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 70년(2) 남북은 휴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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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그리고 해외 청년이 함께 하는 청.춘.만.세

강남 : 안녕하세요. 김강남입니다. 북한을 떠나온 지도 어느덧 5년이 됐습니다. 저의 꿈은 경찰입니다. 앞으로 통일된 한반도에서 약자의 편에 서는 경찰이 되고 싶어서 경찰 관련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예은 :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강예은입니다. 남한의 청춘들처럼 호기심 많은 평범한 학생이고요. 남북통일과 북한 사람들의 삶에 대해 관심이 많아서 함께 하게 됐습니다. 이 자리에서 다들 즐겁게 얘기를 나눴으면 좋겠네요. 반갑습니다.

빌 : 안녕하십니까? 저는 미국에서 온 빌 스미스입니다. 국제대학원에서 국제관계를 공부하는 학생입니다. 한국으로 온 이유는 한미관계 개선이나 한반도 평화, 그리고 미래를 위해 노력하고자 왔습니다.

진행자 : 그리고 저는 이 청춘들과 함께 하는 진행자 윤하정입니다.

INSERT. 한국전쟁 유해 발굴 현장

발굴단 1 : 탄피 옆에 반지.

발굴단 2 : 반지 나왔습니까? 남자 반지입니까? 그럼 결혼하신 분이거나...

발굴단 3 : 군번줄 나왔습니다! 8156...

공익광고 : 우리는 마지막 한 분까지 반드시 찾아야 합니다. 포기하지 마세요. 대한민국 영웅의 명예 찾기에 함께 해 주세요. 당신이 있었기에 우리가 있습니다.

내레이션 : 남한에서는 지난 2000년, 한국전쟁 발발 50년을 기념해 전쟁에서 숨진, 아직 한반도 어딘가에 묻혀 있는 분들의 유해를 발굴해 가족에게 보내주는 사업이 시작됐습니다. 지금까지 8천5백여 구가 발굴된 상태라고 하는데요. 들으신 것처럼 최근 한 텔레비전 오락방송에서 친숙한 연예인들이 유해발굴단 체험에 나서 시청자들에게 자연스레 잊힌 참전 용사들을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남한은 올해 광복 70주년, 분단 70년을 맞아 그 의미를 되새기는 다양한 사업들이 진행되고 있는데요. 특히 광복절이 있는 8월까지 다채로운 행사가 열릴 예정입니다. 남북청년들이 함께 하는 인권모임 '나우'의 김강남, 강예은, 그리고 미국에서 온 빌 스미스 군과 함께 하는 <청춘만세>. 전쟁이 없는 평화로운 세상에서 살고 있지만 사실 종전이 아닌 휴전 중인 한반도에서 살고 있는 우리 청춘들은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청춘만세>, 지난 시간에 이어 함께 들어보시죠.

진행자 : 최근에 보니까 남한에서는 예능 프로그램이라고 하잖아요. 오락방송에서 6.25관련 특집으로 연예인들이 유해발굴단으로 활동하는 모습을 보여줬어요. 한국전쟁 당시 3백만 명이 사망했는데, 그때 숨진 사람들 가운데 시신이 발굴된 경우가 극히 적다고 하죠. 그래서 아직도 한반도의 어딘가에 묻혀 있는 유해를 찾아내서 가족들에게 보내드리는 건데, 그 방송을 다 봤나요?

강남 : 네, 저는 거기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게 시신 한 구를 찾아서 현장을 파기 시작하는데 가락지가 나오는 거예요. 그 분이 엎드려서 불편한 자세로 계셨는데, 가락지가 나오니까 '아마도 결혼했던 사람이다, 가족도 있었을 텐데...' 저는 북한에서 태어났고, 모든 가족이 북한에 있잖아요. 그래서 가족 간의 이별이 많이 공감되고 가슴 아팠던 것 같아요. 전쟁은 정말 가슴 아픈 일이고, 정치적인 싸움인데 국민들이 무차별하게 죽었어요.

예은 : 유해 발굴단이 갔던 곳이 강원도 화천지역이잖아요. <고지전>이라는 영화에서도 한 번 나왔는데, 마지막 7월 27일 정전협정이 발효되기 전에 마지막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서 치열하게 전투했던 곳이에요. 거기에 탄피들이나 폭탄이 투여됐던 흔적들, 그리고 많은 시신들이 아직도 묻혀 있는데, 이번에 그 방송을 보면서 '시신도 찾지 못한 가족들의 마음이 얼마나 아플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중간에 보면 아직 살아계시는 참전 용사들이 나오잖아요. 한 분은 소대장이셨는데 '자기만 살아남고 나머지 전우들은 다 죽었다, 아직도 악몽을 꾼다'고 하시는데 얼마나 끔찍할까 싶더라고요.

