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한 다문화 사회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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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한국음식 100선' 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외국인이 좋아하는 한국의 대표 음식 100종에 대한 표준 조리법과 기본 영양소, 식재료에 관한 정보가 담긴 조리서인데요. 이 책에서 소개하는 음식 가운데 외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 1위는... 바로 비빔밥입니다.

여러 가지 남새와 고기, 재료가 어우러져서 맛을 내는 비빔밥은 저도 참 좋아하는데요. 불현듯 '지금 우리 사회는 비빔밥처럼 잘 어우러져 맛을 내고 있는가?' 라는 생각이 듭니다.

안녕하세요. <청춘만세> 이 시간 진행에 권지연입니다. 남북 청년들이 함께하는 인권모임 '나우'의 이정민, 김강남, 김재동, 강철 씨와 함께 '성숙한 다문화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 봅니다.

진행자 : 안녕하세요.

이정민, 김강남, 김재동, 강철 : 안녕하세요.

진행자 : 어떻게 지내셨어요?

김재동 : 저는 요즘 영어 공부 하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진행자 : 그럼 영어 실력이 좀 늘었어요?

김재동 : 아니요.<웃음>

이정민 :저는 운전면허증을 따려고요. 필기시험에 합격했습니다.

김강남 : 저는 워드 프로세서 자격증을 따기 위해 준비 중입니다.

진행자 : 다들 열심히 살고 있네요. 그리고 지난주에 이어서 강철 씨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강철 씨는 지난 주 첫 방송해보니 어떠셨어요?

강철 : 처음엔 당황했는데 이제는 괜찮습니다.

진행자 : 이제는 우리나라도 다문화 사회에 진입했습니다. 다들 인식하고 있을 겁니다. 어떨 때 가장 크게 인식 하세요?

김재동 : 저는 이태원처럼 외국인이 많은 곳에서 지하철을 탈 때 많이 느낍니다. 외국인들이 한국말을 정말 잘하는 것을 볼 때 다문화 사회가 됐다는 것을 많이 실감합니다.

이정민 : 저희 동네에도 베트남 여성도 많이 보이고 동남아시아 여성들이 아이를 낳고 사는 가정이 꽤 많은 것 같습니다.

다문화 가정이란, 서로 다른 인종의 부부... 즉 내국인과 외국인이 결혼한 가정을 일컫는 말입니다.

'한 가족 내에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고 있다'는 의미인데요. 최근 다문화 가정의 범위가 점차 넓어지면서 한국인 남성과 결혼한 이주 여성 가족, 한국인 여성과 결혼한 이주 남성 가족, 이주 노동자 가족과 유학생, 탈북자 등까지 포함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 다문화 가정이 늘어나고 있는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김재동 : 얼마 전에 한 친구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다문화 가정이 늘어나면서 '다문화 가정 우선순위' 라는 것이 생겼다고 합니다. 어린이집에 입학하는 것도 우선순위로 배정되고 하는 것들이죠. 그래서 자국민들이 무척 피해를 입고 있다고 말하더라고요. 하지만 저는 다문화 사회로 가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고 말해서 논쟁이 붙은 적이 있습니다.

진행자 : 다문화 가족들은 혜택이 참 많긴 하더라고요.

이정민 : 저는 어쩔 수 없는 사회의 흐름이라고 생각합니다. 거기에 대해서 적응하는 것이 현명한 것 같습니다. 저 같은 경우도 우리 아이와 다문화 가족의 아이가 경쟁이 붙었는데 다문화 가정의 아이에게 우선권을 준다고 하면 좋지는 않을 것 같아요. 그런데 반대로 이렇게 생각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그 아이가 기회를 잡지 못해서 성공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겼다면, 그래서 그 아이가 사회적 약자가 된다면 잘 살고 있는 우리에게 줄 피해가 더 크다는 겁니다. 그래서 지금 현재 보듬어 주는 것이 미래를 위해 더 좋은 일이란 생각을 했으면 합니다.

남한에서는 다문화 가정들이 이 땅에서 편안하게 정착할 수 있도록 교육지원, 취업지원, 한국생활, 의료지원, 긴급지원, 생활지원과 같은 다양한 지원과 혜택을 주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생각이 엇갈립니다. 성숙한 다문화 정착을 위해 감내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 반면 자국민에 대한 역차별이라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데요. 확실한건 다문화의 증가 추세는 갈수록 늘어날 것이란 겁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건강한 다문화 사회로 가고 있는 걸까요?

