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지상주의(1)-예쁜 게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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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그리고 해외 청년이 함께 하는 청.춘.만.세

강남 : 안녕하세요, 김강남이라고 합니다. 2010년도에 탈북해서 대한민국에서는 지금 5년이 됐네요. 저 탈북자입니다. 약자의 편에 서는 경찰이 되고 싶어서 경찰행정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이고요.

알렉스 : 저는 알렉스라고 하고, 영국에서 왔습니다. 27살이고, 대학원에서 한국학을 공부하고 있어요. 고향에서 한국의 영화나 음악을 많이 접해서 한국에 대한 관심이 생겼는데, 한국에 와서 북한에 대한 관심도 생겨서 방송에 나오게 됐어요.

예은 :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예은이고요. 출연자 중에 여자가 저 혼자라서 기쁘네요. 저는 러시아어를 전공하고 있고요. 러시아가 앞으로 통일에 있어 필요한 국가이기도 하고, 지지를 해줄 국가라고도 생각해서 러시아어를 통해서 남북통일에 기여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배우고 있습니다.

진행자 : 그리고 저는 이 청춘들과 함께 하는 진행자 윤하정입니다.

insert. 몸매 가꾸기 방송 중

신체 중에서도 허벅지 살이 가장 늦게 빠지는 경우가 많은데요. 근력 운동을 병행해서 조금 더 쉽고 빠르게 허벅지 살을 뺄 수 있는 방법을 알려드릴게요. 바닥에 옆으로 누워서 시작할게요. 엉덩이 옆을 대고 눕는데, 다리는 쭉 뻗어주시고, 손은 머리를 편하게 받쳐주세요. 아래쪽에 있는 다리는 90도로 접어서 누워주시고, 위쪽에 있는 다리는 서서히 올려 볼게요. 천장을 향해 끝까지 올렸다가 무릎 살짝 접어서 복부 앞으로...

내레이션 : 여성들이 살을 뺄 때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이 허벅지라고 하는데요. 이 허벅지 살을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뺄 수 있는지 직접 보여주는 텔레비전 방송이었습니다. 요즘 남한에서는 이렇게 멋진 몸매를 만드는 방법, 예쁘게 화장하는 방법 등 외모를 가꾸는 방법이 텔레비전이나 잡지 등을 통해 끊임없이 소개되고 있는데요. 루키즘(lookism)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한국어로는 외모지상주의 정도로 해석할 수 있을 텐데요. 외모의 중요성을 믿고 지나치게 외모에 집착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이 말은 지난 2000년 미국에서 인종과 성별, 종교, 이념 등에 이어 새롭게 등장한 차별 요소로 외모를 지목하면서 부각되기 시작했는데요. 분명히 키 크고, 날씬하고, 예쁘고, 잘생긴 외모는 요즘의 사회를 살아가는 데 있어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남한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더 예뻐지고, 더 멋진 몸매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데요. 우리 청춘들은 어떤지, 또 이런 현상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함께 얘기 나눠보죠.

진행자 : 요즘 날씨가 한여름 같습니다. 노출의 계절이라고 하죠. 여성들의 옷차림이 한결 가벼워졌는데 이런 걸 보면 몸을 좀 가꿔야겠다, 살을 좀 빼야겠다고 생각되는데 여러분은 어때요?

예은 : 저 같은 경우는 여름 맞이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어요(웃음). 여름이 되면 물놀이도 가야하고, 수영복도 입어야 하는데 아름다운 몸매를 보여주고 싶잖아요. 그래서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알렉스 : 힘들겠어요. 저는 신경 안 쓰고 여름에도 잘 먹고 운동도 안 하는데, 하지만 여름이 돼서 예쁜 여자가 많아지는 건 좋아요(웃음).

진행자 : 그런데 알렉스는 키도 크고 원래 좀 날씬한 편 아니에요? 특별히 체중관리를 안 해도 될 것 같은데요.

알렉스 : 사실 고등학교 때는 좀 뚱뚱했어요. 그래서 대학 입학하기 전에 살도 좀 빼고 근육을 만들고 싶어서 그때는 한동안 운동을 열심히 했던 경험은 있어요.

진행자 : 살을 좀 빼야겠다, 보통 다이어트라고 하잖아요. 만약에 다시 뚱뚱해진다면 다이어트 할 거 아닌가요?

알렉스 : 많이 뚱뚱해지면. 그런데 나이 좀 들어서 약간 뚱뚱한 아저씨도 매력 있지 않아요?

예은 : 여자는 뚱뚱하면 안 되고, 남자는 좀 뚱뚱해도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는 게 불공평해요.

강남 : 그렇지 않아요. 남자도 몸이 좋아야 여자들이 좋아하잖아요. 확실히 여자한테 요구하는 게 많기는 하지만, 남자도 젊은 총각일수록 배가 나오고 하면 관리를 못했다고 비난의 눈길로 보지 않을까요?

