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 하나요(3) 탈북민, 외국인과 일하기 힘들지는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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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에서 생활하는 청년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청춘만세> 저는 진행자 윤하정입니다. 먼저 이 시간을 함께 꾸며갈 세 청년을 소개할게요.

클레이튼 : 안녕하세요, 미국 켄터키 주에서 온 클레이튼입니다. 한국에 거주한 지 7년 됐고, 한국 회사에 다니고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강예은 : 안녕하세요, 강예은이라고 합니다. 러시아어를 전공하고 있는 학생입니다. 제가 살아갈 세상과 통일 한반도에 관심이 많은 사람으로 많은 이야기를 통해 서로 이해를 넓혀갔으면 좋겠습니다.

광성 : 안녕하세요, 서울에서 회사 다니고 있는 정광성입니다. 고향은 함경북도 회령시고, 남한에 온 지 11년 됐습니다. 북한 청취자 여러분을 위해 좋은 소식 전해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청춘 만세>, 지난 2주에 걸쳐 청년들의 직업에 대해 얘기 나눴는데요. 남한에는 2백만 명 이상의 외국인, 3만여 명의 탈북민이 생활하는 만큼 남한 청년들은 물론이고 외국인, 탈북민들도 다양한 경제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살아온 환경도, 문화도 다른 사람들이 함께 일하다 보면 어려운 점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요. 이번 시간에는 우리 청년들의 속 얘기 좀 들어볼까요?

진행자 : 남한에서 직장 구하기가 힘들다고 하는데 남한 친구들은 취업을 위해 엄청나게 노력하잖아요.

예은 : 네, 회사에 지원하려면 대부분 이력서, 자기소개서를 쓰는데 다른 사람과 경쟁에서 더 특별한 게 있어야 하잖아요. 거기서 뽑혀야 면접을 볼 수 있으니까. 그러니까 먼저 좋은 대학을 나와야 해요. 서울에 있는 대학 중에서도 20위권 안에 드는 대학. 특히 대기업은. 그 다음은 영어, 토익이라는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얻어야 다른 사람과 경쟁할 수 있어요. 그리고 각종 공모전이나 상 받은 것, 해외경험, 봉사활동 등을 증명해야 해요. 여기서 다 통과되면 면접을 보는데 면접에서도 영어로 면접을 볼 수 있고, 한국어로도 시사나 사회 현황, 경제, 업무에 대해서도 물어보니까 전반적으로 공부를 많이 해야 해요. 보통 과정이 3~4차까지 되니까 그걸 준비하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어요.

진행자 : 클레이튼이나 광성 군은 이렇게까지 노력했어요(웃음)?

클레이튼 : 아니요, 제가 취직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어요! 한국에서는 스펙이라고, 각종 자격을 많이 살피는데 미국은 그렇게까지는 아니고 학교에서 뭘 공부했는지, 어떤 활동을 했는지 봐요. 한국인들 대단한 것 같아요.

진행자 : 광성 군은 어떻게 보면 남한 친구들과 똑같이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잖아요. 나도 그만큼 했다! 아니면 쟤네들 정말 대단하다(웃음)?

광성 : 저는 자격증은 안 되지만, 사회활동을 많이 해서 나름대로 준비했다고 생각해요. 물론 똑같지는 않겠죠.

진행자 : 보통 남한 친구들의 경쟁 속도에 따라가는 것 같아요?

광성 : 좀 힘들죠. 그런데 따라가는 친구들도 있고, 특히 어린 나이에 와서 똑같은 교육을 받으면. 저 같은 경우는 고등학교부터 시작했는데도 아직 부족한 점이 있어요.

진행자 : 사실 남한 기업에서 외국인이나 탈북민을 뽑지 않으려고 할 수도 있잖아요.

예은 : 일단 기업은 사람을 고용했을 때 얼마나 업무에 도움이 되고 이익을 창출할 것인가를 기준으로 보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이 사람이 업무적으로 봤을 때 못 따라올 것 같으면 떨어뜨리는 거예요. 그건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똑같이 적용된다고 봐요.

진행자 : 외국인이나 탈북민이라서가 아니라 한국인 내에서도 경쟁이 안 되면 떨어뜨리니까.

광성 : 북한에서 왔으면 당연히 실력이 떨어지겠다고 생각해서 뽑지 않는 면도 있을 거예요. 물론 실력이 부족하기도 하지만.

