이라고 외국인이나 학생들이 절에 가서 절의 문화를 알아보고, 절밥도 먹으면서 명상도 하고. 그렇게 보낼 수 있는 일정을 만들어 놨거든요.

진행자 : 클레이튼은 템플스테이, 절에서 머무는 거... 당연히 안 해봤겠군요(웃음).

클레이튼 : 관심 전혀 없어요. 사람들이 3시에 일어나죠? 맛없는 음식 먹고.

진행자 : 고기도 못 먹고 술도 못 마시고.

클레이튼 : 네, 이해할 수 없어요. 그런데 외국인들한테 인기 무척 많더라고요.

예은 : 그런데 좋아할 것 같은 게, 미국에는 없는 이질적인 문화니까 동양의 신비라고 생각해서(웃음).

클레이튼 : 그렇긴 한데 등산하면서 절 구경하는 걸로 충분해요.

진행자 : 그래도 클레이튼에게는 남한의 성탄절보다는 석가탄신일이 훨씬 더 이색적으로 다가왔을 것 같아요.

클레이튼 : 그렇죠, 연등행사 몇 번 봤고.

진행자 : 방금 불교는 한반도의 고유문화기 때문에 북한에서도 인정한다고 했는데 5월에 남한에서는 궁중문화축전이라는 행사가 한창 진행됐어요. 지금 남한에 있는 궁궐은 조선시대 4대 궁궐이죠. 경복궁, 창경궁, 창덕궁, 덕수궁, 그리고 종묘. 그 4대 궁과 종묘에서 안에서 음악회도 하고, 궁중 복식으로 패션쇼도 하고. 덕수궁에서는 고종 황제가 처음으로 커피를 마셨잖아요. 그래서 커피를 나눠주기도 하고. 또 경복궁의 수라간이라고 임금에게 음식 만들던 곳이 복원됐어요. 거기서 실제로 만들었던 음식을 사람들에게 주는 행사도 했는데요.

예은 : 정말요, 꼭 가봐야겠는데요.

진행자 : 이미 (예매는) 끝났습니다. 그런 곳은 문화재잖아요. 특히 경복궁이나 창덕궁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돼 있기 때문에 보존에 관련된 규칙이 강해서 예를 들면 하루에 몇 명 이상은 한꺼번에 들어갈 수 없거나... 그래서 사전에 예매를 했는데, 예매 시작과 함께 티켓이 다 팔렸습니다. 특히 야간개장 할 때도 표를 구하는 게 힘들어요.

광성 : 티켓 구하는 게 하늘의 별 따기라고 들었어요.

예은 : 저도 토요일에 한 번 갔는데 보니까 궁중은 보통 남성들 중심의 사회잖아요. 그런데 여자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생활문화를 알 수 있도록 전시를 해놨더라고요. 정말 보고 싶었는데 사람이 많아서 포기하고 돌아왔거든요.

광성 : 야간개장을 여러 번 시도했는데 도저히 안 되더라고요.

진행자 : 저도 개별적으로는 안 돼서 취재로(웃음). 외국인도 굉장히 많고요. 외국인을 위해서 영어나 중국어로 해설을 해주는 팀이 따로 있죠. 그래서 궁금하더라고요. 북한에도 그런 고구려나 고려 시대 궁궐이 잘 보존돼 있으면 그런 게 엄청난 관광자원이거든요.

광성 : 어릴 때 역사교육 받을 때 성벽, 성곽이 보존돼 있다는 얘기는 배웠는데 궁이 보존돼 있다는 소리는 못 들었어요.

진행자 : 북한에 아는 궁궐 이름 없어요?

광성 : 없어요.

진행자 : 남한에서는 안 가봤어도 경복궁, 창덕궁 이름은 다 알거든요.

광성 : 네, 묘나 왕릉 같은 건 보존돼 있는데 궁은 못 들어본 것 같아요.

예은 : 남한에서는 어렸을 때 보통 수학여행 가면 역사적인 곳에 가서 문화탐방을 하거든요. 대표적인 곳이 경주를 많이 가죠. 신라시대 때 석굴암이나 불국사를 둘러보는데 북한에는 그런 게 전혀 없나요?

광성 : 있을 수도 있어요. 제가 못 배우고 못 가봐서 모를 수도 있는데.

진행자 : 클레이튼도 남한에 처음 왔을 때 경복궁이나 창덕궁 들어봤죠?

클레이튼 : 네, 외국인들이 다 알고 많이 가죠.

진행자 : 왜냐면 한반도의 뿌리라고 생각하니까. 그래서 지방에 사는 사람들도 눈으로 보지는 않았어도 경복궁이나 창덕궁은 다 알거든요. 그런데 광성 씨 북한에서 고등학교까지 다녔는데 기억이 안 나는 거네요.

광성 : 기억이 안 나요.

예은 : 북한은 역사를 배울 때 조선보다 고려나 고구려를 더 중요시 여기지 않나요?

광성 : 그렇죠, 고려나 고구려가 더 중요하고 이런 말 해도 될지 모르겠는데 이성계는 '죽일 놈'이에요. 반역자라고 평가 자체가 다른 거죠. 조선에 대해서는 거의 안 배우는 것 같아요. 반란을 일으키거나 반정을 일으킨 사람에 대해서는 정말 가혹하게 평가해요. 실제 역사에 근거한 게 아니라 북한 정권 입장에서. 왜냐면 북한 내에서도 반정이 일어날 수 있으니까 태조 이성계에 대한 평가가 안 좋은 거죠.

예은 : 이후 일제강점기부터 또 열심히 역사교육을 하는 거예요?

