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3) 희망&추천 여행지

고양 킨텍스에서 열리는 '2015 하나투어 여행박람회'를 앞두고 4일 오전 서울 인사동 센터마크호텔 앞에서 여행박람회에 참가하는 '태양의 서커스 자카나' 공연단이 홍보활동을 하고 있다.
고양 킨텍스에서 열리는 '2015 하나투어 여행박람회'를 앞두고 4일 오전 서울 인사동 센터마크호텔 앞에서 여행박람회에 참가하는 '태양의 서커스 자카나' 공연단이 홍보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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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그리고 해외 청년이 함께 하는 청.춘.만.세

강남 : 안녕하세요, 김강남이라고 합니다. 2010년도에 탈북해서 대한민국에서는 지금 5년이 됐네요. 저 탈북자입니다. 약자의 편에 서는 경찰이 되고 싶어서 경찰행정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이고요.

알렉스 : 저는 알렉스라고 하고, 영국에서 왔습니다. 27살이고, 대학원에서 한국학을 공부하고 있어요. 고향에서 한국의 영화나 음악을 많이 접해서 한국에 대한 관심이 생겼는데, 한국에 와서 북한에 대한 관심도 생겨서 방송에 나오게 됐어요.

예은 :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예은이고요. 출연자 중에 여자가 저 혼자라서 기쁘네요. 저는 러시아어를 전공하고 있고요. 러시아가 앞으로 통일에 있어 필요한 국가이기도 하고, 지지를 해줄 국가라고도 생각해서 러시아어를 통해서 남북통일에 기여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배우고 있습니다.

진행자 : 그리고 저는 이 청춘들과 함께 하는 진행자 윤하정입니다.

insert. 여행박람회 관련 뉴스

올해로 9번째를 맞는 여행 박람회는 사흘간 진행이 되는데요. 이곳은 축구장 4개를 합쳐 놓은 규모에 무려 900개가 넘는 세계 각지의 여행지와 상품을 소개하는 부스가 마련돼 있습니다. 7개 지역관과 3개의 테마관으로 구분해 자신에게 맞는 여행 상품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구성이 돼 있습니다. 조금만 발품을 파신다면 실속 있는 여행상품을 만날 수 있고, 또 전 세계 주요 음식과 볼거리, 즐길 거리가 마련돼 있습니다.

내레이션 : 며칠 전 남한에서는 세계의 여행지를 소개하는 '여행 박람회'가 열렸는데요. 여행지와 상품을 소개하는 창구만 9백 개에 달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여행이 우리 생활에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얘기겠죠. 실제로 남한에서 여행은 돈이 많거나 특정 세력만 누릴 수 있는 여가생활은 아닙니다. 그래서 남북청년들이 함께 하는 인권모임 '나우'의 김강남, 강예은 씨, 그리고 영국에서 온 알렉스 잭슨 씨도 여행을 다녀왔고, 또 다른 여행을 꿈꾸고 있는데요. 어디가 가장 좋았고, 앞으로 어떤 곳에 가고 싶은지, 또 청취자 여러분에게 어떤 여행지를 추천하는지, 이들이 들려주는 여행 얘기, 계속해서 들어볼까요?

진행자 : 남한에서 작년에 가장 많이 갔던 해외 여행지가 일본이래요. 그리고 2위는 대만이나 홍콩 같은 중국권이고요. 올해는 가장 가고 싶은 곳으로 크로아티아가 있는 유럽의 발칸반도를 꼽았다고 해요.

진행자 : 여러분도 '여기는 정말 가보고 싶다!'라는 여행지 있을까요?

강남 : 저는 개에 마차 달고 달리는...

예은 : 개썰매요? 북극지방으로 가야겠네요(웃음).

강남 : 어느 나라에 있는지는 모르는데, 그런 걸 해보고 싶고, 산에서 폭포를 볼 수 있는 곳에도 가고 싶어요.

진행자 : 아무래도 캐나다나 북유럽 쪽으로 가야하지 않을까 싶네요.

예은 : 자연경관을 좋아하시나 봐요.

진행자 : 크로아티아가 남한 사람들이 가고 싶은 여행지 1위로 꼽혔다고 했는데, 2위가 캐나다, 3위가 호주라고 해요. 아무래도 대자연을 즐기고 싶은 사람들이 많은 것 같네요.

