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미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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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그리고 해외 청년이 함께 하는 청.춘.만.세

강남 : 안녕하세요. 김강남입니다. 북한을 떠나온 지도 어느덧 5년이 됐습니다. 저의 꿈은 경찰입니다. 앞으로 통일된 한반도에서 약자의 편에 서는 경찰이 되고 싶어서 경찰 관련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예은 :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강예은입니다. 남한의 청춘들처럼 호기심 많은 평범한 학생이고요. 남북통일과 북한 사람들의 삶에 대해 관심이 많아서 함께 하게 됐습니다. 이 자리에서 다들 즐겁게 얘기를 나눴으면 좋겠네요. 반갑습니다.

빌 : 안녕하십니까? 저는 미국에서 온 빌 스미스입니다. 국제대학원에서 국제관계를 공부하는 학생입니다. 한국으로 온 이유는 한미관계 개선이나 한반도 평화, 그리고 미래를 위해 노력하고자 왔습니다.

진행자 : 그리고 저는 이 청춘들과 함께 하는 진행자 윤하정입니다.

INSERT.

1. 흔들리는 북중 관계에 비해서 한미 동맹은 지난 65년 동안 굳건한 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습니다.

2.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과 그리스 디폴트 등 증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지만 시중유동자금의 고수익, 단기상품 쏠림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3. 할리우드 영화 <어벤져스2>가 개봉된 지 25일 만에 관객 수가 천만 명을 돌파하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4.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가장 오랜 기간 공연되고 있는 뮤지컬 <시카고>가 12년 만에 내한 공연에 들어갔습니다.

내레이션 :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들으신 것처럼 미국이라는 나라는 남한은 물론 세계 각국에 여러 모로 영향을 미칩니다. 그만큼 깊숙이 관여돼 있고, 한편으로는 친숙하기도 하죠.

남북청년들이 함께 하는 인권모임 '나우'의 김강남, 강예은, 그리고 영국에서 온 알렉스 젝슨 씨와 함께 꾸며왔던 <청춘만세>. 오늘부터는 알렉스를 대신해 미국에서 온 빌 스미스 군이 동참하게 됐는데요. 빌이 들려줄 미국이라는 나라, 그리고 미국의 문화는 청취자 여러분이 알고 있는 것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그리고 남한에서 만난 세 청춘들은 서로 어떤 얘기를 나누게 될까요? <청춘만세>, 새로운 가족을 함께 만나보시죠.

진행자 : 안녕하세요. 오늘 여러분도 보셨겠지만 새로운 얼굴이 있습니다. 알렉스를 대신해서 미국에서 온 빌 씨가 우리와 함께 이 시간 꾸며갈 텐데요. 먼저 환영합니다. 자기소개 간단히 부탁할게요.

빌 : 감사합니다. 처음이라서 긴장했는데, 미국에서 온 빌 스미스라고 합니다. 남한에서 국제관계를 공부하고 있어요.

진행자 : 그 많은 나라 중에 어떻게 한국을 선택했을까요?

빌 : 저도 그런 생각 많이 했는데요. 사실 우리 할아버지가 6.25전쟁에 참전해서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됐고, 고등학교 다니면서 한국어도 공부하고 인터넷으로 남한 드라마도 자주 봤어요.

진행자 : 한국과 인연이 굉장히 깊은 분인데, 남한을 인터넷으로만 접하다가 직접 와보니까 어때요? 생각했던 것과 같나요?

빌 : 사실 무척 재밌어요(웃음). 남한은 24시간 먹을 수 있고, 노래방에서 노래도 부를 수 있고. 사람들이 밖에서 활동을 많이 해서 재밌어요.

진행자 :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들은 그 얘기를 꼭 하는 것 같아요. 24시간 뭔가 이용할 수 있고, 밤늦도록 술도 마시고 노래방도 갈 수 있고.

예은 : 한국 음식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과 가장 먹기 힘든 음식이 있다면요?

빌 : 저는 보통 점심 때 냉면을 많이 먹어요. 냉면하고 불고기. 그리고 저녁은 미국 사람이라서 삼겹살이나 고기.

진행자 : 낮에도 고기, 저녁에도 고기군요(웃음).

빌 : 힘든 것은 낙지. 조금 징그러워요(웃음). 지금은 좋아요.

진행자 : 낙지를 먹는 나라가 많지 않더라고요.

