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에서 생활하는 청년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청춘만세> 저는 진행자 윤하정입니다. 먼저 이 시간을 함께 꾸며갈 세 청년을 소개할게요.
클레이튼 : 안녕하세요, 미국 켄터키 주에서 온 클레이튼입니다. 한국에 거주한 지 7년 됐고, 한국 회사에 다니고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강예은 : 안녕하세요, 강예은이라고 합니다. 러시아어를 전공하고 있는 학생입니다. 제가 살아갈 세상과 통일 한반도에 관심이 많은 사람으로 많은 이야기를 통해 서로 이해를 넓혀갔으면 좋겠습니다.
광성 : 안녕하세요, 서울에서 회사 다니고 있는 정광성입니다. 고향은 함경북도 회령시고, 남한에 온 지 11년 됐습니다. 북한 청취자 여러분을 위해 좋은 소식 전해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진행자 : 안녕하세요. 날씨도 좋고 야외활동하기에 참 좋은 계절인데 사람들이 예전처럼 야외활동을 적극적으로 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미세먼지, 공기질이 안 좋다는 이유 때문인데 여러분도 실생활에서 느끼나요?
예은 : 네, 제가 얼마 전에 길을 걷는데 계속 재채기가 나오는 거예요. 감기에 걸렸나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미세먼지에 예민하게 반응한 거였어요.
진행자 : 북한 청취자 여러분이 미세먼지라고 하면 그 표현을 이해하실까요?
광성 : 황사라고 하면 더 쉽게 이해하실 거예요.
진행자 : 그런데 미세먼지가 황사뿐만 아니라 여러 대기오염물질을 얘기하는 거죠.
예은 : 황사는 중국, 모래사막에서 불어오는 바람이라면 미세먼지는 입자가 더 작고요.
진행자 : 머리카락의 1/30 굵기래요. 눈에 보이지 않는 거죠.
예은 : 네, 거기에 각종 중금속이 포함돼서 미세먼지가 호흡기를 통해 들어가면 천식을 일으키거나 기관지, 심혈관에 문제를 일으킨다고 해요.
광성 : 저도 비염이 있고 기관지가 안 좋긴 한데 5월 중순에 미세먼지가 좀 심했어요. 그날 목도 너무 아프고 코도 많이 막히더라고요. 그전까지는 미세먼지에 대해 크게 느끼지 못했는데, 그때는 정말 안 좋다는 걸 느꼈어요.
클레이튼 : 제가 남한에 처음 왔을 때는 미세먼지, 황사 등에 대해 전혀 몰랐어요. 그런데 어느 날 달리기를 했는데 목이 너무 아픈 거예요, 기침까지 하고. 친구에게 얘기했더니 '어제 황사 심했다, 그런 날에는 달리면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때 미세먼지라는 걸 알았어요.
진행자 : 그럼 켄터키 주는?
클레이튼 : 켄터키 주 공기 그렇게 좋지는 않아요. 그런데 한국만큼 나쁘지 않아요. 미국에서는 미세먼지나 황사보다 스모그라는 표현을 많이 써요. 안개, 먼지가 합쳐진 표현인데 대기오염물질 때문에 생긴 거예요. 스모그가 있긴 하지만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남한이 심해요.
진행자 : 예전에는 남한에서도 주로 황사에 대해 얘기했었고, 대기오염물질, 공기질 얘기하다 요즘은 주로 미세먼지라는 표현을 많이 쓰죠. 날씨 예보할 때도 항상 미세먼지에 대해 언급을 하잖아요. 미세먼지 농도가 심한 날은 하늘이 뿌옇죠. 그래서 요즘은 사람들이 밖에 빨래를 널지도 않고, 미세먼지가 옷에 붙을까봐. 창문도 열지 않은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예은 : 밖에 돌아다니다 보면 마스크 쓰고 있는 사람도 많아요. 예전에 메르스 때문에 마스크를 썼는데. 진행자 : 그전에 홍콩에서 사스, 그러니까 전염병 유행했을 때 마스크 쓴 사람들이 길거리 다니는 모습을 텔레비전으로 보면 무섭지 않았나요?
