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에서 생활하는 청년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청춘만세> 저는 진행자 윤하정입니다.
먼저 이 시간을 함께 꾸며갈 세 청년을 소개할게요.
클레이튼 : 안녕하세요, 미국 켄터키 주에서 온 클레이튼입니다. 한국에 거주한 지 7년 됐고, 한국 회사에 다니고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강예은 : 안녕하세요, 강예은이라고 합니다. 러시아어를 전공하고 있는 학생입니다. 제가 살아갈 세상과 통일 한반도에 관심이 많은 사람으로 많은 이야기를 통해 서로 이해를 넓혀갔으면 좋겠습니다.
광성 : 안녕하세요, 서울에서 회사 다니고 있는 정광성입니다. 고향은 함경북도 회령시고, 남한에 온 지 11년 됐습니다. 북한 청취자 여러분을 위해 좋은 소식 전해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청춘 만세>, 전쟁 중에 생겨나 세계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것들에 대해 지난 시간부터 얘기 나누고 있습니다. 컴퓨터, 인터넷 등이 대표적인데요.
또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청년들의 얘기 함께 들어보시죠.
진행자 : 전쟁 중에 생겨난 것들, 또 어떤 게 있을까요?
예은 : 북한에는 있는지 모르겠는데 휴지 말고 티슈라고 해서 작은 상자에서 휴지를 한 장 한 장 뽑아 쓸 수 있는 걸 티슈라고 하는데요. 제1차 세계대전 때 붕대가 부족해지자 미국의 종이를 만드는 회사가 좀 더 저렴하고 질 좋은 붕대를 만들기 위해 개발한 소재가 있어요. 그런데 그 소재로 전쟁 뒤에는 할 게 없으니까 상품으로 만든 게 티슈예요. 지금 제 눈앞에도 있어요(웃음).
광성 : 보여드리고 싶네요.
진행자 : 북한에는 없어요?
광성 : 없어요.
진행자 : 휴지, 상자 안에 든 고급 화장지라고 생각하시면 되는데 티슈 없는 곳도 찾아보기 힘들 것 같아요. 사무실이든 집이든. 그럼 북한에서는 어떤 걸 사용할까요?
광성 : 아... 휴지도 없었어요. 휴지도 없어서 신문지로. 그러다 보니까 티슈는 상상도 할 수 없죠.
진행자 : 티슈도 전쟁을 통해 만들어졌고 세계적으로 많이 사용하고 있는데...
클레이튼 : 한국에서는 물티슈도 많이 사용해요. 미국에서 물티슈 거의 못 봤어요. 식당 들어가도 물티슈부터 주고.
진행자 : 그걸로 손을 닦아요. 가끔 걸레질하기 귀찮으면 물티슈로 바닥도 닦고. 선글라스도 전쟁 때 만들어졌다고 해요.
클레이튼 : 제가 알기로는 제1차 세계대전 때 처음으로 전투기가 투입됐는데 조종할 때 햇빛 차단하기 위해 선글라스 발명했다고 들었어요.
진행자 : 미국 공군의 전투력 향상을 위해서. 레이밴이라고 하나요?
클레이튼 : 네, 그중에서도 'aviator'라는 제품은 아주 유명해요. 조종사라는 뜻이어서 예전에 남자가 그 선글라스를 쓰면 '조종사인가? 무척 멋있다!' 생각했어요.
예은 : 저는 그 모양이 예쁘더라고요. 남자들이 쓰면 남성적인 매력이 느껴진다고 할까요?
진행자 : 선글라스를 일반인들도 햇빛이 많이 비칠 때는 자외선으로부터 눈을 보호하기 위해서 많이들 착용하는데 꼬마들도 선글라스 많이 쓰잖아요. 북한에서는 아마 많이 사용하시지는 않겠지만.
광성 : 사용해요, 멋 부리려고.
진행자 : 그래요? 광성 군이 가만히 있기에 선글라스도 많이 없나 보다 생각했는데(웃음).
광성 : 많이 사용하지는 않지만 없지는 않아요. 예전에는 대도시 상점에서 팔았고, 지금은 시장에서도 팔아요. 쓰면 뭔가 멋있어 보여서 남자들이 갖고 싶어 하는 물건이에요. 저희 외가 쪽에 한 분이 평양 출신인데, 평양에서 쫓겨나 오면서 선글라스를 가져오셨는데 정말 멋있더라고요.
예은 : 사실 남한에서도 선글라스를 젊은 사람들이 많이 쓰지는 않았어요. 예전에는 여름에 선글라스 쓰고 돌아다니는 게 창피할 때도 있었어요.
진행자 : 저도 대학생 때는 안 꼈어요. 좀...(웃음)
클레이튼 : 하하하.
예은 : 괜히 멋 부리는 것 같아서(웃음). 그런데 요즘은 다 쓰고 다녀요.
광성 : 예전에는 멋 부리려고 썼는데, 지금은 눈을 보호하기 위해서...