진행자 : 북한이나 영국에서도 몸이 뚱뚱하거나 하면 자기관리를 못했다고 생각하나요?

강남 : 일단 북한에는 자기관리, 다이어트(살 깎기)라는 개념이 없어요. 오히려 북한에서는 배가 나온 사람이 인기가 있어요. 잘 사는, 부의 상징으로 보이기 때문에. 잘 먹어야 살이 찌는 거잖아요.

예은 : 그럼 여자들도 좀 마른 체격보다는 통통한 체격이 인기가 많아요?

강남 : 그렇지는 않아요. 그렇다고 남한처럼 여자가 말라야 한다는 고정관념은 없어요. 여자가 뚱뚱하면 좀 이상하게 보이겠지만, 얼굴이 예쁘면 다 용서가 되기도 하고(웃음). 어쨌든 그렇게 몸매에 신경 쓰지는 않아요. 저는 남한에 와서 몸이 좀 통통한 아저씨를 만났는데 멋있더라고요. 나도 저 사람처럼 살찌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일 년이 지나고, 계속 시간이 지나다 보니까 여기는 그렇지 않구나, 딴판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알렉스 : 영국에서도 다이어트 안 한다고 자기 관리를 못한다는 생각은 안 해요. 저 사람은 다이어트에 관심이 없구나, 그냥 밥 잘 먹는구나 생각해요. 하지만 몸매 관리를 잘 하는 여자는 뚱뚱한 남자를 잘 안 사귀죠. 돈이 많으면 되는데, 돈 없는 뚱뚱한 남자는 힘들어요(웃음).

진행자 : 그렇게 따지면 사실상 어디서나 좀 날씬한 여자, 근육 좀 잘 잡힌, 관리를 잘 하는 남자들이 인기 있지 않나요?

예은 : 네, 전 세계적으로 그런 것 같아요. 왜냐면 관리를 했다는 건 투자의 결과고, 그만큼 성실하다는 거잖아요. 그래서 거기에 또 매력을 느끼는 것 같아요.

진행자 : 알렉스와 강남 씨가 영국과 북한은 그렇게까지는 몸을 가꾸지 않는다고 했단 말이죠. 그렇다면 남한에 와서 많이 놀랐을 것 같아요. 사실 요즘 텔레비전 보면 항상 운동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몸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너무 많이 나오고요. 길거리에도 돈 내고 운동하는 헬스클럽부터 시작해서 얼굴 예뻐지는 피부과나 성형외과가 굉장히 많잖아요. 그리고 이런 것에 사람들이 돈을 많이 투자하는데 그런 현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요?

강남 :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지금 말이 안 되는 그 행동을 제가 하고 있어요(웃음). 돈을 내고 헬스장에 가요.

진행자 : 한 달에 얼마나 내나요?

강남 : 한 달에 5만 원, 50달러 정도를 내요. 처음에는 정말 '운동을, 살 빼는 데 돈을 낸다고? 이건 말도 안 돼!'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저도 적응했나 봐요(웃음). 여름이 되면 해변에 가서 벗어야 하잖아요. 처음에는 여기 사람들 미쳤다고 생각했어요. 자기가 먹고 살 쪄서 그걸 또 돈 내고 없앤다는 게. 이게 할 짓이야? 그랬는데, 어느 순간 제가 그러고 있더라고요.
그런데 이 말은 하고 싶어요. 이 모든 것이 먹을 게 많고 돈이 많고 편안해서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북한 사람들도 몸매 관리에 대한 욕심이 없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게 생계, 먹고 사는 일이기 때문에 거기에 신경을 미처 쓰지 못하는 것이지 아마 그들도 남한과 똑같은 조건이 되면 몸을 가꾸는 데 신경을 쓰지 않을까 싶어요.

진행자 : 헬스클럽에서 '이쪽에 좀 더 근육을 만들어야겠어요, 이쪽은 살을 좀 빼야겠다' 가르쳐주잖아요. 돈을 내고 전문적으로 운동을 하니까 어떤 것 같아요?

강남 : 사람 몸이 어떤 부위에 영향을 줘서 달라진다는 걸 남한에 와서 처음 알았거든요. 저는 북한에서 일로 만들어진 근육밖에 없었어요. 그런데 여기 오니까 그림처럼 몸을 만들더라고요. 직접 해보니까 좋아요. 남한에서 운동을 하면서 달라진 게 제가 원래 가슴이 없었는데, 가슴 부위에 근육이 많이 생겼어요.

진행자 : 영국에서는 뚱뚱해도 자기 관리를 못한다는 생각은 별로 하지 않는다고 했잖아요. 남한을 두고 외모지상주의, 외모를 너무 따진다고 하는데 알렉스는 남한의 이런 분위기가 훨씬 충격으로 다가왔을 것 같아요.