클레이튼 : 남한에 처음 왔을 때 딱 그 느낌이었어요. '남한에 아직도 사스 같은 문제 있나?' 그런데 공기 안 좋아서 마스크 쓴다고 하더라고요.
예은 : 그냥 면 마스크도 안 되고 필터가 있는 마스크를 해야 80% 정도 걸러낼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너무 불안한 거예요. 그냥 다니면 제 호흡기로 다 들어갈 수 있으니까. 원래 웬만한 먼지는 코털 등에서 걸려낼 수 있는데 너무 작아서 걸러낼 수가 없대요. 최대한 외출을 자제하라고 하더라고요.
진행자 : 그래서 요즘 문제가 학생들은 소풍도 가고, 운동회도 해야 하는데, 야외 체육시간 마저 많이 줄었다고 해요.
예은 : 5월에는 전국적으로 행사도 많은데 많이 취소됐어요. 한번은 휴대전화 경보가 울린 적이 있어요. 작년 지진 이후 처음이었는데 '미세먼지가 아주 나쁘니까 외출을 자제하라'는 내용이었어요.
광성 : 저는 그때 일하느라 밖에 있었어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유세 기간이었는데 거의 다 뒤집어 쓴 것 같아요. 밖에서 일할 때 노트북을 켜놨는데 먼지가 뽀얗게 쌓인 게 눈에 보이더라고요. 제가 다 마셨다는 얘기잖아요, 충격적이었어요. 그래서 퇴근 후에 친구랑 삼겹살 먹었어요(웃음).
진행자 : 기름으로 씻겨내겠다는 얘긴데 삼겹살은 식도로 넘어가고, 미세먼지는 기도로 들어갑니다(웃음).
예전에 서울에서도 한창 고도성장이 진행될 때 그러니까 지금 부모님 세대가 일할 때는 흰 와이셔츠를 입고 나가면 하루 만에 목이 새카맣게 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대기오염이 심했거든요. 그 뒤 많이 개선되는 것 같았는데, 요즘 또 문제가 되고 있죠.
예은 : 그게 항간에서 얘기하기로는 중국 때문이다...
광성 : 실제로 대부분이 중국에서 넘어온대요. 중국에서 생산된 대기오염물질이 바람을 타고 오는 거니까. 나머지는 남한 내 공장이나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나오는 오염물질, 자동차 배기가스 등이 주원인이라고 해요.
진행자 : 그러니까 미세먼지의 주원인은 황사처럼 자연적으로 발생한 것도 있겠지만 결국은 사람이 좀 잘 살아보고자 산업화, 도시화에 의해 발생한 것이잖아요.
좀 전에 클레이튼이 스모그 얘기했지만, 과거에 대기오염으로 악명 높았던 곳이 영국 아니었나요? 영국하면 안개를 떠올리는데 그 뿌연 게 안개뿐만이 아니었죠. 산업혁명으로 산업화가 가장 먼저 이뤄진 곳이니까. 그 당시 대기오염으로 인한 사망자도 굉장히 많았다고 해요.
광성 : 지금 중국과 비슷하지 않을까요? 도시화, 산업화로 도시에서 공장들이 돌아가면서 바로 미세먼지를 만들어내고 있잖아요.
예은 : 제 중국 친구가 베이징은 공기질이 너무 안 좋으니까 항상 마스크를 쓰고 다녀야 한다면서 북경 여행은 추천하지 않더라고요.
진행자 : 중국에서 산업화를 통해 만들어진 미세먼지가 지리적인 요건 때문에 남한으로, 남한뿐만 아니라 북한, 일본 등으로 가는 영향이 클 거예요.
클레이튼 : 미국도 대도시 LA, 뉴욕, 시카고 등은 그런 문제 있었죠. 특히 미국 사람들이 승용차를 많이 타요. 남한 사람만큼 대중교통을 잘 이용하지 않아서 승용차 타는 사람이 너무 많으니까 그만큼 대기오염이 심했습니다.
