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중에 생겨난 것(1) 컴퓨터&인터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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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에서 생활하는 청년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청춘만세> 저는 진행자 윤하정입니다. 먼저 이 시간을 함께 꾸며갈 세 청년을 소개할게요.

클레이튼 : 안녕하세요, 미국 켄터키 주에서 온 클레이튼입니다. 한국에 거주한 지 7년 됐고, 한국 회사에 다니고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강예은 : 안녕하세요, 강예은이라고 합니다. 러시아어를 전공하고 있는 학생입니다. 제가 살아갈 세상과 통일 한반도에 관심이 많은 사람으로 많은 이야기를 통해 서로 이해를 넓혀갔으면 좋겠습니다.

광성 : 안녕하세요, 서울에서 회사 다니고 있는 정광성입니다. 고향은 함경북도 회령시고, 남한에 온 지 11년 됐습니다. 북한 청취자 여러분을 위해 좋은 소식 전해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진행자 : 안녕하세요. 6월 25일이 다가오는데 여러분 주변에서도 어떤 움직임이 있나요?

클레이튼 : 저는 전쟁기념관에서 자원봉사 하고 있는데 6.25 다가오니까 점점 바빠지고 있습니다. 당일에는 방문객들이 훨씬 많은데, 더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광성 : 텔레비전을 보면 6.25전쟁을 다룬 방송이 많고, 전쟁 영화도 많이 보여줘서 '또 6.25구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진행자 : 북한에서도 이런 움직임이 있나요?

광성 : 그렇죠. 북한에서는 북한이 침범했다는 얘기는 하지 않고 남쪽에 있는 인민들을 미군에게서 해방시키기 위해 본인들이 내려갔다고 주장하기 때문에 큰 의미를 두고, 6~7월에는 전쟁 영화도 많이 보여줘요. 물론 김일성을 찬양하는 소재지만.

진행자 : 전쟁을 겪은 남북한이다 보니 6월에는 전쟁을 기억하기 위한 여러 움직임이 있습니다만 벌써 6.25전쟁이 일어난 지 67년이 됐잖아요. 그러다 보니 사실상 10~20대 청년들 사이에서는 6.25전쟁은 알지만 피부에 크게 와 닿지는 않을 것 같아요.

예은 : 네, 저는 사실 잘 느끼지 못해요. 물론 텔레비전을 보면 6.25전쟁에 대해 나오고 어떤 박물관에 가면 그런 분위기를 느낄 수 있지만 일상에서는 실감하기 힘들고 지금 휴전 중이라고는 하지만 67년 전에 일어난 전쟁이기 때문에 피부에 와 닿지는 않아요.

진행자 : 그래서 오늘은 좀 색다른 각도에서 전쟁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볼까 하는데요. 전쟁 중에, 그 다급하고 절박한 상황에서 생겨난 것들이 꽤 많더라고요. 오늘은 전쟁 중에 생겨난 것들에 대해 여러분과 얘기를 나눠볼까 하는데요. 어떤 것들이 있죠?

클레이튼 : 북한에서는 못 쓰겠지만 제가 아주 많이 사용하는 GPS 얘기하고 싶습니다. 'Global Positioning System'의 약자인데, '위성위치파악시스템'이에요.

광성 : 나침반이 발전된 거라고 할 수 있죠.

예은 : 지도를 축약해 놓은 것?

클레이튼 : 1960~70년대에 베트남 전쟁이 심했잖습니까. 그때 미국이 정밀 타격할 수 있도록 1973년부터 이런 기술을 개발하기 시작했습니다. 예를 들어 휴대전화와 인공위성을 연결해서 내 위치를 정확하게 알 수 있습니다. 여러분 아시듯이 제가 자전거 타는 거 굉장히 좋아하잖아요. 이런 기술 없었다면 길을 몇 번이나 잃었을 겁니다.

진행자 : 말이 어렵지 남한에서는 GPS가 일상적으로 활용되죠?

광성 : 없으면 길을 못 찾죠.

예은 : 저도(웃음).

클레이튼 : 스마트폰만 있으면 이런 기술 이용할 수 있어요.

진행자 : 맞아요, 그런데 처음에는 정확하게 타격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었네요.

클레이튼 : 신기한 건 미국 국방부에서 개발한 건데 일반인들도 무료로 사용하고 있어요.

진행자 : 일반인들은 휴대전화 사용이 제한돼서 모르시겠지만 북한에서도 국가기관에서는 GPS 다 활용할 거예요.

광성 : 그렇죠, 국가기관에서는 GPS 활용할 테고 일반인들은 사용 못하죠. GPS가 일반에 통용되거나 휴대전화에 작동되면 외부에서 타격을 할 수 있으니까.

