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남한의 남한산성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 됐다는 기쁜 소식이 들렸습니다. 남한산성은 조선시대, 북한산성과 함께 도성을 지키던 동쪽의 요새로 우리 민족의 역사적인 아픔을 간직한 곳입니다. 더불어 난관을 극복할 수 있는 지혜도 함께 전해주는 장소입니다. 이번 남한산성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는 저에게 소망을 가져다줬습니다.
6.25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 우리의 뼈아픈 역사이지만 우리는 그 아픈 역사까지도 성장과 성숙의 계기로 만들 수 있을 거라는 소망을 가져봅니다.
안녕하세요. <청춘만세> 이 시간 진행에 권지연입니다. 오늘도 남북청년들이 함께하는 인권모임 '나우'의 이주영, 최철남 씨와 함께 합니다.
진행자 : 안녕하세요. 6월은 참 의미가 있는 달이죠, 6월하면 뭐가 떠오르세요?
이주영 : 6.25사변이요.
진행자 : 네, 호국 보훈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되는 달인데요. 철남 씨는 북에 있을 때 6.25에 대해 어떻게 배웠어요?
최철남 : 남한에서 북한을 먼저 침략했다고 배웠습니다. 북에서는 미국 군인들을 '미제'라고 하는데요. 미제 군인들과 남한 괴뢰군들이 북한을 침략해서 북한 주민들을 잡아다 고문하고 학살했다면서 그 때의 만행을 절대 잊지 말자고 배웠습니다.
진행자 : 그런데 남쪽에 와서 그렇게 배운 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잖아요. 혼란스럽지 않았나요?
최철남 : 혼란스러웠죠. 북한은 남한에서 침략했다고 하고 남한은 북한에서 침략했다고 하니까 어느 것이 사실인지 모르겠더라고요. 하지만 처음엔 혼란스러워 하다가 나중에는 확실하게 알게 됐죠. 그리고 참 아픈 역사인 거잖아요? 서로 이데올로기가 다르다고 동족을 죽인 건데 가슴 아프더라고요.
진행자 : 북에서 그토록 사상 교육을 받는데 남한에 오면 지금까지 배웠던 것이 다 거짓이라는 사실이 믿어질까... 저는 평소에도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주영 : 그런데 제가 만났던 친구들은 북한을 나오는 순간부터 중국의 거지도 북한보다는 잘 산다는 것을 봤기 때문에 지금까지 속아 살아왔다는 것을 깨닫고 배신감을 무척 많이 느낀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6.25도 거짓으로 배웠다는 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최철남 : 주영 씨 말이 맞습니다.
1950년 6월 25일 새벽 4시, 북한은 38도선 전 지역에서 총공격을 시작했습니다. 그 전에도 38도선 부근에서 종종 크고 작은 군사 충돌이 있었기 때문에 서울 시민들은 '38도선에서 또 전투가 벌어졌나 보구나' 하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다고 하는데요. 그 사이 북한군은 서울을 향해 밀고 내려왔고 전투가 시작된 지 사흘 만에 서울은 북한군에게 점령됐습니다. 그 후로 1953년 7월 27일 휴전 협정을 맺기까지 수백만 명의 사상자와 천만 명이 이르는 이산가족, 수많은 전쟁고아들이 생겨났고 국토도, 사람들의 마음도 황폐해졌습니다. 당시 상황을 기억하는 어르신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시죠.
INS - 어르신들의 증언
진행자 : 우리는 6.25를 직접 겪은 세대는 아니잖아요. 그래서 피부로 와 닿지는 않아요.
이주영 : 그래도 영화를 통해 간접 경험은 하잖아요. '태극기를 휘날리며'를 무척 감명 깊게 봤었거든요.
진행자 : 혹시 북에 계신 분들도 보셨을까요?
최철남 : 북에서도 인기 있었습니다. 몰래 많이 본 걸로 알고 있습니다. 생각하면 가슴 아프고 한심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당시에는 금방 해방되어서 엄청나게 혼란스럽던 시절인데 공산주의와 민주주의 중에 어느 것이 좋은 것인지 어떻게 알았겠어요? 제가 전에 영상을 하나 봤었는데요. 할아버지 한 분이 남한 군이 수복해서 올라갈 때 인공기와 태극기를 같이 들고 나온 거예요. 어느 걸 들어야 살 수 있는지를 몰라 둘 다 들고 나온 거죠. 이렇게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죽어 나갔다고 생각하니까 정말 가슴이 아팠습니다.
진행자 : 통일은 우리 세대에서 이뤘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통일을 위해서 우리는 뭘 해야 할까요?
