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어느 나라의 왕에게 세 아들이 있었습니다. 왕은 나이가 들자 후계자를 정하기로 마음먹습니다. 그리곤 세 왕자에게 꽃씨를 한 줌 씩 주며 "3 년 후에 이 꽃씨를 다시 가지고 오너라" 라고 명령을 내립니다.
첫째 왕자는 꽃씨를 자기 방의 항아리에 넣어 잘 보관을 해 두고요. 둘째 왕자는 꽃씨를 팔아 저금을 해 두었다가 삼 년 뒤에 다시 꽃씨를 살 생각을 합니다. 셋째 왕자는 뜰로 나가 손수 밭을 갈고 꽃씨를 뿌렸습니다.
3년 후 약속한 날이 되었습니다. 첫째 왕자의 꽃씨는 항아리 안에서 말라 죽어 있었고요. 둘째 왕자가 다시 사 온 꽃씨는 예전의 그 꽃씨가 아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셋째 왕자가 씨를 뿌린 뜰에는 예쁜 꽃들이 만발해 있었고 꽃에서 나오는 꽃씨도 풍성했습니다. 당연히 왕은 현명한 막내아들을 후계자로 삼았답니다.
안녕하세요. <청춘만세> 진행에 권지연입니다. 6월 4일은 남쪽의 지방선거 날인데요. 왕의 마음을 잘 헤아린 막내아들이 후계자가 된 것처럼 국민의 마음을 잘 헤아리는 지도자들이 나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오늘은 '선거'에 대한 얘기를 나눠 봅니다. 남북 청년들이 함께하는 인권모임 '나우'의 이정민, 김재동, 김강남 씨와 함께 합니다.
진행자 : 안녕하세요.
이정민, 김강남, 김재동 : 안녕하세요.
진행자 : 6월 4일이 무슨 날인지 알고 계세요?
이정민 : 지방선거 날이요.
진행자 : 투표는 다들 하실 거죠?
김재동 : 당연히 해야죠.
진행자 : 이번 지방선거에서 당선하는 분들은 2018년 6월까지가 임기입니다. 남쪽 사람들은 투표권이 생기면 '내가 이제 성인이 됐구나' 생각하면서 뿌듯해 합니다. 재동 씨는 처음 선거 할 때 생각나요?
김재동 : 그럼요. 처음에 지방선거 투표용지를 받고 나서 충격을 받았어요. 첫 선거를 할 때 7장인가 받았던 것으로 기억하거든요. 참 많더라고요. 이번에도 시. 도지사, 구. 시. 군 의장, 시. 도의회 의원, 구. 시. 군 의회의원, 광역의원 비례대표, 기초의원 비례대표, 교육의원, 교육감까지 참 많더라고요.
이정민 : 투표를 하는 기분은 남이나 북이나 같은 것 같아요. 제가 3월이 생일인데요. 북한에서는 만 17세가 되는 3월생까지만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제가 4월이 생일입니다. 한 달이 모자라서 못했는데 나는 성인인데 넌 아니라고 친구들이 놀렸던 기억이 납니다.
6월 4일은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치러지는 날입니다. 19세 이상의 성인이면 누구에게나 투표권이 주어지고요. 이 날은 법적 공휴일로 정해져서 국민의 의무이자 권리인 선거에 참여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물론 남한의 모든 투표는 비밀 투표죠. 이번 지방선거로 선출될 인원은 모두 3천9백5십2명. 한 사람의 국민당 모두 7명의 일꾼을 뽑아야 합니다.
진행자 : 다들 마음속에 생각해 놓은 후보들이 있나요?
이정민 : 저는 아직요. 예전에는 무조건 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공부를 조금 하고 보니까 당연히 무조건 하는 것 때문에 피해보는 사례도 있는 것 같더라고요. 이번에는 신중하게 공약이라든지 후보의 됨됨이를 살펴볼 생각입니다.
진행자 : 북에 계신 청취자 분들도 투표의 의미를 알고 계실까요? 투표를 하나요?
이정민 : 하죠. 99.9%의 투표율을 보이는 곳이 북한이거든요.
진행자 : 투표율이 놀랍네요.
이정민 : 그러니까 오늘 죽는 사람 빼고는 다 하는 거예요. 우리는 투표를 함으로 인해서 우리 생활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를 생각하고 하잖아요. 그런데 북한은 선도와 강요에 의해 무조건 한다는 겁니다. 거기에서 차이가 있을 것 같아요.
진행자 : 이미 다 내정되어 있다는 거죠?
이정민 : 그렇죠. 반대하는 사람은 정치범이 되거든요. 그러니까 반대할 수가 없습니다.
진행자 : 후보자는 몇 명이 있는 건가요?