진행자 : 지난 2000년에 6.25전쟁 발발 50년을 기념해서 유해 발굴 사업이 시작됐는데, 남한 군인 같은 경우 13만 명 정도가 아직 묻혀계신 것으로 추정되고, 8천5백여 구만 발굴이 된 상태라고 해요. 그리고 미군이 발굴됐을 때는 미국으로 보내주고, 중공군이나 북한군은 파주에 적군묘지가 있다고 해요. 그곳에 안치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여러분도 보셨겠지만 그야말로 뼈만 남아 있는 상태잖아요. 그래서 사실 그걸 갖고 어떻게 가족을 찾아줄 수 있을까 생각도 들 거예요. 그리고 유해를 발굴하는 나라가 미국과 남한 밖에 없다고 해요. 북한에서는 혹시 이런 사업이 있을까요?

강남 : 북한에는 이런 사업이 없어요. 제가 살던 지역은 함경북도 지역이라서 전쟁의 피해를 직접적으로 많이 받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강원도에서 온 친구 얘기를 들었는데, 북한은 농사를 많이 짓잖아요. 그래서 산을 많이 개간해요. 그런데 풀을 베고, 땅을 뒤엎으면 거기서 뼈가 많이 나온대요. 인민군 시신일 수도 있고 국방군이나 유엔군 시신일 수도 있는데, 그걸 다 모아놓고 불을 때거나 땅에 파묻는대요. 비료효과가 있거든요. 그리고 탄피나 모자 등은 파철로 수거해요. 유해나 유물을 발굴한다는 개념이 전혀 없어요.

진행자 : 유해발굴사업이 2000년에 시작됐다고 했는데 그 당시에 '나라를 위해 희생한 분들을 대한민국은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구호 아래 시작했어요. 그렇게 따지면 남한에서도 2000년, 불과 16년 전에 시작한 건데 그런 개념이 어떻게 보면 남한에서도 일찍 잡힌 건 아니지만 북한은 아직 정립이 안 된 거네요. 사실 미국은 세계적으로 여러 나라와 연합을 하고 있기 때문에 전쟁 참여가 많잖아요. 그러면 이런 사업도 활발하게, 체계적으로 될 것 같아요.

빌 : 미국은 전 세계적으로 연합을 많이 해서 시스템이 잘 돼 있어요. 보통 유전자를 등록하고 나중에 뼈를 갖고 실험해서 맞으면 가족들에게 연락하는 거예요.

강남 : 북한은 남한처럼 유전자를 검사해서 가족을 찾아주는 체계가 안 돼 있어요. 그러다 보니까 뼈를 땅에서 파도 6.25때 뼈인지, 고려 때 뼈인지 몰라요. 진행자 : 맞아요, 남한에서 이 사업이 2000년에 시작한 것도 과학기술의 발전이 이뤄졌기 때문에 가능한 것 같아요. 1980~90년대에 나온 영화를 보면 경찰들이 수사할 때 유전자 검사를 하려면 외국으로 보냈어요. 그런데 이제 남한에서 직접 하잖아요. 문제는 지금 살아 있는, 그 당시 숨진 군인들의 유가족들이 남아 있지 않기도 하고, 그들도 인식이 부족해서 유전자 검사를 해둬야 시신의 유전자와 맞춰보는데 그게 또 잘 안돼서 발굴이 돼도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시신도 많다고 해요.

예은 : 그래서 무명용사의 비, 그런 게 있잖아요. 너무 가슴이 아픈 것 같아요.

진행자 : 사실 당시 군인이라고 하면 거의 10대 후반에서 20대였을 거예요. 그러면 여러분 나이죠. 결혼해서 아이가 있고, 아내가 있는 사람도 있을 텐데 전쟁에서 목숨을 잃고, 지금까지 차가운 땅 속에서 누군가 나를 발견해주기를 기다리며 있다는 건 참... 그게 그야말로 한반도의 비극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빌 : 미국에서는 6.25전쟁을 잊힌 전쟁이라고 합니다. 6.25전쟁이 끝나자마자 1960년부터 베트남전쟁이 일어났어요. 대단히 큰 규모였고 오랫동안 지속됐기 때문에 미국 사람들은 베트남 전쟁을 많이 기억하고, 6.25전쟁은 잘 기억하지 못해요. 왜냐면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에 태어난 사람들이 베트남 전쟁에 참가했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베트남 전쟁에 대해서는 많이 얘기해요.

예은 : 외국 사람들한테 한국하면 6.25전쟁이 당연히 떠오를 줄 알았는데, 왜냐면 6.25전쟁이 없었으면 남북한이 나눠지지 않았을 거잖아요.

진행자 : 아마 6.25전쟁보다는 분단된 지금을 훨씬 더 떠올리는 것 같고, 빌의 친척들이 말씀하셨던 것처럼 위험한 곳, 아직 서로 총을 겨누는 곳으로 한반도를 떠올리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빌 : 맞아요. 천안함이나 다른 사건이 일어나면 미국에 있는 친척들이 저보다 더 흥분하면서 걱정해요. 미국 언론에서도 흥미로운 기사를 많이 쓰고요. 남한에서는 아무 일도 없는데, 사람들이 그냥 직장에 나가고. 그런 사건이 일어나면 미국 사람들이 한국 사람보다 더 주의 깊게 보는 것 같아요.

