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에서 생활하는 청년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청춘만세> 저는 진행자 윤하정입니다. 먼저 이 시간을 함께 꾸며갈 세 청년을 소개할게요.
클레이튼 : 안녕하세요, 미국 켄터키 주에서 온 클레이튼입니다. 한국에 거주한 지 7년 됐고, 한국 회사에 다니고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강예은 : 안녕하세요, 강예은이라고 합니다. 러시아어를 전공하고 있는 학생입니다. 제가 살아갈 세상과 통일 한반도에 관심이 많은 사람으로 많은 이야기를 통해 서로 이해를 넓혀갔으면 좋겠습니다.
광성 : 안녕하세요, 서울에서 회사 다니고 있는 정광성입니다. 고향은 함경북도 회령시고, 남한에 온 지 11년 됐습니다. 북한 청취자 여러분을 위해 좋은 소식 전해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진행자 : 안녕하세요. 무척 덥습니다. 다들 더위를 피해 산으로 들로 바다로 놀러 가는데 청년들의 경우 마음 놓고 놀러 가지도 못하는 것 같아요?
예은 : 청년들 모두 그런 건 아니고요.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마음껏 놀 수가 없죠. 왜냐면 9월부터 하반기 공채 시즌이라서 기업에서 직원을 뽑는다고 공지를 해요. 그걸 준비하는 사람들은 방학도 없죠.
진행자 : 예은 씨는 대학 다음 교육기관인 대학원을 다니고 있고, 클레이튼이나 광성 군은 직장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에 큰 부담 없이 7월을 즐길 수 있겠지만 대학교 4학년, 특히 졸업을 앞둔 친구들은 휴가는 생각도 못할 거예요. 남한에서 직장 구하기가 힘들다고 하는데 여러분도 피부로 느꼈나요?
예은 : 무척 많이 느꼈어요. 저는 대학원에 바로 진학해서 잘 모르지만 저희 동기들을 보면 2년 동안 준비했는데도 잘 안 돼서 결국 눈높이를 낮춰 자기가 원하는 직종이 아니더라도 들어가서 일하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만족을 못하는 거죠. 일단 월급이 적고, 자기가 원하는 분야가 아니니까.
광성 : 저도 졸업 후 7개월 만에 입사를 하긴 했는데, 제가 생각했던 곳은 아니었어요. 그 전에 시험을 몇 번 보다 안 되니까 조급함이... 처음에 생각했던 게 안 되면 조급해서 거의 집에만 있고 친구들도 안 만나니까 우울증까지 생기겠더라고요.
클레이튼 : 저는 일단 마음이 너무 급해서 잘 살펴보지 않고 직장을 구했어요. 외국인이 가장 걱정하는 건 비자입니다. 졸업 후에 일자리를 구하는데, 마음이 너무 급하잖아요. 돈이 있어야 먹고 살 수 있으니까. 그래서 한 회사는 적성에 안 맞았지만 비자를 지원해줘서 일하게 됐는데 5개월 만에 관뒀습니다. 지금은 어느 정도 적성에 맞는 일 찾았습니다.
진행자 : 클레이튼이 말한 비자를 북한에서는 모르실 텐데, 외국인은 남한에 온 경우 교육기관에 소속돼서 공부를 하거나 정식으로 취직을 하지 않으면 머물 수 있는 기간이 한정돼 있잖아요. 그 기간이 지나면 남한에서는 나가야 하는 거예요. 그래서 일정 기간 안에 취업을 하지 않으면 클레이튼도 미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인 거죠.
그러니까 클레이튼과 광성 군은 쉽게 얘기하면 눈높이를 낮춘 거네요. 그럼 예은 씨 주변의 친구들은 주로 어떤 직업을 선호하나요? 요즘은 직업보다 직장이라는 말이 맞을 것도 같네요.
예은 : 일단 모든 청년들이 원하는 직장은 꿈의 직장이라고 하죠, 대기업이에요. 북한 청취자들도 들어보셨을 거예요. 삼성이나 LG, SK 등 30대 대기업이 있어요. 그런 곳을 선호하는 이유는 월급이 많고 복지혜택이 좋아요. 명절이나 기념일에 상여금을 주거나 자사 제품을 싸게 살 수 있거나.
진행자 : 자녀의 대학 등록금을 지원하기도 하죠. 대부분 그때까지 다니기는 힘들지만(웃음). 더 능력 있는 사람들이 들어오면 밀려나잖아요. 그만큼 경쟁이 치열한 거예요.