클레이튼 : 저는 언어와 문화 차이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일단 한국어 배우기 쉽지 않고, 한국어가 안 되면 직장 생활을 어떻게 하겠어요. 그리고 문화는 제가 느끼기에도 미국과 차이가 많아요. 대학원 다닐 때는 한국 생활 무척 재밌었는데, 회사 들어가니까 힘든 게 많아요. 일단 호칭, 위계질서. 미국에서는 남자면 Mr, 여자면 Miss나 Mrs 라고 부르면 되는데 한국에서는 대리님, 과장님, 부장님... 처음에는 정말 정신이 없었어요. 그리고 회사 내 위계질서뿐만 아니라 거래처와의 관계에서도 기분이 나빠질 때가 많아요.

예은 : 회사 내부에서도 사장님 말씀이라면 무조건 복종해야 하고. 그런데 미국 영화 보면 사장이 뭐라고 말해도 직원들이 자기 의견을 내세우는 걸 많이 봤거든요. 기업문화가 확실히 달라져야 하지 않나.

광성 : 북한도 위계질서가 세다 보니까 위에서 말하면 꼼짝 못해요.

예은 : 이해가 되겠네요(웃음)?

클레이튼 : 그런 문화 차이 있으니까 외국인이 한국어 잘해도 회사생활에 적응할 수 있을까 걱정하는 것 같아요.

진행자 : 사실 국가기관과 사기업, 그러니까 흔히 말하는 대기업 간에도 문화 차이가 심해요. 사기업에 다니던 사람들이 공기업 가면 무척 갑갑해 하거든요. 그러니까 한국 기업의 인사 담당자 차원에서는 이 외국인이 다 괜찮은데 들어와서 이 회사의 문화에 적응할 수 있을까. 예를 들어 야근해야 하고, 주말에 나와서 일해야 하는데 할 수 있을까? 라는 점에서도 생각을 더 해보게 되는 거죠.

클레이튼 : 저한테 자꾸 하는 말이에요(웃음).

진행자 : 그럼 광성 군은 지금 오랫동안 직장생활을 한 건 아니지만 기업문화에 있어서는 크게 어려운 점은 없어요?

광성 : 제가 지금 기자로 일하는데 그쪽은 위계질서가 거의 군대 같아요. 들어가기 전부터 그런 문화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었어요.

진행자 : 다른 탈북 친구들은 어때요?

광성 : 어려움은 있죠, 그런데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겪는 게 아닐까. 초반에는 새로운 일터에 뛰어들다 보니까 힘들어 하죠.

진행자 : 그럼 반대로 예은 씨는 직장생활을 하지는 않지만 외국인이나 탈북민들과 공동 작업을 할 때 어려움을 느껴본 적은 없어요?

예은 : 예전에 대학 때 교수님이 공동 과제를 주셨는데, 중국 학생과 한 조가 됐어요. 그런데 일단 언어가 안 되니까 같이 과제를 할 수가 없는 거예요. 결국은 제가 혼자 다 했어요. 가장 큰 문제는 언어일 테고요. 탈북민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교육을 많이 받지 못한 분들은 함께 작업하기에 힘들고, 문화도 많이 다를 테니까. 그런 부분에서 이해가 되지 않으면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는데, 남한에서 오래 생활하면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아요.

진행자 : 저 같은 경우는 예전 회사에 영어 방송이 따로 있어서 외국인이 많았어요. 그런데 회사가 일정 규모 이상이 되면 보통 말이나 종이 서류로 작업을 하지 않고 다 전자결재로 이뤄지잖아요. 예를 들어 휴가를 하루 쓰더라도 전자결재로 팀장, 부장, 국장까지 결재를 받는데... 클레이튼과도 일상적인 대화에는 전혀 어려움이 없지만 공식적인 서류 작업을 하면 얘기가 달라지잖아요. 이런 걸 다 도와줘야 하더라고요. 쉽게 나아지지도 않고. 클레이튼도 그런 점은 느끼나요?

클레이튼 : 네, 특히 지금 회사 처음 들어갔을 때 그랬어요. 일반 대화와 회사에서 사용하는 언어 많이 다르더라고요.

진행자 : 그렇죠, 한자어도 많고. 그리고 우리가 방송을 하는 것도 엄밀히 말하면 일이잖아요. 외국인도 있고, 탈북민도 있고, 남한에서 쭉 생활해온 친구도 있는데 제가 할당하는 업무량이 예은 씨가 가장 많고, 준비 해오는 양도 예은 씨가 가장 많은데, 야단도 예은 씨가 가장 많이 맞아요(웃음). 클레이튼이나 광성 군이 조금 더 준비를 해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해올 수 있는데 준비를 좀 덜 해오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말을 직접적으로 하기가 굉장히 불편해요. 어쨌든 다른 곳에 와서 생활하면서 어려움이 있을 텐데 상처 받을까, 기분 나쁘게 생각할까 걱정하는 면이 없지 않아 있어요. 혹시 일을 하면서 이런 얘기 들어본 적 있어요?