진행자 : 휴대전화의 경우 내 의지로 GPS 작동을 껐다 켰다 할 수 있잖아요. 예전에 잘 모르고 해외여행을 갔는데, 제 친구가 '너 거기 있구나!' 문자를 보내서 깜짝 놀란 적이 있어요.

예은 : 요즘은 그래서 관련 프로그램이 있어요.

서로 동의하에 GPS를 켜 놓으면 내가 어디 있는지 다 알 수 있어요. 어디에 있습니다, 지금 어느 학원에 있습니다, 어디로 이동 중입니다... 이런 게 다 나와요.

진행자 : 영화에서 보면 추적할 때 많이 사용하죠. 그리고 요즘 남한에서는 아이들 휴대전화를 통해 부모님이 자녀들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죠.

예은 : 무서운 세상이에요(웃음).

진행자 : GPS에 대해 얘기해봤는데, 정보통신 쪽을 좀 더 살펴볼까요?

예은 : 군사적인 목적으로 발명된 것 중에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게 컴퓨터일 텐데요. 처음에는 컴퓨터가 무척 컸잖아요. 방 하나 크기만큼. 계속 발전해서 지금은 개인이 쓸 수 있도록 소형화돼서 편리하게 사용하고 있죠. 인터넷도 함께 발전했고요.

진행자 : 전쟁 때문에 컴퓨터와 인터넷이 생겨났다는 건 참 놀랍고 대단한 것 같아요. 제2차 세계대전 때 독일군이 암호로 서로 교신하니까 영국에서 그 암호를 풀기 위해 만든 게 컴퓨터라고 하잖아요. 인터넷도 미국 국방성에서 전쟁 중에 통신 체계가 파괴되더라도 다른 곳에서 똑같이 이용할 수 있도록, 그러니까 자료를 다른 곳으로 전송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 인터넷이라고 해요. 덕분에 세상이 아주 많이 달라졌어요.

예은 : 인터넷 없이는 못 살잖아요.

진행자 : 컴퓨터 없이도 못 살죠.

클레이튼 : 옛날에는 어떻게 살았죠(웃음)?

예은 : 시대가 바뀌었어요.

진행자 : 지금 여러분이 하는 일 중에 컴퓨터나 인터넷이 없어도 할 수 있는 일이 몇 가지나 있을까요?

예은 : 너무 신기한 건 그냥 발명한 것도 아니고 군사적인 목적으로 발명해서 이렇게 우리가 혜택을 누리고 있다는 게... 군사적인 건 어떻게 보면 평화의 반대되는 개념인데 전쟁을 위해 발명된 것들로 인해 우리가 편안하게 살 수 있다는 게 모순인 것 같아요.

진행자 : 편안한 것뿐만 아니라 컴퓨터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예은 씨가 말한 것처럼 전혀 다른 세상인 거잖아요. 그런데 북한은 아직도 컴퓨터가 없는 세상에서 대부분 살고 계시는 거죠.

광성 : 거의 90%는 컴퓨터 없이 살고 있죠.

진행자 : 그럼 이렇게 얘기할 수 있겠네요. 컴퓨터가 생기기 전과 후의 삶은 어떻게 보면 남과 북의 삶만큼이나 다르겠네요.

광성 : 그럴 수 있겠죠. 컴퓨터가 있다고 해도 인터넷이 안 되니까. 평양 안에서 쓸 수 있는 인트라넷이라는 게 있다는데 외부 정보는 차단을 하니까. 그것도 평양에 한해서고 지방은 거의 없죠. 제가 북한에 있을 때 예전 큰 컴퓨터가 학교에 한 대 있어서 컴퓨터 수업이라는 게 생겼어요. 컴퓨터 한 대 놓고 학생들이 돌아가면서 하는 거예요. 그나마 저희는 컴퓨터를 다루는 발전된 세대라고 할 수 있어요. 그 이후에는 노트북도 들어가고. 그런 거 보면 북한도 발전하고 있는데 좀 더디죠.

예은 : 그런데 컴퓨터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면 시대에 뒤쳐지거든요.

클레이튼 : 아무 일도 못하죠.

예은 : 왜냐면 일단 모든 회사 등에서 컴퓨터를 잘 다룰 수 있는지 보고, 정보를 빠르게 찾는 사람이 그 정보를 습득해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경쟁력이 있거든요. 그래서 컴퓨터나 기계를 얼마나 잘 다루고 활용하는지가 요즘 시대에는 아주 중요한데 북한 주민들은 컴퓨터에 익숙하지 않으니까 나중에 통일되면 머리가 너무 아플 것 같아요.

