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청춘 – 어학연수

뉴질랜드 북섬의 동부 해안 도시 타우랑가(Tauranga)에 위치한 공립학교 교직원들이 한국을 방문, 뉴질랜드 유학 및 어학연수 설명회를 갖고 있다.
뉴질랜드 북섬의 동부 해안 도시 타우랑가(Tauranga)에 위치한 공립학교 교직원들이 한국을 방문, 뉴질랜드 유학 및 어학연수 설명회를 갖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0:00 / 0:00

운전을 할 때 목적 없이 앞차만 따라간다면 어떻게 될까요? 자신이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던 곳에 도착할 수도 있고 제대로 도로 전광판이나 신호를 살피지 못해 사고가 날 수도 있습니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라는 말이 있죠. 자신의 주관 없이 남에게 끌려서 덩달아 하게 되는 경우를 이르는 말인데요. 한 번뿐인 인생... 남에게 끌려만 다니다보면 나중에는 후회와 원망밖에 남는 것이 없을 겁니다.

하지만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든지, 뚜렷한 목적의식을 갖고 나의 길을 가는 사람들은 생각지 못했던 장벽에 부딪히더라도 그 장벽을 넘어 설 수 있는 힘이 있을 텐데요. 목적이 이끄는 삶을 사는 모든 분들을 응원하면서 오늘도 힘차게 시작합니다. 여기는 <청춘만세>고요. 저는 진행에 권지연입니다.

남북 청년들이 함께하는 인권모인 '나우'의 지철호, 김강남 씨와 함께 합니다.

권지연 : 안녕하세요. 오늘도 제 옆에 지철호 씨 나와 계시고요. 오늘 새로운 얼굴이 등장했습니다. 김강남 씨 소개합니다. 저희 프로그램에 처음 참여하시는 건데요. 청취자 분들에게 인사 부탁드립니다.

김강남 :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김강남 입니다. 지금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1학년에 재학 중입니다. 저 혼자면 떨릴 것 같은데요. 형이 옆에 있어서 괜찮은 것 같습니다. 기분이 좋은데요? 포근한 느낌이 들고요.

권지연 : 네. 제가 좀 포근합니다.(하하) 오늘 주제는 어학연수입니다. 어학연수! 북에서 처음 와서 이 말을 들었을 때는 이게 뭔가 싶었을 것 같습니다.

지철호: 네, 어학연수는 유학 같은 것을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권지연: 외국에 가서 그 나라의 언어와 문화를 자연스럽게 체득하고 경험해보는 것이죠.

어학연수의 목적은 외국어를 배우는 것에 있습니다. 현지에 가서 그 나라 사람들 속에 섞여 살다보면 그곳의 생활과 문화를 잘 이해하고 자연스럽게 그 나라의 언어도 배울 수 있는데요. 외국어를 배우는 데 그 나라에 가서 사는 것만큼 효과 좋은 방법은 없겠죠. 남쪽에서는 많은 학생들이 어학연수를 다녀오고 있고 어학연수를 가기 위해 미리 외국어 학원을 다니기도 합니다.

권지연 : 오늘 주제를 어학연수로 잡은 이유는 함께했던 철호 씨가 8개월 동안 어학연수를 떠나기 때문입니다. 보통 영어어학연수라고 하면 남쪽 사람들이 주로 가는 나라가 호주, 필리핀 같은 곳인데 철호 씨는 어디로 가나요?

지철호 : 미국으로 갑니다. 미국하면 원수라고 저도 그렇게 배웠는데 여기 와보니 그건 아닌 것 같고요. 제가 어학연수 가서 열심히 공부해서 여러분을 위해서 일하고 싶습니다.

권지연 : 특별히 미국으로 결정하신 이유가 있나요?