일단 방송 자체가 북한 청취자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북한이 미국에 대한 편견이 굉장히 심한데 어떻게 생각해요?

빌 : 상당히 안타깝습니다. 6.25전쟁이 일어났을 때 사실 미국과 소련의 다툼이었는데, 한반도에 그런 속담이 있죠.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 그 말처럼 한반도는 아무 이유 없이 미국과 소련 때문에 분단이 됐어요. 그래서 무척 유감스러워요. 그리고 미국에서는 북한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고, 북한에서는 미국에 대해 약간 안 좋게 배운다고 들었어요. 그런 부분은 북한과 미국, 남한 사람들이 서로 만나서 오해나 갈등을 풀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진행자 : 예은 씨는 미국 사람, 미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어떤 생각이 들어요?

예은 : 미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딱히 떠오르는 생각은 없지만 그래도 저희에게는 친숙한 나라예요. 왜냐면 세계적인 문화가 미국에서 흘러오기 때문에 저희는 그 문화에 익숙해져 있어서 미국이라는 나라가 멀게 느껴지지 않고. 그리고 6.25전쟁 이후로 사실상 미군이 남한에 주둔하면서 도와주기도 했고. 그러다 보니까 부모님 세대부터 쌓인 생각들이 저희에게도 은연중에 주입돼서 미국이 저희에게는 친숙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진행자 : 그렇죠, 아무래도 미국의 음악이나 영화를 상당 부분 접하고 있고, 일상에서 흔히 쓰는 휴대전화 같은 것들도 미국제품이 많다 보니까 그냥 미국이라는 나라, 친한 나라 이런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강남 씨는 많이 다를 것 같은데요?

강남 : 저는 북한에서 어렸을 때부터 미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미국 승냥이 이런 식으로 교육을 받았어요. 그런데 사람인지라 생각의 한계를 넘게 되는 순간이 있잖아요. 중학교 올라가서 그런 생각을 했어요. 미국의 정치가 나쁜 것이지 미국 사람들은 괜찮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갖게 된 계기가 유니세프라고 유엔의 지원을 저희 학교가 받았어요. 그때 받은 수건에 USA, 미국이라는 표시가 가위로 다 잘렸다는 걸 알게 됐어요. 우리한테 선물을 주는데 미국이 적힌 상표를 가위로 다 잘랐는데, 실수로 한 개가 남았던 거예요. 제가 그때 학생회장이라서 친구들한테 나눠주다가 그걸 갖게 됐거든요. 어떻게 보면 정말 역적인데, 북한에서는. 그때 미국에서 북한에 이렇게 관심을 갖는구나, 우리는 어려서부터 원수라고 배웠는데 원수가 우리를 도와주는구나... 생각이 복잡해졌죠.

또 남한에 와서 이렇게 미제국주의자들을 보고 있잖아요. 그냥 사람이에요. 청취자 여러분에게 인간 대 인간으로, 경험자로서 말해주고 싶은 건 미국 사람들 보면 물론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착한 사람들이 많고, 남을 배려하고. 선진국에서 태어나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무척 도덕적이고 우리가 배워야 할 점도 분명히 많다고 생각하고요. 그런 선입견은 정말 잘못된 교육이라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었어요.

진행자 : 그래요, 남한도 미국과 친숙한 관계이지만 정치적으로 사상적으로 대립하는 부분은 분명히 있고, 그런 점에 대해서는 남한 내에서도 시위를 통해 의견을 개진하기도 하고요. 그것은 정치적이고 이념적인 부분이지 나라나 사람 간의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북한은 그것을 왜곡해서 전달하는 거죠.

강남 : 제가 지금 나우라는 인권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잖아요. 그 단체도 미국 친구 때문에 만들어지게 됐어요. 그 친구가 우리 대표(나우)님하고 같이 있었는데, 그 사람이 먼저 북한 인권에 관심을 가져서 대표님이 부끄러워서 시작하게 됐대요. 남한에 와서 느낀 건데, 남한에서 태어난 한국인보다 약자를 더 생각하고 약자의 편에 서는 사람은 오히려 외국인들이 더 많더라고요. 분명히 우리 한 핏줄이고 한 민족인데, 지금 북녘에서 굶주리는 사람들을 돌보는 게 분명히 우리 한국인의 일인데 이것을 오히려 외국인들, 우리가 원수라고 생각했던 미제국주의자들이 하는 걸 보고 정말 충격을 받았던 것 같아요.