진행자 : 남한에서 60대 이상 어르신들은 젊은 사람들처럼 컴퓨터를 능숙하게 다루지 못하잖아요. 그래서 동네마다 주민센터, 복지관 이런 곳에서 컴퓨터 강의를 무료로 해주는데도 젊은 사람들보다는 뒤쳐지는 면이 있거든요. 그 차이가 남과 북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그러니까 북한에서 남한으로 오는 분들도 여러 가지 어려운 점이 있겠지만 남한살이에서 더 힘든 점은 이렇게 다루는 것들도 너무 다루니까. 차이도 크고, 적응하기도 힘들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광성 : 그래서 20~30대는 남한에 오면 보통 컴퓨터 학원부터 다녀요. 말씀하신 것처럼 컴퓨터에 모든 정보가 있는데, 그 정보를 못 얻게 되면 뒤쳐지고. 40대 이후에 오신 분들은 거의 못하게 되죠. 할 생각도 안 하고. 저희 아버지도 필요한 게 있으면 저한테 말씀하세요.

진행자 : 그런데 남한에서는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손에 장난감처럼 휴대전화를 가지고 놀잖아요. 그래서 배운다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컴퓨터 등을 알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러면 남북의 차이는 점점 더 심해지지 않을까 생각되기도 합니다.

전쟁 중에 생겨난 것들 정보기술 쪽으로 살펴봤는데, 인간미가 느껴지는 좀 따뜻한 이야기를 해볼까요(웃음)? 여러분 카디건 알죠? 북한에서도 비슷한 옷이 있지 않을까요? 털실로 만들었는데 앞에 단추가 있어서 벗기 쉽게. 이 옷이 크림전쟁 때 영국군 카디건이라는 백작이 만들었는데 부상병들은 머리 위로 옷을 입으려면 불편하잖아요. 그래서 부상병들에게 손쉽게 옷을 입히면서도 보온효과를 주기 위해 만든 옷이래요. 그 백작의 이름을 따서 카디건이라고 한대요. 남한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굉장히 잘 입거든요. 특히 계절이 바뀔 때. 북한에서는 그런 형태의 옷을 안 입어봤어요?

광성 : 저는 안 입어봤습니다. 카디건 자체가 없고, 그냥 교복만 입고 다녔던 것 같아요.

예은 : 남한 학교에서는 추울 때 교복 위에 카디건을 더 입게 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클레이튼 : 그런데 남한에서는 젊은 사람도 입는 옷인가요?

진행자 : 아, 미국에서는 안 입어요(웃음)?

클레이튼 : 카디건하면 할아버지 생각나거든요(웃음). 미국에서는 카디건 입는 젊은 사람 못 본 것 같아요.

진행자 : 이것도 문화적으로 다른가 보네요. 트렌치코드도 전쟁 중에 생겨났대요.

클레이튼 : 트렌치 한국어로 뭐라고 하죠? 군인들이 총 피해서 땅 파고 들어가 있는.

진행자 : 참호? 트렌치코트는 제1차 세계대전 때 영국 육군성의 요청으로 개발한 비옷이라고 할 수 있는데, 참호에서 비를 피할 수 있도록 어깨에 덮개를 달고, 수류탄 등을 넣을 수 있도록 주머니도 만들었대요.

예은 : 어깨 부분이 견장처럼 돼 있어서 군복을 떠올릴 수 있는 모양이에요.

진행자 : 그러니까 전쟁 영화에서 장교들이 입는 무릎까지 오는 긴 겉옷. 그걸 일반 사람들이 입도록 예쁘게 만들어 놓은 거죠. 트렌치코트라는 옷도 세계적으로 많이 입어요. 이런 종류의 옷이 북한에도 있을까요?

광성 : 옷 종류가 그렇게 많지 않아요. 거의 인민복 아니면 한복. 지금은 당연히 많아졌겠지만, 제가 있을 때까지만 해도 청바지나 나팔바지도 못 입었어요.

진행자 : 미국에서는 많이 입나요?

클레이튼 : 네, 나이 상관없이 많이 입죠.

진행자 : 봄, 가을에 많이 입어요.

예은 : 네, 특히 여성들은 트렌치코트를 한 벌쯤은 다 가지고 있을 거예요.

진행자 : 전쟁 중에 생겨난 것 또 있을까요?

예은 : 북한에 있을지 모르겠는데 휴지 말고 티슈라고 해서...

광성 : 저는 통조림...

티슈, 통조림... 전쟁 중에 생겨나 우리 일상에서 이렇게 유용하게 활용되는 것들이 꽤 많은데요. 북한에서도 이용하고 있나요? 이 얘기는 다음 시간에 계속해서 나눠 보겠습니다. <청춘 만세> 오늘은 여기서 마무리 할게요. 지금까지 진행에 윤하정이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