강남 : 아, 그리고 진짜 하고 싶은 여행이 뭐냐면 큰 차 있잖아요. 온 가족이 다 먹고 자고 할 수 있는. 그건 정말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어요.

진행자 : 캠핑카라고 하죠. 혹시 알렉스 집에 캠핑카 없어요(웃음)?

알렉스 : 저희 집은 없는데, 부모님 친구 중에 갖고 있는 분이 있어서 그런 여행은 어렸을 때 했어요.

예은 : 저도 그런 꿈은 있었어요(웃음). 저는 가장 가고 싶은 곳이 이집트예요. 왜냐하면 책에서 이집트 역사를 봤는데 정말 매력적인 거예요. 피라미드도 보고 싶고, 사막체험도 해보고 싶고. 저는 여행 다닐 때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많이 가보는 편인데, 이집트 박물관에서 미라나 고대 유물 같은 것도 제 눈으로 직접 보고 싶어요.

진행자 : 강남 씨가 대자연의 품에 안기고 싶다면 예은 씨는 문명이 태동한 곳에서 다양한 문화를 접하고 싶은 거네요.

강남 : 저는 사막은 정말 가기 싫어요. 북한은 허허벌판이 많잖아요, 산도 그렇고. 그래서 왠지 거기 가면 마음이 썰렁할 것 같아요. 영화를 보면 사막영화는 다 힘든 것밖에 없잖아요. 그래서 저는 싫어요.

진행자 : 알렉스 같은 경우는 가고 싶은 곳을 생각만 하지 않고 다 갔을 것 같은데요.

알렉스 : 아니에요, 가고 싶은 곳은 많은데요. 지금 가장 가고 싶은 곳은 멕시코예요. 멕시코 요리도 맛있고, 맵고, 고기가 많고(웃음). 그리고 사람들도 재밌을 것 같아요. 거기서는 낮 12시부터 2시까지 사람들이 매일 쉬어요. 시에스타라고 낮잠을 자요.

진행자 : 멕시코에도 그런 게 있어요? 보통 스페인에 시에스타가 있다고 하잖아요.

알렉스 : 스페인에도 있고 멕시코에도 있는데, 12시부터 2시까지는 그냥 자요.

진행자 : 그게 너무 덥기 때문에 뭔가 활동을 하는데 효율이 떨어진대요. 그래서 아예 그 시간에 차라리 자라, 이런 거죠.

알렉스 : 그리고 멕시코에서도 이집트처럼 고대 문명이 있고. 우리가 아직 잘 모르는 신기한 것들을 다 보고 싶어요.

진행자 : 와, 정말 세계를 꿈꾸는 청춘들이네요.

남한에도 좋은 곳이 많잖아요. 사실 남한의 제주도는 남한 내에서도 여전히 인기가 많고 해외에서도 많이들 오잖아요. 특히 요즘 중국 관광객들도 무척 많고, 북한에서도 제주도는 많이들 알고 있다고 해요. 지금까지 가본 여행지 중에 국내외를 불문하고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을 얘기해 준다면? 또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북한 사람들 여기는 꼭 가보라고 추천해줬으면 좋겠어요.

예은 : 저는 전라남도 순천이 가장 예뻤어요. 거기 가서 순천만을 보고 갈대밭을 지나갔는데 저는 그 기억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어요. 다시 한 번 가고 싶은 여행지예요.

알렉스 : 저는 중학교 때 스페인에 다녀왔고, 그 다음 중학교 2학년 때 혼자 여행상품으로 일본에 다녀왔어요. 그때 처음 아시아 문화, 아시아의 자연도 그렇고 밥도 그렇고 너무 신기하고 유럽과 달라서 '나는 정말 세상을 모르는구나!' 느꼈어요.

진행자 : 14살 때(웃음). 여행이 그러고 보면 정말 큰 의미가 있네요.

알렉스 : 그래서 다시 일본에 가게 되고, 한국에도 중국에도 가고, 아시아에 대해서 관심이 많이 생겨서 지금까지 연결됐으니까 인생에서 아주 중요한 여행이었어요.

진행자 : 우리가 견문을 넓힌다, 시야를 넓힌다고 하잖아요. 여행을 통해서 크게 세상을 바라보는 것 같아요. 또 다른 세상을 알게 되고.

