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으로 하나 되는 지구촌!

0:00 / 0:00

여러분은 무엇에 열광하시나요? 어떤 사람은 인기 배우나 가수일거고요. 멋진 자동차 또는 신형 휴대 전화나 컴퓨터에 열광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남쪽의 많은 사람들은 다가오는 월드컵을 그 열광의 대상으로 꼽기도 합니다. 함께 응원하며 하나 됨을 느낄 수 있는 월드컵은 다른 어떤 운동 대회보다 더 의미 있게 다가옵니다.

오늘 <청춘만세>에서는 6월 13일부터 브라질에서 열리는 월드컵에 대한 이야기 나눠봅니다. 저는 권지연이고요. 남북 청년들이 함께하는 인권모임 '나우'의 이주영, 최철남 씨와 함께 합니다.

진행자 : 안녕하세요.

이주영, 최철남 : 안녕하세요.

진행자 : 이제 여름이에요.

최철남 : 완전 찜통입니다. 걸어만 다녀도 땀이 나더라고요.

진행자 : 정신없는 나날들을 보내는 사이에 월드컵이 코앞입니다.

최철남 : 제가 벌써 남한에 와서 맞는 3번째 월드컵이에요.

진행자 : 그래요?

최철남 : 네, 2006년, 2010년, 2014년 월드컵까지...

월드컵은 국제축구연맹이 올림픽 중간 연도를 택해 4년마다 한 번씩 개최하는 세계선수권대회입니다. 종목은 오로지 축구 하나! 단일종목으로서는 세계에서 가장 큰 운동 행사이자 제일 먼저 탄생한 세계선수권대회입니다. 선수는 소속 선수단의 국적이 아니라 선수 개인의 국가 대표로 출전하게 되는데요. 그래서인지 국가 대항전이라는 의미가 가장 강하게 다가오는 체육 경기 대회입니다.

진행자 : 월드컵 하면 남쪽에서는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이주영 : 시간이 참 빠른 것 같아요. 2002년 월드컵 때 저는 고 3 이었거든요.

진행자 : 괴로웠겠네요.

이주영 : 그래도 같이 응원하고 그랬었죠.

진행자 : 철남 씨는 북한에 있었을 땐가요?

최철남 : 저는 그 때 남한에서 월드컵을 했는지도 몰랐습니다. 월드컵이 뭔지도 몰랐던 때죠.

이주영 : 북한이 본선 진출을 안 해서 그런가 봐요?

최철남 : 그렇기도 하고요. 북한이 진출을 해도 방송을 거의 하지 않아요.

진행자 : 이긴 경기만 방송하니까 그렇겠죠?

최철남 : 네, 그리고 사람들이 자유롭게 응원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좋지 않다고 생각하니까요. 그리고 중계권을 사야 하는데 그걸 사는 돈도 만만치 않잖아요.

진행자 : 2002년 월드컵 때 남한은 4강 신화를 이뤘고 당시 남한의 응원문화가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었거든요.

최철남 : 북한에서는 모르는 분들이 정말 많을 것 같아요. 최근엔 남한의 드라마에 월드컵 소재가 들어가면서 아는 사람들이 생겼겠지만 지금도 많이 모를 겁니다.

진행자 : 잘 모르는 분들을 위해서 주영 씨가 설명 좀 해 주세요. 모두가 빨간 옷을 입고 광화문으로 나갔었죠?

이주영 : 제가 천안에 있어서 광화문에서 즐기지는 못했었어요. 2002년 경기 하나 하나가 명 경기였잖아요. 감동적이었고 우리가 4강 신화를 이룰 줄 누가 알았겠어요. 제가 사회학을 전공하다 보니까 사회학에서는 이런 식으로도 얘기해요. 2002년 월드컵 이후로 사람들이 광장에 모여드는 광장 문화가 생기고 광장문화가 시민 문화 됐다고. 그런 것이 이제 한 단계 더 도약 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2002년 월드컵은 남한과 일본이 공동주최국으로 5월 31일부터 6월 30일까지 31일간 치러졌었는데요.