광성 : 그렇죠, 김일성이 등장하면서 우리의 역사는 김일성부터 시작된다! 이전 역사는 아예 필요 없어요. 북한 주민들이 몰라서 그런 거죠, 그렇게 배웠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니까 고구려, 고려, 조선의 역사는 중요하지 않은 거죠. 참 가슴 아픈 일인데, 고난의 행군 시기에 도굴꾼들이 많았어요, 묘를 파서 유물도 훔쳐가고, 그러다 보니까 손상된 게 많죠.

진행자 : 북한에 그런 문화재가 정말 많을 텐데.

광성 : '골동품은 개성에서 난다'는 말이 있어요. 왜냐면 개성 안에 유적지가 많잖아요. 이제는 국가 기관에 있는 역사박물관까지 가서 훔쳐내니까. 너무 안타까운 게 유물들이 일본으로 넘어가거든요. 그런데 그 사람들한테도 뭐라고 할 수 없는 게 먹고 살 게 없으니까. 그 사람들 인식에는 김일성 일가만 안 건들면 되는 거예요. 저도 북한에 있을 때는 몰랐는데 지금 생각하면 참 안타까워요.

진행자 : 그럼 광성 씨도 남한에서 경복궁이나 창덕궁 가봤어요?

광성 : 가봤죠.

진행자 : 북한에서 제대로 배우지 못했던 조선시대 왕궁을 보니까 어땠어요?

광성 : 일단 지금까지 남아 있다는 게 신기했어요. 잘 보존돼 있고, 전쟁을 겪으면서 훼손된 것도 있지만 또 복원하고. 멋있었어요. 역사에 대한 새로운 인식도 갖게 되고. 북한에서는 김일성에 대한 역사가 중요하지만 남한에서는 선조들이 만들고 쓰던 도구들이 중요하고. '역사를 모르는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는 말이 있잖아요.

진행자 : 사실 클레이튼은 한국에 큰 관심을 갖고 온 건 아니었잖아요. 그리고 특히 서울은 거리나 빌딩이 미국 대도시와 크게 다르지 않잖아요.

클레이튼 : 네, 특히 강남은 큰 차이 없는데 경복궁 처음 갔을 때는 신비감 느꼈어요. 이렇게 현대화된 도시 딱 중간에 역사적인 장소가 있으니까 무척 신기했습니다. 잘 보존돼 있기도 하고요.

진행자 : 그리고 경복궁 주변에 서촌, 북촌 이런 식으로 옛날 상인들이 살았던 곳도 있는데 그런 곳들은 개발 제한도 있어서 집을 마음대로 고칠 수도 없고 높이 제한도 있거든요. 문화재를 보존하기 위해서.

그런데 남한에서도 그런 것들이 아주 오래 전부터 있지는 않았어요. 남한에서도 6.25전쟁 이후 먹고사는 게 힘들었기 때문에 문화재 보존 등에 대한 인식이 없다 경제가 성장하면서 뒤늦게 깨달은 거죠. 문화라는 게 중요하다. 예를 들어 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한류에 대해 보여주지만 한류 외에 보여줄 수 있는 건 한반도의 뿌리인 고려나 조선 등 전통의 모습인데 그런 것들이 남한에서도 많이 사라졌지만 지금 더 찾는 노력을 하고 있거든요.

저는 통일이 되면 가장 가보고 싶었던 곳이 개성이었어요. 왜냐면 파평 윤 씨라서 고려시대에 태어났으면 후궁쯤은 하지 않았을까 생각하면서(웃음).

광성 : 저도 통일되면 선죽교에 가보고 싶어요. 박연폭포도 예쁘다고 하더라고요. 나중에 실제로 봤을 때 너무 훼손돼 있는 걸 보면 마음이 아플 것 같아요.

진행자 : 남한의 5월은 과거부터 시작해서 지금 현재에 이르기까지 궁중문화축전부터 어버이날, 어린이날. 미래를 내다보는 거겠죠? 또 하나 중요한 자연, 자연 역시 단기간에 만들 수 없잖아요. 선조부터 시작해서 후대에 잘 물려줘야 할 텐데

아무튼 남북이 참 다른 5월이네요. 오늘 좀 무거운 주제로 얘기를 했는데, 북한 청취자들에게 할 말이 있을 것 같아요.

광성 : 저도 북한에서 살 때는 아무 것도 모르고 북한이 전부인 줄 알았어요. 왜냐면 북한 안에서 밖에 모르니까. 더 나은 세상이 있고 더 넓은 세상이 있다는 걸 북한 주민들이 빨리 알고, 물론 아시겠죠.

예은 : 5월이라서 제 마음도 들떠서 사실 북한에 대해 생각할 겨를이 없었어요. 그런데 이렇게 얘기를 하면서 힘든 시기인 북한 주민들이 안타까웠고, 나중에는 5월을 가족과 자신을 위해서 쓰는 날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클레이튼 : 5월이 돼서 정말 좋았습니다. 쉴 수 있고, 자연 즐길 수 있고, 여행도 다닐 수 있어서 좋았는데 북한 사람들이 힘들고 계속 일해야 하고, 너무 고생하는 것 같습니다. 북한 사람도 남한 사람들처럼 자유롭게 여행하고 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진행자 : 네, 저희가 오늘 너무나 다른 남북의 5월을 얘기해 봤는데요. 그 간극이, 차이가 시간이 지나면서 좁혀지기를 바라면서 이 시간 마무리하겠습니다. 다 함께 인사드리면서 이 시간 마무리 할게요.

다 함께 :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십시오.

진행자 : 지금까지 진행에 윤하정이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