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에서 생활하는 청년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청춘만세> 저는 진행자 윤하정입니다.
먼저 이 시간을 함께 꾸며갈 세 청년을 소개할게요.
클레이튼 : 안녕하세요, 미국 켄터키 주에서 온 클레이튼입니다. 한국에 거주한 지 7년 됐고, 한국 회사에 다니고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강예은 : 안녕하세요, 강예은이라고 합니다. 러시아어를 전공하고 있는 학생입니다. 제가 살아갈 세상과 통일 한반도에 관심이 많은 사람으로 많은 이야기를 통해 서로 이해를 넓혀갔으면 좋겠습니다.
광성 : 안녕하세요, 서울에서 회사 다니고 있는 정광성입니다. 고향은 함경북도 회령시고, 남한에 온 지 11년 됐습니다. 북한 청취자 여러분을 위해 좋은 소식 전해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청춘 만세> 지난 시간부터 청년들의 직업에 대해 얘기 나누고 있습니다. 남한에서는 북한과 달리 자신이 원하는 일에 도전할 수 있지만 월급이 많고 복지혜택이 많은 직장, 또 인기 직업은 당연히 경쟁이 치열해서 취업까지 그만큼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남한에는 요즘 외국인, 탈북민도 많은데요. 무한경쟁시대에 외국인과 탈북 청년들은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요? 우리 청년들의 얘기, 계속해서 들어보시죠.
진행자 : 지금 클레이튼이나 광성 군도 다른 곳에서 살다 남한에서 생활하는 거잖아요. 청취자 여러분이 '외국인은, 탈북민들은 남한에서 무슨 일을 할까?' 굉장히 궁금해 하실 것 같아요. 일단 클레이튼 주변의 외국인들은 어떤 일을 하나요?
클레이튼 : 한국사람 처음 만나면 이런 얘기 100% 나와요. 한국에서 뭐해요? 원어민 강사예요? 군인이에요? 미국인 같은 경우 (남한에서) 가장 많이 하는 일이 원어민 강사예요. 가장 쉽게 찾을 수 있고, 월급도 나쁘지 않아요. 집 월세, 그러니까 집 빌리고 달마다 내는 돈까지 지원해 주더라고요. 외국인이 일반 회사 다닐 기회는 많지 않아요. 언어의 벽도 있고, 비자 문제도 있고. 그런데 예전보다는 외국인이 일반 회사에 많이 다니는 것 같습니다. 대학원 친구들 대부분이 자기 나라로 돌아갔지만, 은행이나 연구소, 국제기구에서 일하는 친구도 있습니다.
진행자 : 외국계 회사도 그렇지만 대기업, 은행, 국제기구 같은 경우 다른 나라와 함께 작업할 일이 많다 보니까 언어적인 능력을 살릴 일이 많아진 거죠. 클레이튼이 미국인은 대부분 원어민 강사, 한국인에게 영어 가르치는 일을 한다고 했는데 2016년 기준으로 남한에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이 200만 명이라고 해요. 그런데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중국인이에요. 그 다음이 베트남사람으로 14만 명. 원래는 2위가 미국인이었는데, 이번에 바뀌었대요. 사실상 원어민 강사로 일을 하는 사람들은 영어권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겠죠. 미국, 영국, 호주...
클레이튼 : 제가 알기로 동남아시아에서 온 사람들은 대부분 농장이나 공장에서 일하더라고요.
진행자 : 맞아요, 제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대요.
광성 : 동남아시아에서 온 분들은 그 나라보다 남한에 와서 일하는 게 돈을 더 많이 버니까 여기 와서 일을 하는 거죠.
진행자 : 쉽게 생각하면 국민소득 자체가 남한보다 낮은 나라에서 남한으로 돈을 벌기 위해 오는 거죠. 그리고 영어권 국가에서 온 클레이튼처럼 대학을 나오고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남한에 와서 외국어 강사를 많이 합니다. 각급 학교에도 있고, 유치원, 사설 학원에도 있잖아요.
