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새롭게!

사진은 여름방학을 맞은 탈북 대학생들의 강화도 역사탐방 모습.
사진은 여름방학을 맞은 탈북 대학생들의 강화도 역사탐방 모습. (RFA PHOTO/ 노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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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라고 부산을 떨며 새해 계획을 세웠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요. 한해의 절반이 훌쩍 지났습니다. 올해 초 가졌던 굳은 마음은 어디로 간 것인지... 실종 신고라도 내서 찾아오고 싶은 마음입니다.

돈도, 명예도, 권력도 아닌 처음 가졌던 순수한 마음, 결심을 찾고 싶은 이곳은 <청춘만세>고요. 저는 진행에 권지연입니다. 오늘도 남북 청년들이 함께 하는 인권모임 '나우'의 구성원들과 함께 할 텐데요.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으로 청춘 만세도 새 단장을 했습니다. 지철호, 이정민 씨 그리고 새로운 출연진을 소개합니다.

진행자 : 안녕하세요. '청춘만세'가 시작된 이래로 이렇게 많은 분들이 함께 하기는 처음인 것 같습니다. 어떤 분들이 모였을까 궁금해 하실 것 같은데요. 각자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지철호 : 안녕하세요. 저는 지철호입니다. 저는 3년차 방송을 하고 있고요. 제가 이번에 미국에 가게 돼서 새로운 얼굴들이 많이 투입됐는데 제가 없더라도 부족한 부분을 많이 채워주시길 바랍니다.

이정민 : 안녕하세요. 저는 이정민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여기까지는 자주 듣던 목소리죠? 미국에 가서 8개월 동안 공부하게 될 철호 씨를 대신해 3명의 구성원이 <청춘만세>에서 함께 하게 됐습니다. 남한의 대표 미녀 주영 씨와 북에서 온 미남총각 강남 씨와 철남 씨를 소개합니다.

이주영 : 안녕하세요. 저는 오늘 처음으로 함께하게 됐는데요. 저는 서울에서 태어났고요. 대학원을 다니고 있습니다. 전공은 사회학인데 북한 동포들에게 관심이 많아서 어울렸는데 이번에 기회가 돼서 함께 방송하게 됐습니다.

진행자 : 반갑습니다. <청춘만세>에 이렇게 남쪽 분이 함께 하기는 처음이죠. 저도 외모로 보면 북에서 왔구나... 하거든요. (웃음)

김강남 : 안녕하세요. 김강남 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진행자 : 두 번 방송했다고 인사가 짧네요.

그런데 외모가 확 바뀌어서 와서 저는 다른 분인 줄 알았습니다. 혹시 북에 계신 분들이 김수현 씨를 알까요? 한창 인기가 상승하고 있는데 저는 김수현 씬 줄 알았잖아요.

함께 : 오~!

김수현 씨는 최근 남쪽에서 무척 인기 있는 배우인데요. 김수현을 닮았다는 말에 강남 씨의 기분이 하늘을 나는 것처럼 좋아 보입니다. 그리고 전혀 북에서 온 티가 안 나는 이 분! 최근 취업도 했다네요.

최철남 : 안녕하세요. 저는 최철남이라고 합니다. 북한에서 2002년도에 남한으로 들어와서 현재 한국의 금융권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 금융권에서 일하려면 정말 공부 잘해야 하는데요.

최철남 : 운이 좋았죠.

진행자 : 공부도 잘하는데 겸손하기까지... 저희 <청춘 만세> 구성원들이 이 정돕니다. (웃음) 앞으로 함께하실 텐데 들으시는 분들이 많이 궁금해 하실 것 같아요. 그래서 탈북 할 때 얘기, 남한에 어떻게 정착하게 됐는지. 이런 얘기들을 해 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우리 주영 씨 같은 경우는 '나우' 에서 함께하면서 탈북자에 대한 생각도 많이 바뀌셨을 텐데 그런 얘기들을 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자, 제가 질문을 하나 던지겠습니다. 내가 가장 고생하면서 남쪽에 왔다.

모두가 마치 짠 것처럼 강남 씨를 지목합니다.

