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그리고 해외 청년이 함께 하는 청.춘.만.세
강남 : 안녕하세요, 김강남이라고 합니다. 2010년도에 탈북해서 대한민국에서는 지금 5년이 됐네요. 저 탈북자입니다. 약자의 편에 서는 경찰이 되고 싶어서 경찰행정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이고요.
알렉스 : 저는 알렉스라고 하고, 영국에서 왔습니다. 27살이고, 대학원에서 한국학을 공부하고 있어요. 고향에서 한국의 영화나 음악을 많이 접해서 한국에 대한 관심이 생겼는데, 한국에 와서 북한에 대한 관심도 생겨서 방송에 나오게 됐어요.
예은 :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예은이고요. 출연자 중에 여자가 저 혼자라서 기쁘네요. 저는 러시아어를 전공하고 있고요. 러시아가 앞으로 통일에 있어 필요한 국가이기도 하고, 지지를 해줄 국가라고도 생각해서 러시아어를 통해서 남북통일에 기여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배우고 있습니다.
진행자 : 그리고 저는 이 청춘들과 함께 하는 진행자 윤하정입니다.
insert. 외모 관련 토론 프로그램
고등학생 : 얼굴의 예쁨이 획일화가 돼 있잖아요. 그 기준에 안 맞으면 대놓고 지적도 하고. 특히 여자애들은 외모에 신경을 많이 쓰니까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올라가는 시기에 쌍꺼풀 수술을 가장 많이 해요. 성인들한테만 얼굴에 대해 평가를 내리는 게 아니고 중학생한테도 지적을 하니까 스스로 그게 단점이라고 생각해서 성형을 하는 거잖아요.
내레이션 : 텔레비전 토론 방송에서 한 10대 청소년이 학생들 사이에서도 외모를 중시하는 현상이 있다며, 방학 때 '쌍수', 그러니까 쌍꺼풀 수술을 하는 친구들도 있다고 얘기했는데요. 청취자 여러분뿐만 아니라 남한에서도 이런 현상에 대해 많이들 놀라워합니다. 자신에 외모에 대한 만족도가 낮고, 사회의 획일화된 기준에 맞추다 보니 꼭 필요하지 않은 데도 성형수술을 하게 되는 건데요. 실제로 한 조사기관에서 세계 22개국의 15세 이상 남녀 2만7천 명을 대상으로 '외모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멕시코 사람들의 외모 만족도가 가장 높은 반면 일본인의 열등감이 가장 큰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남한 역시 '외모에 만족한다'는 대답이 34%에 그쳐, 외모 만족도 하위권을 기록했는데요. 남북청년들이 함께 하는 인권모임 '나우'의 김강남, 강예은 씨, 그리고 영국에서 온 알렉스 잭슨 씨는 자신의 외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요? 지난 시간에 이어 외모에 대한 청춘들의 이야기, 계속 들어보겠습니다.
진행자 : 그럼 각자 자신의 외모에 대해서는 만족을 하고 있나요? 스스로 평가를 해볼까요? 그리고 만약에 나에게 요술 방망이가 생긴다면 이 부분을 바꿨으면 좋겠다, 하는 게 있을까요?
강남 : 저는 만족합니다. 만족 안 해도 어쩔 수 없는 거잖아요.
진행자 : 뭐, 성형수술을 할 수도 있죠(웃음).
강남 : 외모 때문에 돈을 쓰면서 성형수술까지 하고 싶지는 않아요.
진행자 : 처음에는 운동하면서 돈을 쓰는 것도 이해 못했잖아요. 그런데 하고 있잖아요(웃음).
강남 : 그렇지만 성형까지 하기는 싫고, 운동은 건강을 위해서, 또 취미생활이니까. 하지만 요술 방망이가 생긴다면 키를 키우고 싶어요. 제가 북한에서는 보통 키였는데, 남한에서는 거의 10cm 작거든요.
예은 : 저도 키가 컸으면 좋겠어요. 제가 커리어 우먼, 그러니까 전문직 여성 같은 외모를 좋아하거든요. 키가 작다보니까 아무래도 어려보이고, 귀여운 모습이라서...
강남 : 옆에서 못 듣겠어요. 처음에는 다른 말을 하는 것 같았는데, 들어보니 자기 칭찬이에요(웃음).
진행자 : 그럼 전체적으로 자기 외모에 대해서는 만족하는 건가요?
예은 : 불만족스럽지는 않아요.
진행자 : 자, 우리 중에서 가장 키가 큰 알렉스는 어떤가요?
알렉스 : 저는 다행히 키가 커서 만족해요. 그리고 깨끗하고 착하고 잘 웃으면 인간관계도 좋게 되고. 요즘은 배가 좀 나오기 시작했지만, 운동하면 아마 더 멋있어질 수 있겠지만, 운동할 시간에 그냥 앉아서 맥주 마시고 싶어요(웃음).