이정민 : 후보자는 한 명씩 올라가요. 군에 한 명, 도에 한 명을 당에서 정해서 내려 보내면 거기에 대해 찬성표만 던지는 겁니다.
진행자 : 투표의 의미가 없네요. 강남 씨도 북에 있을 때 투표를 했었나요?
김강남 : 3번 했었어요.
진행자 : 북한도 성인만 투표를 하는 건 같나요?
김강남 : 네. 성인만 합니다. 북한에서는 선거 하는 날이라고 하면 여성들은 장롱 속에 깊이 두었던 저고리하고 남자들은 양복을 꺼내 입었던 것이 기억이 나요. 그런데 명절날은 저고리를 입고 먹기라도 잘 먹는데 선거 날은 저고리는 입는데 먹을 것도 없는 날인 거죠.
진행자 : 그러면 남쪽에 와서 북한과는 무척 다른 선거를 경험해보고 어떤 느낌이었어요?
이정민 : 저는 18대 대통령 선거, 국회의원 선거, 보궐선거 등 몇 번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투표권을 가지고 있는 것이 참 위대해 보이는 거예요. 투표장에 가면 비밀이 철저히 지켜지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그리고 투표용지를 촬영한다거나 내가 누구를 뽑았는지 이야기 하는 것이 선거법에 위반된다고 하잖아요. 그게 놀라웠습니다. 북한은 찬성투표를 했다고 당연히 말해야 하고 공개 투표 형식으로 해요. 누가 뽑았는지 다 표시하도록 하거든요.
김재동 : 북쪽 선거엔 후보자가 한 명이라는 것이 정말 놀랍고 99.9%의 투표율이라는 것도 정말 놀랍습니다. 그런데 북한에서는 투표가 몇 년에 한 번씩 있나요?
이정민 : 그건 김정은이 하고 싶을 때 하는 겁니다. 진짜로 그래요.
진행자 : 임기도 정해져 있지 않나요?
이정민 : 김일성과 김정일 때까지는 정기적으로 했었던 것 같은데 고난의 행군 이 후에는 선거도 별로 없었어요.
김강남 : 북한에도 있을 건 다 있어요. 그런데 그것도 다 형식상인 거죠.
북한도 17살이 되면 공민증과 함께 선거권을 갖게 되죠. 살펴보면 제도적으로는 남한과 마찬가지로 선거의 4대 원칙인 보통선거, 평등선거, 직접선거, 비밀선거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남한의 국회에 해당하는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은 5년마다, 지방의회에 해당하는 지방인민회의 대의원은 4년마다 뽑는 것으로 규정돼있습니다. 하지만 북에 살았던 정민 씨와 강남 씨는 북한의 선거 규정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었는데요. 그건 지켜져야 할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선거인 명부 작성과 개표 관리 역시 남한에서는 중립적 기관인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수행하지만 북한은 노동당 중심으로 이뤄진다고요?
진행자 : 그리고 선거 유세를 하고 다니잖아요. 그런 것도 북한에서는 볼 수 없는 광경일 것 같아요.
이정민 : 유세는 있죠. 선거 날이 되면 '모두가 찬성 투표합시다'라고 하면서 가두 행진도 하고 그랬어요.
남한의 선거 유세는 북한과는 많이 다릅니다. 이번 선거를 봐도 서울 시장에는 4명, 경기도 지사는 3명, 교육감은 4명의 후보자가 등록돼있는데요. 이런 식으로 적어도 서 너 명의 후보자가 국민들의 표를 얻기 위해 경합을 벌이기 때문에 후보자들은 자기를 알리기 위해 필사적이죠. 또 유권자들에겐 후보 한 명, 한 명의 공약과 사람 됨됨이, 과거 행적들을 잘 살펴보고 뽑아야할 의무가 따릅니다.
진행자 : 각자 기준이 다를 텐데 투표를 할 때 어떤 걸 가장 많이 보세요? 김재동 : 저는 당을 보지 않고 인물의 됨됨이나 해왔던 행적을 보고 싶은데요. 너무 허무맹랑하거나 추상적인 공약들을 내세운 분들이 많은 것 같아서 지금까지의 세금 납부나 됨됨이를 보고 있습니다.
이정민 : 저는 예전에는 감성적인 면을 많이 봤던 것 같아요. 투표할 사람들을 그냥 감성적으로 잘 이끌 수 있는 사람인지를 봤는데 그런데 그게 위험한 것 같아요. 그리고 여론조사나 주변 사람들의 말에 영향을 받았던 것 같아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데는 좋아할 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 겁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식으로 투표했던 것을 후회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 시행착오를 겪으셨으니까 이번에는 잘 살펴보고 뽑으시길 바랍니다.
