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먹고 빨리 사과해! 가지 먹고 참 가지 가지한다. 감자 먹고 눈을 감자...
이렇게 엉뚱한 말을 들었을 때 남쪽 사람들의 반응은 대부분 이렇습니다. "아! 썰렁해" 그다지 웃기지도 않고 듣고 어떤 반응을 해야할지 모를 때 남쪽 사람들은 썰렁하다고 말합니다.
'썰렁'의 사전적 의미는 찬바람이 써늘하게 불어오는 모양을 뜻하는데요. 6월 초부터 30도를 웃도는 무더위가 무척 당황스러운 요즘! 이런 썰렁한 농담도 고맙습니다. 더위만 날려줄 수 있다면 말입니다.
여기는 <청춘만세>고요. 저는 진행에 권지연입니다. 남북청년들이 함께하는 인권모임, '나우'의 이정민 씨와 함께합니다. 오늘은 에너지 절약에 대한 얘기 나눠봅니다.
권지연 : 안녕하세요.
이정민 : 안녕하세요.
권지연 : 오늘 의상이 수박을 연상케 해주네요.
이정민 : 제가 초록색을 좋아해서요. 북한에서는 녹색이라고 하죠.
권지연 : 초록색이라는 말은 안 쓰는 건가요?
이정민 : 네, 안 써요.
권지연 : 아무튼 오늘 수박 같아요. (웃음) 초록색 줄무늬가 있는 옷이 참 예쁘네요. 잘 어울립니다.
이정민 : 감사합니다. 하지만 속은 안 빨개요. (웃음)
권지연 : 6월인데 너무 더워요.
이정민 : 그러니까요. 30도는 기본인 것 같아요.
권지연 : 앞으로 올 여름이 더 걱정인데요. 이렇게 덥다보니 냉방기도 계속 틀게 되고 전력 소비량이 엄청나거든요.
이정민 : 사실 북한에서는 에어컨이 뭔지 모르는 사람들도 있을 겁니다. 잘 사는 분들은 아시겠지만요. 에어컨이란 찬바람이 나오는 기계입니다. 거기에 청정 효과도 있고요. 남쪽은 가정에서도 어디나 가지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에어컨은 에어컨디셔너의 줄임말로 우리말로는 냉방기, 여름철 실내 공기의 온도, 습도를 조절하는 장치가 있는 기계입니다. 단추만 눌러서 원하는 온도를 설정해주면 그 온도까지 실내 온도를 시원하게 내려주는 성능좋은 기계인데요. 남쪽 사람들에게 에어컨 없는 여름은 이제 상상하기 힘들답니다.
권지연 : 저희 집에도 있는데 전력소비가 많으니까 안틀려고 해도 어느새 틀게 됩니다.
이정민 : 그러니까요.
하지만 문제는 전기 소모량입니다.
통계청이 발간한 '2012 한국의 사회지표'를 살펴보면 26년 사이 1인당 전력 소비량은 무려 7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세탁기, 냉장고, 에어컨, 전기 밥가마 같은 가전 기기의 보급이 전력 소비량을 증가시키는데 한 몫을 단단히 했는데요. 전기를 생산하는 자원은 점점 고갈되고 전기 소비량은 늘고... 전 세계적으로 전기 등 에너지 절약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권지연 : 그래서 남쪽에서도 전력을 아끼자는 얘기가 나오고 다양한 대책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명동이나 번화가에서 곳에서 문 열어놓고 에어컨 틀어놓고 호객행위 하는 것들을 단속하겠다고 했고 남쪽은 '네온사인'이라고 간판이 무척 화려하잖아요. 그런 것들을 시간을 정해놓고 끄는 운동을 하고 있고요. 그리고 최근에는 지하철 운행 횟수를 줄이겠다는 말도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시가 지난 10일 발표한 '여름철 에너지 절약 종합대책'을 보면 다음달 1일부터 두 달 동안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지하철 운행 대수를 1050대에서 919대로 줄이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하루 평균 지하철 운행 대수를 12.5%를 줄인 것으로 이를 통해 전력 사용량을 1만1,500㎾를 아낄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찬반 논란이 뜨겁습니다.
권지연 : 남쪽은 지하철이 출, 퇴근시간에는 2,3분에 한 대씩, 오후에는 4,5분에 한 대씩 오는데 횟수를 줄이겠다고 하니까 찬반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이정민 : 어제도 뉴스를 봤는데요. 지하철 운행 횟수를 줄이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시민들에게 불편을 주는 것 같고요.
권지연 : 반대하는 입장이군요.
이정민 : 네, 제가 지하철을 제일 많이 이용하거든요.
권지연 : 그런데 오후 시간에는 지하철에 사람 없이 텅텅 비어갈 때도 많이 있거든요.
이정민 : 그러고 보니 그렇기도 하네요. 오후시간에는 줄여도 괜찮을 것도 같네요.
권지연 : 왜 왔다 갔다 하세요? (웃음)
이정민 : 듣다보면 이해를 하는 거죠. 처음에는 이해할 수 없었던 모든 것들이 듣다보면 이해가 가고 그런 겁니다.
권지연 : 우리 시민들은 어떤 의견들을 가지고 있는지 들어볼까요?