지철호 : 한국정부가 미국정부가 협약을 맺은 것이 있는데요. 통일지도자를 양성하기 위해서 매 년 탈북자 10명 씩 교육을 지원합니다. 교육은 미국에서 보장해주고요. 용돈은 남쪽에서 대줍니다. 이번에 제가 면접에 합격했어요.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인데 이런 기회를 주셔서 정말 감사하죠.

권지연 : 제가 낸 세금으로 다녀오시는 거니까 정말 열심히 하셔야 합니다!

어학연수는 그 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1년이면 수만 달러 이상이 들어가는데요. 철호 씨가 합격한 웨스트 프로그램은 교육비와 체류경비가 모두 지원되는 좋은 기회라 그만큼 경쟁도 치열합니다.

권지연 : 합격했을 때 기분은 어땠나요?

지철호 : 기분이 많이 좋았죠. 합격됐다는 말을 듣자마자 지인들에게 문자를 돌렸습니다. 축하메시지도 많이 받고 그 날 무척 행복했습니다.

권지연 : 기분도 좋은데 한 턱 안냈어요?

김강남 : 안 냈어요. 기다리고 있어요.

권지연 : 기다린답니다. (웃음)

지원자들은 까다로운 서류심사와 면접을 통과해야 했습니다. 철호 씨는 특히 면접에서 점수를 무척 많이 따냈다는데 그 비결을 물어볼까요?

권지연 : 준비 과정이 쉽지는 않았을 텐데요. 언제 그렇게 준비 하신건가요?

지철호 : 제가 라디오 방송도 하고 동아리 활동도 하고 있고 지난해 노숙자 봉사를 했던 경험들이 있었는데 면접 볼 때 큰 도움을 됐습니다. 점수가 돼야 면접을 볼 수 있고 면접을 볼 때 자기 소개서에 쓰는 것이 있습니다. 그 소개서를 보고 면접관들이 물어보시더라고요. 서울에서 노숙자들 밥도 퍼줬었냐. 어떤 마음으로 퍼줬냐고 묻더라고요. 그래서 처음에는 우리가 약자인 줄 알았는데 그 사람들을 보면서 우리가 약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서 기분이 좋아졌고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서 봉사할 수 있는 것이 감사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나중에 기회가 되면 또 그런 것을 할 마음이 있는지 물어서 그렇다고 했더니 면접관이 웃으면서 잘 들었다고 하더라고요.

권지연 : 영어로 하신 건가요?

지철호 : 네, 면접관 중 네 명이 한국분이었고 한 명은 미국인이었습니다. 외국인 면접관이 영어로 물어보더라고요. 한국에 언제 왔냐. 북한에서 몇 살 때 떠났냐. 이런 것들을 영어로 물어보시더라고요. 그래서 영어로 대답했죠.

이런 특별한 국비 지원 연수뿐 아니라 남한 학생들은 개인 비용을 들여 어학연수를 많이 떠납니다. 90년대 말 영어를 사용하는 국가와 일본 등이 인기였지만 지금은 중국이 가장 인기입니다.

권지연 : 이렇게 남쪽 사람들은 영어를 잘하기 위해서 어학연수도 마다 않고 가는데 어떻게 생각되세요? 북에 계신 분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김강남 : 북한에서도 영어에 대해서 전혀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미국 영어가 아니라 영국 영어 발음을 배우고 점점 추세가 영어보다도 중국어를 배우려고 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외래어가 많지 않아요. 혁명역사가 더 중요한 과목이니까요.

권지연 : 영어를 그렇게 잘하지 않아도 스트레스 받을 일이 없는 거죠?

김강남 : 그렇죠.

권지연 : 그러면 남쪽 사람들이 이렇게 극성스럽게 영어를 배우는 것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여지세요?

김강남 : 처음에는 별별 생각이 다 들죠. 부담감도 들고 우리가 북한에서 어릴 때부터 남조선은 미국의 식민지라고 배우는데 영어를 그래서 배우는구나... 이런 착각도 했고요. 그런데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죠. 그건 아니더라고요.

