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그리고 해외 청년이 함께 하는 청.춘.만.세
강남 : 안녕하세요, 김강남이라고 합니다. 2010년도에 탈북해서 대한민국에서는 지금 5년이 됐네요. 저 탈북자입니다. 약자의 편에 서는 경찰이 되고 싶어서 경찰행정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이고요.
알렉스 : 저는 알렉스라고 하고, 영국에서 왔습니다. 27살이고, 대학원에서 한국학을 공부하고 있어요. 고향에서 한국의 영화나 음악을 많이 접해서 한국에 대한 관심이 생겼는데, 한국에 와서 북한에 대한 관심도 생겨서 방송에 나오게 됐어요.
예은 :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예은이고요. 출연자 중에 여자가 저 혼자라서 기쁘네요. 저는 러시아어를 전공하고 있고요. 러시아가 앞으로 통일에 있어 필요한 국가이기도 하고, 지지를 해줄 국가라고도 생각해서 러시아어를 통해서 남북통일에 기여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배우고 있습니다.
진행자 : 그리고 저는 이 청춘들과 함께 하는 진행자 윤하정입니다.
insert. 5월 연휴 해외여행 관련 뉴스
공항 출국장엔 하루 종일 긴 줄이 늘어섰습니다. 가족까리 친구끼리 얼굴엔 설렘이 가득합니다.
<녹취> 초등학생들 : "(어디가요?) 싱가포르요. (기분이 어때요?) 좋아요."
이번 연휴엔 특히 가족단위 해외 여행객이 많습니다. 초.중.고등학교 89%가 길게는 열흘 동안 단기 방학에 들어갔기 때문입니다. 오늘부터 황금연휴 닷새 동안 45만 명이 공항을 통해 해외로 나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중국으로 떠나는 여행객이 가장 많고 다음으로 동남아, 최근엔 엔저 영향으로 일본 여행객들도 크게 늘었습니다.
내레이션 : 전해드린 뉴스 내용처럼 남한에서는 지난 5월, 해외여행객이 부쩍 많았습니다. 연휴를 이용해서 가까운 중국과 일본, 동남아로 많이들 떠났다고 하는데요.
지난 시간부터 남북청년들이 함께 하는 인권모임 '나우'의 김강남, 강예은 씨, 그리고 영국에서 온 알렉스 잭슨 씨와 함께 여행에 대해 얘기 나누고 있습니다. 서로 다른 배경에서 살아온 세 청춘들도 저마다의 해외여행 경험을 갖고 있는데요. 오늘은 이 얘기 좀 들어볼까요?
진행자 : 알렉스는 몇 개 나라나 여행해본 것 같아요?
알렉스 : 아마 20개 나라 정도? 처음에는 초등학교 때 부모님과 그리스에 갔어요. 여행이 얼마나 재밌는지 알게 돼서 그때부터 계속 여행하고 싶고, 다 가보고 싶어요.
진행자 : 유럽은 특히나 대륙으로 이어져 있어서 학생들도 자동차 운전하면서 방학 때면 여행을 많이 하더라고요.
알렉스 : 그렇죠. 저는 부모님 없이 친구랑 처음 여행했을 때가 중학교 1학년 때 한 달쯤 스페인에 갔어요. 13살 때. 그때 친구 형이 책임져서 괜찮았어요.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어서 아주 좋았어요.
예은 : 대단하다!
진행자 : 예은 씨는 해외여행을 몇 번이나 가봤어요?
예은 : 저는 많이는 못 가봤는데, 한 5개 나라?
강남 : 저는 제일 첫 번째 해외여행이 일본이었는데 모든 게 신기했어요. 남한도 신기한데 해외까지 나가다 보니까. 일본은 일단 깨끗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람들도 예의 바르고. 두 번째 여행지는 스리랑카였는데, 내가 북한에서 살 때 사람들의 인심을 보는 것 같았어요. 잘 사는 나라는 아닌데 사람들이 순진했어요. 진심으로 대해주고.
진행자 : 여행을 혼자 갔어요?
강남 : 코이카에서 해외 자원봉사로 갔거든요. 학교마다 돌아다니면서 페인트칠 해주고, 그냥 구경하는 것보다 의미 있고 행복했어요.
진행자 : 코이카(KOICA)가 한국국제협력단이라고 남한 정부에서 운영하는 기관인데, 요즘 대학생들 같은 경우 예은 씨처럼 교회에서 선교활동을 가기고 하고요. 또 학교에서도 교환학생이라고 하잖아요. 외국에 나가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주거나, 아니면 코이카, 한국국제협력단을 통해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해외경험을 하는 것도 활성화 돼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강남 씨 같은 경우는 남한에 와서 진정한 여행에 대해 알게 된 셈인데, 해외에 나가는 경험도 한 거네요.