알렉스 : 맞아요, 저는 무엇보다 남한에 예쁜 여자가 무척 많은데, 날씬하고 예쁜데 더 살 빼려고 하고, 성형수술 하고 싶다는 말을 많이 해서 놀랐어요. 영국에 가면 모델도 할 수 있을 정도인데 그래도 '나는 아직'이라고 말하면서 힘들게 다이어트 하는 건 안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진행자 : 스스로에 대한 만족도가 낮은 거네요?

알렉스 : 그런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영국에서는 여자가 다이어트 할 때 한두 달 노력해서 살이 빠지면 이제 신경 안 쓰고 다시 먹고 다시 뚱뚱해지고 다시 다이어트해요. 행복할 틈은 있잖아요. 그런데 남한 여자들한테는 행복할 틈이 없을 것 같아요. 계속해서 다이어트 해야 하니까.

진행자 : 기대치가 높은 건데. 왜 그렇게 됐다고 생각해요, 예은 씨?

예은 : 남한 사회가 최근에 대중문화가 많이 발달하면서 미의 기준이 정해진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요즘 텔레비전에서 볼 수 있는 걸 그룹(10대부터 활동하는 가수)이 있잖아요. 걸 그룹이나 배우들을 보면 다들 마른 체형에 얼굴도 비슷비슷하게 생겼어요. 그 사람들의 모습이 이상적인 기준이 된 거죠. 그 사람들은 직업이 방송에 나오는 거니까 몸이나 얼굴을 가꿔야 하지만 평범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잖아요. 그런데도 그 이상적인 기준에 도달하기 위해서 계속 노력하는 거예요. 성형수술도 하고, 다이어트도 심하게 하고. 그래서 지금은 정말 길거리에 살찐 여자들이 별로 없어요.

진행자 : 예은 씨는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다이어트를 하는 이유가 뭔가요?

예은 : 저는 마른 몸매를 가지기 보다는 건강이 나빠져서 운동을 하고 있어요. 걸 그룹처럼 마른 몸매도 좋겠지만 제 체질상 그렇게 되지도 않고, 제가 할 수 있는 한 노력을 하면서 건강하게 빼고 싶어요.

진행자 : 예은 씨가 말한 것처럼 요즘 텔레비전을 통해서 너무 획일화된, 동일한 미의 기준이 생긴 것 같아요. 대학생들도 하반기에 있을 취업시험에 대비해서 성형수술이나 몸을 가꾸기도 하고요. 배우가 되는 것이 아닌데도, 사회에서 미의 기준을 일반인에게도 적용하는 것 같아요.

강남 : 저는 납득할 수 없어요. 이 사회에서 살고 있지만 미의 기준으로 사람을 선택하고 취업을 하고. 그건 사회가 발전이 아니라 후퇴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어떻게 보면 사람의 얼굴이나 몸매를 보고 판단하는 거잖아요.

진행자 : 그것만으로 판단한다기보다는 다른 것들이 동일할 때 이왕이면 더 잘 생기고, 키 크고, 몸매 좋은 사람을 선택하는 거죠.

강남 : 네, 그런데 회사의 목표는 이익창출이잖아요. 그 사람의 몸매나 얼굴이 이익창출에 도움을 준다는 합당한 논리는 없잖아요. 그래서 불공평한 것 같아요.

진행자 : 그래서 이력서라고 하죠? 남한에서 회사 취직할 때 자기에 대해 작성하는 서류가 있는데, 키와 몸무게를 적는 항목은 없어져야 한다는 지적이 많아요. 영국을 비롯한 유럽의 이력서에 그런 항목이 있나요?

알렉스 : 사진도 넣지 않아요. 사진도 불법이고, 나이도 안 물어봐요. 사람이 못 생긴 사람보다 잘 생긴 사람을 좋아하는 건 당연하니까 그렇기 때문에 이력서에 사진을 넣는 건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진행자 : 그런데 방금 알렉스가 얘기했지만, 한반도 속담에도 있죠,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여러분도 이성을 만날 때 예쁘고 키 크고 날씬한 사람이 좋은 거잖아요. 어떻게 보면 외모가 하나의 경쟁력이 된 것 같아요.

그럼 각자 자신의 외모에 대해서는 만족을 하고 있나요? 그리고 만약 나에게 요술 방망이가 생긴다면 이 부분을 바꿨으면 좋겠다, 하는 게 있을까요?

내레이션 : 외모지상주의라는 말이 존재하는 세상에 살고 있는 평범한 청춘들. 예쁘고 잘생긴 사람들이 넘쳐나고, 너도 나도 멋있어지려고 노력하는 사회에서 살고 있는 세 명의 청춘들은 자신의 외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그리고 더 나은 모습을 위해 어떤 노력들을 하고 있을까요? 이 얘기는 다음 시간에 들어보겠습니다.

<청춘만세> 오늘은 여기서 인사드릴게요. 지금까지 진행에 윤하정이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