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보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모든 만남을 우연으로 보는 것과 모든 만남을 기적으로 보는 것이다' 세계적인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말입니다.
만남을 기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모든 만남을 우연으로 보는 사람보다 만남에 최선을 다 할 것입니다. 아마도 그 때부터 그 만남은 진짜 기적이 되는 것이겠죠?
안녕하세요. <청춘만세> 진행에 권지연입니다. 오늘은 남북청년들이 함께하는 인권모임 '나우'의 최철남, 김채영 씨와 함께 만남 중에서도 가장 기적적인 만남이라 생각되는 연인 관계... 그 중에서도 민감한 데이트 비용에 대한 얘기를 나눠 봅니다.
진행자 : 안녕하세요.
최철남 : 안녕하세요.
진행자 : 오늘 철남 씨 나왔고요. 특별한 손님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본인 소개 부탁드릴게요.
김채영 : 안녕하세요. 김채영 입니다. 저는 옆에 있는 철남 씨의 여자 친구입니다. 27살이고 현재 직장을 찾고 있는 중입니다.
진행자 : 아까 방송국에 들어오는데 환해지더라고요. (웃음) 오늘 두 분과 함께 연애에 대한 얘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언제부터 만나기 시작했어요?
김채영 : 사귀기 시작한 건 2년 6개월 정도 됐고요. 알게 된 건 오래 됐습니다. 2006년도부터 친구로 지냈습니다.
진행자 : 서로 알고 지낸지는 8년 정도가 됐네요.
철남 씨와 채영 씨는 북한을 탈출해 남한에 정착할 당시 하나원 동기로 만났습니다.
진행자 : 친구로 지내다가 연인 사이로 발전한 건데요. 어떤 점이 맘에 들었었나요?
김채영 : 저는 철남 씨의 남자답고 한결같은 모습, 성실한 모습이 맘에 들었습니다. 다른 남자 분들보다는 진솔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최철남 : 저는 제 여자 친구의 웃는 모습이 맘에 들었고요. 예뻐서 맘에 들었습니다. (웃음) 전 세계 남자들은 다 똑같은 것 같습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세대에 상관없이 남성들의 대답은 참 한결같네요. (웃음)
진행자 : 오래 사귀다보면 다툴 때 있습니다.
김채영 : 싸울 때 많죠. 아무것도 아닌 일로 많이 싸우게 되는 것 같아요. 싸울 때 참 예민하게 돼요. 싸울 때는 행동 하나 하나가 눈에 들어오면서 의미 부여를 많이 하게 되고요. 그럴 때는 저한테 양보를 해줬으면 좋겠는데 그런 모습이 안 보이면 참 속상하고 서운하죠.
최철남 : 저도 싸울 때는 서운한 맘이 들 때가 있습니다.
진행자 : 연애할 때는 참 지혜가 많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 중 하나가 돈을 어떻게 쓸 것인가, 데이트 비용에 관한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두 분은 데이트 비용을 어떻게 충당하시는지요?
최철남 : 저희는 7: 3 정도로 제가 7이고 여자 친구가 3정도를 내는 것 같습니다. 한 달이면 20만 원정도요?
김채영 : 금전적인 부분에서는 아무래도 남자가 더 많이 내는 것 같아요. 남자친구가 밥을 사게 되면 저는 가볍게 커피를 사는 정도고요. 제가 경제적인 여유가 있을 때는 제가 낼 때도 있는데 평소 남자 친구가 더 돈을 많이 쓰는 것 같아요.
데이트... 북쪽에서는 산보라고 하죠? 그건 아마 북쪽에서의 데이트는 주로 함께 공원을 걷는 산보가 많아서 그런 게 아닌가 싶은데요. 연인끼리 만나서 밥 먹고 차 마시고 영화 보고... 이런 모든 교제 활동을 '데이트'라 부릅니다. 그런데 제가 열거한 이런 데이트들, 모두 돈이 들어갑니다.