김강남 : 저는 과거의 행실들을 많이 봅니다. 그리고 서민들의 삶에 대해 너무 모르는 분들이 있잖아요. 서민들의 삶에 관심이 있는지를 보고 제가 북한 출신이니까요. 사상을 봅니다. 과거에 북한을 찬양하고 그랬던 사람들은 안 찍습니다.
진행자 : 누가 뽑힐지는 모르지만 당선되는 분들에게 바라는 점들이 있으실 것 같습니다.
나는 이런 사람은 절대 안 뽑는다.... 정민 씨와 강남 씨, 재동 씨의 의견을 들어보기 전에 남한 사람들의 얘기도 들어볼까요?
INS - 했던 말 안 지키는 사람은 절대 안 뽑습니다. 비리 많은 사람, 거짓말 하는 사람은 안 뽑습니다. 특권의식 있고 보여주기 식 정치 하는 사람들은 안 뽑습니다. 엄마들이 일하더라도 믿고 나갈 수 있도록! 세율을 소득에 맞게 잘 걷고 잘 쓰고 실무적 능력을 보여 줬으면 좋겠습니다. 당나귀처럼 큰 귀를 가지고 저희들의 목소리를 잘 들을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네! 참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 강남 씨와 정민 씨, 재동 씨의 생각은 어떨까요?
김강남 : 저는 권위 있는 모습 보이는 정치인들이 싫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안 뽑혔으면 좋겠습니다. 진심으로 서민을 생각하는 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정민 : 보여주기 식의 전시 행정은 절대 안했으면 좋겠습니다.
김재동 : 저는 앞 서 강남 씨나 정민 씨가 말씀 하셨듯이 특권의식이 없는 사람이 뽑혔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렇게 많은 사람이 필요한가? 라는 생각을 늘 하거든요. 비판을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정말 궁금해요. 적은 인원으로도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방안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이정민 : 국회의원들은 비서관이나 수행원들이 무척 많더라고요. 스웨덴에서는 보좌관이 아예 없고 비서도 한 명을 세 명의 국회의원이 함께 고용한답니다. 그런데도 한 해 법안을 100개 이상 발의를 한 대요. 그만큼 일을 한다는 거죠. 그런데서 부터 예산을 아끼는 사람이 국민을 생각하는 사람이 아닐까 싶어서 그런 건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진행자 : 정민 씨는 정치 쪽에 꿈을 가지고 계시죠?
이정민 : 네, 공부하는 것도 그 분야인데 꿈을 이루는 사람은 정말 적은 것 같더라고요. 하지만 관계없는 일을 하더라도 항상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고 주변 사람들에게 제대로 된 지식을 전달해주는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진행자 : 만약 꿈을 이룬다면 가장 먼저 뭘 하고 싶으세요?
이정민 : 저는 비서를 없애고 싶습니다.
진행자 : 본인이 불편할 텐데요?
이정민 : 그래도 해야죠. 그건 누군가 먼저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인 것 같아요. 그리고 아껴지는 비용을 가지고 어려운 사람들에게 쓰고 싶습니다. 저는 정치인들은 가난한 사람이어야지 어려운 사람들을 생각할 줄 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가난했던 사람들이 올라가서 더 형편없는 사람이 되는 경우를 많이 보거든요. 저 역시 그런 정치인이 되지 않도록 노력할 겁니다.
진행자 : 꿈을 이루신다면 이 마음 절대 변치 마셔야 합니다. 두 분도 각자의 위치에서 바라는 점들이 있을 것 같은데요.
김재동 : 저는 정규 채용의 기회를 넓혀 줬으면 좋겠습니다. 고학력인데도 취업이 안 되는 분들이 많이 있는데 청년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나라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김강남 : 저는 탈북자들에게 지원해 주시는 것들에 대해서는 미안하고 민망할 만큼 고마울 때가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불만은 없는데 정치인들에게 바라는 것은 규제를 완화 시켜 줬으면 좋겠어요. 해외 기업들이 한국에 올 수 있도록 규제를 많이 완화시켜 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취업도 조금 쉬울 것 같습니다.
진행자 : 오늘도 얘기 잘 들었습니다. 소중한 한 표, 포기하지 마시고 꼭 행사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이정민, 김강남, 김재동 : 감사합니다.
흔히 '민주주의의 꽃은 선거' 라고 합니다. 나의 한 표가 국가의 미래, 우리의 미래를 결정짓는 만큼 한 표는 소중합니다. 북에 계신 분들에게도 이런 선거의 의미가 잘 전달 됐기를 바랍니다.
오늘 방송은 여기까집니다. 지금까지 함께해 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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