강남 : 이해 못할 게 국토대장정처럼 걷는다거나 고생을 사서 하잖아요. 기자님이 얘기한 것처럼 무전여행이라고 아무 것도 없이 가서 빌어먹고, 그렇다고 그 사람이 거지는 아니잖아요. 그런 것은 북한사람들이 볼 때는 이해할 수 없는 여행일 것 같아요.

저는 다시 가고 싶은 곳이 강원도 DMZ, 비무장지대예요. 왜냐면 북한이 보여요. 이상해요 느낌이. 내가 마치 북한에 서 있는 것 같고.

진행자 : 정말 인상 깊었을 것 같아요. 두 발은 남한 땅에 붙이고 있는데, 바라보는 곳은 북녘이니까.

강남 : 더 신기한 건 바람이 불어올 때 마치 내가 북한의 무언가를 받는 것 같았어요. 공기조차도 소중했던 시간이라서 국내에서는 제일 다시 가보고 싶은 곳이 아닐까.

진행자 : 사실 나라마다 독특한 냄새가 있는 것 같아요. 특히나 공항에 가면 정말 냄새가 느껴지잖아요.

알렉스 : 맞아요.

진행자 : 남북한의 공기도 냄새가 다른 거네요. 어떻게 보면.

강남 : 무척 예민한 말씀을 하셨네요. 북한은 청한 냄새, 공기가 맑다고 말할 수 있어요. 잡냄새가 없고 좋아요.

진행자 : 유럽여행 할 때는 대륙 안에 여러 나라가 있으니까 여기서 기차를 탔는데 내릴 때는 다른 나라에서 내리게 되잖아요. 그런 걸 볼 때면 남북이 통일 될 경우 남한에서 기차를 타면 북한을 지나 중국에서, 아니면 러시아에서 내릴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예은 : 맞아요, 저는 금강산에 한 번 가보고 싶었는데 아직도 못 가봐서.

강남 : 아마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가장 가보고 싶은 곳이 북한이 아닐까요.

진행자 : 여행을 이렇게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데 정작 북한에는 못 가니까요. 남한 사람들은 못 가보는 북한을 알렉스만 가봤죠(웃음).

강남 : 사람들이 못 가는 곳에는 궁금증이 있게 마련이잖아요. 통일되면 아마 남한 인구 절반이 북한에 갈 것 같아요(웃음).

통일이 되면 (북한 사람들에게는) 제주도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제주도에 가면 외국 나무가 있잖아요. 야자수 같은. 그리고 귤. 북한에는 열대과일이 없습니다, 추우니까. 대한민국에도 열대 나라에서만 자라는 과일이 있다는 걸 느끼시고, 맛도 보시고.

알렉스 : 저도 국내 여행은 제주도를 추천하고 싶어요. 과일도 맛있지만 말고기도 맛있어요. 그리고 한라산도 있잖아요. 아름답고, 등산하는 것도 좋아요. 해외여행이라면 유럽에 가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전혀 다른 문화에 가면 다른 세계를 볼 수 있고요.

예은 : 저는 전라남도 쪽을 추천하고 싶은데 전남 음식이 국내에서도 맛있기로 유명해요. 그리고 여수나 순천만 같은 바닷가를 가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학생의 경우 내일로 라는 프로그램이 있어요. 정해진 돈을 내면 일주일 동안 모든 기차를 이용할 수 있는 거예요. 전국을 다 돌아볼 수가 있어요.

강남 : 어떻게 보면 이게 사람이 사는 세상이 아닐까 생각돼요. 방송을 하면서 여행은 꿈도 못 꾸는 북한 사람들을 생각하면 대한민국이 아니, 자본주의 나라가 사람이 살 수 있는 땅이 아닐까...

진행자 : 북한 사람들도 기차 타고, 자동차 타고 여행하면 좋겠네요.

알렉스 : 언젠가는...

강남 : 이렇게 말만이라도 하는 게 행복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네요.

내레이션 : 말로나마 여행을 꿈꾸는 게 행복하면서도 안쓰럽다는 강남 씨의 말이 계속 귀에 맴도는 것 같습니다.

지금 당장 떠나지는 못해도 여행을 꿈꾸는 일은 언제나 설레죠. 청취자 여러분에게도 그런 밝은 기운이 전해졌는지 모르겠네요. 그리고 언젠가 남한에서 기차를 타고 북한을 지나 중국, 러시아까지 여행할 날을 함께 기다려보죠.

<청춘만세>, 여행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서 모두 마무리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윤하정이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