광성 : 학원은 학교와 별도로 개인이 돈을 내고 영어나 수학 등을 배우는 곳이에요.
진행자 : 그러면 클레이튼도 원어민 강사를 하는 게 훨씬 수월했을 텐데요?
클레이튼 : 한국에 잠깐 있다 미국에 돌아갈 거면 원어민 강사가 나쁘지 않은데 미래를 생각하면 별로예요. 발전하는 것도 없고, 미국에 돌아가면... 나중에 써먹을 수 있는 경력을 쌓기 위해서.
진행자 : 그럼 지금 대략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 거예요?
클레이튼 : 지금은 IT, 정보통신 회사에서 영업하는데 한국의 특정 기술을 사고 싶은데 어떻게 할지 모르는 외국 회사를 도와주는 거예요. 거래처가 다 외국 회사라서 영어, 한국어 다 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어요.
진행자 : 중간에서 연결해주는 일이네요.
클레이튼 : 미국 돌아가더라도 이런 경험은 써먹을 수 있으니까. 제가 원어민 강사로 일할 때는 일반 회사 다니는 거 생각도 못했어요, 그림의 떡이었죠. 하지만 지금은 다니고 있으니까 어느 정도 자부심 생겼어요(웃음).
진행자 : 그럼요, 많지 않아요. 미국은 남한보다 여러 가지 면에서 앞선 나라, 국민소득도 높은 나라지만 정작 미국인이 한국에 왔을 때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아요. 일단 언어가 통하지 않으니까.
클레이튼 : 네, 처음에는 한국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었고 한국어 하나도 할 줄 몰랐으니까 원어민 강사 외에 뭘 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한국어 열심히 공부했고, 대학원도 졸업했으니까 일반 회사에서 일하게 된 것 같습니다.
진행자 : 예를 들어 IT, 정보통신 관련 연구원들은 한국 언어를 사용하기보다는 기술적으로 접근하니까 대기업에도 외국인들이 많이 일하고 있고, 요즘은 남한에 많은 외국인들이 생활하니까 방송 자체를 외국어로 하는 외국어 채널도 많아져서 방송을 하는 외국인도 많죠. 그리고 아예 연예인처럼 방송하는 외국인들도 많더라고요. 점점 다양해지고 있죠.
그렇다면 탈북민들은 남한에 와서 어떤 일을 할까요?
광성 : 의외로 다양한 일을 하시더라고요. 30대~50대가 주 경제활동 연령대인데, 30대는 학교를 졸업한 뒤에 자기가 원하는 일을 찾더라고요. 이런 일을 해서 통일되면 북한에 돌아가서 일하고 싶다고. 아는 사람들 중에 여자 친구들은 간호사로 일하는 친구들도 많고, 사회복지사를 공부하는 친구들도 많고요. 물론 일반 기업에 들어가서 일하거나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40대 이후는 가정이 있다 보니까 자기 꿈보다는 현실적으로 경제적인 걸 많이 보고 선택해요. 안타까운 건 그분들은 남한에 와서 학교, 고등교육을 받지 못한 분들이 대부분이라서 좀 안 좋은 일, 생산직에 많이 종사하죠. 통일부의 북한이탈주민 경제활동 통계 자료를 보면 2017년 6월까지 남한 내 탈북자는 3만 7백 명 정도인데 그 중에 54%가 경제활동을 한대요. 2010년 전까지는 고용률이 낮다가 이후에는 계속 상승하고 있더라고요. 반면에 대학을 졸업하고도 아직 직장을 찾지 못한 경우도 많죠.
