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그리고 해외 청년이 함께 하는 청.춘.만.세
강남 : 안녕하세요. 김강남입니다. 북한을 떠나온 지도 어느덧 5년이 됐습니다. 저의 꿈은 경찰입니다. 앞으로 통일된 한반도에서 약자의 편에 서는 경찰이 되고 싶어서 경찰 관련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예은 :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강예은입니다. 남한의 청춘들처럼 호기심 많은 평범한 학생이고요. 남북통일과 북한 사람들의 삶에 대해 관심이 많아서 함께 하게 됐습니다. 이 자리에서 다들 즐겁게 얘기를 나눴으면 좋겠네요. 반갑습니다.
빌 : 안녕하십니까? 저는 미국에서 온 빌 스미스입니다. 국제대학원에서 국제관계를 공부하는 학생입니다. 한국으로 온 이유는 한미관계 개선이나 한반도 평화, 그리고 미래를 위해 노력하고자 왔습니다.
진행자 : 그리고 저는 이 청춘들과 함께 하는 진행자 윤하정입니다.
INSERT. 한국전쟁 65주년 호국영령 추모식 현장
우리 민족 최대의 비극이었던 6.25전쟁이 일어난 지 65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특히 올해는 광복 70주년인 동시에 우리나라가 남북으로 분단된 지 70년이 되는 해로서 그 의미가 더욱 각별히 느껴집니다. 먼저 이 땅의 자유와 평화를 수호하기 위해 고귀한 목숨을 바치신 호국영령들과 유엔군 참전 용사의 영전에 머리 숙여 명복을 빕니다.
내레이션 : 한국전쟁 65주년 호국영령 추모식 현장의 모습을 잠시 전해드렸습니다. 남한은 올해 광복 70주년, 분단 70년을 맞아 그 의미를 되새기는 다양한 사업들이 진행되고 있는데요. 특히 광복절이 있는 8월까지 다채로운 행사가 열릴 예정입니다. 북녘은 어떤가요? 나라를 되찾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남북으로 갈라진, 한민족에게 가장 비극이었던 전쟁이지만, 65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면서 지금의 세대에게는 멀게만 느껴지는 그야말로 역사 속의 전쟁이 된 것 같습니다. 아직 남북한은 전쟁을 끝낸 것이 아니라 휴전 상태인데 말이죠.
남북청년들이 함께 하는 인권모임 '나우'의 김강남, 강예은, 그리고 미국에서 온 빌 스미스 군과 함께 하는 <청춘만세>. 우리 청춘들은 지금의 분단된 남북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요? <청춘만세> 시간에 함께 들어보시죠.
진행자 : 안녕하세요. 며칠 전이 6월 25일, 6.25전쟁이 일어난 지 65년 되는 날이었어요. 한반도에서 가장 비극적인 날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날 어떻게 보냈나요?
예은 : 저 같은 경우는 6.25 전쟁의 참혹한 현장과 지금까지 남북 관계를 자세히 써놓은 기사가 있어서 아주 뜻 깊게 읽어봤어요.
진행자 : 6월 25일이 한국전쟁이 일어난 날이라는 것에 대해 특별히 생각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아요.
강남 : 그렇죠,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데서 일하는 사람들이 아니면 대부분 누가 '오늘이 6.25야'라고 말을 해야만 기억하는 것 같아요. 아픈 현실이죠.
예은 : 네, 텔레비전이나 신문 같은 매체를 통하지 않으면 6월 25일이 그냥 지나가는 것 같아요. 여느 다른 날과 다름없이.
진행자 : 북한에서는 어때요?
강남 : 북한에서는 전쟁영화를 텔레비전에서 많이 보여줘요. 그것도 정전이 돼서 잘 보지는 못하지만, 평양에서는 세 개 방송에서 교대로 6.25 전쟁영화를 보여주면서 첫째도 둘째도 북침했다는 거죠, 북한이 침략당한 날. 애들한테도 전쟁 관련 공연이나 행사를 많이 하는 날이에요.
예은: 그날에 대해서 더 생각할 수 있는 기회는 있을 것 같아요.
강남 : 당연히 남한보다는 많죠. 왜냐면 북한은 공동체 생활을 많이 하니까 직장이나 기업소에서 일을 정지하고 6.25 관련 교육을 하기 때문에 6.25에 대해서는 북한이 남한 사람들보다 더 많이 알고 있지 않나 생각해요.