얼마 전 남한의 인터넷 구직 공간인 잡코리아가 대학생들을 상대로 한번 만날 때마다 지출하는 평균 데이트비용을 조사해봤는데요. 남학생은 평균 4만7548원을, 여학생은 3만190원을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남학생이 여학생에 비해 1만7000원 정도를 더 쓰는 셈이죠.
또 남한의 한 결혼상담 회사에서 조사한 결과를 보면 과반 수 이상의 여성들이 철남 씨와 채영 씨처럼 남자가 7, 여자는3 정도를 내는 것이 적당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제아무리 사랑하는 사이라도 돈 문제에서는 자유로울 수가 없는데요. 최근엔 데이트 비용에 대해 불평을 토로하는 남성들이 늘어나는 추셉니다.
진행자 : 철남 씨는 본인이 더 많이 쓰는 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요?
최철남 : 요즘 더치페이를 하는 사람들도 늘어나던데요. 저는 북한 남자의 기질이 있어서 남자가 많이 내야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여자 친구에게 돈을 얼마 내라고 하거나 뭘 사달라고 하는 경우는 없었습니다. 제가 능력이 되면 제가 더 내고 싶고 다 해주고 싶죠. 하지만 제가 돈이 없을 때는 없다고 말도 합니다.
김채영 : 주변 친구들도 더치페이를 많이 하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늘 남자친구가 더 많이 내는 것이 미안할 때가 많았습니다. 당연히 제가 한 번 씩 사주는 것도 좋은 것 같고요. 저도 사주면 더 기분이 좋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기분 상의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나한테 돈 쓰는 게 아깝나 하는 생각에 초반에는 서운함도 있고 남자 친구의 사랑까지 의심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자신 앞에서 돈을 아끼는 남자는 사랑이 부족하거나 너무 재재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는 얘기네요. 늘 마음을 확인하고 싶어 하는 것이 여자인 것 같습니다. 한편, 남자는 여자에게 배려와 이해를 구하는 것 같은데요. 그렇다면 비용을 각자 나눠 부담하는 더치페이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요?
최철남 : 더치페이라는 것이 서로에게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니까 좋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친구사이면 괜찮지만 연인끼리는 안 좋은 부분도 있고 아직까지는 한국 문화에서는 무리가 있는 것도 같습니다.
진행자 : 그래도 남한에서는 여자가 능력이 있으면 더 많이 쓰는 경우들도 있는데요. 북한에서는 어떤가요?
최철남 : 북한에서도 친구들끼리는 더치페이를 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같이 돈을 걷어서 술도 먹고 그런데 연인끼리 더치페이를 하는 경우는 거의 못 본 것 같아요. 북한은 가부장적인 사회거든요. 남자가 여자에게 얻어먹으면 자존심 상해합니다. 결혼해서는 여자가 경제력이 더 강한 것이 북한 현실이고 남자를 집지키는 멍멍이로 생각할 만큼 남자가 무능해지만 결혼 전에는 남자가 거의 다 합니다. 그래서 돈이 없으면 훔쳐서라도 해결해야 하죠. 옥수수라도 훔쳐서 팔아서라도 여자 친구에게 뭔가를 해주곤 하는 친구들도 봤습니다.
진행자 : 남자나 여자나 또 남이나 북이나 연인에게 무언가를 받는 건 기분 좋은 일입니다. 비싼 걸 줘서가 아니라 그만큼 나에게 마음을 준다는 것에 기뻐하는 거겠죠? 두 분은 서로에게 받은 선물 중 기억에 남는 건 어떤 건가요?
최철남 : 저는 살결 물과 크림이 모두 합쳐져 있는 화장품을 여자 친구에게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 때 여자 친구가 돈이 없을 때였는데 제게 선물을 준 거였거든요. 정말 감동이었죠. 제가 얼굴에 뭘 바르는 걸 싫어하는데 그건 열심히 바르고 있습니다.
진행자 : 그런 선물을 했던 깊은 뜻이 있나요?
김채영 : 남자친구가 워낙 관리를 안 해요. 나중에 늙어서 표가 난다고 생각했어요.(웃음)
진행자 : 채영 씨는 어떤 선물이 가장 좋았나요?