클레이튼 : 회사 처음 들어갔을 때는 외국인이라고 많이 이해해줬는데 계속 한국어로 업무하니까 이제 한국인처럼 대하는 것 같아요. 잘못하면 '야, 이리 와!' 막 그래요(웃음).

진행자 : 그럼 또 기분 나쁘죠(웃음)?

클레이튼 : 아니요, 한국에 온 지 얼마 안 됐으면 기분 나빴을 텐데 한국생활 오래 해서 이제 이해해요. 상처 안 받아요.

진행자 : 광성 군은 어때요?

광성 : 오히려 그렇게 생각하면 제가 더 불편해요. 저는 친구들한테도 말하거든요. 네가 봤을 때 내가 뭔가 이상하면 말해줘야 한다고. 잘못하면 고치고, 잘한 거면 더 열심히 하면 되니까. 그래야 성장하는 거니까. 아예 인식을 못하고 있을 수도 있잖아요.

진행자 : 예은 씨도 예전에 탈북민들과 함께 하는 단체에서 활동했으니까 남한 친구들한테 하듯이 쏘아붙이기에는 힘든 점이 있죠?

예은 : 그렇죠, 일단 그 사람이 살아온 환경이 좋지 않다면 그 사람의 입장을 생각해서 좀 더 배려할 수밖에 없어요. 말을 하더라도 좀 조심스럽게 하는 면은 있어요.

진행자 : 예은 씨는 혼을 내고도 뒤끝이 없으려니 생각하는데 두 사람은 조금 기분 나빠하지 않을까 신경이 쓰이는 거죠(웃음). 그건 아마 다른 기업에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어요.

예은 : 사실 고용주 입장에서는 한국인이라면 기업문화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으니까. 북한에도 이 드라마가 들어갔을지 모르겠는데 <미생>이라고. 거기 보면 청년들이 취업하기 위해 얼마나 고군분투 하는지, 취업해서도 얼마나 힘든지 잘 나오는데 한국인은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할 거예요. 너는 따라 와야 해, 안 그러면 잘리는 거야! 하지만 사회적 약자, 소수의 외국인이나 탈북민이 입사했을 때는 아무래도 사람이다 보니까 좀 더 배려를 하게 되죠.

진행자 : 예전에 한 탈북자한테 그런 얘기도 들었거든요. 북한에서는 내가 잘 하나 못하나 받는 월급은 똑같잖아요. 그래서 그렇게 열심히 안 한다고(웃음).

광성 : 공산주의의 잔해죠. 그리고 (남한에서) 뭔가 지원을 받았을 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게 있어요. 내가 북한에서 왔으니까 당연히 해줘야 한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거든요. 그런데 바뀔 것 같아요. 왜냐면 경제관념이 생기니까.
실제로 아직도 부족한 거 많아요. 저 같은 경우도 18년 동안 북한에서 살다 남한에서 10년 살았지만, 북한에서 20년 이상 산 친구들도 많거든요. 사람이 쉽게 바뀌지 않는 부분이 있는데 계속 적응해야죠. 그리고 통일이 된다면 중간에서 역할을 잘 해야 하고요.

예은 : 남한으로 넘어와서 대학교를 다니면서 사실 4년간 많은 것을 배우잖아요. 그래서 이제는 거의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진행자 : 경쟁하는 문화도 배우겠죠. 세계화, 다문화라고 해서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남한에서 생활하잖아요. 외국인만 해도 200만 명이 넘고, 탈북민도 3만 명이 넘고. 이런 현상은 점점 확대될 거라서 남한사람뿐만 아니라 남한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함께 풀어야 할 문제가 아닐까 싶어요. 그리고 통일을 하게 된다면 잘 조율해야 할 문제겠죠.

오늘 우리가 약간 무겁고, 예민한 얘기를 했는데(웃음). 남한에 가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방송 들으면서 궁금증이 좀 풀리셨는지 모르겠습니다. 다 함께 인사드리면서 이 시간 마무리할게요.

다 함께 :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십시오.

진행자 : <청춘 만세> 지금까지 진행에 윤하정이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