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흰 옷을 입은 날, 영락없이 음식물을 흘리고 출근이 늦은 날, 항상 정시에 도착하던 버스는 오지 않습니다. 꼭 한껏 멋을 내 옷을 차려 입은 날, 비가 쏟아져 엉망이 되어 버리죠.
우리는 이런 것을 '징크스'라고 하죠.
그런데요. 생각해보면, 흰 옷 입은 날만 음식을 흘리나요? 사실 저 좀 잘 흘리고 먹거든요. 그리고 제가 늦은 거지, 버스가 늦은 건 아닐 겁니다. 한껏 차려 입은 날, 미리 기상청 일기 예보를 확인했다면 우산을 준비했을 테고요. 우리가 생각한 '징크스'는 사실은 대부분 미연에 예방이 가능했던 것, 혹은 내 마음만 바꾸면 피할 수 있는 일이라는 거죠.
사실 저는 '비오는 날'에 대한 징크스가 있어서 요즘 같은 장마철이 반갑지 않은데요. 이번엔 생각을 바꿔 보려고요.
올 여름 쏟아지는 빗방울 개수만큼 행복해질 거라고 말입니다.
안녕하세요. <청춘만세> 진행에 권지연입니다. 남북청년들이 함께하는 인권모임 '나우'의 이주영, 최철남 씨와 함께 '장마철'에 대한 이야기 나눠 봅니다.
진행자 : 안녕하세요.
이주영, 최철남 : 안녕하세요.
진행자 :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어요?
이주영 : 많이 바빴습니다.
최철남 : 저도 많이 바빴습니다. 지난번에 했던 북한 장마당 행사가 무척 잘됐었거든요. 그래서 다시 하기로 했습니다. 그 준비를 또 하고 있어서 많이 바쁩니다.
진행자 : 벌써 7월입니다. 장마철인데요. 장마철하면 떠오르는 것들, 뭐가 있나요?
최철남 : 장마철하면 습도죠! 끈적거려서 잘 때도 짜증이 나거든요.
진행자 : 제가 어릴 때 제가 살던 지역에도 상습 침수 지역이 있었어요. 그래서 초등학교 때 집이 물이 잠긴 아이들에게 학용품을 걷어서 주고 그랬던 기억이 있습니다. 주영 씨는 홍수 피해를 입었던 기억 없으시죠?
이주영 : 네, 제가 입은 적은 없습니다. 이제는 비가 와도 거의 잠기는 지역이 없죠. 그런데 북한은 지금도 홍수 피해가 많아서 목숨을 잃는 분들도 많고 그런 것들이 마음이 아픕니다.
올 해 장마는 조금 늦게 시작됐습니다. 장마가 시작됐다는 소식에 아무런 피해가 없길 바라며 장마철 대비 방법을 찾아봤습니다.
주변에 비가 새거나 무너져 내릴 곳은 없는지 강풍에 날아갈 만한 것은 없는지 집안 안팎을 살펴보고 점검하는 것은 필수, 침수나 산사태를 대비해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는 장소의 위치를 사전에 파악해 놓는 것도 필요합니다. 호우경보가 발효될 경우 정전에 대비해 이동 가능한 교통수단을 확인해놓는 것도 필요하죠. 집이 침수될 것으로 예상된다면 누전 차단기를 내리고 전기 공급을 즉시 차단해야 합니다. 침수가 이미 됐다면 긴급 구조 전화 119, 한국전력공사, 구청 등에 연락해 침수 상황을 알려야 하는 것도 기본! 이런 장마철 대비 요령 등이 신문 기사와 방송으로 제공되고 있는데요. 북쪽에서는 어떤 대비를 하고 계신가요?
최철남 : 북한은 워낙에 배수 시설이 안 되거든요. 한국처럼 아스팔트가 없고 흙길이니까 피해가 큰 것 같아요.
이주영 : 남한처럼 댐이 잘 건설되어 있는 것이 아니니까요.