김채영 : 저는 선물을 참 많이 받았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며칠 전 홍대를 걷다가 꽃 한 다발을 선물해줬는데 그게 정말 좋았어요.
최철남 : 여자 친구는 작은 꽃을 참 좋아합니다. 꽃 선물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받으면 좋아하니까요. 아깝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 본적이 없습니다.
진행자 : 그런데 둘이 데이트로 돈을 써 놓고 진짜 아깝다고 생각한 적도 있어요?
최철남 : 저는 양이 중요한데 여자들은 양보다는 예쁜 음식, 조금씩 나오는 것들을 좋아하잖아요. 정말 저는 그런 음식 먹을 때 돈이 아깝습니다.
김채영 : 그래서 지금도 그런 곳은 가자는 말을 못해요. 가끔 남자 친구가 저와 맞춰줬으면 좋겠지만 싫어하니까 어쩔 수 없죠. 다른 친구랑 가면 되니까요.
진행자 : 연애 할 때 데이트 비용을 지혜롭게 쓰는 것들이 결혼해서까지 이어지는 것 같아요. 요즘 신혼부부들을 보면 각자 벌어, 각자 쓴다는 분들도 있던데요. 그런 건 어떻게 생각하세요?
김채영 : 요즘 그런 부부들이 정말 많던데요. 그런걸 보면 문화적인 충격을 받았어요. 그게 가능할까 싶고 별로인 것 같아요.
최철남 : 저도 따로따로 돈 관리를 하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런데 돈을 아내가 관리할 경우 아내가 마음대로 돈을 쓰면 안 되고요. 함께 상의하고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것들이 지켜지니 않으면 서로의 불신을 키울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진행자 : 보통 아내가 관리하고 용돈을 받는 남성들의 경우 비상금을 따로 챙기시는 분들이 있던데 두 분이 결혼하기 전엔 그런 부분은 확실하게 했으면 좋겠습니다.(웃음)
김채영 : 네, 그건 제가 확실히 해야 할 것 같습니다.(웃음)
진행자 : 결혼해서도 연애하듯이 또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 행복을 누리며 살 수 있다면 좋겠죠. 데이트할 때 돈을 아끼면서 잘 쓸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나눠주시죠.
최철남 : 돈을 아낄 수 있는 데이트는 관광 데이트가 좋은 것 같습니다. 공원이나 가까운 산에 가서 데이트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김채영 : 저는 한강 데이트를 추전하고 싶어요. 어느 계절이나 돗자리 하나 가지고 가서 깔고 앉아 얘기하고 그러면 정말 좋더라고요.
진행자 : 도시락을 싸가도 좋겠네요. 도시락은 누가?
김채영 : 저는 싸 본적이 없습니다. (웃음)
진행자 : 철남 씨가 싸야겠네요. (웃음) 금전적인 문제 또 사소한 문제로 싸우고 헤어지는 커플들이 많은데 두 분처럼 모두 예쁘게 사랑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최철남 : 서로에게 믿음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한 발 짝 물러나서 이해해주려는 마음, 잘못했을 때는 용서해주는 마음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살다보면 금전적인 문제를 비롯해서 장벽들이 있을 텐데 그런 것들을 서로 솔직하게 말하고 헤쳐 나가는 것이 중요하겠죠.
김채영 : 저는 돈은 얼마든지 함께 절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꼭 데이트가 거창하지 않아도 되니까요. 돈도 아끼면서 사랑을 키워갈 수 있을 것 같아요. 돈보다는 마음이죠.
진행자 : 두 분, 꼭 좋은 소식 들려주세요. 감사합니다.
최철남, 김채영 : 감사합니다.
알고 보니 철남 씨와 채영 씨는 한 번 헤어졌던 경험이 있었습니다. 헤어진 시간동안 서로에 대한 소중함을 더 깊이 느끼게 됐었다고 고백하는데요. 돈으론 절대 환산할 수 없는 서로를 향한 마음이 오래오래 변치 않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오늘 방송은 여기까집니다. 함께해 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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