최철남 : 정치나 경제적인 것은 우리가 어쩔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고요. 대신 문화적으로 엄청나게 다른데 그런 것들에 대해 알리고 차이를 좁혀 나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통일이 되면 북한 주민들이 짐이 될 거라고 생각하는데 절대 짐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주영 : 남한도 전쟁 후에 정말 못살았었잖아요. 그런데 단기간에 한강의 기적을 이루고 이렇게 잘 살게 됐는데 북한도 우리와 같은 동포니까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체제가 발전을 막고 있어서 그렇지 그런 것들이 풀리기만 하면 순식간에 남한처럼 기적을 이뤄낼 거라고 믿어요.
최철남 : 이미 북한에도 자본주의 체제가 흘러들어 갔어요. 지금 북한에도 남한의 택배처럼 배달 문화까지 등장했다고 하더라고요.
이주영 : 진짜요?
최철남 : 이런 사람들에게 돈을 주는 것보다 스스로 살 수 있도록 도움을 주면 훨씬 더 빠른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 같고요. 통일만 되면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참 많다고 생각합니다.
진행자 : 통일이 되기 위해서는 서로에 대한 관심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에 계신 분들은 남한에 관심이 참 많은데 그에 비해 남한 분들은 안 그런 분들도 많은 것 같아서 아쉽습니다. 주영 씨 주변의 친구들은 어때요?
이주영 : 친구들은 저를 엄청나게 신기하게 생각하고 관심이 별로 없습니다.
실제로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지난 18일 인터넷을 통해 전국 20대 대학생 400명을 대상으로 '2014년 대한민국 대학생 역사 인식 조사'를 실시했는데요. 응답자의 39.2%가 6·25 한국전쟁이 일어난 연도를 정확히 알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진행자 : 이런 말을 방송에서 하는 것도 참 죄송하네요.
이주영 : 그래서 저는 우리 세대가 통일에 관심이 없는 원인을 찾고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진행자 : 대체 관심이 왜 그렇게 없는 걸까요?
이주영 : 많은 사람들이 통일 비용도 많이 들고 지금의 20대가 윗세대들보다 취직도 그렇고 경제적으로 어렵잖아요. 사회적,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이라고 많이들 생각하는데 저는 꼭 그것 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통일이 이익이냐, 손해냐를 따지는 기준은 경제적인 측면이나 개인적인 상황에서 판단 지어지는 것이라기보다는 개인의 성향에 달린 것 같고요. 이기적이거나 개인주의적인 사람일수록 반대를 하고 민족 당위성이라고 할까요? 그런 것에 대해 생각을 하는 사람일수록 통일을 찬성한다고 생각합니다.
진행자 : 통일이 되면 우리나라가 지금보다 더 부강해 질 거라고 생각되는 분야는 어떤 분야 인가요?
최철남 : 관광산업이요. 북한의 자연도 참 예쁘고 물도 좋거든요. 그리고 대륙을 횡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잖아요.
이주영 : 저도 그거 너무 해보고 싶어요.
진행자 : 우리나라가 분단국가이기 때문에 주변 국가들의 눈치를 봐야 하는 것들이 있잖아요? 그런 것에서도 자유로워 질 것 같네요.
최철남 : 모든 비용이 줄어들 거라고도 생각합니다.
이주영 : 통일이 될 경우 경제적으로 많이 어려워질 거라고 걱정하지만 저는 오히려 경제적으로 큰 이익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 20대의 취업이 어려운 이유는 남한 경제 규모가 작고 여러 가지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사람들은 교육도 많이 받고 너도나도 좋은 직장을 가고 싶어 하니까 그에 비해 자리가 없는 건데 통일이 되면 새로운 산업들이 많아지면서 고용창출이 이뤄질 것 같고요. 내수 시장 확보도 될 것 같습니다. 경제 사정이 나아지면 다 맞물려 돌아가는 거잖아요? 삶의 질도 더 좋아지고 사람들의 마음도 더 넓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진행자 : 여유가 생기겠죠. 통일을 우리 세대에 이뤘으면 좋겠고 두 분은 그 것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두 분이 북에 계신 분들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최철남 : 저는 북에 계신 분들이 남한의 드라마를 볼 때도 재미에만 치중해서 보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남한의 문화를 알 수 있는 통로로 이용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통일이 됐을 때 무리 없이 이해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주영 : 저는 북한 분들이 스스로 북한 사회를 많이 바꿔 주셨으면 좋겠어요. 많은 개발 도상국가들의 경우도 국민들이 스스로 일어나서 많이 바꿨는데 북한에서도 그런 일이 일어났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힘든 일들이 많겠지만 통일이 되는 날까지 잘 견뎌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진행자 : 우선 우리가 한민족이라는 것을 잊지 않아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주영, 최철남 : 감사합니다.
포기하지 않는 한 실패는 없습니다. 포기하지 않는 한 실패는 과정일 뿐이죠. 우리가 포기하지 않는 한... 통일의 그 날은 반드시 올 것이라고 믿으며 오늘 <청춘만세>는 여기서 마칩니다. 함께해 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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