김강남 : 저는 다문화사회가 됐다는 걸 생각하면 행복과 걱정, 두 가지 단어가 동시에 떠오릅니다. 다문화 가정이 많다는 것은 한국이 살기 좋은 나라라서 오는 거니까 행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걱정도 됩니다. 외국인 앞에서 우리가 한국의 좋은 이미지를 잘 보여줘야 하는데 일부 사람들이 차별을 하고 색안경을 끼고 봄으로 인해서 다문화 가정들이 상처를 받는 것들을 봅니다. 이들이 한국에 대한 좋지 않은 감정을 품게 될까봐 걱정도 됩니다.

김재동 : 저는 사람들의 편견이 가장 걱정입니다.

진행자 : 공감이 갑니다.

진행자 : 실제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같은 혼혈이라 해도 잘 사는 나라와 다문화를 이룬 가정인 경우에 대해서는 호의적인반면 동남아 같은 곳에서 온 분들에 대해서는 덜 친절하고 차별을 하는 경향들이 있다고 합니다. 우리에게는 그런 면이 없을까요?

이정민 : 저도 그런 것 같아요. 동남아 쪽에서 온 사람들을 보면 시선이 자동으로 갑니다. 그런데 그런 것들이 그 분들에게는 정말 실례가 되겠죠. 요즘 어느 방송에서 동남아 출신 배우가 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자기가 시집을 온 것이 돈 보고 팔려 왔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속상하다는 말을 한 것을 보고 마음이 아팠던 적이 있습니다.

남한이 다문화 사회로 급격한 변화를 맞이한 것은 1980년대 이후, 경제 규모가 확대되면서 부텁니다. 값 싼 노동력을 얻기 위해 남한에서는 저임금 외국인 노동자 고용 정책을 시행했습니다. 이 정책으로 어렵게 살던 많은 외국인들이 우리나라로 들어와 살기 시작했죠. 그리고 외국인 노동자들이 자연스럽게 남한 사람들과 결혼하면서 다문화를 이루기 시작했습니다. 한편 여성들이 시골에서 살기를 꺼려하면서 농촌에는 혼기를 놓친 남성들이 많아졌는데요. 이들이 빈곤하게 살던 외국 여성들을 데려와 살면서 다문화 가정이 늘어나게 됐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다양한 사회적 문제들을 만들어냈습니다.

김강남 : 다문화 가정이라고 하면 남자보다 여성을 먼저 떠올리게 됩니다. 다문화 가정의 인권을 존중해 줘야 합니다. 한국 내 여자들의 인권을 무척 강조하는데 다문화 가정의 여성들이 겪는 인권 피해는 말도 못한 것 같습니다. 한국 남자 분은 50대 이고 여자 분은 스무 살도 안 된 경우들이 있잖아요. 그걸 보게 되면 우리 북한 여자들이 중국에 인신매매로 팔려가잖아요. 그런 것들이 생각나서 슬프더라고요. 이걸 과연 합법적으로 생각해야 하는 건가 싶습니다. 그래서 법에서 결혼의 기준을 두었으면 좋겠습니다.

김재동 : 차별받는 정도를 수치화 할 수가 없잖아요. 강남 씨가 말한 것처럼 인권 조례 같은 것들이 필요할 것 같고요. 받을 수 있는 혜택이나 법 조항을 누구나 알 수 있도록 정보를 주는 것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정민 : 저는 강남 씨의 말을 들으면서 이런 생각이 듭니다. 저는 중국에 있을 때 정말 불행한 탈북자들을 수 없이 많이 봐왔습니다. 그래서 여기 와서 이렇게 얘기 했습니다. 나이 많은 남성에게 구타를 당하는 여성들의 얘기를 들어주고 그런 여성들에게 국적을 주고 하는 것들이 부러웠습니다. 탈북 여성들은 중국에서 죽음을 당해도 말을 못해요. 그런데 누구도 보호해주지 않습니다.