예은 : 한국을 잘 모르는 외국인들은 그렇게 생각할 것 같아요. 안전 불감증이라고 하잖아요. 저희만 평화롭게 살고 있고, 외국 사람들은 천안함 사건 등이 일어나면 걱정해요. '거기 괜찮니? 돌아가지 마!' 이런 식으로. 그런데 저희는 괜찮다고 살고 있죠.

강남 : 그런데 솔직히 아직 전쟁 중인 거잖아요, 휴전이니까. 전쟁을 종결한 건 아니니까 위험한 건 사실인 것 같아요.

진행자 : 강남 씨가 말한 것처럼 휴전선이잖아요. 아직 종전을 하지 않았는데, 그래서 어떻게 보면 가장 위험한 곳이죠. 지금 매일처럼 총알이 오고가지는 않지만 언제든 오고갈 수 있는 곳이고. 정말 왜 이렇게 안전 불감증이 됐을까요? 종전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강남 : 휴전 기간이 65년이나 되니까 종전이라는 착각을 만든 것 같아요.

예은 : 저 같은 경우는 부모님도 전쟁을 겪은 세대가 아니잖아요. 세대가 바뀌면서 저희는 평화롭게 살아왔고, 남한이 산업적으로 엄청난 발전을 이루면서 모든 것이 안정권에 들어가 있으니까 어떤 위험한 사건이 터져도 전쟁에 대한 기억을 떠올릴 수가 없어서 그런 불감증이 생기지 않았나 싶어요.

강남 : 저는 남한에 와서 좀 놀랐던 게 북한은 연평도 포격 사건 같은 큰 사건이 터지면 온 국민이 총을 들고 대기상태에 있어요. 적위대 훈련도 비상소집하고, 모두 대기하고 이런 상태예요.

예은 : 사실 그 당시에는 위기가 고조됐어요. 연평도 사건 때는 진짜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제가 그때 대학교 1~2학년 때였는데, 친구와 '기말고사 준비하지 말까, 어차피 전쟁나면 이런 거 다 소용이 없을 텐데' 그렇게 말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였어요.

진행자 : 강남 씨와 예은 씨 말을 조금 보완해 보자면 그런 일이 일어날 때 남한 국민들도 전쟁을 우려하거나 가슴 아파 하는데, 북한 같은 경우는 모두가 바로 군인이 될 수 있는, 총을 들 수 있는 상황이고, 남한에서는 군인이라는 역할이 따로 있고, 모두가 총을 들지는 않는 거죠. 그런데 그것만 봐도 아직 남북한이 휴전 상태이지 종전은 아닌 거죠. 지금 북한에서도 군대가 의무제이고, 남한도 모든 성인 남자는 군대에 가야 하고요.

빌 : 남한에서 살아가면서 '갑자기 전쟁이 일어나면 어떻게 할까' 생각을 많이 해요. 집에 있으면 어떻게 할까, 걸어가면서는 어떻게 할까. 요즘에는 지하철이나 방공호 같은 곳에 가야겠다고 생각해요.

진행자 : 그렇게 보면 남한 사람보다 그런 사태에 준비하는 마음의 자세는 있는 것 같아요.

강남 : 우리는 너무 익숙해져 있는 것 같아요, 편안한 상황에.

진행자 : 예은 씨 말처럼 젊은 세대들은 휴전이 된, 평화로운 상태에서 태어났고, 전쟁을 한 번도 겪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설마 우리한테?' 그런 생각들이 있는 것 같아요.

빌 : 그 생각은 위험하다고 생각해요. 전쟁을 겪어보지 않은 세대는 전쟁을 두려워하지 않고, 그래서 좀 더 함부로 행동할 수 있어요. 남북한은 물론 미국에서도 함부로 행동한다면 전쟁이 또 일어날 수 있고, 그래서 사람들이 주의하지 않으면 위험하다고 생각해요.

진행자 : 맞는 말이에요. 그럼 전쟁이 얼마나 위험한지, 전쟁이 다시는 일어나면 안 된다는 것을 학교 교육에서든 배워본 적이 있나요?

강남 : 저는 북한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안 된다는 교육을 받지는 않은 것 같고요. 남한에 오니까 '전쟁은 위험한 것이다, 평화로운 세상이 정답이다'라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북한에서 지낸 시간이 더 길지만 '전쟁이 일어나면 안 된다'는 말은 남한에서 더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내레이션 : 한국전쟁에서 한참 멀어진 지금의 청춘들은 분단된 한반도라는 사실도 잊을 만큼 평화로운 세상을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모두 전쟁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데는 의견을 같이 하고 있죠.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비롯해 수많은 전쟁을 치른 지구촌도 마찬가지입니다. 또 전쟁을 전혀 경험해 보지 못한 지금의 사람들에게 영화나 문학 작품 등을 통해 자연스레 전쟁의 참혹함과 상처를 얘기하고 있습니다. 북녘은 어떤가요?

다음 시간에는 우리 청춘들이 생각하는 분단된 남북이 하나가 될 수 있는 방법을 들어보겠습니다.

<청춘만세>, 지금까지 진행에 윤하정이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