INS - 지하철 운행 횟수를 줄이는 건 아닌 것 같아요. 다른 데를 줄여야 할 것 같아요. 지하철 운행 횟수를 줄이면 사람들이 차를 더 많이 가지고 다니고 불편하기만 할 것 같아요. 말도 안 되죠. / 한가한 사람에 줄이는 건데 괜찮죠. 낮에는 전력만 낭비하는 거죠. 조금 불편해도 참아야죠. /저는 아닌 것 같아요. 사람들이 많아지면 그만큼 에어컨을 더 많이 돌려야하고 산업 전기는 손 안대는 거잖아요. 그런 식으로 하면 서민들만 죽어나는 것 같아요.
권지연 : 시민들 얘기 들어보면 어떠세요?
이정민 : 어느 것이 맞느냐 따지기보다는 작은 것이라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적정온도를 지키고 에어컨 대신 선풍기를 트는 것 등이 좋을 것 같아요. 사실 학교에 가면 강의실에서 학생들이 다 나가고도 에어컨이 계속 돌아가는 거예요. 그런 것만 해도 얼마나 전기가 많이 새나 싶더라고요.
권지연 : 그래서 에너지 절약방법에 대해 공모전 같은 것들도 하더라고요. 정민 씨 만의 에너지절약 방법 있나요?
이정민 : 저는 샤워를 자주해요.
권지연 : 물 값이 많이 나오잖아요?
이정민 : 그래도 그게 낫지 않을까요? 샤워한 물은 모아서 화장실에서 사용하고요. 그리고 앞 뒤 문을 활짝 열어놓습니다. 맞바람이 치게요. 그리고 커튼에 분무기로 물을 뿌려놓고요. 얼음 팩을 이용해요. 냉동고에 얼려서 이용합니다. 또 에어컨을 사려고 했는데 안 샀어요. 제가 한 일 중에서는 그게 제일 잘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권지연 : 저도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있어요. 전등 끄기, 코드 뽑기요. 코드를 꼽아 놓는 것만으로도 전력 소비가 된다고 하더라고요. 별거 아닌 것 같은데 그게 귀찮거든요. 그래서 잘 안했었는데 이제 실천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리고 냉장고를 열어두면 그것 때문에 전력 소비가 많이 되잖아요. 그래서 저희 엄마 같은 경우는 커다란 상자 같은데 반찬을 다 담아두고 한 번에 반찬을 넣고, 빼고 합니다.
남쪽에서는 날씨가 더워지면서 연일 전기 수급이 준비 단계다, 관심 단계다... 경고를 합니다. 전력 공급량보다 소비량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올 수 있는 대규모 정전 사태를 걱정하는 건데요. '블랙아웃'이라는 불리는 대규모 정전사태가 남한 경제에 끼치는 손해는 막대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지하철 운행도 줄이고 온 나라 사람들이 전기를 아껴 쓰기 위해 애쓰는 겁니다. 그러나 북쪽의 경우, 자의반 타의반으로 이런 전기 아끼기가 생활화 돼 있습니다.
권지연 : 북쪽은 어때요? 더운 여름을 견디기가 힘들 것 같습니다.
이정민 : 북쪽은 에어컨도 많이 없고요. 선풍기도 거의 없습니다.
권지연 : 전력이 낭비될 일이 없군요.
이정민 : 그렇죠. 전등도 백열등을 쓰는데 그게 고장이 나면 새로 갈아 낄 전구를 사기가 힘듭니다. 그래서 여름 같은 경우 저는 거의 산 속에서 살았는데 폭포수 물을 떠서 먹고 신선식품 같은 것들도 그런 곳에 보관을 했었죠. 북한은 자연을 이용합니다. 에너지를 쓰고 싶어도 없으니까요. 겨울 같은 경우에는 한 달에 집에 전기가 들어오는 날이 하루나 이틀에 불과했어요. 그러니까 불 오는 날이 신기한 날이었습니다. 여기서 단전사태라고 해서 난리치는 걸 이해 못했어요.
권지연 : 지구를 지키는 일에는 북한이 앞장서네요.
이정민 : 그런데 대신에 탈북자들이 도망을 못 가게 하기 위해 전기 철조망을 쳤고요. 38선에 3천 볼트짜리 전기선이 쳐져 있다고 해요. 그렇게 전력소비를 하죠.
권지연 : 에너지 절약을 하다보면 지구도 살리고 내 몸도 건강해지더라고요. 차 안타고 자전거 타고 다니면 운동되죠. 또 에어컨 바람이 그렇게 좋은 건 아니거든요. 땀 좀 흘리면 더 몸에 좋을 수도 있거든요.
이정민 : 작은 실천이라도 실행에 옮기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권지연 : 에너지 절약 어렵지 않아요. 에너지 절약은 나부터! 감사합니다.
이정민 : 감사합니다.
에너지를 아낀 만큼 경제도, 건강도 더 튼튼해질 수 있습니다. 에너지 절약으로 지구도 살리고 가정 경제도 살리고 건강도 챙긴다면 1석 3조, 4조의 효과를 볼 수 있겠죠! 그리고 전기철조망이 사라지고 남북 간의 건강한 대화가 오고갈 날도 기대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권지연 이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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