당시 시청 앞 광장, 광화문 등 사람이 모일 수 있는 곳에는 대형 스크린 즉 대형 화면이 설치되고 그 앞에 시민들이 다 같이 모여 '대한민국'이라는 구호를 연호하며 응원했습니다. 또 다 같이 남한 축구 응원단, 붉은 악마의 상징색인 빨간색 윗옷을 함께 입었고요. 남녀노소, 한 자리에 모여 한 마음으로 응원했던 길거리 응원 문화가 전국적으로 퍼지면서 해외 언론들도 지대한 관심을 보였었는데요.

월드컵 축구를 남녀노소 다 함께 모여 즐길 수 있는 건 이런 응원 문화가 있기 때문일 겁니다.

진행자 : 거리의 커다란 전광판을 보면서 응원을 했었고 그 후로 맥주집이든 어디든 모여서 응원을 함께하는 문화가 생겼잖아요. 음식점마다 대형 텔레비전을 가져다 놓기 시작했죠.

최철남 : 한국과 우루과이가 16강전을 할 때였는데 호프집마다 꽉 차 있는 거예요. 그런데 아저씨가 우리 식당에도 텔레비전 있다면서 손님을 막 부르더라고요. 축구 경기 있는 날이면 이런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어요. 진행자 : 응원하면서 하나가 되는 힘이 생기곤 하죠. 남쪽 사람들은 유난히 축구를 좋아하는데 북쪽 분들은 어떠세요?

최철남 : 네, 좋아합니다. 우리 민족의 특징인 것 같은데요. 공 하나만 던져주면 남자들은 잘 놀거든요. 그래서 저도 인민학교 때부터 축구를 좋아하고 즐겼습니다.

진행자 : 축구 경기를 구경하는 재미도 좋죠. 주영 씨도 축구 경기 보는 거 좋아해요? 왠지 하는 걸 더 좋아할 것 같기도 하네요. (웃음)

이주영 : 여자니까 직접 공을 찰 기회는 많지는 않았는데 막상 하게 되면 못하지는 않았어요.

진행자 : 이번에는 어디서 응원하실 거예요?

최철남 : 시청광장에 나가고 싶은데 사람이 너무 많을 것 같네요.

진행자 : 그래도 그 재미인거죠.

이주영 : 저는 거의 집이나 식당에서 텔레비전으로만 봤는데 이번에는 광장에 나가서 한 번 많은 사람들 속에서 응원해 보고 싶어요.

진행자 : 이번에 어떻게 예상하세요? 원래 16강을 넘는 것도 참 어려운건데 이제 사람들이 16강은 너무 당연시해서 선수들의 부담이 클 것 같습니다.

최철남 : 16강은 갈 것 같아요.

이주영 : 16강 갔으면 좋겠습니다.

진행자 : 통일 되면 축구도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이주영 : 맞아요. 제가 북한을 소재로 한 영화를 보면 북한 사람들은 함께 춤추는 문화가 있더라고요.

최철남 : 맞아요.

이주영 : 그래서 통일이 되어서 함께 응원하면 장난 아닐 것 같아요.

진행자 : 우리 선수들에게 응원의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이주영 : 선수들의 부담이 클 것 같은데요. 우리도 응원 열심히 하겠습니다. 힘내시고요. 16강까지 못가면 어때요. 우리는 선수들을 자랑스럽게 생각할 겁니다. 힘내세요.

최철남 : 손흥민 선수나 처음 월드컵에 나가는 선수들은 긴장 하지 마시고요. 부담감을 덜고 지금까지 쌓은 실력을 맘껏 뽐냈으면 좋겠습니다. 23명의 선수들이 대한민국을 대표해서 가는 건데요. 멋진 모습을 보여 주시면 좋겠습니다.

모두 함께 : 대한민국! 짝짝짝 짝짝!

진행자 : 감사합니다.

이주영, 최철남 : 감사합니다.

지구촌 축제의 장, 월드컵이 시작됩니다. 북에 계신 청취자 분들도 남한 선수들의 선전을 함께 기원해주십시오!

또 문득 이런 생각도 듭니다. 태극기를 가슴에 달고 운동장을 뛰는 선수들만이 국가대표가 아니라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맡은 바 책임을 묵묵히 해내고 있는 우리도 모두가 국가대표가 아닐까? 우리도 16강 아니, 8강까지는 가야하겠죠?

오늘 방송은 여기까집니다. 함께 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