진행자 : 다들 제 2의 김수현 씨를 지목하시네요.

김강남 : 저보다 더 어렵게 온 사람들도 있다고 하는데 저는 총알 속에서 살아남았습니다. 제가 도망치는데 총알이 날아오더라고요.

진행자 : 어떻게 살아나신 거예요?

김강남 : 다 얘기하자면 길고 간단히 말하자면 삼십 육계였죠. 북한에 계시는 분들도 다 아시겠지만 잡히면 죽잖아요. 잡히면 죽는다고 생각하고 무조건 뛰었어요. 뛰고 또 뛰었습니다. 그리고 운 좋게 살았습니다.

진행자 : 달리기를 정말 잘 하시나 봐요.

김강남 : 달리기보다 정신력이 좋았죠. 잡히기도 했는데 내가 무조건 살아야겠다고 생각한 것이 북한에서 내가 사람들의 물건을 뺐고 훔치고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자유를 갈망한 것뿐인데 험한 취급을 받는 것이 억울하더라고요. 그리고 어차피 한 번 태어난 인생인데 너무 무의미하게 내가 죽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22호에 들어가면 죽을 목숨이니까 뛰다가 총에 맞아 죽는 것이 행복이라고 생각하자고 하고 뛰었는데 총알이 피해줘서 고맙고 대한민국까지 무사히 입국하게 됐습니다.

진행자 : 22호가 뭔가요?

김강남 : 22호라고 하면 정치범 수용소인데 특수 강도범들이 들어가는 곳인데 무기징역 받은 사람들이 가는 곳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남한은 무기징역은 사람을 죽이거나 이런 사람들이 무기징역인데 북한은 무기징역 가는 사람들이 김일성, 김정일에 대해서 나쁜 말을 하거나 어긋나게 행동하면 들어갑니다.

북에서 온 분들의 탈북 당시 상황은 모두 드라마 한 편으로 만들어도 될 만큼 짠하고 가슴 아픕니다. 그런데 강남 씨는 특별히 더 어렵고 힘든 과정을 거쳐 남쪽으로 올 수 있었습니다.

진행자 : 하늘이 강남 씨를 살려주셨네요. 선택받은 분이니까 앞으로 하는 일도 잘 되실 것 같고요. 철남 씨는 남쪽 분인 줄 알았어요. 옷을 참 잘 입으세요. 북에서도 옷 잘 입는다는 말 들으셨나요?

최철남 : 북한에서는 제가 고등학생이었습니다. 패션이라는 것이 따로 없고요. 교복 하나 입고 다녔습니다. 북한은 그런 거에 신경 안 쓰거든요. 있으면 주워 입고 개념이 없었는데 남쪽에 오니까 눈이 뒤집혀서 돈만 생기면 이것저것 사다보니까... (웃음)

진행자 : 지금도 보면 팔을 대충 걷은 것 같지만 계산 하에 걷은 것 같아요.

이주영 : 네. 맞아요. 그런 것 같아요. 대충해도 패션...

진행자 : 북에서 와서 남쪽의 금융계에서 일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텐데요.

최철남 : 그렇죠. 쉽지는 않았는데 금융권 회사에서 탈북자 대학생들이 금융권에서 경험 쌓게 하는 것이 있더라고요.

진향자 : 지원자가 엄청나게 많았을 것 같은데요?

최철남 : 네, 지원자가 많았다고 하더라고요.

진행자 : 일하는 것은 어때요?

최철남 : 일하는 것은 제가 좋아하는 일이다보니 어렵지는 않고요. 제가 원래 꿈이 경찰입니다. 이번에 졸업했고 경찰이 꿈이었는데 생각지 않게 금융권에 들어가서 진로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그냥 있으면 안정적인데 어떻게 할까 고민이죠.

진행자 : 어떻게 보면 행복한 고민이네요. 주영 씨는 '나우' 에서 함께한지 얼마나 됐나요?

이주영 : 1년 됐습니다.

진행자 : 예전에는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지만 이제는 1년이면 변합니다. 어떻게 '나우' 에서 함께하게 되신 건가요?