진행자 : 고용률, 그러니까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사람들 중에 실제로 얼마나 돈을 벌며 일을 하고 있는가를 살펴본 지표에서는 비율로 따지면 남한 사람과 탈북민이 큰 차이가 나지 않는대요. 남한 사람이 약간 앞서 있지만 탈북민들도 점점 경제활동을 많이 해서. 그런데 어떤 분야에서 일을 하느냐를 보면 탈북민도 외국인 노동자와 비슷해요. 제조업, 그러니까 공장 등에서 뭘 만들어내는 생산직 업무가 많고, 아니면 서비스, 봉사직인데 단순 서비스업이 많다고 해요. 북한에서 어떤 경험을 했느냐에 따라 다를 거예요. 북한에서 만약 한의사를 했거나 예술 활동을 했다면 남한에 와서도 같은 일을 하거든요. 그런데 고등교육을 받지 않은 분들도 많고, 광성 군이 말한 것처럼 어릴 때부터 뭘 하고 싶다는 생각을 별로 안 하니까. 그래도 20~30대 젊은 층이 나아진 게 일단 남한에 오면 학교를 다니잖아요.
광성 : 네, 교육을 받으니까 생각이 확 열리고 내가 하고 싶은 일도 생각하게 되고. 그래서 40대 이상보다는 더 나은 환경에서 일하게 되는 거죠.
진행자 : 통계 자료를 보면 광성 군이 말한 것처럼 탈북민들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어서 만족한다고 해요. 아무래도 대기업보다 영세기업에서 많이 일하고, 노동의 질 자체는 단순 노동이 많지만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할 수 있고, 하기 싫으면 옮길 수 있으니까(웃음).
광성 : 그리고 어떤 일이든 돈을 주고, 내가 돈을 받으면 자유롭게 쓸 수 있으니까. 북한은 2000년대 후반 들어 월급이 나오지만 한 달 월급이라고 해봐야 쌀 1KG 살 수 있는 정도 밖에 안 돼요. 하지만 남한에서는 열심히, 한 만큼 돈을 받을 수 있잖아요.
진행자 : 그런 생각도 할 수 있죠. 우리 방송 듣고도 '남한에 가면 내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구나, 마음껏 고를 수 있구나!' 생각할 수 있는데, 사실 그렇게 선택권이 많지는 않잖아요.
광성 : 그렇죠. 하지만 제가 지금 규모가 작은 회사에서 일하지만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니까 힘들어도 만족하고. 남한에 와서도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 계속 도전하면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진행자 : 남한에서 직장 구하기가 힘들다고 하는데 남한 친구들은 취업을 위해 엄청나게 노력하잖아요.
예은 : 네, 회사에 지원하려면 대부분 이력서, 자기소개서를 쓰는데 다른 사람과 경쟁에서 더 특별한 게 있어야 하잖아요. 거기서 뽑혀야 면접을 볼 수 있으니까. 그러니까 먼저 좋은 대학을 나와야 해요. 서울에 있는 대학 중에서도 20위권 안에 드는 대학. 특히 대기업은. 그 다음은 영어, 토익이라는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얻어야 다른 사람과 경쟁할 수 있어요. 그리고 각종 공모전이나 상 받은 것, 해외경험, 봉사활동 등을 증명해야 해요. 여기서 다 통과되면 면접을 보는데 면접에서도 영어로 면접을 볼 수 있고, 한국어로도 시사나 사회 현황, 경제, 업무에 대해서도 물어보니까 전반적으로 공부를 많이 해야 해요. 어떤 곳에서는 서로 토론을 시키기도 하고요. 보통 과정이 3~4차까지 되니까 그걸 준비하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어요.
진행자 : 클레이튼이나 광성 군은 이렇게까지 노력했어요(웃음)?
클레이튼 : 아니요, 제가 취직해서 얼마나 다행인지!
남한 청년 예은 씨가 흥분했죠? 좋은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 또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얼마나 많이 노력해야 하는지 잘 알기 때문일 겁니다. 그런데 취업했다고 해서 끝난 게 아니죠?
직장생활 자체도 만만치 않은데요. 탈북민과 외국인은, 또 그들과 함께 일하는 남한 사람들은 서로 어떤 어려움을 갖고 있을까요? 이 얘기는 다음 시간에 계속 나눠보겠습니다. <청춘 만세> 오늘은 여기서 인사드릴게요.
지금까지 윤하정이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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