진행자 : 우리가 다문화 가정의 여성들을 보호해주는 만큼 우리 같은 민족, 탈북 여성들의 인권과 생명을 보호해 줘야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리고 한 가지 질문을 더 드리겠습니다. 탈북자들도 정책상으로는 다문화에 포함되어 있는데요. 이 문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정민 : 탈북자들 대부분은 우리를 다문화로 넣는 것을 무척 싫어합니다. 우리를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생각해야지 외국에서 들어온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말아달라는 겁니다. 저 같은 경우도 탈북자이기 때문에 받는 혜택이 있고 혜택을 받는 것은 좋았는데 외국인으로 취급받는 것 같아서 싫습니다.

김강남 : 다문화로 분류하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탈북자를 다문화로 포함 시키는 것은 미래를 보지 않는 일이고 통일된 대한민국을 생각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같은 민족의 사람들을 이데올로기가 다른 곳에서 자랐다고 해서 다문화로 분류하면 정체성을 잃게 하는 것입니다.

진행자: 재동 씨는 이런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나요?

김재동 : 저도 말도 안 된다는 생각을 합니다. 정부가 당사자들을 생각하지 않은 편리성만 생각한 분류가 아닌가 싶습니다.

진행자 : 자, 그렇다면 성숙한 다문화 사회를 이루기 위한 해법을 나눠보죠.

김재동 : 방송을 이용했으면 합니다. 다문화 관련 방송들이 늘어나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람들의 가치관과 편견을 바꾸는데 있어서 방송의 역할이 중요할 것 같고 다문화 가정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정부의 혜택이 늘어나는 것보다도 사람들의 시선이 바뀌는 것을 더 원하더라고요. 김강남 : 저는 문화 교류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들의 문화를 체험하고 환경을 공유하고 서로 알아가는 것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인사도 배워보고 음식도 먹어보면 좋을 것 같고요. 그들의 애국가도 배워볼 수 있고요.

진행자 : 그렇다면 강남 씨는 동남아 여성과 결혼도 가능해요?

김강남 : 저는 개인적으로는 물론 할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여자라면 상관없습니다.

진행자 : 강철 씨는요?

강철 : 외국에서 생활해보면 제 친구가 말한 것처럼 중국, 베트남 등 여러 나라 학생들이 모여서 각 나라의 문화를 함께 표현하는 시간을 가져요. 각 나라의 음식도 해가지고 가서 나눠먹고 하는데 그런 시간을 통해서 타국의 문화를 자연스럽게 배우고 알아갈 수 있는 거죠.

진행자 : 그 안에서 무척 많은 문화를 공유하고 체험 했겠네요.

강철 : 네.

진행자 : 우리는 성숙한 다문화 사회가 되기까지 몇 년 정도 걸릴까요?

이정민 : 저는 지금도 소극적으로는 이뤄지고 있는 것 같아요. 엄마의 나라에 보내주는 방송도 있잖아요. 극소수가 받고 있어서 그렇지 시작은 했다고 봅니다. 길게 잡아서 10년이면 성숙한 다문화 사회가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어느 땅에서 살든 본인의 의지가 가장 중요할 것 같습니다. 국가의 지원이 오히려 그 사람을 온실의 화초처럼 만들 수 있다는 겁니다.

일시적 지원보다는 한국에서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우선시 되어야 하겠고요. 정말 어렵게 살고 있는 사람들과 비교해서도 공정하게 일 처리를 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법을 만든다면 다문화, 탈북자 이런 용어부터 없앨 것 같습니다. 다문화 가정도 국적을 취득하면 그 때부터는 한국인인 거니까요. 대신 경제적 수준이 낮고 자립 능력이 없다면 다문화건 탈북자건 한국인이건 상관없이 지원을 해주는 겁니다. 문화에 적응할 수 있는 교육은 필요하겠지만 꼭 다문화 정책, 탈북자 정책이라고 틀을 만들어 놓는 것은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진행자 : 수고했습니다.

모두 함께 : 감사합니다.

각기 다른 재료들이 그 고유한 맛을 잃지 않으면서도 잘 어우러질 때 맛 좋은 음식이 만들어지는 것처럼 성숙한 다문화 사회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남과 북도 그렇게 공존해야 하는 거겠죠. 서로를 인정하면서 말입니다.

오늘 방송은 여기까집니다. 함께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