강남 : 그렇죠. 비행기 타는 것도 신기했고, 장난꾸러기 친구들은 비행기 탈 때 신발 벗고 탄다고도 하고(웃음).
사실 지금 알렉스나 예은이가 이렇게 말하는 게 신기하고 적응이 안 돼요. 이 친구들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외국에 갔다는 얘기를 하잖아요. 북한에서는 나라의 중요한 일을 맡지 않은 이상 외국에 못 나간다는 인식이 있고, 젊은 사람들은 자본주의 물을 빨리 흡수한다고 해서 나이 있는 사람, 거의 50대 후반에나 보내요. 젊은 사람들은 상상도 못하고, 외국은 죽기 전에 가봐야겠다는 작은 희망도 아예 갖지 않아요.
진행자 : 모두 20대인데 어떻게 보면 굉장히 다양한 경험을 한 거잖아요. 지금 남한에서 70~80대 세대만 해도 아직 해외여행을 못해본 사람들이 많거든요. 그러니까 그만큼 세대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우리가 처음에 '여행을 하면 뭐가 좋나' 이런 얘기를 했는데, 특히 해외여행을 했을 때 '이런 점은 좋았다' 얘기해 볼까요?
강남 : 저는 해외에 나갔는데, 어떤 사람들은 혼자서도 잘 하잖아요. 그런데 저는 비행기도 혼자 못 타요. 수속하는 방법도 모르고. 부끄럽지만 그래서 누군가 꼭 필요해요. 그 사람만 따라 다녀요. 여행지에 가서도 굳어서 '이거 얼마냐'고 물어보지도 못하고. 그런데 사람들의 생김새나 언어, 음식 이런 게 너무 신기해서 가는 곳마다 혼자서 감탄사를 쏟아낸 것 같아요.
예은 : 맞아요, 새로운 걸 볼 수 있으니까 그게 좋은 것 같아요. 남한과 다른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말이 안 통하더라도 그 사람의 문화를 경험하면서 서로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이 넓어지는 것 같아요.
강남 : 제일 중요한 건 제가 여행을 간다는 거였어요. 비행기를 타고 다른 나라에 왔다는 게 신기했어요.
진행자 : 여행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신기했군요.
강남 : 네, '나도 이런 사람이구나, 이런 값어치가 있는 사람이구나!' 느꼈어요.
알렉스 : 저는 여러 가지 경험을 하면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여행을 하면 짧은 시간에 여러 경험을 할 수 있어서 좋다고 생각해요. 저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과 얘기도 나눌 수 있고, 먹어본 적이 없는 것도 먹을 수 있고, 본 적이 없는 여러 가지를 볼 수 있으니까 재밌게 놀면서 많은 공부를 할 수 있어요.
예은 : 이런 것도 있어요. 저는 맛있는 음식 먹는 걸 좋아하는데, 외국에 나가면 그 나라만의 유명한 음식들이 있잖아요. 외국에서는 그런 걸 먹으러 일부러 찾아가기도 해요.
강남 : 저 같은 경우는 스리랑카에서 힘들었던 게 음식이었어요. 저는 된장국과 밥, 김치가 있어야 하는데, 거기에 일주일 정도 있었는데 3일이 지나니까 속에서 탈이 나는 거예요.
진행자 : 그래서 남한 사람들이 오랫동안 여행할 경우 라면과 일회용 즉석 밥을 꼭 챙겨가죠. 그리고 현지에 있는 한인 식당을 찾아가기도 하고요.
예은 : 그리고 고추장이랑 김은 필수예요.
강남 : 이렇게 여행을 많이 다닌 사람들한테 배워야 하는데, 저는 초짜라서 몰랐어요.
진행자 : 그런데 지금 다들 20대이고 직장생활을 하는 것도 아닌데 여행경비는 어떻게들 마련하나요?
강남 : 저 같은 경우는 거의 무료로 갔었어요. 해외에 나갈 때는 정부에서 지원을 해줬어요. 그리고 국내여행을 할 때는 매달 저축을 했어요.
예은 : 저도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모았고, 유학은 학교에서 받는 장학금과 부모님이 도와주셨어요.