진행자 : 그런데 어떻게 알고 있느냐가 중요하겠죠?
강남 : 그렇죠, 그걸 북침으로 알고 있고, 남조선 괴뢰도당들이 침략해서 북한군은 정당방위로 서울까지 밀고 나갔던...
예은 : 저희는 반대로 남침을 당했다고 교육 받아왔어요. 6월 25일에 북한군이 3.8선을 넘어 쳐들어와서 사흘 만에 서울이 점령당했다고 학교에서 배웠거든요. 정반대로 배운 거네요.
강남 : 아마 북한에서 독재를 유지하는 데 역사적으로 왜곡하는 게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침략했다고 하면 옳지 않다는 생각을 누구나 하게 되잖아요.
진행자 : 그럼 강남 씨는 남한에 왔을 때 알고 있는 것과 전혀 다른 역사를 알게 된 거잖아요. 그때 충격이 대단했을 것 같은데요.
강남 : 그렇죠, 일단은 김일성 일가나 모든 북한 내부의 상황을 남한에 와서 알게 됐어요. 북한에서는 몰랐어요. 그리고 전쟁도 남한이 먼저 침략한 거라고 어려서부터 23년 동안 들었기 때문에 남한에 와서 한순간에 달리 생각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그만큼 공부를 많이 했던 것 같아요. 6.25 관련 기록영화나 책들을 보면서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시간을 기다렸어요. 결국은 남한에서 국군이 밀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 등을 종합해서 보면 확실한 남침이 맞는 것 같더라고요.
진행자 : 북한에 있는 친구에게 알려준다면 어떨 것 같아요?
강남 : 일단 깜짝 놀라겠죠. 제가 놀랐던 만큼 놀랄 걸요. 저는 남한에 와서 그 소식을 들었는데도 많이 놀랐는데, 북한 현지에 살고 있는 친구에게 말하면 더 놀랄 것 같아요.
예은 : 전혀 상상도 못했을 것 같아요.
진행자 : 북한에서 특정 부분에 대해 왜곡을 하지만 현지 사람들도 알면서도 속아주는 게 있잖아요.
강남 : 이건 전혀 그렇지 않아요. 어려서부터 전쟁은 남조선 괴뢰도당들이 북한을 침략해서 북한이 조국통일을 위해서, 미제 침략자들이 남조선 인민들을 강점하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해방시키기 위해 우리가 싸우고 있다고 들었거든요. 어려서부터 계속 듣다 보면 이게 정답이 되기 때문에 제가 남침이라고 말하면 저를 나쁜 사람으로 생각할 것 같아요.
예은 :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다른 매체를 접할 수 있는 통로가 없잖아요. 그러니까 그게 당연히 진실이라고 믿을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진행자 : 사실 빌 군은 할아버지께서 6.25 전쟁에 참전하셨잖아요. 아마 어렸을 때부터 얘기를 종종 들었을 것 같아요.
빌 : 우리 할아버지가 살아 계셨을 때 북한군이 남한에 와서 서울을 점령하고 부산까지 갔다 맥아더 장군이 인천상륙작전 성공했다고 들었어요.
제가 처음 한국에 가겠다고 했을 때 친척들이 가지 말라고 했어요, 위험하다고(웃음). 우리 할아버지 여기 있었을 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아주 큰 차이가 있잖아요. 친척들은 남한이 얼마나 발달했는지 몰라서 가지 말라고 했어요.
진행자 : 맞아요, 지금 전쟁이 일어난 지 65년이 됐잖아요. 65년 전과 지금을 비교하면 정말 많이 달라졌는데, 그동안 지금의 세대들은 전쟁을 다 잊어버린 것 같아요. 실제로 주변에서 6.25전쟁을 겪었거나 그런 분들을 만나본 적이 있어요?
강남 : 저는 북한에 있을 때 친척 할아버지가 전쟁에 참전했는데 농사를 지으셨어요. 그래서 제가 많이 갔는데, 전쟁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셨어요. 처음에는 우리 고향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에 총을 겨눴대요. 그런데 겁이 나서 함부로 총을 쏘지 못했다고. 그러다 폭격기가 와서 폭격을 당하고, 옆에서 같이 밥 먹던 친구가 갑자기 다리가 끊어지고 죽는 모습을 보면서 한 발 쏘고, 저기서 두 발 쏘면서 점점 열기가... 그렇게 시작됐다고 하시더라고요.