진행자 : 지금도 멋 내려고 써요(웃음). 북한에서도 남한 드라마 많이 보시지만 드라마 출연자들 보면 다들 선글라스 쓰고 있잖아요. 굉장히 멋스럽게 쓸 수 있는 선글라스, 이것 역시 전쟁 때 나왔습니다.
그런가하면 손목시계도 전쟁 때 만들어졌대요. 예전에는 귀족들이 주머니에서 사슬이 달린 시계를 봤는데 전쟁 중에는 작전을 시간에 맞춰 정확하게 수행해야 하잖아요. 시계를 일일이 꺼내는 게 너무 힘드니까 손목에 붙이는 형태가 나타났다고 해요.
그리고 북한에서도 굉장히 많이 쓰는 볼펜. 그전에는 만년필을 주로 썼는데, 일일이 잉크로 만년필을 사용하는 게 힘드니까 제1차 세계대전 때 헝가리 신문기자가 빠르게 기사를 써 보내기 위해 발명한 게 볼펜이라고 해요.
전쟁 중에 생겨난 것들이 굉장히 많고, 지금까지도 유용하게 사용합니다. 또 얘기할 게 있을까요?
광성 : 통조림이요. 나폴레옹이 전쟁을 시작하면서 군인들에게 신선도를 보장하면서도 오랜 기간 저장해놓고 먹을 수 있도록 통조림을 만들었다고 하더라고요.
진행자 : 전쟁 중에는 음식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니까 통에 담아서 오랫동안 먹을 수 있고, 이동하기도 쉽게 만든 거죠. 북한에도 통조림 있어요?
광성 : 네, 있습니다. 제가 어릴 때까지만 해도 통조림이 많았어요. 예를 들어 명절 때 한 집에 고기 통조림이나 해산물, 과일 통조림을 하나씩 준다거나. 90년대 후반부터는 생산을 못하니까 없어지기 시작했어요. 저희는 중국이랑 가까운 곳에 살았는데 중국 통조림이 넘어오면서 시장에서만 볼 수 있는 귀한 물건이 됐죠.
예은 : 통조림 하니까 생각났는데 제1차 세계대전 때 한 장교가 과자나 빵 외에 먹을 수 있는 걸 찾다 고기 남은 부위로 햄을 만들어서 통에 넣어 먹기 시작했어요. 그게 남한에서 먹고 있는 스팸이라는 거예요. 북한에는 없을 것 같은데요?
광성 : 비슷한 거 있는데, 스팸은 없을 것 같아요.
예은 : 남한에서는 그 상표가 정말 유명해요. 햄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어요.
진행자 : 햄이 보통 돼지고기를 가공해서 유통기한이 길게 통에 넣어둔 거죠.
광성 : 소시지처럼 만든 거죠.
진행자 : 보통 남한에서는 찌개에 넣거나 고기처럼 구워서 먹기도 하고.
클레이튼 : 남한 처음 와서 스팸 때문에 충격 받았어요. 미국에서도 예전에는 먹었지만, 지금은 아예 안 먹어요. 옛날 영화나 세계대전 영상 보면 스팸 먹는데 한국에 왔더니 아직까지도 먹는 거예요. 심지어 명절 때 선물로 주잖아요. 도저히 이해 안 돼서 사진 찍어서 부모님한테 보여줬어요(웃음). 깜짝 놀랐어요.
예은 : 고급 선물이에요(웃음).
진행자 : 통에 든 햄이 미국에서는 예전에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이 많이 먹었던 거래요. 그런데 남한에서는 선물을 하니까.
예은 : 사실상 이 스팸이 6.25전쟁 때 미국에서 군수물자를 받으면서 남한에 널리 퍼졌는데 지금은 아예 상품으로 팔기도 하고, 김밥에 들어가기도 하고.
광성 : 저는 남한에 와서 처음 먹어봤는데 아직까지 좋아합니다(웃음). 따뜻한 밥에 먹으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어요.
진행자 : 북한에서도 인기가 많을 것 같아요?
광성 : 소개되면 인기 많을 거예요. 그냥 먹어도 되고, 구워서 먹어도 되고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으니까 젊은 층에도 인기가 많을 것 같아요.
진행자 : 햄 많이 먹으면 나트륨 함량도 높고, 기름기도 많아서 안 좋습니다(웃음). 통조림은 그 이후에 남한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가공식품에 많이 활용되고 있는데 지금 남한에서 통조림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게 참치 아니에요? 참치캔.
클레이튼 : 일주일에 2~3번은 통에 담긴 참치 먹어요, 요리 못하니까. 프라이팬에 놓고 살짝 익혀서 먹습니다.
광성 : 저는 그냥도 먹는데, 고소하고 맛있습니다.
예은 : 맞아요, 참치 기름도 맛있더라고요.
진행자 : 남한에서는 보통 김치찌개에 많이 넣죠. 통조림 때문에 생겨난 것들이 많네요.
지금 과거 미국에서 만든 스팸, 햄에 대해 얘기했는데 그렇게 생겨난 남한의 대표적인 음식이 또 하나 있죠?
클레이튼 : 부대찌개?
진행자 : 맞아요. 부대찌개 안 먹어요?