알렉스 : 저도 중학교 때는 부모님한테 도움을 받았는데, 중학교 졸업한 후에는 아르바이트로 돈을 모아서 여행 갔다 왔어요. 아끼면서 여행할 수 있는지 많이 알아보고, 여행지를 정할 때는 지금 어디가 싸게 갈 수 있는지. 보통 호텔에서는 자지 않고 관광객이 잘 안 쓰는 좀 지저분한 숙박시설도 이용하고. 또 제일 싼 비행기 타면 밤에 도착하는 비행기가 많아요. 밤에 도착하면 공항 바닥에서 하루 자고, 그리고 구경하고, 그 다음 밤에는 다른 도시로 이동할 때 기차에서 자고 그렇게 여행해요.
예은 : 고생을 좀 하셨군요(웃음).
진행자 : 무전여행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돈 없이 여행하면서 예를 들면 마을회관에서 잠도 자고, 시골에서는 밥도 얻어먹고. 그렇게 여행하는 친구들도 있어요.
강남 : 진짜 여행이네요.
알렉스 : 그런데 배낭여행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렇게 다닌다고 하더라고요. 특히 유럽은 물가가 너무 비싸서 머리를 좀 써야 해요.
진행자 : 요즘 젊은 친구들은 여행할 때 굉장히 머리를 굴리잖아요. 예전에는 여행사에 완전히 의존했다면 요즘은 인터넷이 발달해서 개인이 싼 숙박시설 등을 찾아볼 수 있는 것 같아요.
예은 : 맞아요, 요즘은 자유여행이라고 해요. 사람들이 여행사에서 하라는 대로 하기가 싫은 거예요. 서점에 여행 책도 많이 나와 있고, 요즘은 인터넷에 블로그라고 개인의 경험담을 올리는 곳이 있어요. 그런 곳을 보면 음식이 맛있는 곳, 사람들이 많이 갔던 곳, 유적지 같은 곳들은 사진을 찍어서 자세히 설명해 놨어요. 찾아가는 길까지 설명해 뒀어요. 그래서 그런 걸 참고하면서 일정을 짜면 좀 더 재밌게 여행할 수 있어요.
알렉스 : 또 여행가게 되면 여행하는 다른 사람들을 만나게 되잖아요. 그 사람들 얘기도 듣고, 그냥 텔레비전 보다 어디가 예쁘다 싶으면 가기고 해요. 또 관심이 전혀 없었는데 비행기 표가 싸서 가기도 해요.
진행자 : 맞아요, 예를 들면 영국에서 그리스를 가는데 왕복 5파운드, 그러니까 만 원 정도에 간다고 비행기 표가 나올 때가 있어요. 그러면 사람들이 일단 사고 거기에 모든 일정을 맞추는 거죠. 그리고 알렉스가 말한 것처럼 남한에서는 텔레비전에서 여행지를 소개하는 방송이 꽤 많잖아요. 아름다운 여행지를 보면 '나도 저기에 가야겠다!' 생각하고, 거기에 맞는 정보를 인터넷이나 수많은 여행 책을 구입해서 준비를 하는 것 같아요.
강남 : 그게 차이인 것 같아요. 이 친구들은 여행이라는 걸 자연스럽게 생각하고 언제든지 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저는 못 간다고 생각했던 것을 여기서 가니까 왠지 인생의 큰 변화를 한 번씩 만나는 일인 것 같아요. 거기에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부담도 생기면서 두려워하고 어렵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알렉스 : 여행 프로그램 아니더라도 영화 볼 때 멋있는 배경 있으면 인터넷에서 어디서 촬영했는지 알아보기도 해요.
진행자 : 맞아요, 그래서 남한에서는 드라마 때문에 한때 프라하를 참 많이 갔고요. 외국에서 남한에 촬영하러 온 적도 있어요. 그렇게 나라를 홍보하고 관광객들을 받아들이면 관광수익을 얻을 수도 있으니까.
예은 : 남녀 간의 사랑을 다룬 영화에서 특히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한 영화들이 많잖아요. 에펠탑 나오고, 거기서 연인들이 약속을 해요. 그러면 저도 파리에는 가보고 싶어요.
진행자 : '여기는 정말 가보고 싶다!'라는 여행지 있을까요?
강남 : 저는 개를 마차 달고 달리는...
내레이션 : 대부분 여행 얘기를 할 때면 사람들의 표정이 밝습니다. 일상을 떠나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설렘 때문이겠죠? 그래서 여행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한지 모르겠습니다. 세 청춘들도 할 얘기가 무척 많은 것 같은데요. 다음 시간에는 앞으로 어떤 곳에 찾아가보고 싶은지, 그리고 언젠가 기회가 왔을 때 청취자 여러분이 여행하면 좋을 곳들을 얘기해 보겠습니다. <청춘만세> 오늘은 여기서 인사드릴게요.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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