진행자 : 다들 운동으로 자기 관리를 하는 것까지는 찬성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남한에 보면 피부과나 성형외과가 굉장히 많아요. 여성들 중에, 요즘은 남성들도 성형수술을 많이 한다고 해요. 피부과에서도 첨단 의료장비를 이용해서 얼굴을 하얗게 만들거나 모공을 축소하거나 굉장히 다양한 것을 하거든요. 그런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요?
예은 : 여자들은 화장에 관심이 많잖아요. 화장이 잘 먹고 피부가 좋아보이려면 피부 바탕이 예뻐야 해요. 그러다 보니까 시술을 통해 예뻐지려고 하죠.
강남 : 저는 성형수술에 일단 관심이 없어요.
진행자 : 내 여자 친구가 한다고 하면?
강남 : 여자 친구가 성형수술을 했다면 의문을 가질 것 같아요. '너 원래 어느 정도였기에 성형까지 했냐?' 왜 굳이 성형까지 해야 하나 생각돼요. 성형하는 건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고 싶은 거잖아요. 그 이전에 인정을 못 받은 사람이 외모를 바꾼다고 인정을 받을 수 있을까요?
예은 : 강남 오빠의 생각이 바르긴 한데, 자기 외모가 단점일 경우 그걸 보완해서 자신감이 생기면 오히려 대인관계가 회복이 되고, 사회생활도 더 활발하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해요.
알렉스 : 저는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성형수술을 무척 싫어했는데, 중국인 친구가 남자인데, 성형수술 많이 해서 멋있어졌고 자신감도 많이 생겨서 더 재밌게 살고. 그런 거 보면 절대로 안 된다는 말도 못할 것 같아요.
진행자 : 강남 씨가 말한 게 이상적인, 교과서에 나올 법한 말이지만 사회적으로 따졌을 때는 잘 안 먹히는 거죠. 그러니까 다들 무언가를 하려고 하는 거겠죠.
강남 : 모순되는 것 같아요. 이러면 안 되는데, 하면서 결국은 하는.
진행자 : 남한만의 현상이 아닌 게 일본이나 중국에서도 상대적으로 남한의 의료비가 저렴하기 때문에 성형수술을 하기 위해서 많이들 오거든요.
예은 : 맞아요, 요즘 중국인들이 마스크나 선글라스를 쓰고 명동거리를 활보해요. 명동이나 강남에 성형외과가 많거든요. 그래서 깜짝 놀랄 때가 많아요.
진행자 : 의료관광이라고 해요. 관광으로 들어와서 그 기간에 수술을 하는 사람도 많죠.
그런데 어떻게 보면 남한에만 있는 특별한 문화 때문에 그런 현상이 더 심하지 않나 싶어요. 예를 들면 그런 단어가 있잖아요. 동안, 어려 보이는 얼굴이라는 말이죠. 또 얼굴이 갸름해 보인다는 V라인, 빨래판 복근, 초콜릿 복근. 이런 용어들 때문에 사람들이 더 현대의학의 도움을 받으려 하지 않나.
강남 : 동안이라는 말이 가장 신기하고 이해하기 힘들었어요. 북한은 반대예요. 남한에서는 아저씨뻘한테도 오빠라고 불러주고, 아줌마한테도 누나라고 해야 좋아하잖아요. 그런데 북한에서는 무조건 큰어머니, 고모, 이모 이렇게 불러야 사람들이 좋아해요. 북한에서는 어른스러워 보이고 대접받기를 좋아하거든요.
진행자 : 남한에서는 나이 들어 보이는 것에 강박관념이 좀 있는 것 같아요. 어린 얼굴, 어린 피부를 좋아하는 건데.
알렉스 : 제가 좀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건 남한에서는 연예인하고 비슷하면 예쁘다고 하잖아요. 남자들끼리 '어제 만났던 여자가 예쁘다'고 하면 '연예인 누구랑 닮았어?' 물어봐요. 연예인은 거의 성형수술을 하잖아요. 영국에서는 다양한 개성의 아름다움이 있으니까 오히려 얼굴을 성형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아요.
예은 : 그런데 제가 보기에는 알렉스가 남자라서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여자들의 세계에서는 정보가 다양하지 않을까요. 제가 알기로는 러시아 여자들도 몸을 치장하는 데 정말 많은 투자를 해요. 밥을 굶더라도 자기 외모는 가꾸는 편이에요. 그래서 외국이라고 해서 다들 꾸미지 않는 게 아니라 여자들은 아무래도 미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 꾸밀 것 같은데, 남한은 그게 획일화되어 있어서 같은 무리에서 뒤쳐지면 안 되거든요. 그런데 외국은 개인주의니까 개인의 개성을 더 중요시하는 것 같아요.