이주영 : 제가 '나우' 에 들어가게 된 것은 나우 회장님이 저희 교회에 오셨었어요. 그래서 얘기를 들으면서 그 전부터 제가 북한에 관심이 있었는데 '내가 관심 있는 일을 할 수 있겠구나' 생각했죠.

진행자 : 원래 남쪽 청년들이 북한에 관심을 갖기가 쉽지 않거든요. 계기가 있었나요?

이주영 : 제가 대학원에서는 사회학을 전공하고 있지만 학부에서는 정치 외교를 전공했거든요. 북한의 고난의 행군이나 이런 사실들을 잘 모르고 있었다가 2007년도에 특집 기사를 보고 그 현실을 알게 되고 우리 동포들이 이렇게 어려운 일을 겪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DMZ 넘어 북한에서 그런 일이 있었던 거는 사람들이 신경을 안 쓰는구나... 가슴이 아팠고 제가 도울 것이 있다면 돕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진행자 : 무척 예쁜 마음을 가지고 있네요. '나우' 에 와서 북에서 온 청년들이 많이 만나보잖아요? 어떠세요?

이주영 : 저는 너무 좋아요. 북한 친구들이 남한 친구들과는 조금 다른 면이 있는데 훨씬 순수하고 대하기가 편해요. 남한에서 살다보면 우리는 잘 사는 대신 각박한 것이 있잖아요. 그런데 북한 친구들을 보면 아직 어린이 같은 순수한 모습들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좋아요.

진행자 : 저는 처음에 기분 나빴어요. 왜냐. 예뻐요! (웃음) 저는 원래 정말 관심이 없었다가 이제야 관심 갖게 됐는데 저보다 깨어 있는 청년이구나 생각하게 됩니다. 자, 이제 떠나시는 지철호 씨! 이렇게 좋은 분들을 채워주고 가시니까 뭐라 할 수가 없는데 든든하시죠?

지철호 : 맘 놓고 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모습 보니까 뿌듯하고 떠나기가 아쉬운 것 같아요. 그러나 기회는 매번 있는 것이 아니니까요. 다음에 더 멋진 모습으로 방송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진행자 : 다시 올 수 있을까요? (웃음) 농담이고요. '나우'의 방송팀장을 맡아서 열심히 해주셨는데 그 자리를 이제 정민 씨가 메워 주시거든요.

이정민 :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북한의 실상과 남한의 실상을 함께 아우르고 있는 방송이니까 그런 점에 노력하겠습니다.

진행자 : <청춘만세>에서 그동안 말발과 미모를 담당하셨는데 오늘부로 밀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웃음)

'나우'는 70년 가까운 남북 분단이라는 민족의 비극 속에서 남과 북의 청년들이 함께 다가올 통일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만든 단체입니다. 이들은 주말 마다 모여 북한 주민들의 인권 문제를 알리는 깜빠니아를 벌이기도 하고 함께 모여 영어 공부를 하거나 대담, 강연 등을 통해 생각을 나누고 삶을 나누고 있습니다. 이렇게 한 솥 밥을 먹기 시작한 지 횟수로 4년이 됐네요.

진행자 : 지난 주 정민 씨와 방송을 하면서 '한솥밥을 먹는 것이 중요하다' 라는 말을 했었는데 이미 '나우' 에서 그런 일들을 하고 있잖아요. 남북 청년들이 함께하기에 이런 점이 가장 힘들었었다? 어떤 것이 있었을까요?

최철남 : 남한 친구들과 북한 친구들이 다른 점이 있습니다. 남한 친구들은 영화보고 문화생활을 즐기며 노는 것을 좋아하는데 북한 친구들은 그런데 관심이 덜하고요. 같이 앉아서 밥 먹고 맥주 한 잔씩 하고 남자들끼리 같이 자고 그런 걸 좋아하거든요. 남한 친구들은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데 북한 친구들을 우르르 몰려다니길 좋아하고요. 그런 점이 처음엔 힘들었지만 이제는 단체 안에서 북한 친구, 남한 친구 구별이 안 돼요. 서로 따지지 않고 요즘은 잘 어울립니다.