남쪽 사람들이 영어를 중요시 하는 이유는 세계 공통어이기 때문입니다. 세계 10억 인구가 사용하는 언어인 만큼 국경의 의미가 사라지는 지구촌의 시대에 영어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그러나 평상시 대화 속에서도 영어와 외래어가 남용되는 부분은 남한 사람들도 고쳐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분 중 하납니다. 특히 강남 씨도 이 부분이 아주 힘들었다고 하네요.

김강남 : 되게 짜증나죠. 그리고 처음에는 어디가 어딘지 몰랐어요. 북한은 초행길도 한번만가도 큰 건물하나만 기억하면 알 수 있었어요. 그런데 여기는 건물이 똑같이 생긴 것도 많고 간판도 어지러웠어요. 아마 나보다 나이 많은 분들은 처음 와서 무척 어지러웠을 겁니다.

지철호 : 북한에 있을 때는 전기 사정도 열악하다보니 간판에 대해서 생각도 못했죠. 멋있다. 저거 왜 저렇게 번쩍번쩍하지? 이런 의문이 갔는데 중국에 나오면서부터 그런 간판들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뭐지? 벽에 텔레비전이 나오네. 이런 생각을 했는데 남쪽에 오니까 더하더라고요. 특히 강남 같은 곳에 가면 어디가든 형광색 광고가 막 나오잖아요. 너무 신기했죠. 그런데 영어로 돼있는데 그리고 상품의 이름, 여기말로 브랜드인데 영어 사전에 나오지 않는 신조어들도 많잖아요. 그러니까 무슨 뜻인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많이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남쪽 생활에 적응하면서 어학연수까지 가는 철호 씨를 보면서 대견한 마음까지 듭니다.

권지연 : 어학연수를 가기로 결심했을 때는 영어실력을 키워서 하고 싶은 일이 있기 때문 일겁니다. 철호 씨가 꿈꾸는 것은 뭔가요?

지철호 : 북한 주민들을 위한 것이죠. 저도 그렇게 살고 싶고요. 처음에는 보안원, 경찰이 되고 싶었습니다. 북에서는 보안원은 국가 체제를 위해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한국에 와서 보니까 북한의 보안원과 남쪽의 경찰이 너무 다른 거예요. 경찰은 인민을 위해서 일하는 사람이잖아요.

권지연 : 민중의 지팡이라고 하죠.

지철호 : 북한의 보안원만 생각하고 처음에는 경찰에 대한 이미지가 안 좋았는데 나중에 알고 경찰이 되고 싶었죠. 그런데 지금은 꿈이 더 커졌습니다. 북한에는 자유나 인권이 없잖아요. 그래서 영어를 열심히 해서 유엔 쪽으로 가서 인권의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이 인권과 자유 위해 일하고 싶습니다.

권지연 : 더 높은 꿈을 꾸게 되신 것이 맞네요.

지철호 : 그렇습니다. 공부를 하면서 생각의 폭도 넓어지고 북한 주민들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더 많이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이번에 열심히 해보고 싶습니다.

권지연 : 강남 씨, 이렇게 가는 거보면 옆에서도 가고 싶다는 생각도 들죠?

김강남 : 저는 관심은 없었어요. 그런데 저도 언젠가는 한번은 그런 절차를 밟아야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권지연 : 가서 열심히 하고 오라고 한마디 해주시죠.

김강남 : 형! 지금처럼 공부하면 꼭 꿈을 이룰 거라고 믿어요.

7월에 미국으로 연수를 떠나는 철호 씨를 여러분도 응원해 주시겠죠?

꿈이란, 아나운서, 경찰, 공무원 등... 갖고 싶은 직업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 겁니다. 그 직업을 통해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가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가 바로 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여러분은 지금 꿈을 향해 가고 계신가요?

'꿈은 꿈꾸는 자의 것이다' 이 말, 마지막으로 전해드리면서 오늘 <청춘만세>는 마칩니다. 함께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