광성 : 북한은 제가 어렸을 때까지만 해도 대기오염이 심하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북한은 전기나 가스가 거의 없다 보니까 집집마다 아궁이에 불을 지펴서 모든 걸 해결하잖아요. 어릴 때 어떤 경험이 있느냐면 산에 갔다 저녁에 돌아오는데 저녁이면 모든 집에서 불을 지펴서 밥을 짓잖아요. 그 연기가 다 하늘로 올라가서 구름처럼 층을 만든 거예요. 시커먼 연기가 구름처럼 형성되는데 정말 놀랐던 기억이 있어요. 지금은 중국에서 밥솥이 들어가면서 좀 나아졌다고 하는데 아직도 80~90%는 아궁이를 사용하니까. 그리고 북한은 중국이나 몽골 사막에서 넘어오는 황사가 심하기도 하고 도로가 포장되지 않아서 거의 흙이에요. 바람이 불면 먼지가 그대로 발생하는 거죠.
예은 : 북한에는 대기오염이 아예 없을 줄 알았어요. 왜냐면 남한보다는 산업화가 덜 됐으니까 공장이나 자동차도 많지 않고. 그래서 제 머리 속의 북한은 금강산처럼 청량하고 깨끗한 지역이에요.
광성 : 북한에도 대기오염은 있어요. 그런데 남북한을 비교해보면 황사 등의 영향은 있지만 북한이 남한보다는 확실히 공기가 좋아요. 아침에 밖에 나가면 맑고 시원한 공기가...
진행자 : 그런데 광성 군이 살았던 곳은 회령이니까 함경북도죠? 평양은 아니고. 그리고 예은 씨가 북한은 산업화가 덜 돼서 남한보다는 공기가 청정할 것이라고 말했는데 미세먼지의 주원인 중의 하나가 석탄연료를 사용하는 것이잖아요. 남한은 원자력이나 수력 등을 이용해서 에너지원을 만들지만 북한은 여전히 석탄연료를 사용하니까 남한보다 대기오염이 더 심할 수도 있다고 해요.
광성 : 그런데 주민들이 잘 못 느껴요. 미세먼지의 심각성을 잘 모를 테고, 알아도 딱히 대처할 게 없으니까.
진행자 : 북한에서도 일기예보 할 때 '흙비가 내리니 주의해라'라고는 말한다고 해요.
광성 : 황사가 심해지면서 뉴스에서 그런 얘기는 나오는데 미세먼지에 대해서는 딱히 예보가 없는 것 같아요.
예은 : 도시마다 차이도 있는 게 서울은 유난히 대기오염이 심하잖아요. 서울에 인구가 밀집돼 있어서. 미세먼지 문제가 떠오르기 전에 서울에서 저희 집으로, 저희 집은 서울 외곽에 있거든요. 걸어본 적이 있어요, 2시간 정도. 공기가 확실히 다른 거예요. 서울 외곽일수록 공기가 더 맑고 숨쉬기가 편하더라고요.
진행자 : 서울 안에서도 외곽이나 산자락 근처는 공기가 확실히 달라요.
클레이튼 : 그런데 제가 남한에서 여행을 많이 했는데 그만큼 큰 차이는 없는 것 같아요. 서울을 빠져나오면서 그런 기대를 해요. 서울 나왔으니까 공기 정말 깨끗하겠다! 그런데 가시거리가 안 좋아요. 5월에 전남 완도 등에 갔는데 거기도 미세먼지가 많아서 경치를 제대로 즐기지 못했어요. 서울보다야 낫지만 생각만큼 좋지 않았어요.
진행자 : 5월이 여행하기에 좋지만 황사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달이기도 해요.
대기오염이 세계적으로 큰 문제인 게 북한 주민들도 프랑스 파리에 대한 환상은 있다면서요. 파리하면 에펠탑을 떠올리는데 지난해 겨울 에펠탑을 보기가 힘들었대요. 워낙 대기오염이 심해서. 그래서 파리에서는 자동차 배출가스를 줄이기 위해서 차량 2부제를 실시했다고 해요.
에펠탑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심각한 대기오염, 한반도도 예외는 아닌데요. 미세먼지 문제가 더해지면서 남한에서는 일상에서 꽤 많은 모습이 달라졌습니다. 이 얘기는 다음 시간에 계속 나눠볼까요. <청춘 만세> 오늘은 여기서 마무리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윤하정이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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