최철남 : 비 오면 알아서 피해야 하고 내천도 비가 오면 물길이 변해요. 저희 집 바로 앞에 도랑이 있었는데 비가 오면 넘쳐요. 그리고 제일 걱정되는 것이 땔감 이었습니다. 젖으면 안 되니까요. 비가 올 것 같으면 밖에 있는 나무를 창고에 가져다 놓고 그랬습니다.
이주영 : 슬퍼요. 조선시대 그대로인 느낌이에요.
진행자 : 남쪽 사람들은 홍수 피해가 나면 이 사고가 어쩔 수 없는 자연재해인가 인재인가를 따집니다.
우리는 태풍, 홍수, 폭풍, 해일, 폭설, 가뭄 또는 지진 같은 자연현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를 자연 재해라 합니다. 인재는 사람의 실수로 인해 생기는 재해인데요. 그래서 인재로 인해 입은 인명과 재산 피해는 더욱 마음을 안타깝게 만들죠.
진행자 : 일어난 재해가 만약 인재였다고 판정되면 관련기관들이 뭇매를 맞기도 합니다. 북한도 그런가요?
최철남 : 북한은 그런 게 없어요. 그냥 다 자연 재해죠.
이주영 :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군요.
최철남 : 남한은 비가 오면 집도 무너지고 산에 올라갔다가 사망하고 그러면 뉴스에 나오고 국가에서 책임지라고 하잖아요. 그러면 또 정부가 말을 들어주고 그랬잖아요. 저는 그걸 보면서 참 좋은 나라라고 생각했습니다. 북한은 상상도 못할 일입니다.
진행자 : 남한은 홍수가 어느 지역에 났다고 하면 전국에서 자원 봉사자들이 가서 마음을 함께 합니다. 그런 건 어떤가요?
최철남 : 자원봉사를 하고 그런 게 없습니다. 모두 힘드니까요. 그리고 어느 지역에 홍수를 크게 입었는지도 뉴스에 잘 안 나옵니다. 이동의 자유도 없어서 다른 동네에 함부로 갈 수도 없으니까요. 북한에 홍수가 나면 오히려 외국에서 더 잘 알더라고요. 북한에 있을 때 정작 우리는 잘 몰랐어요. 어디에서 홍수가 났는지...
진행자 : 자연재해는 참 무섭습니다. 그 중에서도 물이 참 무서운 것 같은데요. 철남 씨는 북한에 있는 분들이 걱정 되겠네요.
최철남 : 북한에서 농사하는 분들이 걱정됩니다. 이번 장마에는 고향 분들이 큰 피해를 입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진행자 : 자, 장마철에 대비하는 우리의 자세,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요?
이주영 : 우산이요. 예쁜 우산이요. (웃음) 늘 휴대용 우산을 가지고 다녀야 할 것 같아요. 그리고 장마철에 식중독에 걸릴 염려가 있으니까 음식도 조심해서 먹어야 할 것 같아요.
최철남 : 제습기요. 습도가 높은 건 정말 참기가 힘들거든요. 장마철이 되면 지하철 이용할 때도 축축하고 인상 찌푸릴 일들이 많아지더라고요. 불쾌지수도 높아지니까 서로 조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진행자 : 장마철에 건강 잃지 않도록 더욱 주의하시고요. 서로 얼굴 찌푸리지 않도록 배려하는 것도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이주영, 최철남 : 감사합니다.
장마철이 되면 외부 자극에 대한 신체 반응이 더뎌져서 각종 질병에 걸릴 위험이 높아지고 체온 조절이 잘 안 되어서 내분비계, 신경계의 균형이 깨지고 면역력도 함께 떨어지게 됩니다. 그런데 더 걱정되는 건 마음입니다. 축축한 날씨 따라 마음도 축 쳐지고 울적해지기 쉽죠.
그럴 때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빗방울처럼 우리는 모두 혼자였지만 빗방울이 모여 강을 이루고 바다를 이루듯 우리 주변엔 나와 마음을 함께해 줄 많은 친구들이 있다는 걸 말입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권지연이었습니다. 함께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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