예은 : 하지만 이 회사에서 평생 일할 수 없어도 다른 직장으로 옮기고 싶을 때 대기업에서 일했던 경력이 유리하게 작용해요. 대기업이 아닌 경우에는 공기업, 공기업은 대기업보다 훨씬 안정적이에요.
진행자 : 보통 60세 정도까지는 정년이 보장되죠.
예은 : 네, 물론 들어가기는 힘들고 연봉이 대기업보다 낮지만 국가기관이다 보니 대기업만큼 업무적인 압박이 크지는 않아요. 그래서 공기업 다니는 분들 얘기를 들어보면 대기업 다니는 사람들과 회의를 하면 자기가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가도 계속 다녀야겠구나 생각하게 된대요. 대기업, 공기업이 아니면 공무원, 국가 조직에 소속돼 일하고 싶어 하죠. 그러려면 시험을 통과해야 하는데 그 시험을 준비하는 친구들이 주변에 엄청나게 많아요.
클레이튼 : 저도 미국에서는 공무원 되고 싶었습니다. 한국과 비교하면 미국 사람들은 공무원에 그렇게 많은 관심이 없습니다. 한국 친구들은 대부분 공무원 되고 싶어 하는 것 같아요(웃음). 그만큼 안정적인 일자리라서.
예은 : 실제 통계상으로도 취업준비를 한 사람 중에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해본 사람이 거의 50%래요.
클레이튼 : 미국 사람들은 공무원 시험 준비하더라도 다른 일을 하면서 해요. 6개월, 1년 동안 그 시험 준비만 하는 게 아니라 다른 일을 하면서 준비하는데 한국 사람들은 하루 종일 공무원 시험 준비만 해서 이상하더라고요.
예은 : 시험 과목이 많고 어려워요.
클레이튼 : 친구 중에 2~3년 준비하는 사람도 있더라고요.
예은 : 왜 그러냐면 9급은 1~2년을 필수로 준비해야 하고, 급수가 올라갈수록 고위직을 맡을 수 있어서 7급은 최소 2년은 준비해야 기본 지식을 닦을 수 있어요.
진행자 : 이 공무원 시험 자체가 1년에...
예은 : 9급은 두 번 정도 있어요.
진행자 : 그러니까 2~3년 준비한다는 게 한 번에 합격을 못하면 다음을 준비해야 하니까 그렇겠죠.
남한에서 취업난이라고 하지만 이른바 중소기업, 대기업보다는 규모나 월급, 복지가 적은 회사의 경우 일할 사람을 못 구해서 어려움을 겪고 있거든요. 그런데 남한의 청년들은 모두 좋은 직장을 들어가려고 하니까 균형이 안 맞는 거죠.
예은 : 실업률이 높은 이유가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이 너무 눈이 높다, 다들 대기업만 원한다고 하는데 대학생들이 4년 동안 투자했잖아요. 열심히 공부해서 졸업했는데 당연히 그에 합당한 월급을 받고 싶죠. 그런데 대기업에서는 오히려 고용을 줄였어요. 점점 취업의 구멍은 줄어들고 있고,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은 늘어나고 있잖아요.
진행자 : 그게 문제죠. 예은 씨가 4년제 대학을 나왔으니 그에 맞는 직장을 구하고 싶다고 했는데 남한에서는 70% 이상이 대학에 들어가잖아요. 그러니까 그 대학생들끼리 좋은 직장을 얻기 위해서 또 경쟁을 하는 거죠.
광성 : 저는 예은 씨 생각에 반대인 게 자기 꿈을 실현할 수 있다면 솔직히 그게 중소기업이든 대기업이든 상관없다고 생각해요. 물론 월급의 차이는 나겠지만. 요즘은 너무 대기업, 돈만 좇는 게 아닌가.
예은 : 물론 청년들이 실패를 하더라도 도전할 수 있는 정신이 필요한데 경기가 너무 안 좋다 보니까 안정적인 걸 원하는 거예요.
진행자 : 그래서 공무원이 인기가 많아진 거죠. 그럼 미국에서 청년들이 선호하는 직업, 직장은 어떤 거예요?
클레이튼 : 대기업 좋지만, 미국 친구들이 무조건 대기업, 공무원을 원하지는 않아요. 그것보다는 경험, 적성 등을 봐요.
예은 : 예전에 부모님 세대에는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있었잖아요. 한번 들어가면 거기에 뼈를 묻어야 된다, 그런데 미국이나 유럽은 그런 개념이 원래 없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자기가 원하는 직장으로 계속 옮기지 않나.