진행자 : 그 부분은 제가 남한 사람 입장에서 대변을 좀 하자면 6.25전쟁 이후에 남한 역시 모든 것이 파괴됐잖아요. 60년이라는 시간 동안 재건이 된 건데. 그 시간 동안 남한은 비약적으로 발전했지만, 인권 등의 문제를 다루기 시작한 지는 역사가 깊지 않아요. 그 부분은 남한 역시 더 배우고 풀어나가야 할 과제고, 남한 내 사람들의 인권을 생각하게 된 것도 얼마 되지 않았어요.

강남 : 제가 지금 인권 관련 수업을 듣고 있는데요. 남한에서 인권이라는 것을 다루게 된 게 기자님 말씀하신 것처럼 20년 정도 밖에 안 됐대요. 그래서 많이 놀랐어요.

진행자 : 남한은 남한 살기도 바빴던 거죠. 강남 씨가 늘 말하잖아요. 북한 사람들이 먹고살기 바빠서 이런저런 걸 다룰 여유가 없다. 그걸 남한도 지금껏 겪어왔고, 이제 조금 다른 것들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 같아요. 그래서 남한 사람들 이런 얘기 많이 하잖아요. '아직 멀었어, 한국은 아직 멀었어.' 그게 아직은 해나가야 할 것들이 많기 때문인 것 같아요.

자, 빌 씨 오늘 이렇게 북한 청취자들을 대상으로 방송을 해봤는데 소감을 얘기해 볼까요?

빌 : 얘기하는 것은 아주 좋고, 감사하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어요. 이렇게 북한까지 얘기를 전달할 수 있는 방송이 있어서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얘기하면서 여기 남한에서 자주 쓰는 말이나 영어를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 생각하다 말을 잘 못하게 되고. 어떻게 말하면 청취자들이 이해할 수 있을까...

진행자 : 빌 씨가 말한 것처럼 세계의 많은 사람들을 만나든, 남한의 어떤 사람을 만나든, 왜냐면 젊은 친구들이 즐기는 문화가 비슷하고 영어도 단어 정도는 자유자재로 사용하기 때문에 말하는 데 불편함이 없는데 북한의 청취자들을 대상으로 할 때는 사실 우리가 지금까지 말을 할 때도 영어 단어를 북한식으로 바꾸거나 아니면 북한에는 없는 문화들이 있으니까 그런 부분을 얘기하기 참 힘든데, 특히나 빌 군은 오늘 처음이라서 정말 힘들어하는 모습에 새삼 정말 문화차이가 있다는 걸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예은 : 그럼 북한에서는 영어 안 배워요?

강남 : 영어를 배우는데, 영어에 관심이 없어요. 남한에서는 취업에 영어가 필수라고 생각하는데, 북한의 필수는 혁명역사 1, 2, 3이에요. 수령의 우상화 교육이 먼저인 거죠. 그 다음 국어나 수학, 영어는 가장 끝. 북한에서도 관심 있는 친구들은 영어를 잘해요. 그리고 옛날 어르신들은 러시아어를 배웠어요. 러시아어가 폐지된 지 20~30년도 안 됐어요. 지금 젊은이들은 영어를 배우는데 안 하니까. 먹고사는 게 먼저니까요.

빌 : 그런데 대화하면서 영어 꺼내면 불편한 시선이나 편견이 있지 않을까요?

강남 : 그렇지는 않아요. 영어를 미국에서 쓰는 단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배울 때 영국식이고, 영어는 영국뿐 아니라 세계 어디서든 쓸 수 있다고 말해주거든요.

예은 : 그런데 사실 미국 때문에 영어를 배우는 거잖아요. 미국이 전 세계 경제를 주도하니까...

내레이션 : 남북한, 그리고 미국인 청년이 처음으로 만난 자리. 그저 서로 만나 인사를 하고,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데도 수많은 얘깃거리들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서로 잘 알지 못하고 낯선 부분, 다른 점이 있더라도 이렇게 대화를 통해 알아가고 친숙해질 수 있는 것이겠죠? 그래서 교류라는 것이 중요할 테고요.

강남, 예은, 빌... 세 사람이 들려주는 청춘들의 생각과 살아가는 이야기. 다음 시간에는 어떤 얘기가 준비돼 있을까요?

<청춘만세> 오늘은 여기서 인사드리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윤하정이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