진행자 : 노는 문화의 차이를 말씀해주셨고 강남 씨는 어땠어요?

김강남 : 북한 말투가 톤이 높아요. 특히 함경북도 쪽이 더 그래요. 남쪽에 오니까 처음에 오해도 있고 싸우자고 하는 줄로 알고 그게 조금 달랐던 것 같아요.

진행자 : 이제는 오해가 풀리셨어요?

김강남 : 처음엔 북한 말로 하다가 제가 한국에서 제일 처음 간 곳이 거제도거든요. 경상남도 사투리를 씁니다. 그리고 우리 고향 사람들을 만나면 제 말투로 하죠.

진행자 : 그 오해를 주영이 누나가 제일 많이 하셨나요?

이주영 : 여자한테는 잘 해주더라고요. (웃음)

북에서 온 분들도 적응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했던 것처럼 남쪽 사람들에게도 어려움은 있습니다.

진행자 : 주영 씨 입장에서도 북한 친구들을 대할 때 괜히 조심스럽고 어려웠던 점이 있었을 것 같아요.

이주영 : 네. 궁금하긴 한데 뭘 물어봐야할지 어디까지 물어봐야 할지를 모르겠고 주저주저하면서 친해질 기회를 노렸던 것 같아요.

진행자 : 그런데 어떻게 하면 친해져요?

이주영 : 저는 친해지고 싶은 마음을 많았는데 조심조심 하다 보니 친해지기 힘들더라고요. 그래도 같이 활동하고 미소를 많이 보여주니까 친해진 것 같아요.

결국 열린 마음, 그리고 시간이 해결해 준다는 말이네요. 앞으로 <청춘 만세>를 통해서도 우리는 서로 삶을 나누고 생각을 나누고 더욱 친해지겠죠? 기대가 되신다면 이 분들의 각오와 바람을 들어주세요!

김강남 : 시작한 지 얼마 안됐어요. 사실은 많이 떨리기도 하고 내 마음이 잘 전달됐으면 좋겠습니다. 잘 하려고 합니다. 북한 사람들과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잖아요. 직접 보고 말은 못하지만 몇 만 명 중의 한 명은 들을 지도 모르니까요. 한국의 생활을 알려주는 대화 시간이라서 좋습니다.

최철남 : 방송을 진행하면서 북한의 사회가 정보가 통제된 사회인데 저희가 막중한 책임을 맡게 된 것 같아요. 북한에 계시는 분들이 방송을 들으면서 의심을 많이 하세요. 진짜일까? 거짓말 하는 게 아닐까? 생각하는데 나우 청년들은 진실만을 말하고 저희의 일상을 말하는 거니까요. 함께 나눌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진행자 : '믿어 주세요' 이런 거죠?

이주영 : 솔직히 지금도 제가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을 북한 동포 분들이 듣고 계신다는 것이 감이 안와요. 저는 작은 방 원탁에 앉아서 방송을 하고 있는데 상상을 해봤어요. 북한은 전기가 안 들어온다고 하잖아요. 어두운 곳에서 몰래 이불을 뒤집어쓰고 듣고 계실 분들을 상상해 봤는데요. 만나서 반갑다고 말하고 싶고요. 여러분이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제가 어떤 것들을 해야 할 지 찾아서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정민 : 제일 중요한 것은 저희 방송이 1%의 희망이라도 전해진다면 긍지를 가질 것 같습니다. 처음 시작했던 마음으로 노력하겠습니다. 진행자 : 청취자 분들도 기대 많이 하고 계실 것 같은데요. 이 안에서 이미 작은 통일이 이루어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앞으로도 파이팅 합시다. 모두 함께: 청춘 만세!

영어와 친해지려면 많이 들어야 하고 남녀가 친해지려면 살짝 살짝 부딪히는 터치가 중요하다고 합니다. 그리고 가족이 친해지려면... 함께 하는 시간을 많이 만들면 됩니다.

남과 북이 친해지기 위해서도 함께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함께한 오늘 하루만큼 더 친해져 있으리라 믿으며 <청춘만세> 오늘은 여기서 마칩니다. 함께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