클레이튼 : 맞아요.
진행자 : 어쨌든 미국에서는 안정된 직장, 대기업보다는?
클레이튼 : 도전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한국 친구들은 무엇보다 안정적인 직장을 원하지만 미국 사람들이 좀 더 도전적이고, 창업하는 사람도 많아요.
진행자 : 하지만 미국에서도 대기업이나 금융업 등 많은 돈을 버는 직장이 인기가 많긴 하죠?
클레이튼 : 당연하죠, 사람들이 돈을 좋아하니까(웃음).
진행자 : 그럼 북한의 선호 직종은 어떻게 돼요? 광성 군은 학교 다닐 때 어떤 일을 하고 싶었어요?
광성 : 저는 그런 생각이 별로 없었어요.
예은 : 100% 취업 아닌가요?
광성 : 북한은 사회주의 체제라서 같이 일하고 같이 나눠 먹으니까 누구 하나 노는 걸 못 봐요. 그래서 몸이 안 좋은 사람 빼고는 다 취업을 해요. 저는 9살 때까지만 해도 경찰, 안전원이 되고 싶었어요. 그런데 저희 집안이 토대가 안 좋다 보니까 대학을 갈 수가 없더라고요. 북한에서는 직업을 가질 때 토대를 다 따져보니까 제약이 많아요. '나는 안 되는구나...'를 알게 되고 그냥 생각 없이 살았죠.
보통 선호하는 직업은 한 마디로 권력 있는 사람. 북한에는 뇌물이 통하니까 자기가 권력 있는 사람이 되면 뇌물이 많이 들어오죠. 그런데 지금은 무역회사를 좋아한대요. 중국과 무역이 늘면서 북한 국경 지역에 평양의 지사 정도 되는 무역회사들이 생겼거든요. 그리고 시간적으로 여유 있는 일을 선호해요. 요즘 북한에서는 공장, 기업소가 다 돌아가지 않아요. 전기도 부족하고, 원료도 없으니까. 그래서 출근도장 찍고 나가서 장사를 하는 거예요.
진행자 : 남한으로 치면 '투 잡'이네요? 두 가지 일을 하는 거죠.
광성 : 네, 출근을 안 해도 돈을 내면 제재가 없대요. 그래서 회사에 적만 두고 장사를 하는 사람이 많아요. 많이 바뀐 거죠. 예전에는 권력을 원했다면 이제는 돈을 많이 벌고 싶어 하는 것 같아요.
진행자 : 남한과 비슷하네요(웃음).
광성 : 꿈이나 이런 건 전혀 상관없죠. 북한에서는 17살 정도에 졸업하면 졸업장이 나한테 오는 게 아니라 노동과로 넘어가서 거기에서 배치를 해줘요. 거기서 돈을 좀 쓰면 편한 직장으로.
진행자 : 그럼 무역회사도 그렇게 가는 거예요?
광성 : 무역회사는 채용을 해요.
진행자 : 공개채용을 해요?
광성 : 공개채용은 아니고, 아는 사람들로. 정식 회사는 평양에 있고, 지방은 지사 개념이라서 공개채용은 없어요.
진행자 : 특별채용이네요, 그럼 그 과정에서도(웃음)?
광성 : 그렇죠, 뇌물 같은 게 있을 수 있죠. 돈 없고 힘없는 사람들은 탄광 같은 곳에서 힘든 일을 하는 거예요.
진행자 : 적성이라는 건 찾아볼 수 없겠네요.
광성 : 적성도 없고, 꿈도 꿀 수 없어요. 하지만 집안의 토대가 좋고 돈이 있으면 대학 가서 군대도 절반만 다니고 졸업 후에는 선생님도 할 수 있고 안전원도 할 수 있고. 하지만 북한에서는 토대가 안 되는 사람이 절반 이상이니까.
진행자 : 그럼 광성 군이 남한에 오지 않았으면 어떤 일을 하고 있을 것 같아요?
광성 : 회령의 작은 기업소에서 일하고 있겠죠.
청취자 여러분은 지금 어떤 일을 하고 계시나요? 적성에 맞는, 하고 싶은 일인가요?
남한은 요즘 직장을 구하기가 그렇게 힘들다는데 탈북민이나 외국인은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요? 이 얘기는 다음 시간에 나눠보겠습니다. <청춘 만세> 오늘은 여기서 인사드릴게요. 지금까지 진행에 윤하정이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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