진행자 : 처음에는 남북한이 한 민족인데, 남북한이 아니라 어떤 사람이더라도 서로 총을 겨누기 쉽지 않았을 텐데, 총알이 왔다 갔다 하다 보면 내가 살기 위해서라도 어쩔 수 없이 총을 겨누지 않았을까 싶어요.
예은 : 저는 할머니께서 예전에는 정말 부유하게 사셨다고 들었어요. 그 당시에 증조할아버지가 바이올린을 연주할 정도로. 그런데 전쟁을 겪으면서 집안이 풍비박산이 나서 정말 힘든 일을 겪었다고 들었어요.
빌 : 우리 할아버지는 전쟁에 대한 얘기를 많이 꺼내지는 않지만, 비극적이기 때문에. 그런데 전쟁이 얼마나 안 좋은지, 사람들이 얼마나 피해를 보는지 많이 얘기 하셨고. 폭탄으로 나무들이 하나도 없고, 집이나 건물들이 무너졌다는 얘기 많이 들었어요. 그래서 '전쟁은 무척 비극적인 거구나!' 생각했어요.
진행자 : 전쟁을 3년 동안 했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모든 게 파괴되고, 먹고살기도 힘든, 생명을 유지하기도 힘든 그런 나라가 돼 버렸죠. 그런데 지금 보면 다들 주변의 할머니나 할아버지를 통해서 들은 거잖아요. 어떻게 보면 그만큼 세대가 멀어져 가면서 전쟁이 우리 얘기가 아니라 머나먼 얘기가 돼 버린 것 같아요. 그래서 아마 영화나 드라마나 수많은 매체를 통해서 전쟁에 대해 다시금 일깨워주는 시간을 갖는 게 아닌가 싶어요.
최근에 보니까 남한에서는 예능 프로그램이라고 하잖아요. 오락방송에서 6.25관련 특집으로 꾸몄는데, 연예인들이 유해발굴단으로 활동하는 모습을 보여줬어요. 6.25전쟁 당시 3백만 명이 사망했는데, 그때 숨진 사람들 가운데 시신이 발굴된 경우가 극히 적다고 하죠. 그래서 아직도 한반도의 어딘가에 묻혀 있는 유해를 찾아내서 가족들에게 보내드리는 건데, 그 방송을 다 봤나요?
강남 : 네, 저는 일단 오락 방송에서 무거운 주제를 다뤄서 처음에는 부담을 갖고 봤는데, 보다 보니까 많이 가슴이 아프고. 거기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유해 한 구 찾아서 현장을 파기 시작하는데 가락지가 나오는 거예요. 그 분이 엎드려서 불편한 자세로 계셨는데, 가락지가 나오니까 아마 결혼했던 사람이다, 그러니까 가족도 있었을 텐데... 그걸 보면서 저는 북한에서 태어났고, 모든 가족이 북한에 있잖아요. 그래서 가족 간의 이별이 많이 공감되고 가슴 아팠던 것 같아요. 전쟁은 정말 가슴 아픈 일이고, 정치적인 싸움인데 국민들이 무차별하게 죽고...
예은 : 유해발굴단이 갔던 곳이 강원도 화천지역이잖아요. <고지전>이라는 영화에서도 한 번 나왔는데, 마지막 7월 27일 정전협정이 발효되기 전에 그 마지막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서 치열하게 전투했던 곳인데...
내레이션 : 남한에서는 지난 2000년, 6.25전쟁 발발 50년을 기념해 전쟁에서 숨진, 아직 한반도 어딘가에 묻혀 있는 분들의 유해를 발굴해 가족에게 보내주는 사업이 시작됐습니다. 지금까지 8천5백여 구가 발굴된 상태라고 하는데요.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합니다. 그리고 일요일 저녁, 사람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보는 텔레비전 방송에서 친숙한 연예인들이 유해발굴단 체험에 나서 시청자들에게 자연스레 잊힌 참전 용사들을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 같습니다. 우리 청춘들은 유해발굴사업을 보며 어떤 생각을 했는지, 그리고 전쟁의 참혹함을 잊지 않기 위해 또 다른 어떤 활동들이 있는지 다음 시간에 계속해서 들어보겠습니다.
<청춘만세> 오늘은 여기서 인사드릴게요. 지금까지 진행에 윤하정이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0:00 / 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