진행자 : 우리가 지금도 영국, 남한, 북한 친구들이 모여서 얘기하는데 어떤 사회에서 생활하느냐에 따라 그 문화가 무척 다르잖아요. 예를 들면 제 친구 중에도 영국 사람인데 스페인에 가서 공부한 적이 있어요.
스페인에 가서는 다이어트를 했대요. 스페인 사람들이 다 그렇게 하니까. 그런데 영국으로 돌아가서는 맘 놓고 먹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예쁜 외모를 장점 이상으로 여기고, 뚱뚱한 외모를 비하하게 되면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노력하지 않나 싶어요.
여러분 같은 20대 청춘들이 기준을 잘 잡아줘야 더 과하지 않게 될 것 같은데, 여러분이 생각하는 아름다움의 기준은 어떤 걸까요?
예은 : 저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게 가장 예쁜 것 같고요. 그리고 당연히 사람의 첫인상이 많은 걸 좌우한다고 하잖아요. 저도 예쁜 사람이 좋고, 잘 생긴 사람이 좋은데 그래도 그 사람만의 매력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획일화된 아름다움이 아니라 자기만의 매력을 가꾸는 사회로 나아갔으면 좋겠어요.
진행자 : 예은 씨만의 비법이 있나요?
예은 : 20대 초반에는 저도 외모에 관심이 많았어요. 화장하는 법을 친구에게 배워서 열심히 했는데, 지금은 외모보다는 내면이 예뻐야 좋은 품성이 나오잖아요. 그래서 책을 많이 읽으려고 노력도 하고, 건강해 보이는 외모를 위해서 운동도 열심히 해요. 또 웃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면 사람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 같아요. 그래서 많이 웃으려고 노력해요. 특히 이성 앞에서(웃음).
강남 : 제가 생각하는 아름다움은 타인을 위해 사는 거예요. 왜냐면 저는 남보다 고생을 많이 했다고 생각해요. 북한에서 가난도 겪어봤고, 여기 와서 엄청난 행복을 누리고도 있고. 지금 이 순간을 북한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하거든요. 북한에 있는 내 친구들, 가족들과 내가 누리는 자유, 행복 이런 것을 한 시간이라고 나누고 싶은데, 그게 안 되다 보니까 손이 닿는 사람들에게라도 무언가를 나누고 싶어요. 저는 그게 사람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라고 생각해요.
진행자 : 스스로 아름다워지기 위한 비법이 있다면?
강남 :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나쁜 것에 익숙해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초심을 잃지 않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진행자 : 알렉스는 우리와 얘기할 때 마치 초월한 듯 얘기했는데, 사실상 알렉스가 남한에서 3~4년 살다 영국으로 돌아가면 미의 기준이 달라질 수도 있거든요.
알렉스 : 저는 남자는 매력이 있으면 된다고 생각해요. 영국에서 이렇게 말하면 다른 사람들이 화낼 수도 있는데, 저는 보수적이라서 제가 아름답지 않아도 아름다운 여자는 좋아해요(웃음). 키가 크고 날씬하고 몸매가 좋은 여자가 좋지만 얼굴은 연예인 같다기보다는 개성 있는 얼굴이 좋아요.
진행자 : 아름다움이 외모뿐만 아니라 알렉스가 말한 매력도 해당될 텐데, 나의 매력을 키우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알렉스 : 음, 하나는 있어요. 매력적으로 보이기 위해 자랑하지 않도록, 겸손하려고 신경 쓰고 있어요. 자랑하면 매력이 많이 떨어진다고 생각해요.
진행자 : 그럼 자랑할 게 있기는 하다는 말이네요, 감추고 있을 뿐. 뭘 자랑하고 싶은데 참고 있나요(웃음)?
알렉스 : 그런 거 없어요(웃음).
내레이션 : 현대 사회에서 멋진 외모는 분명히 또 하나의 경쟁력이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나친 외모지상주의, 또 획일화된 미의 기준은 청춘들 역시 풀어야할 숙제로 꼽았는데요. 우리 청춘들이 사회를 이끌어 가는 시대에는 좀 더 다양한 멋과 아름다움이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그리고 한 가지 아쉬운 소식을 전해드려야 하는데요. 지금까지 우리와 함께 했던 알렉스가 이 시간을 끝으로 인사를 드리게 됐습니다. 청취자 여러분에게 알렉스의 마지막 인사 전해드리면서 오늘 <청춘만세>는 마무리할게요. 지금까지 진행에 윤하정이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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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 이렇게 방송하면서 아주 재밌었고, 마지막이라는 게 너무 아쉬워요. 제 얘기가 재밌었고, (제 얘기로)새로운 상상을 할 수 있게 됐다면 좋겠어요. 언젠가 통일이 되면 같이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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