클레이튼 : 많이 좋아합니다. 처음에는 여러 가지 섞여 있으니까 이게 뭐지 싶었는데 먹다 보니까 무척 맛있더라고요.
진행자 : 사실 부대찌개도 생각해보면 시작이 서글픈 음식이죠. 부대찌개가 북한에도 있을까요?
광성 : 북한에는 없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부대찌개가 미군 부대가 들어와서 만들어진 거라서 북한에는 없어요.
진행자 : 북한에는 없으니까 예은 씨가 설명을 해주세요.
예은 : 국에 햄이나 라면, 소시지, 김치, 고추장 등을 넣어서 만든 찌개인데 그것이 탄생한 배경이 당연히 햄 등을 구할 수 있는 미군 부대 근처에서 생겨났고, 지금은 모든 사람들이 즐겨 먹는데 역사적으로 보면 배고팠을 때...
광성 : 북한에서도 알아요. 부대찌개라는 이름은 모르지만, 이게 맞는지 모르겠는데 북한에서 남한 관련 영화를 보여줬는데 부대찌개의 어원을 보여줬어요. 꿀꿀이죽이라고 해서 먹고 살 게 없을 때라서 미군부대에서 나온 남은 음식을 같이 넣어서 만든 걸로 알고 있거든요.
예은 : 그럼 남한에 처음 왔을 때 먹어봤을 텐데, 어땠어요?
광성 : 처음에는 모르고 먹었죠. 어른들과 같이 먹는 자리였는데 설명해주시더라고요. 내가 텔레비전에서 봤던 음식을 먹는 것도 놀라웠죠.
진행자 : 광성 씨 말이 맞을 거예요. 지금처럼 통조림에 있는 걸 넣은 게 아니라 전쟁 직후에는 정말 먹고 살 게 없었잖아요. 미군 부대는 아무래도 군인들 때문에 물자가 풍부하니까 그 부대에서 주는 거, 남는 것을 모아서 끓여 먹었던 거겠죠. 참 서글픈 음식인데, 지금은 '의정부 부대찌개' 이런 식으로 군부대가 있었던 지역을 중심으로 해서 이름까지 상표로 나올 정도고, 많이들 맛있게 즐기는 음식이지만, 생겨난 배경은 굉장히 서글프네요. 떡볶이도 6.25 때 생겨났다고 해요.
예은 : 네, 예전에 조선시대부터 궁중 떡볶이라는 것이 있었는데 밀가루를 구하기 힘들어서 서민들은 밀가루 음식 자체를 먹지를 못했어요. 그런데 전쟁 이후 미국에서 밀가루를 보급하면서 밀가루로 음식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대표적인 것이 떡볶이랑 수제비입니다.
진행자 : 북한에도 떡볶이 있어요?
광성 : 없습니다.
클레이튼 : 북한에서는 못 살겠다(웃음).
진행자 : 외국 사람들한테 떡볶이는 남한의 가장 대표적인 음식 가운데 하나인데.
클레이튼 : 네, 지금까지 떡볶이가 한국의 전통음식이라고 생각했어요.
진행자 : 그럼 떡볶이라고 하면 북한에서 어떤 음식인지는 알까요?
광성 : 설명을 드리면 떡을 손가락 길이 정도로 잘라서 물에 넣고 고추장을 풀고, 파도 넣고 설탕도 넣고 만드는 건데 설명하기 어렵네요.
진행자 : 아, 남한에서는 대표적인 간식거리고, 어릴 때부터 정말 많이 먹고 길거리에서도 많이 파는데. 떡볶이가 북한에는 없군요. 그럼 밀면은 아실까요?
광성 : 밀면도 모르실 것 같아요. 왜냐면 1.4후퇴 때 북한 피난민들이 부산에 많이 거주했잖아요. 북한에서 냉면을 먹다 구하기 힘드니까 미군 부대에서 들어오는 밀가루로 면을 만들었다고 들었거든요.
진행자 : 밀면이 부산을 대표하는 음식이에요. 북한 피난민들이 부산에 와서 만든 밀가루로 만든 냉면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남북한에 다른 음식이 많네요.
예은 : 그런데 냉면은 북한에서 오신 분들이 전수를 많이 해주셔서 북한 냉면하면 함흥, 평양, 남포 등 유명하잖아요. 또 북한에서 넘어온 음식 중에서 아바이 순대가 유명해요. 강원도로 넘어온 분들이 북한식으로 순대를 만들어 먹은 거죠.
진행자 : 그럼 반대로 그 당시에 남한에서 북한으로 간 사람들이 만들어 먹는 음식도 있지 않을까요, 북한에?
광성 : 있을 수는 있는데, 그걸 만들어 먹을 수 있는 환경도 안 됐었고...
진행자 : 그래도 이 방송 듣고 계신 분들 중에 '아휴, 북한에서도 맛볼 수 있는 남한의 어떤 것들을 활용한 음식이 있는데!' 라고 말씀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요(웃음).
들으신 것처럼 전쟁 중에 만들어진 음식도 참 많죠? 다음 시간에는 6.25전쟁을 통해 생겨난 것들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청춘 만세> 지금까지 윤하정이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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